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부의 감동이 재일동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60만번의 트라이> 인디토크
영화: <60만번의 트라이> _감독 박사유 박돈사
일시: 2014년 9월 20일
참석: 감독 박사유, 박돈사, 주인공 김옥희(럭비부 매니저)
진행: 김조광수 감독(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의 글입니다 :D
<60만 번의 트라이>는 오사카 조선고교 럭비부 아이들이 전국대회 우승을 향해 준비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는 단순한 스포츠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재일동포 아이들이 현재 처한 문제와 재일동포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끝난 뒤 많은 관객들이 재일동포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날 <60만번의 트라이> 상영에는 김조광수 감독이 독립영화를 응원하는 취지로 100명의 관객들을 초대하여 진행되었으며 인디토크에는 박사유, 박돈사 감독과 영화 속 럭비부 매니저 김옥희가 참석했다.
김조광수 : 어떻게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박사유 감독 : 처음 오사카 조교 럭비부 친구들을 만난 건 2007년 ‘운동장 재판’이었다. 취재 차 오사카 조교를 방문했는데 학교 운동장이 동포들이 직접 만들어서 비가 조금만 와도 물이 고일 정도였다. 그런 운동장을 럭비부와 축구부가 반반 나누어 사용하고, 연습이 끝난 뒤 온몸이 진흙탕인 채로 예의바르게 운동장을 향해 절을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후 2010년 1월에 한 동포가 “럭비부 아이들이 하나조노 전국대회에 4강에 올랐다”는 소식을 전해줘 아이들을 두 번째로 만나게 되었고 그 때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김조광수 : 박돈사 감독은 일본학교 졸업 후 조선학교를 취재했다고 들었다. 어떤 인연이 있어 이 영화를 같이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박돈사 감독 : 재일동포와 전혀 인연은 없었다. 우토로 마을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어 홈비디오를 구매했다. 촬영 첫날 박사유 감독을 만났는데 처음 만났음에도 긴 시간 동안 한국과 일본의 역사나 페미니즘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1년 만에 재회 했을 때 그동안 촬영한 우토로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을 본 박사유 감독이 함께 조선학교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영화 경험이 전혀 없어 “전 단순한 책방 직원일 뿐입니다”하며 거절을 했었지만 나 역시 조선학교에 대해 더 알고 싶어 같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김조광수 : 본인이 출연한 영화인데, 완성된 영화를 언제 보게 되었는지, 그리고 느낌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김옥희 : 작년 10월에 처음 봤다. 황상현을 볼 때마다 창피하고 재밌기도 했었다. 내가 나올 때 부끄러웠던 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영화를 보며 추억을 되새길 수 있게 해주어서 감독님들께 감사함을 느낀다.
김조광수 : 럭비부 멤버들 중 얼마나 등장하는지 각자의 분량에 대해 질투하는 사람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김옥희 : 그런 것은 딱히 없었지만, 황상현은 아직도 자기가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관객 : 영화를 만들면서 편집이 가장 중요했을 것 같다. 많은 시간을 담은 만큼 편집해야 할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 기준으로 편집 했는지, 그리고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박돈사 감독 : 편집할 때 우선적으로는 럭비부 아이들 그대로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 그리고 고교무상화 보조금 문제를 취급할 때 가장 신경 썼다. 이 사안에 대해 아이들의 시선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박사유 감독 : 처음 영화를 편집할 때는 지금의 버전이 아니었다. 영화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내가 울거나 웃는 모습을 빼고 제3자의 눈으로 보게끔 만들려고 했다. 내가 몸이 좋지 않아 학교에 도착하면 지쳐서 숙직실에 자주 갔었는데, 그 때문에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많이 담지 못해 아쉬웠다.
관객 : 영화 속에 나온 고교무상 보조금 동결한 사안에 대해 해결은 되었는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박사유 감독 : 여전히 고교무상화 정책에서 조선학교는 빠져있는 상태라 현재까지도 재판을 진행 중이다. 오사카 시청 앞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관심 있는 분들이 일본으로 건너와 함께 시위를 하고, 한국에서도 화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돌아가며 1인 시위를 한다고 들었다. 심지어 일본의 많은 신문사들도 명백한 차별이라며 조선학교에도 무상화를 실행하라는 사설을 연속해서 내고 있다.
