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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필름 투게더 - 겜돌이들(GameBoys)'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5. 11. 17.

 [필름 투게더] 겜돌이들(GameBoys)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5년 11월 14일(토) 오후 8

참석: <라오스> 임정환 감독, <아누크의 전설> 정혁기 감독, <슈우웅> <폭력의 틈> 임철 감독

진행: '11월' <그들이 죽었다> 백재호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차아름 님의 글입니다.


궂은 날씨 속, 주말 늦은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네 명의 친구들 ‘겜돌이들’이 모여 만든 영화에 대한 궁금증으로 많은 관객들이 인디스페이스를 찾았다. 같은 학교 동기인 네 친구는 서로의 작품에 함께 출연하며 우정을 다져왔다. 이 때문에 서로에 대한 애정 어린 폭로와 농담을 자연스레 주고받으며 영화에 대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또한 그 전날 인디토크를 가진 ‘11월’(<별일 아니다>, <그들이 죽었다>)의 멤버 중 <그들이 죽었다>를 연출한 백재호 감독은 센스 있는 진행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날 그들의 이야기를 엿보기로 하자. 



백재호 감독(이하 진행): 안녕하세요, 이번 필름투게더 세 번째 상영 ‘겜돌이들’ 인디토크를 진행을 맡은 <그들이 죽었다> 감독 백재호라고 합니다. 어제 제 영화를 상영했었고 <라오스>의 임정환 감독님이 저희 인디토크를 진행을 해주셨는데요. 생각보다 너무 진행을 잘해주셔서 부담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관객: <라오스> 대화 장면이 거의 애드리브처럼 보이고, 그 캐릭터가 진짜일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촬영 때 대사 없이 상황만 주어졌던 건지, 그렇다면 평상시에 서로 대화가 되시는지 궁금합니다.(웃음)


임정환 감독(이하 임정환): 평상시 대화가 잘 안 되는 것 같고요.(웃음) 보셔서 아시겠지만 자기 말만 해서. 시나리오는 태국부분까지 일곱 챕터 중 두 번째까지 제가 썼어요. 세 번째 라오스 넘어가서 부터는 뭘 해야 되나 고민하다가 전날 있었던 일을 써보기도 하고 이거 한 번 써보자 하면서 짐작하신 것처럼 제가 상황을 주면 대사를 하면서 상황을 만들었고, 그 중에 영화에 쓸 만한 장면을 골랐어요. 그때도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했기 때문에 영화에 그걸 다 담았으면 아마 영화가 3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영화에 쓸 수 있는 말들을 골라서 다시 한 번 촬영을 하면서 다듬어갔어요. 친구들에게 많이 빚을 졌죠. 


진행: <라오스> 보면서 궁금했던 게, 실제 성함과 캐릭터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실제 인물과 영화가 어느 정도 싱크로율이 맞는지. 특히 정혁기 감독님의 성격이랑 말투가 실제로도 그런지 궁금합니다.


정혁기 감독(이하 정혁기): 물론 원래 모습이긴 한데 영화 속에서 더 과장된 부분이 있었어요. 현철이는 이제 전문 배우로 데뷔를 했지만, 저희들은 전문 배우가 아니잖아요. 그래도 누군가가 영화를 찍어야 할 때 도와줘야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좀 더 과장되게 했던 것 같아요. 


진행: 임철 감독님은 북한 사람 연기를 할 때 혼자 화장실에서 연습하다 들켰다는 인터뷰를 봤는데, 그 배역과 대본을 받으셨을 때 어떤 기분이셨어요?


임철 감독(이하 임철): 일단 북한 사람이라는 캐릭터가 태국에 갔을 때까지 없었어요. 저는 그냥 마이크 들고 스태프로서 도와주러 간 건데 그 역할이 갑자기 생겼어요. 제가 전문 배우도 아닌데, 북한 말을 하라고 하니깐. 어디서 주워들은 것들을 급조해서 화장실에서도 연습하고 그랬어요.


