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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오정훈 감독 대담회 “나는 계속해서 질문하고 싶다”

by 도란도란도란 2014. 11. 13.

 오정훈 감독 대담회 “나는 계속해서 질문하고 싶다”


일시: 2014년 11월 3일


참석: 오정훈 감독


진행: 권은혜 신나는다큐모임 기획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의 글입니다 :D











인디스페이스에서 신나는 다큐모임과 함께 매월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11월은 오정훈 감독의 기획전으로 <약속 하나 있어야겠습니다>(1995), <세 발 까마귀>(1997), <호주제 폐지, 평등가족으로 가는 길>(2001), <새로운 학교-학생인권이등변 삼각형의 빗변 길이는?>(2011)이 상영된다. <약속 하나 있어야겠습니다><세 발 까마귀>가 모두 상영하고 나서 오정훈 감독과의 대담회가 진행되었다.

 


진행 : 보통 마지막 상영회 이후에 대담회를 진행하는데 이번엔 이례적으로 상영회 두 번 모두 대담회를 진행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 이유를 이 두 편의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된 것 같다. 감독님께서는 이 두 편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오정훈 감독 : 보통 감독들은 영화를 편집하면서 계속 장면들을 다시 보고 자연스레 머리에 이미지가 다 그려지기에 완성본을 나중에 다시 본다는 것이 힘들 수도 있다. 그런데 유독 이 두 편, 특히 <약속 하나 있어야겠습니다>의 경우엔 지금 다시 봐도 가슴이 떨리기도 하고 지금의 상황도 예전과 다를 바 없다고도 느껴졌기에 중간에 울기도 했다.

 

 

진행 : 명지대에서 강경대 열사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달 가량 촬영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 대한 이야기를 더 풀어준다면.

 

오정훈 감독 : 학교에서 영화동아리 사람들과 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무슨 일이 났다며 우르르 지나가더라. 사람들이 많이 몰려가는걸 보고 이걸 촬영하자고 했는데, 동아리에 있는 비디오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나 뿐이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장례식장에 가서 촬영한 걸 시작으로 한 달 가량 동아리방에서 먹고 자며 촬영을 계속 진행했다. 내가 촬영을 하면 촬영한 테이프를 후배에게 주고, 후배는 학교 로비에서 편집 없이 바로 라이브로 틀었다. 아무래도 내가 최루탄 가스를 맡고 도망을 다니며 촬영을 했다보니 언론에서 다룬 내용보다 학생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생생히 알리게 되었던 것 같다. 후배는 테이프와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나는 그렇게 식사를 해결하며 촬영을 계속 진행했었다.

 






 




진행 : <세 발 까마귀>는 노해가 등장하진 않고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이었다. 영화에서 특이했던 점이 박노해의 아내 김진주가 초반에는 부인으로서 박 시인과 사회의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하는 모습이 보이다 후반부에 가면 그녀 본인의 삶에 대한 갈증이 나타난다. 그런 모습을 넣은 이유가 궁금하다.

 

오정훈 감독 : 푸른영상에서는 제작방식이 원맨시스템으로 한 사람이 작품을 다 완성하게끔 하는데, 이 작품은 제작진이란 팀을 꾸려서 만들었다. 김진주라는 사람이 들판 같은 아름다움을 가졌는데, 산의 그늘에 가려져 아름다움을 보여주진 못하는 것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어 조감독과 작가가 조금은 그녀를 여성으로 보는 시각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었다.

 

진행 : 초반 김태종과 함께 교도소에 가면서 그녀가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점을 보면서 약간은 영화 전반의 흐름과 안 맞는 것 같으면서도 시대 흐름에 따라 박 시인의 사상 변화가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정훈 감독 : 그런 흐름의 하나가 있었던 것 같다. 여성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될 즈음이 90년대였고, 영화에서 귀농을 하는 사람처럼 생태주의와 자연공동체의 모습 역시 그 당시 흐름에 있었다.

 

 

관객 : 다큐멘터리에 극이 삽입되는 점이 당시로서는 새로운 작업 방식이었을 텐데, <세 발 까마귀>에서 극을 삽입한 이유가 궁금하다.

