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예산 C급 블록놈스터 <시발, 놈: 인류의 시작> 인디토크(GV) 기록
일시: 2016년 8월 22일(월) 오후 8시 상영 후
참석: 백승기 감독 | 손이용, 김보리 배우
*관객기자단 [인디즈] 상효정 님의 글입니다.
때로 영화를 보면서 ‘저 영화, 나도 만들겠다!’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여기 바로 그 영화가 있다. 이름하야 초저예산 C급 블록놈스터 <시발, 놈: 인류의 시작>(이하 <시발, 놈>)! ‘시발(始發)’이라는 이름에서 보이듯 C급 영화라는 새로운 지평선을 파격적으로 열며 재치와 유머로 등장했다. 멜로, 드라마, 코미디, 미스터리, 뮤지컬, 범죄, 어드벤처, 액션, SF, 스릴러, 에로, 블록버스터까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며 기발한 상상력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시발, 놈>! 전편 <숫호구>(2012)에 이어 두 번째 C급 영화를 탄생시킨 백승기 감독의 인디토크 속으로 들어가 보자. 당신은 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진행: 일단 감독님과 배우 분들의 인사 부탁드릴게요.
백승기 감독(이하 백): 반갑습니다. 정말 쉽지 않은 월요일 저녁에 저희 영화를 선택해주시고 이렇게 보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셨네요.
김보리 배우(이하 김): 안녕하세요. <시발, 놈>의 김보리입니다. 반갑습니다.
손이용 배우(이하 손): 안녕하세요. <시발, 놈>에서 ‘시발놈’을 연기한 손이용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진행: 백승기 감독님의 두 번째 장편영화가 개봉을 했어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백: 기분이 너무너무 좋고요, <숫호구> 때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숫호구>에 비해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더 고생하며 찍었어요. 71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이지만, 이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고 관객들을 만나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기 때문인지 감회가 새롭습니다. 소위 천만 관객 부럽지 않고 이렇게 앞에 관객 분들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쁩니다.
진행: 관객 분들께 김보리 배우는 새로운 얼굴일 것 같아요.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로는 이 영화가 첫 영화라고 들었어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김: 극장에서 개봉을 할 것이라고 처음부터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었어요. 개봉을 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대도 됩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개봉관이 생각보다 적어서 주변에서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특히 지방 관객 분들이 보시기 힘든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원시인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 이후에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걱정이 조금 됩니다. (웃음)
진행: 손이용 배우의 경우 백승기 감독님의 전작 <숫호구>의 ‘슈퍼 섹시 아바타’ 역에 이어서 두 번째 개봉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의 소감은 어떠세요?
손: 사실 <숫호구> 개봉했을 때는 영화와 전혀 관련 없는 삶을 살다가 뜬금없이 개봉까지 하게 되어 얼떨떨했어요. 정신 차려 보니 레드카펫 위에 있기도 하고. <시발, 놈> 같은 경우는 작품이 독특해서 전문 배우들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번 개봉이 첫 번째인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더 즐기게 되었고 재밌습니다.
진행: 이 작품의 장르가 무려 12개입니다. 아마 영화를 보셨으면 왜 12개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일 큰 홍보 문구가 ‘초저예산 C급 블록버스터’인데 상당히 창조경제 같은 단어에요. (웃음) 예산은 어느 정도 든 것인가요?
