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계절, 사랑하고 싶어지는 영화를 만나고 싶다면
- <초인>, <한여름의 판타지아>, <오늘영화 - 백역사>, <사돈의 팔촌>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김수영 님의 글입니다.
“우리는 오로지 사랑을 함으로써 사랑을 배울 수 있다.” 영국 철학자 아이리스 머독이 한 말이다. 영화 속엔 수많은 사랑 이야기가 자리 잡고 있다. ‘이건 그저 영화에 불과하지’라는 냉소로 받아칠 때가 많기도 한데, 간질간질한 마음을 달래고 싶다거나 잠자는 연애세포를 깨우길 원하는 그런 당신에게 아래의 영화들을 추천한다. 지금 이 시기에 본다면 정말 누군가와 사랑하고 싶어질 것이다.
1. <초인> :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를 만난다면
포스터부터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영화 <초인>(감독 서은영)은 청춘 혹은 성장영화라는 넓은 범주 안에 들어가는 게 맞긴 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10대만이 느낄 수 있는 사랑을 담고 있다. 기계체조 선수 ‘도현’(김정현 분)은 도서관에서 사회봉사를 하면서 매일 책일 빌리는 소녀 ‘수현’(채서진 분)을 만난다. 도현은 수현이 추천해준 책을 읽고, 수현과 함께 돌아다니며 친해지고 가까운 사이가 된다. 하지만 <초인>은 마냥 싱그럽고 풋풋한 10대의 아이들에게도 각자에게 남모를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다는 걸 콕 집어냈다. 모든 것이 설익은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힘이 되어주려는 모습을 보여주며 단순한 사랑 그 이상의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게 해 준다. <초인>의 주인공 도현과 수현을 보고 나면, 나 역시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어주는 든든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2. <한여름의 판타지아> : 여행길에서 스치듯이 사랑을 느낀다면
많은 사람들이 꿈꾸던 로망이지 않을까. 여행길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는 것 말이다. <한여름의 판타지아>(감독 장건재)의 2부에서는 정말 제목 그대로 한여름에 느낄 수 있는 판타지를 그리고 있다. 일본 고조시에 잠시 들린 한국인 여자(김새벽 분)은 그 곳의 일본 남자(이와세 료 분)를 만나 2일 간 그 일대를 돌아다닌다. 낯선 언어로 드문드문 이야기를 나누고 기약 없는 약속을 하는 그 순간의 틈 속에서 ‘이 사랑이 과연 이루어질까’라는 설렘을 나도 모르게 느끼게 된다. 우리가 <비포 선라이즈>(1995)를 보고 열광했던 것처럼,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당장 짐을 싸서 홀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 사랑을 찾고 싶어질 것이다.
3. <오늘영화> 중 <백역사> : 시작의 설렘을 느끼고 싶다면
시작은 불안하다. 그렇지만 그런 시작에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이유는 ‘설렘’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옴니버스 영화 <오늘영화>의 첫 포문을 연 <백역사>(감독 윤성호)는 그러한 시작의 설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박종환 분)는 숙취로 조퇴를 하고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자(정연주 분)와 영화를 보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알바비를 가불받는다. 돈을 들고 무작정 그녀가 일하는 곳으로 찾아가서 영화를 보자고 하지만 여자는 기억을 못하는 눈치다. 어찌 됐든 그녀를 이끌고 영화관에 가지만 휴대폰 배터리가 수명을 다해 예매권을 확인하지 못한다. 아이디도 까먹고, 전화번호도 예전 번호로 등록되어있어 확인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매표소 직원은 그냥 영화관 안으로 들여보내 준다. 그리고 그 곳에서 새로운 관계의 역사가 시작된다. 2% 부족한 상황의 연속은 ‘흑역사’를 연상시켜 겁이 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수 있는 설정이기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어수룩한 남자의 설렘과 진심은 자연스레 옛 생각을 자아내며, 서투르지만 나름대로 귀여운 그들의 시작은 나만의 백역사를 쓰고 싶게 만든다.
4. <사돈의 팔촌> : 조건에 속박되지 않은 관계에 관하여
사촌 여동생 ‘아리’(배소은 분)의 초대 편지로 ‘태익’(장인섭 분)은 말년 휴가 때 가족 모임에 참석한다. 12년 만에 재회한 그들이지만 어색함도 잠시뿐이고 마치 어제 사람처럼 급속도로 친해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태익은 휴가가 끝나면 부대로 복귀해야하고 아리는 유학을 떠나야 한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고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야만 하는 그들이기에 둘은 감정에 더욱 솔직해진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감성이 되살아나듯 함께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가는 장면은 그들을 둘러싼 모든 조건들을 씻어내 버리는 듯하다. 청량함 그 자체이다. 군복무, 유학이란 상황과 ‘사촌’이란 둘레를 벗어던지고 감정에 솔직한 그들의 모습은 여러 가지를 따지면서 조건에 속박되는 관계와는 어딘지 달라 보인다.
사랑에 정답은 없듯이 위의 영화들 역시 정답을 알려주진 않는다. 그렇지만 당신의 연애세포를 일깨우는데 2% 도움은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영화를 보고 나서 사랑을 찾아 나서고 사랑을 배울 수 있는 계절을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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