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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18 [인디즈] 이국에서 만나는 낯설고도 익숙한 사람들, '인디피크닉2018' <국경의 왕> 인디토크 기록
  2. 2018.04.17 [인디즈] 당신이 멈춘 그 곳, 극장에서 '인디피크닉2018' <너와 극장에서> 인디토크 기록
  3. 2018.04.17 [인디즈] 영화가 포착해내는 시공간의 경험, 일상의 역학 '인디피크닉2018' <단편3: 감각의 시간 기억의 공간> 인디토크 기록
  4. 2018.04.16 [인디즈] 누구를 위한 일인가 '인디피크닉2018' <소성리> 인디토크 기록
  5. 2018.04.13 [인디즈] 여성독립영화의 열기를 이어가다 '인디피크닉2018' <단편1: 여성으로 살아가기> 인디토크 기록
  6. 2017.04.28 [인디즈] 부유하다 침전하는 순간들 '인디피크닉 2017' <순환하는 밤> <무저갱> <우리아빠 환갑잔치> <앰부배깅> 인디토크
  7. 2017.04.27 [인디즈] 우리는 어떻게 끌어안고 갈 수 있을까 '인디피크닉 2017' <업무시간> <수난이대> <천막>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 자국> 인디토크
  8. 2017.04.26 [인디즈] 구덩이에서 나온 라이츄의 영원한 테마 '인디피크닉 2017' <구덩이> <라이츄의 입시지옥> <인류의 영원한 테마> 인디토크
  9. 2017.04.21 [인디즈] 예술가는 언제나 거짓으로 진실을 말한다 '인디피크닉 2017' <플라이> <여름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인디토크
  10. 2017.04.20 [인디즈] 공상과 일상 사이의 매력 '인디피크닉 2017' <일어나기> <천에 오십 반지하> 인디토크




이국에서 만나는 낯설고도 익숙한 사람들  인디피크닉2018 <국경의 왕>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7일 오후 8시 20분 상영 후

참석 임정환 감독ㅣ박진수 PD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마리솔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




동포. 같은 나라 또는 같은 민족의 사람을 다정하게 이르는 말이다. <국경의 왕>은 이국땅에서 동포가 만나는 풍경 그리고 이것이 얼마만큼 낯설고도 익숙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동유럽의 겨울 같았던 밤, 임정환 감독과 배우로 참여한 박진수 프로듀서 그리고 무브먼트의 진명현 대표가 함께했다.





 

진명현 대표(이하 진행):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에 이어 오늘도 많은 관객분들이 와주셨습니다. 먼저 뜬금없는 질문인데 감독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박진수 PD님이 배우로서 세르게이진수역을 맡으셨는데 크레딧에는 세르게이만 적혀있습니다. 진수역할은 크레딧에 안 올리셨나요?

 

임정환 감독(이하 임정환): , ‘세르게이라고 해야 할 것만 같았어요. ‘진수라고 하니까 너무 있는 그대로의 자기모습 같아서요.

 

진행: 서울독립영화제 때 보고 오늘 다시 봤는데 이 영화는 참 기묘한 것 같아요. 기이한 옛날이야기 듣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 작품은 여러 번 복기해보아야 합을 맞출 수 있는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흥미로운 영화의 출발점은 어디였나요?

 

임정환: 제목이 먼저 생각났습니다. 조현철 배우에게 처음 ‘국경의 왕이라는 영화를 한 번 찍어보자고 했고, 영화의 내용이 뭐냐고 물어서 아직은 제목만 있다. 네가 같이 하겠다고 하면 이제부터 써보겠다.’라고 했습니다. 옆에 계신 박진수 PD님을 비롯해서 김새벽 배우님과 많은 좋은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두 장 정도의 시놉시스를 쓰고 출발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영화 내용이 이렇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고요. 일단 국경의 왕이라는 영화를 찍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입니다.

 

진행: PD님은 영화 완성본을 보고서 어떤 감상을 느끼셨나요?

