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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위로하는 영화, 성장하는 청춘 '필름 투게더 - 11월'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5. 11. 16.

위로하는 영화, 성장하는 청춘 

 [필름 투게더] 11월 <별일 아니다> <그들이 죽었다>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5년 11월 13일(금) 오후 8

참석: <별일 아니다> 김상석 감독, <그들이 죽었다> 백재호 감독 | 김태희 배우

진행: '겜돌이들' <라오스> 임정환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인디스페이스 8주년 기획전 [필름 투게더: 우리는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의 첫 순서를 장식한 독립영화 제작 집단 ‘11월’의 작품 상영이 13일 진행됐다. <별일 아니다>에 이어 <그들이 죽었다> 상영 후 김상석 감독, 백재호 감독 그리고 김태희 배우와 함께하는 인디토크 역시 이어졌다.  두 작품에 대한 소회를 풀어놓은 화기애애했던 시간을 전한다.  




임정환 감독(이하 진행): 일단 궁금한 게, 왜 ‘11월’인가요? 11월이라는 팀명을 영화 크레딧에서는 보지 못했는데,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태희 배우(이하 김태희): 저희가 2년 전에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 때 팀명을 뭐로 할까 고민했는데 마침 11월이었어요.


진행: <별일 아니다> 만드신 김상석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별일 아니다>가 첫 연출작이시잖아요. 영화 촬영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김상석 감독(이하 김상석): 찍은 지가 꽤 되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요, 그 때 당시 영화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아르바이트 비슷한 일들을 많이들 하고 있어서 풀타임으로는 할 수가 없었어요. 주말을 많이 이용했고 본 촬영은 13일차 정도였습니다. 본 촬영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진행: <그들이 죽었다> 같은 경우도 백재호 감독님 첫 연출작이신데, <별일 아니다>와 공유하고 있는 지점이 많은 것 같아요. 앞서 촬영되었던 <별일 아니다>가 영화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궁금합니다. 


백재호 감독(이하 백재호): 원래 저희가 <그들이 죽었다>가 아닌 다른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준비 과정에서 좀 부담스럽기도 했고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아예 <별일 아니다>를 찍으면서 생각해왔던 것들을 간단하게 찍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준비했던 게 <그들이 죽었다>의 전신인 <그래도 괜찮아>에요. 주인공으로 이 친구들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기 때문에 비슷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진행: <그래도 괜찮아>라는 영화도 나올 뻔한 작품인건가요?


백재호: 영화 속에 <차마 말하지 못해>가 처음 준비했던 영화고요, <그래도 괜찮아>로 다시 진행하다가 <그들이 죽었다>를 만들 게 된 거죠.


관객: 영화에서 ‘미소’라는 여자가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데요. 어떻게 계속 두 영화에 나오게 됐는지 궁금해요.


김상석: 일단 저희 영화에서 미소라는 인물은 젊음을 상징하는 인물이에요. 남들이 볼 때는 화려해보이지만 정작 자신은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끊임없이 불안을 느끼면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미소가 우리의 20대 모습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남들은 다들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라고 하지만, 정작 우리는 힘이 들잖아요. 그런 부분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백재호: <그들이 죽었다>의 미소는 <별일 아니다>의 미소보다는 조금 더 부정적인 의미에요. 영화의 시작을 처음부터 ‘반성’의 의미로 만들었거든요. <별일 아니다>에서는 꿈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면 <그들이 죽었다>에서는 욕망, 질투 같은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 김상석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영화 속에서 미소와 상석의 관계, 그리고 영화 속 영화와 실제 그들의 모습이 굉장히 교차되어 등장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그 부분이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표현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주고 연출을 진행하셨나요? 