임정환: 임철 감독님께 정말 고마운 게, 정혁기 감독한테는 배우를 해달라고 부탁을 미리 했는데, 임철 감독한테는 그냥 와서 마이크 들어주고 필요한 거 있으면 사다주고 하면 된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북한 사람도 잠깐 출연하는 걸로 생각했던 건데 뒤로 갈수록 영화가 할 얘기가 없더라고요. 저도 사라지고 정혁기도 사라지니깐 철이에게 많은 분량을 요구했어요. 제 입장에서 많이 고마워요. 


(△ <라오스> 스틸)


진행: 세 분 연기가 너무 훌륭해서 연출을 할 때보다 연기할 때 더 욕심을 많이 부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 저도 얼마 전에 퇴사하고 라오스를 다녀왔어요. 그래서 질문 드리는데, 어떻게 그 내용을 선택을 하셨고 왜 라오스에서 찍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제가 갔을 때는 한국인 관광객이 굉장히 많았는데 영화는 그걸 다 배제하고 찍으신 것 같아요. 촬영이 힘들지 않으셨는지, 또 남북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제가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임정환: 2년 전에 촬영을 했어요. 그 전에 한 번은 철이랑 갔고 두 차례 배낭여행으로 라오스에 갔었어요. 한번 외국에서 영화를 찍어보자는 막연한 계획과 (여러 번 다녀왔기 때문에)약간은 만만한 곳이라서? 실제로 졸업영화로 한강 촬영을 준비했었는데 그게 안 됐고 외국에 가보자 했었어요. 불과 2년 전만해도 라오스가 한국에서 이렇게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라오스를 가보니 완전히 달라졌더라고요. 저희가 촬영을 할 당시만 해도 라오스의 한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았고, 비수기여서 그 게스트하우스가 한국인이 운영하시는 곳인데 관광객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찍는데 굉장히 운이 좋았던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졸업영화를 찍어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으로 간다면 망설이다 안 갔을 것 같아요. 좀 다른 방향을 찾았을 거 같긴 해요. 그 당시에는 외국에 간다는 것에 부담감이 없었어요. 라오스라는 나라는 우리와 조금 동떨어져 있고 사회주의 국가기도 하잖아요. 좋게 말하면 신비스런 느낌이 있다고 생각을 해서 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북얘기는 북한 사람 비중이 커졌기 때문에 이야기가 된 거고, 크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던 건 아니에요. 우리가 사회주의 국가에 갖는 막연한 오해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여행을 해보시면 그게 여행자들에게 중요하지 않죠. 약간 뒤늦게 의미를 붙이자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서로간의 오해들, 근데 남북 사람들은 의외로 잘 어울리고 하는 것들이 찍을 때는 제가 왜 남북으로 설정해서 찍었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깐 그런 것들이 담겼던 것 같네요.


진행: 정혁기 감독님께 여쭤볼게요. 제가 스크리너로 미리 영화를 봤는데 가장 제 스타일인 영화는 <아누크의 전설>이었습니다. <아누크의 전설>같은 스토리의 영화나 게임을 보면 주인공이 마지막에 마왕이나 큰 적을 물리치면서 끝이 나곤 하는데 <아누크의 전설>은 그렇지 않잖아요. 주성치 영화나 홍콩영화에서 볼법한 대사나 노래들로 마무리가 되는데 그걸 만들 때 관객들이 어떤 느낌을 받기를 원했는지 궁금합니다. 웃으면서 봐야하는지 울면서 봐야하는지. 저도 굉장히 혼란스러웠거든요. 


