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_기획]
화면비는 영화의 일부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양지모 님의 글입니다.
1953년 <성의>를 보러 극장에 간 11살 꼬마는 스크린 양쪽의 커튼이 옆으로 열리는데 도대체 멈출 줄을 모르는 광경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시네마스코프’로 만들어진 최초의 영화 상영이었던 것이다. <택시 드라이버>(1976)와 <좋은 친구들>(1990)의 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경험담이다. 이처럼 화면비의 변천사는 영화의 역사와 함께 해왔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화면비가 생겼고, 감독들은 영화를 만들기 전에 화면비를 먼저 결정한 후에 화면의 구도와 세트를 준비한다. 영화의 일부이지만 평소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화면비, 그 다양한 화면비의 세계를 살펴보자.
세계 최초의 영화는 뤼미에르 형제의 <뤼미에르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1895)이지만, 영화 화면의 비율을 규격화한 사람은 에디슨이다. 그는 1889년 자신이 만든 키네토스코프(1889년에 에디슨과 딕슨이 발명한 일인용 영화 감상 기구. 동전 하나를 넣고 약 30초 동안 활동사진의 내용을 볼 수 있었다.)에 1.33:1의 규격을 적용시켰다. 그리고 이 화면 비율은 영화의 구도와 작품 감상에 안정감을 준다는 이유로 1917년 ‘영화 기술자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채택된다.
▲ 영화 <잠 못 드는 밤>(감독 장건재)의 한 장면
와이드 화면비가 탄생하고 1.33:1의 비율로 영화를 촬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과거형으로 서술한 이유는 최근 이 화면 비율이 다시 부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감독의 <파우스트>(2010)와 자비에 돌란 감독의 <로렌스 애니웨이>(2012)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내 영화로는 2012년에 개봉했던 장건재 감독의 <잠 못 드는 밤>을 들 수 있다. 1.33:1은 좌우의 풍경이 화면에 별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배우의 감정이나 내면 묘사의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내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수직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데에도 적합하다.
와이드 화면이 탄생하던 시기로 이야기의 시점을 다시 옮겨 보겠다. 193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시작된 TV 열풍은 영화 시장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일반 가정에 TV가 보급되자 수렁에 빠진 영화 산업은 타개책으로 스크린의 대형화를 고민하기에 이른다. 와이드스크린 방식의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미국의 영화사 ‘폭스’가 프랑스의 물리학자 앙리 클레티앵이 발명한 기술의 사용권을 얻었는데, 이게 그 유명한 시네마스코프다. 2.35:1의 화면비로, 전통적인 35mm 필름 비율에 비해 가로가 더 긴 화면 방식이다.
▲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감독 박찬욱)의 한 장면
할리우드의 영향을 받던 1960년대 한국영화에서도 시네마스코프가 사용됐다. 신상옥 감독은 1961년 한국 최초로 컬러 시네마스코프 영화 <성춘향> 제작에 이어 1969년 <천년호>를 제작한다. 그 이후 유행을 타고 다수의 시네마스코프 영화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한국 영화계의 불황이 시작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제작 비용을 필요로 하는 시네마스코프 비율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시네마스코프 영화가 다시금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의 성공 이후이다.
▲ 영화 <꿈보다 해몽>(감독 이광국)의 한 장면
시네마스코프는 화면이 길기 때문에 더 광대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많은 것을 담아야 하는 블록버스터에 효과적이다. 임필성 감독의 <남극일기>(2005)와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가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시네마스코프가 스펙터클의 효과만을 갖는 비율은 아니다. 최근 개봉한 이광국 감독의 <꿈보다 해몽>(2014)의 경우, 넓은 배경의 한 가운데 등장인물을 배치하면서 마치 인물들이 꿈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을 효과적으로 연출하는데 시네마스코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와이드 스크린인 ‘비스타 비전’은 시네마스코프에 대항해서 폭스의 라이벌 영화사 ‘파라마운트’가 개발한 것으로 2.35:1과 1.33:1을 절충한 화면이다. 현재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방식이며 1.85:1의 비율이다.
▲ 영화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의 한 장면
비스타 비전은 드라마나 스릴러 등 인물의 심리 묘사가 주를 이루는 영화에서 주로 사용된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포착하고자 하는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가 비스타 비전인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 등장한 1.78:1의 화면비는 HDTV의 표준 규격이다. 정상적인 화면 비율을 유지한 상태라면 1.78:1 화면에서 1.66:1 영화는 화면 양쪽 옆으로 약간의 여백이, 1.85:1 영화는 위아래로 여백이 생긴다. 이 비율은 디지털 영사기와 HDTV의 보급으로 조금씩 영역을 넓히다가 디지털로 촬영하는 영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상황이다. 특히 HD는 블루레이의 등장과도 맞물리는데, 비스타 비전으로 촬영한 영화가 블루레이로 출시되면서 극장 개봉 당시 잘라냈던 세로 화면을 복구한 1.78:1 비율로 영상이 담기기도 한다. <어벤져스>(2012)의 블루레이가 그런 경우이다.
▲ 영화 <어벤져스>(감독 조스 웨던)의 한 장면
혹자는 훌륭한 영화라면 화면비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다고 반문하고 싶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 봉준호 감독이 <괴물>(2006)을 찍기 전 했던 고민의 내용으로 답을 대신하고 싶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을 찍을 때 시네마스코프와 비스타 비전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한다. 시네마스코프로 찍는다면 넓은 한강의 느낌을 표현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강교각의 수직선을 강조하고 좁은 화면 안에서 느껴지는 긴박감을 표현하기 위해 비스타 비전을 택했다고 한다. 영화의 훌륭함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앞의 내용을 다시 반복하고 싶다. 화면비는 영화의 일부다.
[출처]
스크린의 역사 - 시네라마에서 파나비전까지 & 화면비율 비교 (http://uptoboys.blog.me/60029249833)
화면 비율_Aspect Ratio (http://blog.naver.com/yawoo2848/40014644384)
결코 없어져선 안 되는 4:3 영화화면의 매력 (http://www.entermedia.co.kr/news/news_view.html?idx=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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