김상석: 제가 처음 이 영화를 기획할 때, 배우로 생활하면서 느꼈던 점, 상상할 수 있는 것들로 시작했어요. 영화를 촬영하면서 항상 느끼는 건, 배우라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영화와 현실이 명확하게 갈라져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서로 영향 주고받는 것 같아요. 일 년에 몇 달씩은 다른 인물로 산다는 것이 제 인생에 많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게 있어서 영화는 경험의 측면에서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최근 우리들은 툭 털어놓고 이야기할 친구도 많지 않고, 가식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상처도 많이 받게 되는데, 어떻게 하면 이런 것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습니다. 그리고 영화로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실제로 영화에서 미소를 이용해 조금씩 제가 했던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말로 위로하는 것보다 더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요. 그렇기 때문에 극중에서 상석도 미소에게 계속 영화를 찍자고 하는 거고요. 영화와 현실이 겹치는 부분이 필요했어요.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가진 문제들을 놓게 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진행: 김태희 배우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배우님은 두 영화에 다 등장하시잖아요. 감독님들께 대본을 받고나서 어느 정도 대본에 따라 이행을 해 주셨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가 본인의 창조적인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세 분이 같이 나오시는 장면들이 특히 재미있었는데요. 더욱 자연스러운 느낌을 많이 줬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세 분이 오랫동안 같이 알고 지낸 사이시니 그런 것 같고요. 


김태희: 일단 형들뿐 아니라 함께 영화를 했던 다른 분들도 제가 그저 대본대로만 하길 원하시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형들이랑 같이 있으면 훨씬 편하긴 하죠. 의도나 표현의 지점만 달라지지 않는다면 좀 더 편안하게 연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거고요. 구성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제가 쓰는 언어로 표현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대사들이 많이 바뀌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마 대본의 반 정도는 수행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웃음) 다른 쪽에서는 반도 수행 안 했다고 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네요. 


관객: <그들이 죽었다> 배경이 대선 때이기도 하고, 배경으로 뉴스가 계속 나오잖아요. 세 분이서 식당에서 술을 마실 때 들려오는 뉴스가 대선 후보 세 명에 관한 이야기였던 걸로 들었는데 맞는지 궁금하고요. 맞는다면 의도적으로 삽입하신건지, 그리고 세 인물이 의미하는 역할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백재호: 제가 이 영화를 편집하던 때가 작년 초인데요. 그 당시 여러 사건들이 많이 터졌었어요. 그런 것들을 접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영화를 찍으면서 보내고 있는 시간에도 사회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그리고 그것들을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조금 더 그런 것들에 신경을 썼더라면 지금과 같은 일들이 덜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에 나오는 뉴스, 라디오 소리 같은 것들은 나중에 따로 녹음해서 삽입했습니다.


진행: <별일 아니다>와 <그들이 죽었다> 모두 후반에 여행 장면이 나오는데요. 상당히 상반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일 아니다> 같은 경우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차원에서 다뤄지는 것 같았고, <그들이 아니다> 같은 경우는 영화 속 공간 같으면서도 중간에 등장하는 술집 장면 같은 경우는 실제와 허구의 경계에 놓여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여행 장면들에 대해 감독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김상석: <별일 아니다> 같은 경우는 현실적인 소재로 영화로 들어간다는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그 영화 자체가 멜로라기보다는 성장극이라고 생각했고, 성장에 필요한 요소들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것들은 싸움, 갈등 등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었어요. 여행도 마찬가지고요. 또 누군가의 죽음 같은 것도 한 번 씩 겪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소가 영화를 한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조금 극적인 일들이 몰아서 일어나게끔 영화를 구성했고요. 상석이라는 인물이 미소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그런 것들에 대한 핑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할 수 없는 일도 이런 것들 때문에 할 수 있다는 무언가 핑계를 제시해주기 위해서였죠. 그렇기 때문에 여행도 떠나자고 말을 했던 거고요. 상석이라는 인물에게는 배려의 차원으로 여행이라는 장치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백재호: 극 중에서 상석이 시나리오를 쓸 때, 자신이 이전에 경험했던 것들에서 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전에는 혼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바닷가에 갔다면, 후에는 이화와 바다로 떠나게 되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쓰고 있는 장면인거죠. 서울과 가장 멀고 다른 사람들과도 멀리 떨어질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해서 여행을 가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실제로 제가 바다를 자주 가거든요. 영화 속 바다는 강원도 고성의 대진항이라는 곳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없고 물가도 싸고 좋은 곳이에요. 한 번 가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김상석: 겨울엔 가지 마시고요. 너무 추우니까.(웃음)