정혁기: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찍은 지 벌써 5년이나 됐네요. 항상 주인공이 이기고 착한 편이 이기잖아요. 왜 항상 착한 사람들만 이길까, 왜 마지막에 악당이 이기는 게 없을까 생각을 했어요. 악당들도 다들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주성치 영화를, 특히 <서유기>를 좋아해서 그 대사를 그대로 썼고요. 주성치 영화 보면 그렇잖아요. 막 웃다가 마지막에는 찡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진행: 임철 감독님 작품은 <슈우웅>이랑 <폭력의 틈>인데 <슈우웅>때는 다른 분들이 관여를 많이 했는데 <폭력의 틈>에서는 많이 빠지셨더라고요. 그 사이에 이 분들을 배제한 이유가 있는 건지, 혹시 라오스에 다녀와서 기분이 상하셔서 그런 건지(웃음) 이 부분에 대해 궁금합니다.


임철: 제가 휴학을 많이 해서 졸업시기가 달라요. 제가 졸업영화를 찍을 당시에 친구들은 졸업을 하고 생업을 꾸려나가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사실 촬영 때 많이 도와주기도 하고 그랬었어요. 


(△ <라오스> 스틸)


진행: ‘11월’이라는 팀도 친구들이 모여서 만들었는데, 어제 관객 분들이 그런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친한 친구들이 모여서 득이 될 때도 있지만 독이 되기도 하는데 네 분에서 작업을 할 때 넷이어서 좋았던 점을 여쭤볼게요.


임철: 같은 나이 대에 비슷한 부류가 같이 작업을 하면서 물론 각자 오해들이 쌓이고 멀어졌던 때도 있었던 것 같고 서로 티는 못 내지만 꼬인 상태로 있었던 경우도 있었어요. 근데 그 시기들마저 어떻게든 작업이라는 강제적인 조건들 속에서 함께 했고 몇 년 지나니 같이 하면 할수록 애증을 넘어선 뭔가가 순환되는 것 같아요. 


정혁기: 좋은 점은 편하다는 거죠. 편하면 일단 어려운 부탁도 쉽게 할 수 있고요. <라오스>도 15일 동안 개인 스케줄을 빼고 가달라는 부탁을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근데 친하니깐 가능한 거 같아요. 나쁜 점은 너무 친해서 문제에요. 서로 권위가 너무 없어요. 연출이 얘기하면 들어야 하는데 다들 왜 그렇게 하냐고 말하기도 하고.


관객: 조현철 감독님도 현재 연기를 하고 계시고 감독님들도 여러 작품에서 연기를 하셨는데, 앞으로 감독님들도 연기를 (본격적으로)하실 생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임정환: 없습니다. 제 영화니깐 했던 것이고 친구들 영화에도 알아서 제 연기력을 감안하고 역할을 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더 잘 만들고 싶은데 그것에 충실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제 영화에 나온 걸로 만족합니다. 


정혁기: 저도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친하니깐, 어려운 부탁인데 했었던 것 같아요.


임정환: 제가 한 마디만 덧붙이면, 정혁기 감독님은 모든 영화에 출연하실 때마다 자기는 이번 영화가 마지막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임철: 저도 따로 욕심 같은 건 없고요. 정환이 영화에 출연한 것도 대본을 열심히 외우고 그런 게 아니라 상황에 편하게 하는 거라서 했던 것 같아요.


진행: 네, 그래서 편하게 화장실에서 연구하시고 연습하시고 그랬었군요.(웃음) 


관객: 같은 팀으로 묶기에는 개성이 다른 것 같은데, 시나리오 쓰실 때는 서로 의견 교환 같은 걸 하시는지 어떤 조언 주시는지 궁금합니다. 


임철: 시나리오는 쓰는 족족 보여주고 코멘트도 받고 하는데요, 똑같아요. 자기 할 말만 하고 싸우고 그래요.


정혁기: 저도 시나리오 쓰면 제일 먼저 보여주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아니다 싶은 건 받아들이지 않아요. 근데 취향과 별개로 객관적인 시선은 비슷한 것 같아요. 어떤 일정 수준이상 판단하는 기준은 비슷한 것 같아서 상대방 영화를 지적하는 건 수월하게 하는 것 같아요.   


