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보다 치열했던 ‘변명과 핑계의 연대기’, 태준식 감독 기획전
제목: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 ② 태준식 기획전
일시: 2014년 8월 18일
참석: 태준식 감독, 맹수진 (모더레이터, 영화평론가), 김정근 (패널, <버스를 타라>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윤상 님의 글입니다 :D
8월 18일, 인디스페이스와 ‘신나는 다큐모임’에서 주최하는 기획전인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 그 두 번째로 태준식 감독의 대담회가 있었다. 태준식 감독의 작품 중 <태준식 단편 모음>, <인간의 시간>, <샘터분식>, <슬기로운 해법>이 차례로 상영되었고 뒤이어 태준식 감독, 맹수진 평론가, 김정근 감독이 함께하는 대담회가 이어졌다.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멘트가 아니라며 거듭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던 태준식 감독은 감회가 새로워보였다.
김정근 감독: 저는 2012년도 <버스를 타라> 라는 영화와 올해 <그림자들의 섬>을 만든 김정근 이라고 합니다. 부산에서 왔는데요. 저만큼 태준식 감독님을 좋아하는 ‘태빠’들이 많은데 제가 참석하게 되어 다른 분들께 조금 죄송하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사실 ‘태빠’인증하러 왔기 때문에 열심히 고개도 젓고 말도 보태고 가겠습니다.
맹수진 평론가: 태준식 감독님 작품들을 보셨는데요. 거의 20년 동안 작업을 하신 거죠?
태준식 감독: 처음 작업한건 92년도 학교 다닐 때고, ‘노동자 뉴스 제작단’을 95년도에 시작했으니까 그 정도 됐네요.
맹수진 평론가: 김동원 감독님의 <상계동올림픽>이 1988년에 나왔으니까 연배는 김동원 감독님 보다 한참 아래시지만 역사로 보면 독립 다큐멘터리의 초창기 산 증인으로서 작업을 해오셨습니다.
감독님이 특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신 작품들을 선택해 주셨는데,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이 ‘변명과 핑계의 연대기’라는 감독님의 글로 나와 있습니다. 감독님의 글을 읽으면서 이건 ‘변명과 핑계의 연대기’가 아니라 ‘자학의 연대기’라는 이야기를 나눴었는데요, 먼저 감독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태준식 감독: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멘트가 아닙니다. 저를 이 자리에 끼워주신 ‘신다모’ 회원 분들, 대표님, 감독님 분들 감사드립니다.
어떻게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는지, 현 상황에서 어떻게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있는지에 대해 전달해 드리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노동자 뉴스 제작단’에 있을 때 대중조직과 함께 해오던 교육적 성격이 강한 다큐멘터리 제작에서 개별 활동가별로 작품을 제작하는 기획을 시작했는데, 그 때 제가 첫 번째로 만든 작품이 <인간의 시간> 이었어요. 지금 이 작품을 보면 ‘참 겁이 없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또 ‘이때부터 내가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을 잡는데 관심이 많았구나’ 하는 것도 보이고요.
정리 되어진 이미지와 이야기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위치에 있긴 하지만 작가란 존재는 어쨌든 계속해서 갈등과 번뇌를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민의 결과가 구체적인 작품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활동의 결과물로써 띄엄띄엄 나타날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런 과정들을 밟아오면서 중간지점으로써 <샘터분식>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샘터분식>을 끝내고 제 개인적으로 많이 들었던 생각은 ‘영화가 끝나도 삶은 계속된다.’라는 거였어요. 꼭 영화 만드는 것, 이것 하나에만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어찌 보면 그런 것들이 혼란 속 타협의 결과물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서 <샘터분식>은 제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애정은 있지만 약간은 못생겼죠. 그래서 내다 버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꼭 안아주기엔 마음에 안 드는, 그런 작품이라서 기회가 있을 때면 꼭 상영을 하고 많이 보여드리려고 애를 쓰는 입장입니다. 오늘부로 소중한 자식으로 받아드리기로 노력을 해보겠고요(웃음).