 

박진수 PD(이하 박진수): 감독이 촬영 중간중간 당일 날 아침에 시나리오를 주더라고요. “오늘 찍을 분량이다.”하면서. 상황만 주고 대사는 많이 주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믿음이 있었고 확실한 선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믿고 따랐던 것 같습니다. 기대는 안 했지만 기대 이상의 괴랄한 영화가 나와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행: 전작을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봉은 안했지만, 임정환 감독님의 전작품인 <라오스>를 보신 분 계신가요? 5년도 되지 않았지만 전설의 작품으로 불리는 <라오스>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라오스>를 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그 작품은 완벽하게 조현철 배우의 영화입니다. 조현철 배우가 주는 낭만적이기도 하고 나태하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한 모습들이 라오스라는 세계와 굉장히 잘 맞아 떨어져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사람을 웃기는 독특한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이번에 <국경의 왕>은 완벽히 김새벽 배우의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새벽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신선함, 쓸쓸함, 그리고 착한 건지 못된 건지 전혀 알 수 없는 표정 같은 부분들, 김새벽 배우가 가지고 있는 얼굴의 거의 모든 각도를 다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새벽 배우를 만나면서 바뀐 부분들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임정환: 확실히 김새벽 배우님이 등장하는 비중만 큰 것이 아니라 영화의 톤 혹은 분위기 자체에 많은 영향을 주신 것 같습니다. 제가 김새벽 배우를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과는 같이 영화를 공부하고, 같이 영화를 만들어왔던 친밀한 사이인 반면에, 김새벽 배우만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된 분이었는데 그러다보니 김새벽 배우를 통해 저도 영화의 등장인물들, 그리고 영화를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볼 수 있었습니다. 말씀해 주신대로 김새벽 배우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알 수 없는 표정 같은 것들이 영화를 찍을 때 묘하게 옳다고 느껴지는 매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그걸 명확하게 뭐라고 말씀드려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아주 잘 아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것과 김새벽 배우의 눈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을 비교해 봤을 때 아무래도 김새벽 배우의 시선이 옳다라는 느낌을 받았고, 점점 더 김새벽 배우로 중심을 옮겨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행: 아마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유럽에서 촬영을 했고, 굉장히 적은 인원들이 참여한 작품이거든요예산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박진수: 정확한 금액은 감독이 저한테 숨기고 있고요(웃음). 저한테 현금을 주면서 이걸 최대한 아껴봐라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상 도전하기 힘든 금액은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어마어마한 장비를 들고 간 것도 아니고, 장소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실내가 대부분이에요. 장소 빌리는 데 큰돈이 들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그냥 밥 먹어가면서 영화 찍고, 관광도 한 번씩 하고요. 그렇게 엄청난 도전을 해서 엄청난 일을 이루지는 않았습니다.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임정환 감독에게 연락해보시면 아마 예산 세이브하는 방법을 잘 가르쳐드릴 겁니다.


임정환: 맞습니다(웃음).

 

진행: 아까 드렸던 질문이긴 한데, 감독님 왜 자꾸 (영화 찍을 때) 밖으로 나가시는 거예요?

 

임정환: 제가 사실은 해외에 나가려고 나간다기보단, 가까운 사람들을 데리고 완전히 동떨어진 곳에 갔을 때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계속 친한 사람들과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아마 학교 다니던 시절에 영화에 나오는 몇몇 친구들과 여행을 다닌 경험이 인상적으로 작용해서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익숙한 분들과 익숙한 곳에 가서 영화를 찍거나 혹은 외국이라고 할지라도 익숙한 관광지에서 영화를 찍는 것보다 완전히 낯선 곳에 익숙한 인물들이 박혀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저한테는 판타지적입니다. 그 느낌이 영화에서만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새로운 장소를 알아보다가, 그 장소가 계속 바깥이 되고 있네요.

 

진행: 임정환 감독님의 작품 속에서 공간성이 주는 힘이 어마무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떠올리셨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유사한 부분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가장 큰 차이는 감독님이 말씀하신 판타지가 가지고 있는 결들인 것 같아요. 영화의 1부와 2, ‘국경의 왕국경의 왕을 찾아서를 보면 같은 배우인데도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감독님이 다음 작품을 만드신다면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지금 구상하고 있는 작품이 있으신지 여쭙겠습니다.