임정환: 똑같이 생각합니다. 서로 시나리오 읽어줄 때도 개성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오래 보고 알다보니깐 어떤 친구는 1고를 쓰고 한참동안 소식이 없기에 전혀 새로운 시나리오를 써서 가져왔구나 했는데 자기 말로는 2고래요. 어떤 친구는 1.1고 다음에 1.2고가 나오고 1.2-1고가 나오고. 이 차이가 뭐냐고 물으면 맞춤법을 바꿨대요.(웃음) 그런 경우도 있고, 각자 특성이 있습니다.


(△ <아누크의 전설> 스틸)


진행: 조현철 감독님이 안계시니깐 할 수 있는 질문 드릴게요. 조현철 감독의 배우로서의 단점이 궁금합니다. 인간으로서의 단점도 좋고요.


임정환: 친해서 생기는 문젠데 말을 안 듣죠. 


정혁기: 똑같아요. 이유가 있겠지만 하기 싫은 걸 안하려고 하는데, 이게 친해서 생기는 문젠 거 같아요. 1학년 때부터 (조현철을) 주인공으로 많이 찍었었는데 너무 싸워요. 서로지지 않으려고 싸우고 두 번 다시 쟤랑 안 찍는다 하는데 편집하면서 항상 마음이 풀려요. 보면서 잘했네 하면서 또 찍게 되고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임철: 현철이를 주인공으로 해서 찍은 영화가 있는데 소스를 잃어버려서 미완성이 된 영화가 있어요. 


진행: <슈우웅> 같은 경우는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잖아요. 아이들 연기 지도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어려움이 궁금하고, 그럼에도 왜 굳이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했는지 궁금합니다. 


임철: 소년의 성장담이 되어버려서 아이를 출연시키겠다는 결심을 한 상태로 캐스팅을 신경 써서 했어요. 주인공이 단편영화 경력도 많고 굉장히 똑똑한 친구여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친구였어요. 그런데 주인공 괴롭히는 친구가 성격이 너무 활발해서 집중력이 오래 지속되지가 않아 그런 게 힘들었어요. 그리고 아이들 부모님이 계시니깐 부모님 눈치도 봐야하고 그런 게 있었죠. 그런 것들 빼고는 괜찮았습니다. 


관객: 서로의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정혁기: 전 개인적으로 정환이의 최근작 <라오스>는 지지하고 있어요. 왜냐면 이런 영화가 없잖아요. 이상해요. 제가 출연하고 제 친구가 연출을 해서 그런 게 아니라 뭔가가 시작될 기미가 보여요.(관객웃음) 단순히 우기고 그런 게 아니라 이상하고 뭔가가 있는데, 말로 설명을 못하겠지만 여러분도 느끼셨을 거예요. 이게 단순히 웃긴 영화가 아니구나. 뭔가가 시작되겠구나.(웃음) 임철 감독의 <폭력의 틈>은 시나리오 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철이가 되게 밝고 재밌는 친군데 너무 진지하고 어두운 영화가 아닌가. 그런데 결과물을 보니 제가 걱정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훌륭한 영화를 만들었더라고요. 근데 조금 아쉬운 게 있어요. 제가 철이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1학년 때 찍은 영환데, 그 영화가 신나고 재밌었거든요. 철이는 그런 신나는 영화를 찍어도 잘 찍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리고 <로보트:리바이벌>은 현철이가 없으니까 넘어갈게요.


임정환: 현철이는 시나리오를 굉장히 잘 써요. 콘티도 직접 만들고. 저 같은 경우는 공부를 해도 잘 안되는데 그런 것들이 부럽죠. 근데 제가 시나리오나 콘티를 미리보고 상대적으로 기대를 많이 하는데 독립영화 여건이나 여러 가지 것들 때문에 100%를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아쉬워요.