<슬기로운 해법> 전에 사실은 <어머니>와 <당신과 나의 전쟁>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상영을 한다면 그 두 개 중 하나를 상영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히려 <슬기로운 해법>이 지금의 시점에서 봤을 때 관객 분들께 보여드리고 사적으로 이 작품을 어떻게 정리했는지 이야기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에게는 첫 번째로 고용이 된 연출작입니다. 그 전까지는 거의 대부분 제가 기획해서 직접 작업을 했거든요.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제 개인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많이 겪었어요. ‘내가 왜 이 작품을 하려고 했나?’ 하는 고민이 마지막 완성할 때 까지 들었던 작품입니다. 작품의 내용들과 관련해서 갈등을 한 건 아니고요. ‘활동가’라는 정체성, ‘작가’라는 정체성, 한명의 ‘건강한 시민’으로서의 정체성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만들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회피하고 싶은 욕망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굉장히 많은 분들 앞에서 고해성사를 하는 느낌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 이야기는 사실 관객 분들 뿐만 아니라 작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작업을 몇 편 해봤던 동료 감독님들한테도 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사회적인 갈등이나 모순들은 더 첨예하면 첨예해지지 절대로 사라지지 않고,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사회적 연대의 차원이 분명히 있겠지만 한 개인이 자기의 예술적 성취를 얻기 위한 작업이라는 부분의 성격이 분명히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생계의 어려움도 있죠. 이것들을 어떻게 잘 딛고 슬기롭게 대처해가면서 긴 시간을 견뎌내 기존의 선배들이 해왔던 역사와 전통의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활동을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같이 나누고 싶었어요.
저는 <슬기로운 해법>작업을 하면서 감독,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일정 정도 포기를 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끝났다’라고 표현을 많이 했었는데, 그렇다고 작업을 안 하겠다는 말은 아니고 마음을 정리한다는 말입니다. 제 고민이 딱히 어려운 고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생기는 갈등들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이런 고민들을 나누고 싶어서 <슬기로운 해법>을 선정해 상영하게 됐습니다.
지난날의 저를 돌아보면 많이 갈등하고 멍청한 짓도 많이 했고 어쨌든 그러면서 젊은 시절은 끝나 어른으로 가고 있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 지난날의 삶과 작업을 돌아봤을 때 사회적으로, 사적으로 중요하게 제기되는 질문들에 있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답을 구하고 답을 표현하려 노력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당장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긴 어려울 것 같지만 앞으로의 작업들도 이런 질문들에 대해 사회의 누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메시지를 만들어 내고, 사회를 바꾸는 흐름을 만들어내려는 노력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날이 아주 훌륭하고 대단하진 않았지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이런 자세를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가져가야겠다는 생각들로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여기 계시는 관객 분들께도 다짐을 합니다.
맹수진 평론가: 저나 김정근 감독님이나 비슷하게 봤던 것 같아요. 태준식 감독의 영화를 추동하는 힘이 뭐냐는 부분에 있어서 분노라고 생각했어요. <슬기로운 해법>에서도 느껴지는 것이, 나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너무나 부패한 악들이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나의 자세에 대해 굉장히 많은 질문들을 하게 됐어요. 사실 저는 그 분노조차 못한다는 자괴감, 그 자괴감조차 느끼지 못하다가 감독님 영화를 보고 찔린 것 같았어요. 제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의 영화를 보고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게 사실 조금 어쭙잖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여름 404,승리>라는, 아시아나 조종사 파업에 관한 영화가 있잖아요. 사실 저는 그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어요(웃음). 예전에 전주영화제에 그 영화가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영화를 상영할 것인가를 두고 굉장히 많이 싸웠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가 좀 반대를 한 입장이었는데요(웃음). 감독님께 하는 자백이자 고백, 고해성사로 말씀드리자면 그 당시 제가 가지고 있던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경향에 관한 거부감이 그런 행동으로 나타난 것 같아요.
