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 한줄 관람평
김은혜 | 옛날에도 지금에도 초인이 되지 못한 나에게 다시금 물어보다
박정하 | 감히 위로하지 않아 좋다, 그럼에도 위로가 되어 좋다
김민형 | 어떤 깨달음을 얻은 따뜻한 초인을 보다
위정연 |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닌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
김수영 | 너로 말미암아 초인이 될 수 있는 나
<초인> 리뷰: 너로 말미암아 초인이 될 수 있는 나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영 님의 글입니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에 나오는 구절이다. 우리는 시에 나오는 구절처럼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곤 한다. 하지만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도현은 체조선수로, 싸움을 해서 도서관 봉사활동 40시간 징계처분을 받는다.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도현은 그곳에서 500권 이상의 책을 대출한 또래 친구 수현을 만나게 된다. 학교 갈 시간에도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수현. 그런 수현에게 호기심이 생긴 도현은 먼저 말을 걸고 둘은 친해지게 된다. 책을 좋아하는 수현은 책을 한 권도 대출해보지 않은 도현에게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구절을 읽어주며 ‘초인’에 대해 설명해준다. 초인은 ‘삶을 사랑하고 창조하는 사람’이며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기에 수현은 도현에게 초인이 될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삶을 사랑하기엔 도현의 상황이 너무나 버겁다. 어머니는 알츠하이머에 걸리셔서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도현은 체조훈련을 포기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물론 수현 역시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과거의 상처가 현재까지 이어져 그녀를 속박하기 때문이다. 즉 두 주인공 모두 초인이 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어려운데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것이 어떻게 쉽겠는가. 하지만 수현은 도현에게 자신의 아픈 과거를 말함으로써, 상처에 매몰되지 않고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도현은 수현과 시간을 보내며 현실에 막혀있던 숨통을 풀 수 있게 된다. 아픔을 이겨낼 힘을 서로에게서 얻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니체가 명명한 ‘초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주인공들이 정의한 ‘초인’에 대해선 알려주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은 초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면 그들 그 자체가 초인이 되어가고 있기에 초인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을 얻고, 그 사람으로 말미암아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는 사람.
인간에겐 넘어야 할 수많은 발달과업들이 있다. 그 발달과업을 때론 완벽하게 수행하기도 하지만 그 앞에서 좌절하기도 한다. 또한 각각의 악조건과 발달과업이 맞물리면 포기를 생각할 수도 있다. 전 생애를 살펴볼 때, ‘나’와 ‘나의 삶’을 사랑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과업들로 지친 ‘나’의 가치를 알아주고 존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기형도 시인의 시가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고 그 사랑을 통해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로 마무리 될 수 있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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