임철: 정환이는 졸업영화를 위해서 시나리오를 고민하고 정체된 상황들이 있었는데 그걸 엎고 라오스로 간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찍는 과정과 편집을 거치면서 아직 내가 너무 형식 안에 갇혀있었구나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정혁기 감독은 줄곧 재밌는 영화를 추구해왔죠. 배우들을 마음대로 뒀을 때 나오는 날것의 느낌, 편안한 느낌들이 좋아요. 저도 조현철 감독은 넘어갈게요. 


진행: <라오스>는 해외촬영인데 어떻게 준비했는지, 제작비는 어느 정도 들었나요?


임정환: 제작비는 제가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데, (영화 속)저들이 날린 돈의 액수에요. 정말 저렴하게 찍었죠. 친구들과 같이 찍었기에 가능했는데, 비행기 표 사고 재워주고 하니깐, 친구들이 속는다는 걸 알면서도 같이 가줬기 때문에 찍을 수 있었어요. 사실 걱정을 했어요. 저나 철이는 다녀왔다곤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처음이었고 약간 민감한 장소들도 포함이 돼있어요. 공항이나 배타고 건너는 곳은 실제로 국경이기도 하고. 저역시도 여행을 했지만 사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카메라에 대한 시선이 그렇게 아주 자유롭지는 않거든요. 촬영감독인 상범이라는(극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친구가 굉장히 두려워하더라고요. 그게 오히려 아무 탈 없이 찍는 거에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국경을 찍을 때 종이가방에 구멍 뚫어서 카메라 숨기고 찍고. 근데 그렇게 찍은 것들은 다 들어냈습니다. 아무튼 각자 역할을 해줘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찍었습니다. 


(△ <슈우웅> 스틸)


진행: 저는 ‘11월’의 작품이 <라오스>의 제작방식과 닮아 있을 거라 생각을 했거든요. 적은 제작비에 끼리끼리 뭉쳐 찍는. 그리고 카메라가 고정돼 있고 그 안에서 연기를 하고 있어서 저는 삼각대를 설치해두고 촬영감독이 따로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그게 아니고 촬영 감독이 있었다는 거군요. 저는 저거 훔쳐 갈 텐데 신경 쓰여서 어떻게 연기를 하나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라오스 가는 비용이 저렴한가요? 500만원으로 5~6명이 갔는데.


임정환: 사실 굉장히 돌아서 갔고요, 비행기 표도 미리 사뒀어요. 실제로 영화 중간에 태국에서 라오스로 넘어갈 때 현철은 비행기를 타죠. 저랑 원식, 상범은 버스를 타고 넘어가는데 철하고 현철은 비행기를 탔어요. 현철이가 멀미를 심하게 해요. 실제 길이 험하고 16시간 정도 가야해서 지금 생각하면 제가 몹쓸 짓을 했는데, 자기 돈을 내고 비행기를 타고 갔어요. 철이한테 카메라를 주고 현철이를 찍어달라고 했죠. 나머지 셋은 버스 타고 가면서 찍었어요. 카메라 두 대로 찍었죠.


진행: <아누크의 전설>에 궁금한 게 있는데, 5년 전에 만드셨는데 다양한 기술이 들어있어요. CG를 촬영할 때 고민했는지, 편집할 때 고민했는지 궁금합니다.   


정혁기: 사실 오늘 상영된 게 투(2)에요. 원(1)은 군대 가기 전 학교 기숙사 형들과 빈 강의실에서 찍은 거예요. 그때 처음으로 블루 스크린 천을 동대문에서 떼어 와서 장난삼아 찍었는데 그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CG는 혼자 공부하면서 했는데 제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은 생각을 바꿔가면서 편집을 하고 다른 걸 채워 넣으면서 완성을 했어요.   

   

진행: <아누크의 전설>의 리듬이 좋은 것 같아요. 위트 있고.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임정환: <아누크의 전설>은 학교에서도 굉장히 화제였어요. 학부 3학년 학생이 강의실을 점령하고 굉장한 CG를 넣어 무협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많은 화제를 낳았고 결과물 역시 많은 화제가 되었죠.(웃음)


진행: 출연진들이 꽤 많잖아요. 정말 굉장한 블록버스터였던 것 같습니다.