 

오정훈 감독 : 사실 박노해 시인에 대한 다큐이지만 그를 면회로 단 한번 밖에 만나질 못했다. 기획할 때부터 사회 속에는 없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사람은 없지만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했을까를 영화에 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그의 시에서 손무덤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손무덤을 낭독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풍경처럼 나오길 원했다. 윤동주에 대한 다큐에서도 드라마식으로 재연한 형식을 본 적이 있어 이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손무덤은 다른 사람이 연출을 많았다.

 






 




관객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읽고 감동받아 박노해 시인의 활동과 하는 바를 알고 싶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박 시인의 행보도 다양해졌다. 아무래도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와 현재 차이가 나는 만큼, 박노해 시인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오정훈 감독 : 저 역시 당시엔 노동세대라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정말 감명 깊게 읽었다. 그 시대의 독자가 시인을 만날 때 가졌던 강렬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박노해 시인은 교도소에서 나온 당시 2000년대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게 된다. 지금도 박노해 시인은 외로워 보인다. 그래도 본인의 길을 하나씩 하나씩 치밀하게 잘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전도 열고 시집도 발간하면서 계속해서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분이라 생각한다.

 

 

관객 : <약속 하나 있어야겠습니다>에서 열심히 투쟁했던 그 사람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세 발 까마귀>는 시인을 소재로 하였지만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사상의 변화들을 다루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세 발 까마귀>97년 작품인데, 당시의 크게 고민했던 문제들에 대해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마지막 질문으로는 박노해 시인이 출소 후에 이 작품을 보셨는지 궁금하다.

 

오정훈 감독 : 면회를 갔을 때 박 시인이 한창 고민했던 것들을 약간 현란한 기법과 젊은 세대가 좋아할만한 문화적 취향을 넣어서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했었다.(웃음) 예술의전당 야외상영 때 박 시인과 관람한 뒤 밥을 먹는데, 별말이 없으시더라.(웃음) 나는 계속해서 질문을 갖고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궁금증이 많고 무슨 일이 일어나면 항상 질문 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어디에 질러대지는 않는다. 다만 <세 발 까마귀>의 경우는 지금 봐도 오그라들 정도로 너무 질러댄 편인 것 같다. 나에게는 90년대가 부재와 냉소의 시간이었다. 목표 자체가 사라지거나 명확하지 않았던 시기여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전보다는 따뜻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

90년대에 투쟁하던 남자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해서 찾아보았는데, 한 친구는 민주동문회 활동을 하고 있고, 투쟁을 같이 했던 사람들도 모임을 만들어 여전히 곳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진행 : “<약속 하나 있어야겠습니다>를 찍고 나서 비로소 90년대가 나에겐 정지된 것 같다란 기록을 보았는데 기억에 많이 남았다. 아무래도 91년도에 강경대 열사 사건이 벌어지며 촬영을 하게 되고, 이후에 명예졸업식을 촬영하다보니 오랜 시간 동안 그 사건에 대한 답답한 감정이 이어지며 <세 발 까마귀>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 오정훈 감독. 두 번째 상영

● 일시  11월 17일(월) 19:00 <호주제 폐지, 평등 가족으로 가는 길> | 

                                   20:00 <새로운 학교 - 학생인권 이등변삼각형의 빗변 길이는?> + 대담

● 대담회 참석자 : 오정훈 감독, 허은광 평론가(인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전상진(<주님의 학교> 감독)

● 장소 :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 입장료 : 6,000원 (인디스페이스 후원회원/멤버십 무료입장)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 기획전은 다음달 12월이 마지막이다. 12월엔 문정현 감독 기획전으로 <할매꽃>, <용산>, <붕괴>, <경계>가 상영된다. 격주 월요일에 2편씩 총 4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두 번째 상영 후 대담회가 열린다. 인디스페이스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6000원이다. 대담회 참석자와 주제는 매월 첫 번째 상영 전, 인디스페이스 홈페이지와 신나는 다큐 모임(http://cafe.naver.com/shindamo)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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