헌데 감독님의 다큐멘터리를 다시 보면서 ‘아, 내가 너무 섣불리 판단했었구나’하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적어도 태감독님 작품들에서 희망이나 낙관이 그렇게 쉽게 목적론적으로 처음부터 던져져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희망하고 싶다는 절절한 욕구가 굉장히 강했다는 생각이 뒤늦게 많이 들었어요. 문제 제기하고 싶었던 것들이 영화를 보고 싹 사라져 버리더라고요. 근본적인 낙관주의자라기 보다는 분노하고 좌절하면서 ‘그래도 살아야 되지 않겠나, 싸워야 하지 않겠나,’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태감독님 글을 보면 굉장히 강성이잖아요. 뉘앙스도 세고 가시 돋친 말도 많이 하시고. 그런데 또 보면 본인 자신에 대해서는 자학적이세요. 결국 밖으로 돋는 가시와 안으로 향하는 자학이라는 것이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것이 감독님 작품에 나타나는 것 같아요.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현실참여,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현장과의 결합, 그 속에서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감독님은 <슬기로운 해법>을 통해서 정리를 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저는 그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그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샘터분식> 같은 경우는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에 기획안을 우연히 봤었죠. 그 당시에는 기획다큐처럼 감독님이 직접 서빙도 하시고 그럴 생각이셨던 것 같은데, 결과물은 조금 다르죠. 그것에 대해 감독님은 상황과 변화에 따라 적응해야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말씀을 덧붙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시간> 말씀하시면서 그 때부터 사람의 표정을 보기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저도 전적으로 동감하고요. 실제로 <인간의 시간>이 하나의 집단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얼굴이 구체적으로 보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러한 고민들은 이후의 작품에서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샘터분식>도 그렇게 하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결과에 대해서는 저도 약간 ‘어떻게 된 걸까’하는 궁금증이 있어요.
하나의 당위, 단순히 분노가 아니라 왜 분노하는 가에 대한 질문이 결국은 인간을 향해 갈 수 밖에 없고, 그런 고민들이 계속해서 또렷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피폐한 시스템과 “먹고사니즘” 속에서 먹고 먹이고 책임지고 하면서 내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다한다는 것은 사실 정말 너무 힘든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 속에서 자기를 지켜나가고 외면하지 않는다는 게 너무나 힘든 문제라는 게 정말 뼈저리게 느껴지거든요.
<슬기로운 해법>에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근본적으로 우리에 대해서 질문하는 영화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우리 안의 괴물”이라는 얘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 관심사가 나, 우리, 인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해서 내부로 파고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고요. 어느 순간에 힘들어서 당장 영화를 찍지 못 할 수도 있고, 기획 작품을 할 수도 있고 그래도 감독님은 계속해서 작업을 하실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는 거죠.
태준식 감독: 제가 ‘끝났다’라는 표현을 한 것은, 그 갈등을 그만 끝내야겠다는 의미고요. 활동가이자 창작자로서 이 둘의 긴장관계를 앞으로도 잘 가져가야 할 것 같은데 <슬기로운 해법> 작업을 하면서는 그 부분이 가장 피곤했던 것 같아요. 이러저러한 어려움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이 두 정체성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어쨌거나 저는 창작자이기보다 활동가인 것 같아요. 그렇게 개인적으로는 정리를 했어요. 두 가지의 긴장관계가 있다는 말은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그것을 통해 이런 핑계를 대고, 저렇게 핑계를 대고 하는 문제들이 있었거든요. 이것을 부인하진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고민들을 이제 끝내고 뛰어넘겠다는 의미로 말씀 드린 겁니다. 창작자로서 작품에 대한 과도한 욕망, 이런 부분들도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샘터분식> 같은 경우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다음 길게 사전취재를 하고 촬영을 하는 것들이 정해진 대로 가지 않았어요. 극영화와는 아주 다르죠. 그런 부분들에서 오는 당황스러움이 항상 제기가 되거든요. 그 문제들을 현실에서 해결해 나가야하는데, <샘터분식> 같은 경우는 생각과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애초에 ‘사람들이 대체 어떻게 살아갈까?’에 대한 고민들, ‘세상이 왜 점점 좋아지지 않고 점점 나빠만 갈까.’ 에 대한 깊은 의문들이 있었어요. ‘말로는 힘들다고 말하는데 이런 고민들을 사람들은 어떻게 뛰어넘으며 살고 있을까’에 대한 고민들 속에서 작품을 기획했고 기존에 만든 영화와는 다른 형식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죠. 그런 과정에서 <샘터분식>을 만들었어요. 이러저러한 충돌이 있었고 그래서 변형이 되었어요. 변형의 과정에서 긴장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샘터분식> 할 때 결과적으로 실패를 인정하더라도 작업을 길게 가져갔어야 하는데 일단 무조건 완성을 해야겠다는 생각 속에서 타협을 좀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엉성함이 계속 보여요. 보여드리기 조금 쑥스럽죠.
