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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소녀와 여자> : '원래부터'인 것은 아무 것도 없었으니

by indiespace_은 2016. 6. 24.




 <소녀와 여자줄 관람평

김은혜 | '원래부터'인 것은 아무 것도 없었으니

박정하 | 재현 없이 어떻게 폭력을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모범적인 답안

김민형 |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용기와 연대의 기록

위정연 | 뿌리깊이 박힌 잘못된 문화, 그 속을 낱낱이 파헤치다

김수영 | 한 개인의 삶을 옭아맨다면 그것은 전통이 아닌 악습





 <소녀와 여자리뷰: '원래부터'인 것은 아무 것도 없었으니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의 글입니다.


매년 우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여성할례도 시작된다. 할례를 마친 소녀는 얼굴에 흰 파우더를 바르고 몸에 장식을 걸고, 모두가 그녀의 주변을 에워싸고 마을을 행진하며 전통춤을 춘다. 이제 여자가 되었고 시집보낼 수 있다며 가족들은 즐거워한다.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에서 여전히 전통으로 남아있는 여성할례는 소녀에서 여자로 넘어가는 과정, 그리고 마을 사회에 안전히 안착할 수 있는 과정이기도 하다. 매년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소녀들에게 ‘할례를 해야만 여자가 될 수 있다’, ‘전과는 행동이 달라지고 똑똑해질 수 있다’, ‘여자가 되었기에 결혼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런데 성기를 절제하는 할례가 그것들과 무슨 상관이었을까?



할례 시술자는 한 사람당 칼을 하나씩 쓰고 약국에서 약품을 구매한다고, 전보다 합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말하지만, 사실 치료제라고는 소의 오줌이나 똥이 전부이다. 박테리아가 많아 감염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 주민들은 소에 대한 친밀감이 상당하여 소똥이 상처 난 부분을 지혈해준다고 믿고 있다. 그렇게 ‘전통’이라는 명목에 사로잡혀 있는 그들에게 집중했던 카메라는 이제 할례 반대 캠프로 이동한다. 할례 기간 동안 캠프로 도망쳐 피신한 소녀들은 내 몸에 상처를 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배운다. 친구들과 함께 뛰노는 그 아이들은 영락없이 철부지 소녀 같아 보여도 자신을 어떻게 지켜 나가야할지 고민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영화는 할례 시술자부터 시술받은 소녀, 그리고 할례를 반대하는 캠프의 소녀들과 NGO, 정부 국회의원들까지 여성성기절제(FGM)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소녀와 여자>가 담고자 하는 내용은 FGM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할례’로 보느냐 ‘여성성기절제’로 보느냐의 차이를 통해 뿌리 깊게 박힌 전통이 얼마나 그 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는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할례를 하지 않고 결혼했으나 시어머니와 주변의 눈치에 못 이겨 결혼 후에 할례를 한 여자, 할례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되었는데 너의 잘못이라고 손가락질 받고 외면당한 여자, 할례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가족에게 마을 사람들이 들이닥쳐 신체의 일부를 잃은 아버지까지. 작게나마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마저 얼마나 힘든 것인지 각각의 입장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우리에게는 먼 얘기 같아 보이는 여성성기절제가 주된 내용이지만, 신체에 흠집을 내면서까지 여성의 정조를 강요하는 성역할에 반대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아마 최근 국내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이 떠오르며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속에서도 함께 알게 모르게 뿌리 박혀 있는 관습은 없었을지. 그리고 소신 있게 ‘No'를 외친 소수의 사람들이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고통 받고 있지 않을지 성찰해야할 때이지 않을까. 모든 것이 ’원래부터‘ 그렇게 있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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