<그림자들의 섬> 한줄 관람평
이다영 |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것을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걸고 싸우는 이들
상효정 | 우리 모두의 ‘그림자’
이형주 | 노동과 투쟁의 진득한 기록과 희망
최미선 | 처절하도록 퍼런 작업복, 붉은 머리띠
홍수지 | 보이지 않았던, 그러나 늘 존재하는 그림자들의 이야기
전세리 | 주체와 존엄을 향한 조선(朝鮮/造船)인들의 항쟁
<그림자들의 섬> 리뷰: 처절하도록 퍼런 작업복, 붉은 머리띠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미선 님의 글입니다.
꿈에 부풀어 입사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그들의 꿈은 대학, 결혼, 집과 같이 평범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 꿈의 달콤함은 한달도 채 가지 못했다. 비인간적인 노동환경과 끊임 없는 인명사고. 그 속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배를 만들어내야 했다. 말도 안되는 근무 환경 속에서도 그 일을 쉽게 그만둘 수 없었던 이유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3년만 하면, 5년만 하면 대학을 가고 결혼을 하고 내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하지만 간절한 희망이 그들에겐 있었다. 김정근 감독의 신작 <그림자들의 섬>은 그의 전작 <버스를 타라>(2012)에 이어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의 역사를 담아내었다.
동료의 죽음을 담배 한 개피로 추모해야 했던, 나의 죽음으로 생각하면 도무지 일을 할 수 없었던 시간들 속에서 그들은 반성하고 연대한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도시락을 내던지고 회사의 흑자 속에서도 실시된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투쟁으로 이뤄낸 민주노조는 그들에게 희망이자 곧 삶 그 자체이고, 십 수년 혹은 수십년의 세월을 지켜낸 원동력이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지금의 우리는 그 말의 절박함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인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들 뒤에는 처절하도록 파란 작업복에 붉은 머리띠를 두른 이들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있었다.
인터뷰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그 참혹했던 투쟁의 현장을 노동자들의 조금은 차분하고도 담담한 목소리로 생생하게 증언해낸다. 이러한 형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아무리 내질러도 닿지 않았던, 오히려 외면당했던 그들의 울분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도록 만든다. 인터뷰 도중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그들의 침묵을 채웠던 영화관 속 많은 이들의 한숨을 우리는 기억한다.
김정근 감독은 <버스를 타라>와 <그림자들의 섬>까지 두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한진중공업 노동자들로 대표되는 이시대 수많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진행 중인 그의 후속작 <언더그라운드> 역시 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노동운동’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거부감과 거리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끊임없이 이야기 할 것이다. 그것은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한 지난 30년의, 아니 여전히 진행중인 처절한 투쟁의 역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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