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모조모 살펴보자 다양한 영화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인디플러스 관객기자단 [인디즈] 3기 손희문 님의 글입니다.
알고 있다. 영화관을 가기 전부터 설레는 당신을.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를 때면 가슴이 두근대고 영화를 보고 나면 뿌듯함에 기뻐하는 당신을. 극장을 찾는 것이 단지 영화감상을 넘어 삶의 활력인 당신에게, 맨날 가는 멀티플렉스는 잘 꾸려진 편의점처럼 없는 게 없다. 입맛대로 다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심심하다. 자주 찾는 독립영화관은 좋지만 가끔은 극장에서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주변에서도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는 분명히 기다렸을 그 소소한 행복을 위해 준비했다. 알짜배기정보 쏙쏙! 충전하고 가자.
1. 시네마테크와 함께하는 여름축제 | 정동진독립영화제
지난 1999년 시작하여 올해로 17회를 바라보는 ‘정동진독립영화제’. 강릉시네마테크와 한국영상자료원이 공동주최하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해가 쨍쨍한 여름, 8월에 열린다. 후끈한 여름날이지 않나. 먼저 동해바다의 시원한 파도와 물살을 즐긴다. 그 다음으로 정동진이 준비한 바캉스 선물, 영화제다. 선물보따리를 한 번 풀어보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정동진 독립영화제는 야외영화제라서 시원하게 즐길 수 있고, 특유의 자유롭고 발랄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관객들끼리도 서로 친근해질 수 있는 분위기인데다 심지어 관람료도 무료라는 사실. 이 얼마나 감지덕지할 일인가. 영화를 보고 있을 때 나의 등 뒤로 기차가 바다를 끼고 칙칙폭폭 지나가기도 한다니. 이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는 것만으로도 꽤 진귀한 기분이다. 3일 동안 열리는 정동진 영화제에서는 ‘땡그랑 동전상’ 같은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이벤트도, 영화를 보며 여름을 만끽할 수 있는 행복한 경험도 준비되어 있다. 이제 여름엔 정동진이다. 참, 야외상영이라 모기 조심. 그리고 우비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건 참고로 하자.
2. 시네마테크와 함께하는 겨울데이트 |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2006년에 시작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매년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에는 지난 10년간 모두 143명의 친구(배우, 감독, 영화평론가, 문화예술인 등)가 참여했고, 240여 편의 영화를 상영하면서 명실공히 영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여러 친구들이 직접 상영작을 추천하고, 씨네토크를 통해 추천인과 관객이 상영 후 대화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아직은 시린 겨울, 믿음직한 친구들이 추천해주는 영화를 보다 보면 추위도 잠시 잊을 것이다. 해가 바뀌고 새로운 영화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일터. 이번 열 번째 친구들 영화제는 1월 15일부터 2월 15일까지 한 달간이며, 보고 싶은 영화를 위해, 보고 싶은 친구들을 위해 찾아온 관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중이다.
3. 노트북만 가지고 와. 어디서든 OK! | EBS 국제다큐영화제
2004년부터 시작한 'EBS 국제다큐영화제'는 다큐멘터리의 정신을 계승하고 대중화하기 위해 EBS가 개최하는 영화제로, 다양한 국제 다큐멘터리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특히 국내보다는 국외의 신선한 다큐멘터리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영화제기간 동안에 현장을 찾지 않고도 볼 수 있도록 TV방영을 해준다는 점은 굉장한 장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극장상영이 끝난 작품은 인터넷에서 1주일간 고화질•무료로 다시 보기가 가능하니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노트북 하나면 커피한잔을 겸한 편안한 공간에서 소소하게 영화제를 즐길 수도 있겠다.
4.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까지. 오늘 내가 쏠게! | 샐러드 영화제
‘아직도 영화 볼 때 팝콘 먹니? 이젠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샐러드 먹자!’ 지긋지긋한 팝콘과의 이별을 고하는 영화제. 쿨하게 입장료는 한 푼도 받지 않는다. 대신 각자가 먹을 샐러드재료를 넉넉하게 챙기는 것이 철칙. 샐러드영화제는 입장료대신 샐러드 재료를 받아 나눠먹으며, 다양하고 매력적인 영화들을 편안하게 함께 보는 자리를 꿈꾼다. 샐러드 영화제에서는 상영작 공모를 받아 작품을 선정하며, 단편영화 중심으로 상영한다. 하지만 영화만 상영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가 끝난 후 감독과의 GV(관객과의 대화)시간도 가지게 되고, 샐러드 contest도 열린다. 3회를 지난 샐러드 영화제는 주로 합정동, 신촌 주변의 소담한 카페에서 열린다. 2014년에는 6월에 개최되었고, 9월에는 세종문화회관 소소예술시장과도 함께했다. 홍대•신촌 일대의 작은 카페와 공간들에서 이렇게나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진다. 또한 세종문화회관 일대에서 열리게 될 때면, 낮에는 세종 소소예술시장에서 열리는 전시와 플리마켓을 알차게 구경하고, 해가 떨어지고 난 저녁시간엔 들뜬 마음으로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참 좋다. 아삭아삭한 샐러드와 싱싱한 영화의 만남, 아무렴 샐러드만 몸에 좋으랴. 재미있고 풍부한 만남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5. 알고 있어? 걔 참 괜찮은데… | 시[SEE]:사회
2013년 11월부터 2014년 말에 이어 현재까지 총 20회 진행되어 온 영화제 ‘시[SEE]:사회’는 ‘모극장’(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에서 주최한 영화제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사회적 혁신가들이 모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관련된 다양한 영화를 보고, 함께 생각해보고 이야기시간을 가지는 모임이다. ‘보다’라는 뜻의 시(SEE)와 ‘사회’의 결합처럼 함께 모여 영화도보고 그 속에서 나타난 우리주변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시선을 던져본다는 데 새로운 역할을 맡은 영화제이자, 정기상영회인 것. 그래서 단순히 영화를 받아들이는 데에서 더 나아가 영화에 관련된 특별게스트와의 GV(관객과의 대화)도 항상 준비되어 있다. 영화를 통해 사회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다양하고, 여러 게스트들을 만나면서 다방면의 공부도 되어 일석이조.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았다고 한다. 1월은 2015년의 전반적 계획으로 잠깐 휴식하고, 2월부터 다시 찾아온다고 하니 우리에게 어떤 반가움으로 다시 찾아올지 더 기대해 봄직하다.
조금만 둘러보니 이렇게 느끼고 누려야 할 좋은 것들이 많다. 다만 몰라서 혹은 시간이 없어서 즐기고 누리지 못할 때를 야속해할 뿐이다. 좋은 시설이 갖춰진 상영관도 물론 좋지만 동해바다로 훌쩍 여행을 가서도 영화와 만날 수 있고, 몰랐던 동네 어느 곳, 집안이나 가까운 카페에서도 맘만 먹으면 새로운 영화들과 만날 수 있다고 상상하면 그만으로도 짜릿하고 흡족하니 좋지 않은가. 시네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더없이 설레는 자극으로 다가올 경험들에 지속적인 관심의 힘이 보태져 더욱 의미 있는 문화예술에의 향유가 피어나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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