백: 공식 총 예산이 1,000만원으로 되어 있어요. <숫호구> 때도 처음 시작은 100만원이었지만, 나중에 발생한 비용까지 합산을 해보았더니 500만원 정도 되었습니다. 이번 영화도 그 외의 것들을 따지면 더 늘어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저희는 1,000만원이라는 돈이 영화를 만들기에는 적은 금액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랐어요. 요즘 만들어지는 많은 저예산 독립영화들도 최하 억 단위를 쓴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영화를 찍다가 중간에 1,000만원이라는 돈이 생기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해외 로케까지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해외 로케는 효율적인 장소로 찾아보았는데, 그나마 가까우면서도 사람들이 딱 봤을 때 알아볼 수 있는 곳인 히말라야 설산, 네팔로 가게 되었습니다. 왜 놀라시죠? 영화에서 못 보셨나요, 혹시? (웃음) 이 영화를 찍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조차도 순수한 자연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였어요. 대부분 이미 많이 개발된 상태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저희가 생각한 풍광을 찾기 어려웠고, 그래서 찍은 영상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찍은 장면들입니다. 몇몇 분들이 소스로 오해하시는데, 저희가 직접 촬영한 장면들입니다. 많은 분들이 을왕리로 오해하시는 장면이 사실은 경유지로 들렸던 태국이었습니다. (웃음)
진행: 그러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의 배경은 히말라야인가요?
백: 그 장면은 설악산입니다. 방금 전까지 설악산이었다가 고개 돌리면 히말라야고. 그러다가 부분부분 고개 돌리면 저희 동네도 나옵니다. ‘세계는 하나’같은 느낌이죠. (웃음)
진행: 설산에서 찍을 때 손이용 배우가 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그때의 에피소드가 있나요?
손: 폭설이 와서 눈이 정강이까지 쌓여있었어요. 감독님은 좋아하셨지만, 고통스러웠습니다. 추워서 빨리 찍고 싶었는데, 감독님은 ‘잠깐만’ 하시면서 카메라를 만지작거리시더라고요. 제가 쓰러져 있으니까 조난객인 줄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제 옷차림을 보시면서 눈을 비비시고. (웃음) 그러면서 촬영이 딜레이 되기도 했습니다.
관객: 영화 잘 보았고요, 도대체 네팔에서 촬영한 장면은 어느 부분인지 궁금했었습니다. 사실 설산 장면은 소스를 구해 오신 줄 알았어요. (웃음) 전에 네팔 촬영분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서 좌절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그 이후에 재촬영하신 건가요?
백: 네팔 장면은 관객 분들에게 좋게 말하면 궁금한 장면, 나쁘게 말하면 혼란스러운 장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전까지만 해도 동네 뒷산에서 찍는 듯한 느낌이다가 갑자기 풍광이 나오게 되니 말이죠. 그리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소스를 활용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러면서도 ‘왜 굳이 소스까지 사용했지?’하며 실망하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실제로 찍은 장면이라는 말을 듣고 다시 생각해주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C급 무비란 ‘주변의 것들을 활용해서 쉽고 재밌게 찍을 수 있는 무비’라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A급, B급, C급의 낮은 단계가 아니라 A급, B급 영화들이 한정된 사람들이 만들 수 있는 영화라면 C급 영화는 여기 오신 분들을 포함해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주변 사람들과 주변의 소품으로 재밌게 만들 수 있는 영화가 C급 영화라는 철학을 갖고 10년째 계속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C급 무비에 대해 많은 분들이 살짝 갖고 있는 오해가 있어요. 일부러 못 만든, 일부러 바보인척해서 웃기려고 하는 무비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반대로 C급 무비도 자신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영화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내가 갖고 있는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영화. 그러다 보니깐 사실은 1,000만원이 없었다면 동네에서만 찍었을 수도 있죠. 물론 그 자체로 의미는 있었겠지만, 1,000만원이 생기면서 해외 로케를 결심하게 되었고 이 장면에서 만큼은 많은 관객 분들께 최대한 멋진 풍경을 보여주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시사회를 했을 때 굉장히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아마도 기존에 알고 있던 영화적인 맥락이나 형태, 완성도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봤을 때 제가 생각해도 혼란스러울 수 있었겠다 싶어요. 차라리 쉽게 바보인 척했으면 이 영화 맥락이 쉽게 읽혔을 텐데, 장면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C급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전 버전의 영화는 내레이션도 없었고 마치 무성영화 같았어요. 전작 <숫호구>를 보고 웃긴 영화라고 생각하고 오신 관객 분들이 많이 놀라셨어요. 그래서 보여주고 고치고를 반복하면서 편집을 총 2년 정도 길게 했어요. 정신과 몸이 피폐해지기도 했지만, 여기 이렇게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영화를 만드는 한 사람으로서 좋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객: 배우 분들은 영화 출연할 때 고민하지 않으셨나요?
