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여왕> 한줄 관람평
이다영 | 오로지 한국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히어로 캐릭터 탄생. 아줌마이자 모두의 엄마. 독립영화가 생소한 이들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해줄 수 있는 수작
상효정 | 세상이 주책없는 건지, 내가 주책 맞은 건지
이형주 | 모성애가 품지 못한 그 순간, 영화의 품으로
최미선 | 이토록 반가운 사랑스런 여성 캐릭터
전세리 | 교묘히 비껴간 모성의 대상화, 복종하지 않는 여성 주체
<범죄의 여왕> 리뷰: 모성애가 품지 못한 그 순간, 영화의 품으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형주 님의 글입니다.
지방에서 미용실 겸 불법 시술을 하는 ‘양미경’(박지영 분)은 고시원에서 공부 중인 아들의 수도세가 120만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은 그녀는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간다. 시험을 앞둔 예민한 아들 ‘익수’(김대현 분)은 돈만 내고 가라며 미경을 구박하지만, 그녀는 직접 주변 사람을 한 명 한 명 조사하기 시작한다. 관리소(조복래 분), 고시원 청년(백수장 분), 옆집 사람(허정도 분) 등 사건을 조사할수록 그녀가 느꼈던 이상한 '촉'은 분명해진다.
현실을 반영하니 영화가 이렇게 풍부해진다. 고시 폐지를 앞둔 시점의 고시원이란 배경은 그 자체로 팽팽한 긴장감을 지니고 있다. 고시생들의 일상을 따라가보는 것만으로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저 풍부함은 모두 스릴러와 코미디라는 장르의 기둥이 튼튼히 버티는 덕분이다. ‘수도세의 진실을 찾기 위해 억척스럽게 추적하는 아줌마의 이야기’라는 줄거리는 배경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웃음을 유발하며 긴장시킨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다루는 모성애이다. 주인공은 장차 판사가 될 아들밖에 모르고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법이든 칼이든 무섭지 않다. 그런데 순간순간, 그녀는 ‘404호 엄마’가 아닌 ‘양미경’이란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녀는 아들과 관계없이 원래 불의를 보면 타인을 위해 무서움을 감추고 용감한 척을 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엄마이기 이전에 자신을 위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녀의 모성애는 엄마라서 당연한 것을 넘은 주체적인 것이 된다. 그 영화 속 주체적인 모성애는 배로 난 자식 말고도 수많은 아들 딸들을 품어내는 마음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순간은 그 모성애로부터 나온다. 모성애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내 새끼’를 감싸는 순간 그녀는 덩그러니 남겨진 눈빛을 본다. 영화는 그 눈빛을 통해 사회와 가족에서 배제된, 가벽으로 지어진 골방에 틀어박힌 수많은 사람들을 담는다. 결국 우리에게 ‘촉’이 온다. 그들을 배제한 건, 또 그들을 품어야 하는 건 ‘모성애’가 아니었다는 걸. 사실 그건 사회일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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