정혁기: 근데 그거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거예요.(웃음) 실제로는 6명 정도밖에 안돼요. 옷도 다 똑같아요. 보시면 계속 서있어요. 


관객: 방금 말씀하신 1편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요?


정혁기: 배우들이 굉장히 싫어해요. 다 학교 형들인데 그 형들이 절대로 안 된다고 해서 다른데서는 상영을 못해요. 아마 공개를 하면 혼날 거예요.


진행: 전설은 전설인 걸로 하죠. 임철 감독님께 질문 드릴게요. 네 분의 영화가 정말 다르거든요. 근데 임철 감독님의 영화는 웰메이드, 정성이 많이 들어간 영화 같은데 <슈우웅>과 <폭력의 틈> 제작비는 얼마였나요?


임철: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슈우웅>에 같은 경우는 이백? <폭력의 틈>은 팔백? 천 가까이 들었던 것 같아요. <폭력의 틈> 경우는 로케이션 섭외는 제가 다 돌아다녀서 공짜로 했고 법정신에서만 남양주 촬영장에 돈을 냈어요. 식당 같은 경우는 밥을 사먹는 대신 촬영을 했고, 빈 아파트는 공인중개사 돌아다니면서 약간의 돈을 주고 할 수 있었어요. 근데 거기 나오는 학생들은 기성 배우들이고 하다보니깐 페이에 돈을 많이 썼어요. 아르바이트와 모아둔 돈을 써서 찍었죠. 


(△ <폭력의 틈> 스틸)


진행: 제작비 조달 얘기가 나왔으니깐 물을게요. 세 분은 영화 만들 때 제작비 조달을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요. 


임정환: 저는 지원을 받고 영화를 찍어본 적이 없어서. 돈 모아서 영화를 찍죠. 예전에는 집에서 원조를 해주신 적도 있는데, 군대 이후로는 없어졌죠. 1년 휴학하면서 일하고 1년 학교 다니고, 1년 휴학하고 영화를 찍고. 그런 걸 반복하고 있는데 올해는 일하는 해입니다. 


정혁기: 저는 <아누크의 전설>은 삼백 만원으로 찍었어요. 학교 다닐 때 절반은 부모님께 지원받았고 절반은 저도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하고 촬영지원 나가서 메꿨고요. 졸업하고 나서 작년에는 <도리화가> 연출부에서 일하기도 했었어요.


임철: 저도 1년 휴학하고 돈 벌고 학교 다니면서 쓰고. 졸업영화 같은 경우는 액수가 커서 지원을 받기도 하고.


진행: 앞으로의 활동계획과 마무리 인사 부탁드립니다. 


임정환: 돈을 모아서 영화를 찍을 계획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이 멤버들하고 또 같이 하고 싶은데(웃음) 저만 그렇게 생각하나 봐요. 아무튼 준비해서 내년에는 가능한 친구들과 다른 재밌는 영화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또 그때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혁기: 저는 꼭 찍고 싶은 단편이 있어요. 시나리오는 있고요. 기회가 된다면 <아누크의 전설> 프리퀄을 이번에는 공개가 가능한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내년 중에 찍고 싶습니다.


임철: 저는 장편 구상 중에 있어요. 단편 시나리오도 지원 사업부에 지원을 해서 지원이 나온다면 찍고 싶습니다. 



네 명의 친구들이 모인 ‘겜돌이들’은 각자 개성도 뚜렷하고 취향도 다르지만 그들이 함께 함으로써 서로의 작품을 더욱 빛내주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투닥투닥 다투기도 하고 장난도 치지만 얼마나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학교를 졸업한 상황에서 이제는 함께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일이겠지만 언젠가 또 다시 똘똘 뭉친 ‘겜돌이들’의 작품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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