진행: 이 기회에 캐스팅 비화를 풀어주세요.
백: 여배우와 관련한 부분은 C급 무비를 시작하고 10년 간 계속 고민해오는 부분이기도 해요. 최근에 생각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전작 스타일이 많이 거칠다보니 제 스스로 제 영화를 여배우들의 무덤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해요. 기본적으로 메이크업, 조명도 없으니까요. 캐릭터 설정을 할 때 저는 주변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재밌는 사람들을 보면 ‘이 사람의 이런 재미난 면모를 영화에서 표현해봐야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실제로 가까이 있는 친구들에게서 영화적 영감을 많이 받아요. 손이용 배우 같은 경우에는 하관 골격이라던가, 치아 구조라던가 따로 분장 할 핋요 없이 원시인 영화를 찍기에 완벽하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그러다보니 이 친구와 반드시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김보리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영감을 받아서 캐스팅한 경우예요. 아무래도 최초의 인류를 연기해야 하다 보니 현실을 살아가는 모습보다 무의식적인 모습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 원래 감독님과는 얼굴만 알던 사이였어요.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시나리오도 없고 감독님 전작을 본적도 없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감독님 전 작품인 <숫호구>를 보게 되었는데, 영화 찍는 스타일이 재밌어보였어요. 즉흥적으로 촬영을 하는 것처럼 보였고 GV에서 영화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 어떻게 영화를 찍을 것인가에 대한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어떤 식으로 영화에 나올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하면 재미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직 독립영화에서 원시인이 출연한 사례를 본적이 없어서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손: 캐스팅은 순전히 학연지연이고요. (웃음) 감독님의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하고 원래 계속 알고 지내던 사이이기도 해요. <숫호구> 때도 항상 하던 말이지만, 이 영화를 가장 찍고 싶다고 하셨어요. 감독님께서 “그냥 너야, 원시인. 분장 안 해도 되잖아.” 이렇게 말씀하셔서 촬영을 하게 되었죠. (웃음)
진행: 이 역할에 딱 맞는 최고의 배우 분들인 것 같아요.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상당히 진지하게 열연을 펼치고 계시거든요.
관객: C급 무비를 처음 접해보게 되었습니다. C급 무비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장르인가요?
백: 아직까지 장르로 인지되기는 어려운 상황일 것 같아요. 왜냐하면 C급 무비를 칭하는 이가 저희밖에 없고, 두 작품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꾸준히 해서 장르가 되면 좋겠어요. 10년 전 대학생이었을 때 영화를 너무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지만, 다른 전공을 열심히 했었어요. 그러다가 군대를 다녀오고, 계속 너무 하고 싶어서 영화감독이 되는 길들을 모색했어요. 하지만 다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하는 방법들이였었어요. 누군가의 지원이 필요하거나 학교를 다시 들어가는 방법 등이었는데,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일단은 상업영화의 냄새라도 맡아봐야겠다는 생각에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가듯 <역도산>이라는 영화의 엑스트라를 지원했어요. 현장분위기를 익히고 사람들도 사귀고 연기도 열심히 즐겨야겠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정장을 입고 갔어요. 그런데 저랑 똑같이 정장을 입고 있는 사람이 300명 정도 있는 거예요. 관중역할이었던 거죠. 현장은 생각보다 살벌했고 나중에 스크린에서 제 모습을 찾으려고 보니 제 모습이 화소더라고요. (웃음) 생각보다 너무 힘이 들었고 영화라는 것은 아무나 꿀 수 없는 어려운 꿈이라는 생각이 들다가 갑자기 들었던 생각이 차라리 내 마음대로 찍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작은 캠코터와 컴퓨터 한 대를 두고 영화사 ‘꾸러기 스튜디오’를 차렸어요. 