김정근 감독: 저는 앞서 얘기하신 것처럼 맹수진 평론가님과 궤를 같이 하고 있고요. <인간의 시간>을 보면서 기존에 봤던 노동현장 집회화면이 아닌 실제로 아저씨들의 낯빛이 보이는 순간부터 ‘아, 이게 다른 얘기를 하는 영화구나’ 혹은 ‘내가 아는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슬기로운 해법>에 조금 덧붙여 얘기하자면, <다크나이트>가 많이 떠오른다고 이야기했는데, 비교선상에 뒀을 때 한 호흡으로 만든 영화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배트맨을 감독님한테 끼워 맞춰 보니까 <다크나이트>의 배트맨처럼 감독님은 어떤 위치에 있는가, 영화를 만들면서 자신의 포지셔닝을 어떻게 하셨는가가 궁금합니다.
두 번째는, 감독님 영화 중에 <꼭 한걸음씩> 같은 작품을 보면 그때 당시 작품과 다르게 굉장히 스타일리쉬 하거든요. DSLR같은 기종을 사용하면서 앞서가는 촬영을 하시는 걸 보고 처음엔 약간 거부감도 있었어요. ‘왜 눈으로 보는 것처럼 찍지 않고 현상을 탈색시키는 것처럼 찍으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론적으로 저도 지금은 영화 안에서 관객을 압도하고 싶을 때 그런 새로운 기종들을 선상에 올려요. 선택지를 많이 넓혀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드는 고민은 감독님의 편집이 굉장히 영화적으로 보인다는 것이죠. 극영화라고 했을 때는 굉장히 영화적이지만 다큐멘터리의 흔한 관습 안에서는 그것이 영화적으로 다가왔을 때 현실처럼 보이지 않고 더 영화처럼 보인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민이 되더라고요. 커트와 편집을 하지 않는 게 옳은 방식 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겨서 감독님의 생각이 많이 궁금했어요.
태준식 감독: 배트맨? 글쎄요.. 저는 잘 살아가려 노력하는 보통 사람, 잘하는 것을 갖고 사회적인 발언을 하려는 사람이라고 제 스스로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슬기로운 해법>에서 제가 던지려던 메시지가 있거든요. 여러분들 스스로가 미디어가 되어야하고 스스로 기획자로서의 삶을 추구해야 된다는 것이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저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위치라고 스스로 생각을 하고 있고요.
편집에 관해서는 패턴들이 고정화되어있는 게 사실입니다. 저도 그런 부분들을 깨고 싶어요. 사소하지만 중요한 변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역동성이라고 해야 하나요? 제가 그것을 커팅하고 조작한다고 해서 제대로 보여 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가 그 동안 맡아왔던 작업의 성격에 맞게 작업을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아이템이 많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작품이 많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노동자 뉴스 제작단’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것이 굉장히 어린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그 안의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가에 대해 밀착취재 해보고 싶다는 거에요.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한 인간으로서의 굉장히 큰 승리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작업을 하게 되면 편집이 평소와 많이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맹수진 평론가: 마지막으로 감독님께서 관객 분들게 하고 싶은 말 부탁드리겠습니다.
태준식 감독: 지금 개인적으로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고,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입니다. 사실 제 스스로도 아직 똑똑하게 제 과정을 바라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생기다 보니 작업이 미뤄지고 있지만 오히려 쉬라는 뜻인 것 같아요. 그래서 당장은 어떤 작업을 기획하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 시작될 활동가로서의 작업들을 함께 고민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평론가이신 맹수진 평론가님과 자라나는 굉장히 훌륭한, 패기 넘치는, 혜성 같은 김정근 감독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수많은 작품을 하면서도 삶과 작품, 사회에 대한 끝없는 고민의 끈을 놓지 않고 언제나 치열하게 작품을 만든 태준식 감독. 그의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들으니, 그의 삶 자체가 한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다가왔다. 언제 다시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언젠가는 또 새로운 좋은 작품으로 찾아오리라는 강한 믿음이 느껴지는 자리였다.
'Community > 관객기자단 [인디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디즈_Review] 같은 시대 속 세 가지 이야기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리뷰 (0) | 2014.08.29 |
---|---|
[인디즈_Review] 청춘을 청춘답게. <족구왕>리뷰 (0) | 2014.08.29 |
[인디즈] 돌이킬 수 없는 죄의 무거움, 인디돌잔치 <가시꽃> 인디토크 (0) | 2014.08.28 |
[인디즈] 마음 한켠에 고이 자리 잡은 세 편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만나다! <메․운․봄>인디토크! (0) | 2014.08.27 |
[인디즈_기획] ‘애정 어린 시선이 필요하다.’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알아보기 (0) | 2014.08.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