 

임정환: 지난번에 밥 먹으면서 박진수PD한테 제목만 이야기를 하니까, 제목만 말하지 말고 뭐 좀 들고 와서 말하라고 했어요. 한 번 해 보려고는 합니다.

 

진행: 제목은 밝혀주실 수 없나요?

 

임정환: 제목은 <수나라 황제>구요.

 

진행: 사극인가요?

 

임정환: 사극은 아니고요. 어딘가에 수나라 황제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나서는 이야기입니다. 




 

관객: 영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질문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작품 찍기에 앞서 제목만 국경의 왕이라고 정해두셨다고 하셨는데 왜 이런 제목을 정하셨는지, PD님의 연기를 인상 깊게 봤는데 앞으로 배우로서의 활동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박진수: 저는 직장 다니고 있고요, 연기를 계속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프레임 뒤쪽에 있는 게 더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정환: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되게 즐거워하셔서, 제가 볼 땐 아마... 다시 한 번 하자고 할 거죠? (웃음)

사실 그냥 국경의 왕이라는 주제로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태국 쪽에서 촬영을 하려고 저 혼자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우크라이나를 가볼 기회가 생기면서 그 생각이 쏙 들어갔습니다. 그럼 우크라이나에서 뭘 찍지 생각하다가 국경의 왕이라는 제목이 그대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국경의 왕을 찾는 이야기를 찍자고 생각하다가 저 혼자 합리화를 시켰던 건, 국경의 왕이 있다는 말이 사실 모순이잖아요. 뭔가 모순된 행위를 하는 듯한 인물들을 흐릿하게 떠올리며 그대로 제목을 가져갔습니다. 명확하게 국경의 왕이 등장하거나 그를 찾는 영화는 아니더라도 그 단어의 조합들이 주는 느낌을 끝가지 가져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 이 영화는 사실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의 여정이잖아요. 그런데 여행이라고 하면 느껴지는 설레고 낯선 감정들이 있었는데, 그런 게 하나도 안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종이, , 유령 이런 것들이 나와서,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웃고 떠들자는 영화가 아니고 누군가를 추모하는 영화인가?’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임정환: . 맞는 것 같고요, .... 맞는 것 같습니다.(웃음) 전작 <라오스>에서의 인물들이 여행하는 것과 이 영화에서 김새벽 배우가 여행하는 것과의 분위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차분함 혹은 가라앉은 느낌이랄까요. 영화에 어렴풋하게 나오는데, 여행의 목적 자체가 달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특정인을 추모하자는 개념은 아닙니다만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유령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긴 했습니다. 어찌보면 여기에 등장하는 김새벽 배우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가공한 인물들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고, 죽은 인물들이라기보다는 그냥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볼 수도 있고. 또 엔딩에 나오는 묘지 때문에 폴란드, 우크라이나에 가서 영화를 찍겠다고 다짐을 했었거든요. 영화를 출발하게 된 어떤 이미지 상의 동기와 관련이 있어서요. 어떤 영화감독의 묘지 앞에 가서 찍은 것이긴 한데 특정 감독님을 추모하는 의미보다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주인공 주위를 떠도는 것들,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진행: 어떤 감독님의 묘지인지 알 수 있을까요?

 

임정환: 크쥐시토프 키에스로프스키 감독인데요. 다시 찾아가라면 못 찾을 것 같아요. 굉장히 넓은 묘지에서 저걸 찾는데 촬영감독님이랑 두 시간동안 못 찾았어요. 찍겠다고 왔는데 어딘지도 못 찾고 있다가 극적으로 찾았습니다.





관객: 이 영화가 구체적인 어떤 줄거리가 없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로케이션, 배경이 동유럽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또 하나는 김새벽 배우였는데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김새벽 배우와 작업을 하실 때,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디렉션을 주시는 건지, 아니면 뭉뚱그려서 설명을 하고 김새벽 배우가 알아서 연기를 하는 건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PD님 연기가 정말 실감나고 무서웠는데 타국에서 연기하실 때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진행: PD님부터 타국에서 연기하는 것의 매력 말씀해주시죠.