유명한 영화 패러디를 하면서 나름대로 저희를 정의한 것이 C급 무비였는데, 잘 생각해보면 ‘캠코더로 찍어서 컴퓨터로 편집을 하고 사이버 상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크리에이티브하고 코믹한 시네마’에 다 C가 들어가더라고요. C의 무비죠.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이 모든 것이 하루 만에 진행되거든요. 영화 한편이 너무 쉬운 거예요. 생각하고 찍고 편집하고 관객들의 피드백을 받는 것까지 하루 만에 진행이 되었어요. 영화는 당연하게 누군가가 만들면 극장가서 돈내고 관람하는 것으로 인식되는데, 그것이 아니라 쉽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것 같아요. 그러다 극장 상영까지 지평을 열어준 게 <숫호구>였고요. 영화는 저희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가장 많이 받는 댓글 중에 하나가 ‘이런 영화 나도 만들겠다’인데, 환영합니다. (웃음) 저희는 <가위손>을 <망치손>으로, <다빈치 코드>를 <달마도 코드>로, <은하철도 999> 애니메이션은 실사판 <은하전철 999>, 영화 <300>이 나왔을 때 <3>으로 패러디해서 찍었어요. <아바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 <숫호구>였고 <시발, 놈> 같은 경우 정말 후회 없이 가장 큰 이야기를 해보자 생각해서 찍었어요. 매번 유작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만들어요. (웃음)
진행: 시놉시스나 콘티가 따로 없는 현장이였다고 하는데, 배우 분들께서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있으셨나요?
손: 없었죠. <숫호구>도 처음부터 대본이 없었고 ‘액션’하면 알아서 카메라 안에서 살아남아야 했는데, 저에게는 그런 부분이 좋았어요. <시발, 놈>에서는 인간이긴 하지만 인간이 아니고, 원시인이지만 원시인이 아닌 상태로 연기를 하라고 감독님이 지시를 했는데,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모르는 상태로 연기를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김: 실험영화나 퍼포먼스 영상에서 즉흥연기를 많이 해왔어요. 그래서 나름의 순발력으로 잘 따라갈 수 있겠지 생각하고 갔지만, 정확한 상황이 없어서 많이 당황스러웠고 고민을 많이 했죠.
백: 다 계산해서 디렉팅을 한 거죠. 배우들의 평상시 모습을 영화에서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평소에 하는 액션들을 살리려고 하는 편입니다.
관객: 편집된 장면이 있나요? 그리고 차기작으로 생각하는 소재가 있나요?
백: 사실 원숭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많았어요. 원숭이들 간 서열싸움도 있었고요. 저는 스케일이 큰 작품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숫호구>가 나름대로 우리 몸에 대한 고찰이었고 <시발, 놈>에서는 우리의 근원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세 번째로는 미래의 이야기, 범우주적인 영화를 찍을 계획이에요.
진행: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버전과 개봉한 영화의 버전이 많이 달라요.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내레이션인 것 같아요. 'they feel oh yeah'와 같은. (웃음) 어떻게 이런 내레이션을 넣으시게 된 건가요?
백: Umm. 1 years ago, when I go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my movie failed. because, very boring. And many many stress long time. One day, I drank 소주 with my world friends all night. They said me, “hey, 백! your english is very genius!”, “very very easy and creative and funny.” I think my english is very very middle school style. But I can do it! my english is C급 and my movie is C급 movie. I think it is very good synergy. just do it. thank you.
관객: 내레이션에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웃음) 자막과 내레이션의 괴리가 클 것 같은데, 국제영화제에 가게 되면 어떤 식으로 번역이 되나요?