진행: 영화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날짜인 12월 21일에 가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두 분 모두 배우이자 감독이시잖아요. 자기 영화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 그걸 또 모니터를 한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는지, 덧붙여서 김태희 배우님은 감독님들이 자기 영화에서 직접 연기하는 걸 보셨을 때 어떠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김상석: 제가 배우로서 능력치가 완전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연습의 과정으로 시작한 거였어요. 그래서 그게 가능할 줄 알았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제 연기를 보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편집 과정에서 제 연기를 수정하고 되돌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출을 맡다보니 전체 흐름이나 상대 배우들 위주로 보게 되더라고요. 제 연기에 그렇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장점은 있었어요. 저도 제가 연기하는 걸 고집하는 편이고, 연기를 시작한 것 자체도 그렇고. 무명배우로 살아가면서 영화에서 누군가에게 무언가 보여준다는 것이 엄청난 위로가 되고 희열을 주는 일이다 보니, 저를 위해 준비한 장면을 제가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되었습니다. 


백재호: 저희가 처음 하고자 했던 것은, 다른 사람들이 저희를 잘 써주지 않으니 스스로를 연구해보자는 거였거든요. 조연이나 단역은 실제 시나리오 상에서도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고 그저 도구로만 사용될 때가 많아요. 캐릭터를 연구하고 싶은데 감독님과 이야기할 시간도 없고요. 그래서 우리가 영화를 만들면 우리들이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찍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정작 저를 돌볼 여유가 안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부끄럽기도 했어요. 나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고생시키는 것 같기도 했고요. 그래서 연기가 이랬다고 하면 변명이고요.(웃음) 열심히 하긴 했는데, 편집할 때 정말 다 잘라버리고 싶었어요. 제가 나중에 좀 더 비중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면 정말 연기 연습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철면피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김태희: 저는 영화보다는 연극이나 퍼포먼스 쪽에서 연출을 자주 맡는 편인데요. 항상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것들이 아닌 전혀 다른 것들, 뭉칠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이 한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조화라고 생각해요. 모두들 연기 스타일도, 생각하는 것도 굉장히 다르잖아요. 비슷한 점도 있겠지만 다른 부분이 훨씬 많을 거란 말이에요. 그것들이 어떻게 조화되어 만들어질지는 찍어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저는 그걸 가장 중요시할 것 같아요. 그 순간이 진실 되어야 표현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 자체는 개인적으로 별로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그래서 최근에는 여기저기서 중요한 것이 전도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기도 해요. 



관객: <그들이 죽었다>를 보다보니 후시녹음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비중이 얼마나 되었고, 왜 그렇게 하셨는지 궁금하고요. 세 분이서 친분이 두터우신 것 같은데, 현장에서는 그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촬영하면서 그런 지점을 느끼신 적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백재호: 일단 기획부터 어떻게 하면 최소 인원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동시녹음을 하려면 그만큼 인력도 필요하고 주변 통제도 필요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후시녹음을 한 부분이 많았어요. 근데 참 쉽지가 않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영화 만드실 때 꼭 동시녹음하세요.(웃음) 그치만 그런 소규모의 작업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를 편하게 찍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붐 마이크가 들어가는 순간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장소를 빌렸을 때 다른 분들도 부담스러워하시고. 저희는 기동성이 중요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변적인 현장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친구들을 데려다가 고생시킬 수가 없었어요. 매일 부르면 나올 수 있는 친구들이 필요했고. 이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완성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음에도 이 친구들이 도와줄지는 잘 모르겠네요.(웃음)