 

박진수: 특이한 게, 자국에서의 연기 경력이 별로 없다보니까 타국에서 촬영을 한다는 게 어렵긴 해도 또 못할 일은 아니더라구요. 영화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여기가 우크라이나다’, ‘여기가 폴란드다싶은 랜드마크나 대표적인 상징은 없지 않습니까. 그냥 외국이겠거니, 동유럽이겠거니 싶은 곳에서 촬영을 주로 했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지 않더라구요.재밌었습니다. 다음에는 어느 나라로 갈지 기대됩니다.

  

임정환: 김새벽 배우가 계셨다면 어떻게 말씀하셨을지 잘 모르겠는데 서로 모호하게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와 별개로 제가 감사한 부분 중에 하나가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김새벽 배우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사람들이 전부 아는 사이 정도가 아니라 친한 사이입니다. 그 사이에서 저희의 행태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하기도 하고 즉흥적으로 연기에 적용하셔야 하니까 부담스러우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굉장히 다양하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때그때 놓치지 않고 제안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완전한 텍스트를 들고 간 게 아니고 가서 계속 글을 쓰면서 영화를 찍다보니 김새벽 배우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시고 너희들 왜 이러냐?” 이런 한 마디 해주시는 것만 해도 글 쓰고 이야기 전개해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뿐만 아니라 영화를 촬영하기 직전까지도 많은 도움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진행: 김새벽 배우가 이 작품을 선택할 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임정환 감독님을 만나고 나서는 감독님이 좋은 사람이기에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다라고 생각을 했다고 해요.

 

 

관객: <국경의 왕>이라는, 생각해 두셨던 제목으로 영화를 출발했다고 하셨는데 왜 2부작으로 만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며 어떤 감정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임정환: 편집하는 후반부 작업에서 영화를 둘로 나누어 봤던 건데요. 1부는 어느 정도 이야기가 있는, 그야말로 영화 국경의 왕을 시도했던 것 같고 2부는 영화를 찾고 있는 과정, 그걸 관찰하는 모습, 그러니까 어떻게 영화가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말 그대로 국경의 왕을 찾아서가 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국경의 왕이라기보다는 국경의 왕을 찾는 과정에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관객분께서 봐주시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딘가에 숨겨있을 지도 모르는 영화를 찾는 과정. 명확하지 않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 어쩌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인 것 같거든요. 나한테 아무것도 없고,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지에 대한 확신도 안 드는 모든 과정이 어떻게 모여서 영화 한편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저와 똑같이 발견하지 않으셔도 되니까 여러분이 발견하신 것 모두가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관객: 재밌게 잘 봤습니다. 감독님의 영화를 처음 봤는데 여러 인물들이 한 장소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재밌다고 느꼈거든요. 감독님께서 어떻게 연출을 하셨는지, 대사처리는 어떻게 하셨고 배우들의 애드리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통 몇 테이크 촬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임정환: . 리허설 없이 카메라를 돌렸구요, 그래도 오케이와 엔지 컷은 있습니다. 첫 두 세 테이크 정도의 분량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길고 아무 말이나 합니다. 두 세 테이크를 거치고 나면 제가 여러 요구를 했습니다. “이런 부분까지 하면 너무 장황해지니까 그 부분은 빼줘”, “방금 이야기했던 것 중에 이런 것들은 재밌었으니까 그 부분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자하면서 즉흥적으로 다듬어 나갔던 것 같아요. 그래도 열 번 이상 찍은 경우는 거의 없었죠. 마지막에 나오는 굉장히 긴, 다섯 명이 식사하는 장면은 열여섯 번 정도 찍은 걸로 기억을 하는데 나머지는 그래도 일곱 여덟 번 정도로 끝냈습니다. 사실은 야외 장면들은 더 찍고 싶었던 장면들이 있는데 통제 문제 때문에 실내에 비해 빨리 진행하기도 했었구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저는 영화 촬영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임정환: 20일 갔다왔고 촬영을 했던 건 2주 정도입니다. 폴란드, 우크라이나 두 곳에서 찍은 것이긴 한데 두 나라 모두 굉장히 큰 나라이고 이동하는 데에만 열두 시간씩 걸리는 날도 있었어요. 날씨 문제도 있다보니 실제 촬영은 2주 정도로 기억합니다.