백: 사실 해외 영화제에 보낼 생각은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작은 해외 영화제에서 급하게 작품을 보내달라고 했어요.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라서 고민을 했는데, 전화위복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급하게 주변 분에게 해외번역을 맡겼어요. 그랬더니 그 분이 굉장히 혼란스러워했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진지하게 내레이션 신경 쓰지 않고 자막만 보고 작업을 한 것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관객: 저는 <시발, 놈>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영화 장르보다는 영화 제목, 카피, 포스터에 호기심을 느껴서에요. 신선한 면이 있는데, 대부분 감독님이 맡아서 하시는 건가요?
백: 전체적인 큰 기획은 제가 해요. 어떻게 보면 제작, 기획이 거의 1인 시스템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고요. 왜냐하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진행되는 초반 작업들은 제가 혼자하게 되는 편이니까요. 연출뿐만 아니라 프로듀서 역할까지도 같이 하고 있어요. 음악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 음악을 사용하기 위해서 팀을 만나 직접 조율을 하고요. 그래서 사실 힘들기도 하지만, 재미도 있는 것 같이요. 영화 제목 같은 경우도 직접 만드는 편인데, 항상 제목은 영화를 만들고 나서 맨 마지막에 지어요. 거대한 자본으로 만드는 블록버스터 작품에 비해 유일하게 자본에 구애받지 않고 동등하게 싸울 수 있는 것이 저는 제목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좋은 제목을 짓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제목에 공을 많이 들여요. 그 외에 포스터 등 여러 가지 것들도 중요하지만, 제가 할 수 없는 영역들이기 때문에 운이 좋게도 제 주변에 있는 좋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어요.
진행: 마지막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손: <숫호구>부터 시작해서 이번에 <시발, 놈>이라는 영화까지 참여하게 되었는데, 저에게는 상당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제가 도전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치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사실 바람이 있다면 저희 영화 같은 작품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하는 문화생활 중 하나가 영화보기인데, 요즘 영화들이 과연 관객들에게 재미와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나왔는지 아니면 단순히 천만관객을 달성하기 위해서 나왔는지 저 또한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헷갈리거든요. 그런 지점에서 저희 영화가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백: 정말 감사드려요. 오늘 분위기가 좋아서 가슴 속 이야기를 많이 풀게 된 것 같아요. 영화를 한편 만들고 개봉하기까지, 어떻게 보면 10년 전에 꿈꿨던 것들을 두 번이나 해낸 거잖아요.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가능은 했어요. 주변 친구들의 긍정적인 기운도 많이 받았고요. C급 영화라는 것이 영화 자체로만 보면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어요. 대부분 사람들이 경계를 나누는데, 그 구조에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는 너무 어려워요. 누구나 하면 좋겠지만 그 자리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와중에 포기하고 사는 것도 쉽지 않잖아요. 여기 오신 분들 또한 저마다의 다른 직업과 역할, 인생이 있는데, 그 안에서 이런 C급 마인드로 라도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재밌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감히 드릴 수 있는 아니지만, 어설프게라도 일단 해보면서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있기 때문에 3번째 영화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래오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진행: 영화 속 ‘시발, 놈’은 계속 넘어져요. 계속해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는데, 결국 나중에는 새 인류가 탄생을 해서 생명력을 이어가요. 실수해도 괜찮고 어차피 인간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각자 자신의 인생 내에서 사는 ‘시발, 놈’이잖아요. 내 인생에서 ‘나’라는 존재는 첫 번째 존재이니까요. 감독님이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사는 세계에서 내가 ‘시발, 놈’이듯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조금 더 용기를 갖고 C급 무비 정신인 JUST DO IT 정신으로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늦은 시간까지 자리 같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영화가 누구나 쉽고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말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느껴진다.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는 가능성. 그 가능성을 발판 삼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시발’할 때, 그 즐거움은 이 영화가 주는 재미처럼 배가 되고 배가 되지 않을까? 만약 당신이 <시발, 놈>에 끌렸다면 당신은 이미 그 매력에 푹 빠졌다는 증거! 여러분, ‘시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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