진행: <별일 아니다>에서 서른 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데요, 굳이 서른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 부분은 <그들이 죽었다>와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세 분 모두 30대를 어느 정도 거치신 분들인데,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김상석: 제가 대다수의 분들처럼 취업 준비를 한다든지 하면서 평범한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니까 저 같은 경우는 부모님이나 사회적 시선에서 이 남자를 기다려주고 용인해 줄 수 있는 한계치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했어요.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에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이후의 삶에 대한 스스로의 권리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영화에서도 미소에게 그런 부분을 이입시켰고요. 일반적으로 20대들 역시 그런 생각에 눌려 있지 않을까 해요. 제가 서른을 넘기면서 느낀 것은, 삶이 선형적으로 발전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끊임없이 요동을 친달까요.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 기준치를 맞춰가며 살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가 느끼는 것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며 엎치락뒤치락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요. 앞으로 마흔이 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20대보다는 마음도 편해지고, 앞으로 지속 가능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아서 오히려 차분해진 것 같아요. 더 자주 웃게 되는 것 같고요. 제 20대는 굉장히 어두웠거든요. 안 그래도 어제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정리하다가 10대부터 썼던 시를 다 지웠어요.(웃음) 


진행: <그들이 죽었다>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대사 중 하나가 “배우가 일이 없으면 백수지”라는 부분이었거든요. 영화 초반에 상석이 혼자 부산국제영화제에 가기도 하는데, 감독님은 실제로 영화를 만드시고 부산에 가셨죠. 영화제가 모든 평가의 척도는 아니지만, 감독님은 분명 이 영화를 통해 많은 부분들을 이루셨다고 생각을 합니다. 성장도 하시고요. 어떠신가요? 


백재호: 지금 어찌 되었든, 제가 어렸을 때 생각했던 30대는 결코 이런 게 아니었을 거예요. 당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가 이 친구들을 만나서 영화를 만들게 됐어요. 그리고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고요. 형언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저에게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짧게 이야기하자면 로또에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저희가 로또를 샀기 때문에 당첨될 수 있었던 거에요. 적은 돈이라도 모아서 로또를 꾸준히 샀기 때문에 당첨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를 보면 “이런 영화는 나도 만들겠다“라는 대사가 나오죠. 관객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제가 실제로 바라는 일입니다. 제가 배우 혹은 감독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그런 지점인 것 같아요. 저 같은 애들도 이렇게 뭔가 만들어내잖아요. 여러분에게도 작은 자극이 될 수 있다면 제 30대 중반은 굉장히 의미 있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행: 마지막으로 세 분께 질문 드리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지금 하시고 계신 프로젝트에 대해 여쭙고, 마지막 인사 말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김태희: 앞의 영화들은 저희 세 명의 당시 상황이 적절히 맞았던 영화였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다음 영화에서는 함께 할 수 있을지 확언은 하지 못할 것 같아요. 하지만 각자의 포지션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몇 가지 있는데, 나중에 극장에서 찾아뵐 수 있다면, 그때도 이렇게 함께 이야기 나눠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김상석: 저는 지금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별일 아니다>와 비슷한 느낌인데요. <별일 아니다>가 영화를 만드는 이야기를 통해 위로를 건넸다면, 다음 영화는 택시 운전기사가 손님들과 함께 나름의 방법으로 위로 하고 위로 받는 내용이 될 것 같아요. 제가 위로전문가거든요.(웃음) 다음에 상영 기회가 온다면, 영화가 얼마나 늘었나 보러 와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백재호: <그들이 죽었다>의 개봉이 12월 10일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탓에 프로젝트를 따로 진행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서 개봉이 되어야 이 작품을 놔주고 다른 것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들이 죽었다> 이후 프로듀서 역할을 몇 번 해왔습니다. 혹시라도 상영 소식이 들려오면 관심 가져주세요. 오늘 영화를 보시고 좋으셨다면 주변 분들께 공유해주시고요. 그렇지 않아서 이 시간이 내 인생의 오점이었다, 라는 생각이 들면 주변 사람들에게 똑같은 벌을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 영화는 보는 사람이 완성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셋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김상석 감독의 <별일 아니다>와 백재호 감독의 <그들이 죽었다> 모두 청춘에 대한 고찰과 반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유 지점이 상당수 발견된다. 무엇보다 유의미한 것은 이들 작품 모두 단순 고찰과 반성에서 끝나지 않고, 영화를 통해 일말의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사실일 테다. 앞으로도 인디스페이스가 더욱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작품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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