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 놈: 인류의 시작> 한줄 관람평
이다영 | 참을 수 없는 시발(始發)의 가벼움
상효정 | 당신이 ‘시발, 놈’에 끌렸다면 당신은 이미 '시발, 놈'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증거! 지금부터라도 시발하자!
이형주 | 대학로 연극을 영화로 보기
최미선 | 이 세상에 던져진 우리 모두 ‘시발, 놈’. 괜찮아 모든 게 처음이잖아!
홍수지 | 다양한 의미로, 예상하기 힘든 영화
전세리 | C급의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시발, 놈: 인류의 시작> 리뷰: C급의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관객기자단 [인디즈] 전세리 님의 글입니다.
백승기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시발, 놈: 인류의 시작>. 전작 <숫호구>(2012)의 영어 제목은 'Super Virgin'이며, <시발, 놈: 인류의 시작>은 'Super Origin'이다. 본 영화는 인간 '근원(origin)'에 품은 의문을 그들의 C급 체제를 통해 유쾌하게 전개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우리의 현실과 가능성을 본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C급은 단순히 A, B, C 층위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영화(cinema) 제작 메커니즘에서 필요로 하는 캠코더(camcorder), 컴퓨터(computer), 사이버(cyber), 그 뒤에 따르는 소통(communication), 그리고 그가 추구하는 쉽고 재미 있게 즐기고자 하는 가치(코믹(comic), 창의성(creative))에 알파벳 'C'가 공통으로 존재한다. 때문에 'C(始)'라는 새로움이 곁들여진 이 작품이 알리는 시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태초에 천지를 울리는 폭발이 있었고 원숭이의 형상을 닮은 사람이 나타났다. 후대는 이를 인류의 시작, 시발(始發)놈이라고 불렀다."
'시발놈'의 탄생, 그 돌발의 상상은 '내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 이후에 있었을 것이다. 저 예산, C급, 현실 풍자의 요소에 '근원'이라는 심오한 물음을 담아내는 결의만은 아주 대차다. 인류는 필요를 위한 상상과 진화를 거듭해왔고, 영화는 그 처음에 대한 짐작, 그 심상이 해낼 수 있는 일들 중 하나를 택해서 해냈다. 최초의 인류에게는 언어가 없었다. 이 명제에 따른 상황 설정은 대사 없는 영화를 만들어냈고, 감독의 ‘병맛’ 영어 내레이션과 진지한 자막이 '시발' 세계의 행동을 조종하고 해설한다. '쌤쌤', '쇼 미 더 머니, 앤 베리 매니 치트 키', '마이클 조던, 저스트 두 잇!' 등 아주 쏙 들어오는 단어와 문장들로 말이다.
그러나 자기 탐색을 비롯, 다른 개체와의 접촉, 소통에 이르는 과정에 담긴 남녀 혐오 문제, 갑을 관계, 종교, 지배 구조 등에 대한 풍자는 현실의 달콤하고도 혹독한 시행착오와 딜레마를 그려내고 있다. 갑, 을 신의 싸움, '시발놈'이 유인원 무리에 가하는 폭력과 이기성에 빗대어진 세월호, 시발놈들의 사랑과 이별, 새 생명의 탄생까지. 이 C급 ‘병맛’ 영화의 가능성을 인류의 미미하고 오랜 상상의 진화에 빗댄다면, 시작은 미약하나 분명 그 끝도 컬트의 반열에 오를 날이 있으리라. 상상 그 이상이 되기 위한 고민은 이제 시작일 것이다. C급에서 말하는 시작이 그렇다면 말이다. 미숙한 'Virgin'에서 진정한 'Super Origin'을 구해내는, 지속 가능한 C급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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