 

 

관객: 영화를 진행하시면서 내용을 정해둔 게 아니어서 이게 무슨 내용이지?’ 싶었습니다. 나쁜 의미가 아니고, 각자의 이해로 해석하게끔 하신건지 아니면 내용은 정해놓으신 건지 궁금하고요. 혹시 관객에게 꼭 부연설명하거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임정환: 사실 국경의 왕, 딱 네 글자만 가지고 간 건 아닙니다. 앞부분에 처음 가서 세르게이를 만나고, 세르게이가 택배박스를 들고 다시 등장한다.’ 이 정도는 썼었어요. 영화로 보면 15분 채 안 되는 분량이고요. 거기까지 찍고 하루 쉬었습니다. 그때부터 내일부터 어떡하지?’ 하는 고민을 시작했고 피디는 황당해하면서 장소를 알아보기 시작했죠. 뒤늦게 촬영감독은 점심을 먹고 어디로 나가야 되냐며 뛰어 다니기 시작했고. 그렇게 진행해서 이러한 결말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까의 질문에 대해 드린 답으로 이 질문의 답을 대신해야할 것 같은데. 제가 찾아온 과정이 영화에 담겨있는 것이어서 하나로 모아진 내용이 어쩌면 없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은 관객분이 찾아주시는 게 오히려 더 재밌을 것 같고 영화를 보면서 한 단어로 정리가 안 되더라도 어떤 느낌을 받으셨다면 아마 그게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행: <국경의 왕>은 올 겨울에 정식으로 개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개봉할 때 보물찾기하는 기분으로 친구들 데려오셔서 관람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끝으로 마지막 말씀 들으면서 자리를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박진수: 거듭 말씀드리지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괴랄하고 어떻게 해석할지 모르겠는 모호한 영화에 욕 안 해주셔서 감사하고요. 다음에도 또 이런 무시무시한 영화를 들고 오도록 약속드리겠습니다.

 

임정환감사합니다. <수나라 황제>도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늦게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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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멈춘 그 곳, 극장에서  인디피크닉2018 <너와 극장에서>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7일 오후 6시 상영 후

참석 정가영, 김태진 감독ㅣ배우 황민하, 박현영, 우지현, 한해인, 서현우

진행 허남웅 영화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권소연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





따뜻한 봄이 성큼 다가오는 것 같더니, 봄의 불청객인 미세먼지도 모자라 봄을 시기하는 꽃샘추위가 찾아온 토요일. 그럼에도 <너와 극장에서>라는 제목처럼 약속한 듯 우리는 극장에 모였다.

우리는 좋은 날씨에 피크닉을 떠나지만, 극장으로 떠나는 피크닉이라면 다를 것이다.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극장이라면 어디라도 피크닉이 되는 마법을 경험하기 위해 우리는 극장 쪽으로떠난다. ‘극장에서 한 생각들은 저마다 다를 테지만 한 가지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것은 바로 영화. 영화가 있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극장은 결국 우리들의 낙원이 된다.

<극장에서 한 생각>의 정가영 감독과 황민하 배우 그리고 <우리들의 낙원>의 김태진 감독과 박현영 배우, 우지현 배우, 한해인 배우 그리고 서현우 배우가 관객과의 대화를 함께 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의 질문으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이하 진행): 감독님들께서는 어떻게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가영 감독님부터 먼저 해주실까요?

 

정가영 감독(이하 정가영): 지금까지 관객과의 대화를 돌아다니면서 GV가 참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관객과의 대화를 다루는 몇몇 국내, 해외 영화들 역시 재미있게 봐서 나도 만들어 보고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침 이렇게 서울독립영화제의 개막작 지원 사업에 다행히 선정이 되어서 이렇게 극장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재미있게 나온 것 같아요.

 

김태진 감독(이하 김태진): 저는 원래부터 생각하고 있던 시나리오는 아니었습니다. 극장을 소재로 한다면 무엇을 찍는 게 좋을까?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 하고 생각했을 때,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극장에 대한 생각들을 이미지로 만들어 담아보고자 했고 이렇게 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다들 그런 것 같아요. 어떤 영화를 좋아하게 될 때, 순전히 그 영화의 뛰어난 점 뿐만 아니라 그 영화를 같이 보러 간 사람처럼 영화를 둘러싼 여러 요소들이 영화를 좋아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극장도 중요하지만 그 영화를 보러 가기 위해 펼쳐지는 어떠한 여정의 이야기들을 한번 써보자!” 이런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진행: 그러면 배우분들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맡은 캐릭터들을 위해 어떤 준비하셨는지, 우지현 배우님부터 말씀해주실까요?