관객 : 재일동포로서 우리와는 다른 역사관과 상황을 가지고 있다 보니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특히 럭비부가 아이들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하다.
김옥희 : 사실 재일동포들 중에도 ‘통명’이라고 해서 일본이름으로 사회에 나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도 현재 프로 럭비부에 간 친구들을 비롯하여 현재 럭비부 멤버들은 본인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서 우리 조선학교를 지키는 것, 60만 명의 재일동포 사회를 계속 지키고 이끌어가면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조광수 : 어떻게 보면 60만 명의 사명을 한 몸에 지게 되어 부담이 클 것 같다.
김옥희 : 럭비부가 전국대회 출전이 확정되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동포들이 응원하고 사랑을 보내주셨다. 우리는 그 은혜를 갚아나가면서 이러한 응원과 사랑이 후대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 : 대학교에 입학해 기숙사에서 같이 지내던 룸메이트가 조선학교 출신이라 영화를 보고 그 친구를 떠올리며 많은 감사함을 느꼈다. 엔딩 크레딧을 비롯하여 영화 곳곳에서 동포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박사유 감독 : 사실 촬영을 막는 세력이 있어 학교에서 몰래 촬영을 하며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촬영을 다 끝내고 편집을 해야 하는데, 편집할 수 있는 장비들을 살 수 없는 형편이었다.일본은 큰 금액보다 작은 금액의 기부문화가 일반적임에도 김관태 아버지께서 영화를 편집한다는 소문을 듣고 다른 럭비부 아버지들과 금액을 모아 장비 살 금액을 보내주셨다.
김조광수 :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정말 감동의 드라마 같다.
관객 : 사실 재일동포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이 없었는데, 영화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멤버들이 수학여행으로 북한에 가는데,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는지 궁금하다.
김옥희 : 정말 많은 친구들이 한국으로 여행 오고 싶어 한다. K팝을 좋아하고 서울이나 부산, 강릉으로 여행가는 친구들도 있다. 다만 국적이 ‘조선’으로 되어있는 친구들은 현재 대한민국에 입국이 불가한 상태라 북한밖에 갈 수 없는 상황이다.
김조광수 : 이 사항에 대해 더 부가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남북한이 분단되기 전의 국적이 ‘조선’국적인데 대부분의 재일동포가 ‘조선’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조선’국적도 입국을 허가하는 반면에 남한에서는 오로지 ‘대한민국’ 국적이 있어야 입국이 가능하다고 한다. 재일동포들이 국적을 바꾸려면 절차가 까다롭기도 하고 ‘조선’국적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남한에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조선학교에 대해 일부 지원을 해주는 반면 대한민국에서는 지원이 일체 없다고 한다. 그런 상황 때문에 북한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것일 뿐, 어느 한 곳에 경도되어 있는 건 절대 아니다.
김조광수 : 인디토크를 마무리하면서 한 말씀씩 부탁드린다.
김옥희 : 이렇게 직접 만나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 영화를 통해 우리 동포사회에 대해 이해해주고 우리를 같은 민족이라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박돈사 감독 : 영화를 통해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
박사유 감독 : 공형진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황상현 군이 생방송으로 소녀시대 춤을 추었다. 체육대회 때 아이들이 보여준 아이팟에는 K팝과 J팝에 그리고 북한민요까지 굉장히 다양한 음악들이 있었다. 이는 남북한과 일본을 모두 속속히 알고 있는 유일한 존재가 이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소중한 아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영화에서 럭비부 주장 김관태가 고교무상화 정책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럭비의 ‘노사이드 정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경기 중엔 편이 갈리더라도 경기가 끝나면 너 나 할 것 없이 하나가 되어 스포츠를 즐긴다는 뜻이다. 조선학교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길 바라며 <60만번의 트라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재일동포와 우리가 한 민족이라는 것을 알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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