 

우지현 배우(이하 우지현): 저는 우연한 기회로 작업을 함께 하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의 촬영장에 놀러갔다가 김태진 감독님을 만났는데, 그날의 어떤 기억이 남아 저한테 이 역할을 맡아주셨으면 한다고 제안해주셨어요. 처음에는 '내 술 취한 모습을 말하는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웃음). 아무튼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이기 때문에 인물들이 다 같이 모였을 때 영화 안에서 각자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맡은 인물을 영화 속에서 어디에 위치한 인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박현영 배우(이하 박현영): 사실 저희 영화는 초고 상태로 지원이 결정되어 촉박하게 촬영에 들어가는 일정이었는데, 시나리오가 처음에 제가 받은 것과는 많이 바뀌었더라구요. 그래서 무엇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시나리오 전반적인 이야기를 감독님과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얘기 나누며 함께 많은 고민을 했었던 것 같아요.

 

한해인 배우(이하 한해인): 저도 촬영 전에 굉장히 급하게 연락을 받았었습니다. 카페에서 감독님을 만났고 바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몇 시간 동안 나누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맡은 캐릭터는 호기심이 많고, 자신이 몰두하는 것이나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드는 인물로 받아들였습니다.

 

서현우 배우(이하 서현우):이란 인물에 대해서 감독님과 협의를 했던 부분은 단순한 상상에만 머무르지 말고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같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왜 그렇게 하는지 생각하고자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을 많이 관찰했죠(웃음).

 

진행감독님이 롤모델이셨군요(웃음).

 

서현우: 감독님이 애니메이션 세계에 대해 굉장히 많이 아시더라구요. 촬영이 끝나고 나중에 오사카를 가보게 되었어요. 그곳을 직접 가봤는데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많이 부족했다는 걸 깨달았고 그들은 정말 대단하고 경이로웠어요.(웃음)

 

황민하 배우(이하 황민하): 저는 연기를 처음 해보는 거라서 어떻게 준비를 해야 될지 막막했지만 기본적인 것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맡은 캐릭터는 어떤 사람일지 감독님한테 많이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관객: 세편의 에피소드 모두 잘 봤습니다. <우리들의 낙원> 속 은정이 민철을 찾는 과정에서 만난 인물들이 평범하지 않고 되게 독특한 캐릭터로 느껴졌는데, 이 인물들을 감독님께서 어떻게 구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결국 둘이 함께 보게 된 영화가 왜 <우리들의 낙원>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김태진: 일단 캐릭터를 구상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별로 고민한 적이 없던 것 같아요. 제가 먼저 구상했던 것은 '은정'이었고, 다음으로 '민철'은 함께 영화 속 여정에 올랐을 때 은정이 누구와 함께 해야할까, 누구와 함께 하면 그림이 이색적이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생각하다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또 영화라는 매체 또는 소재를 활용하는 영화이다보니 그에 어울리는 역할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캐릭터들이 사뭇 제 모습들을 많이 담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들어간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낙원>을 고른 이유는, 처음에 제가 시나리오 쓸 때는 당장 그 마지막으로 두 주인공이 볼 영화가 무엇일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써 놓지 않았어요. 어떤 영화가 가장 좋을지 생각하다가 평소에 좋아하던 프랑크 카프라 감독을 떠올렸어요. 이 영화인을 본받고 싶다 혹은 이 사람과 같은 부류의 영화를 찍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카프라의 영화들은 이따금씩 떠올라 보게 되는 영화들이에요.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부분이다 보니 제목도 고려하였는데 제목이 마음에 들기도 하여서 결국 타이틀로 정했습니다.

 


관객: 두 감독님께 가장 어려웠던 장면과 다 만드신 후에 영화가 감독님들의 의도대로 잘 나왔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진행어려웠던 장면 같은 경우는 배우님들도 해당이 될 것 같습니다. 배우님들 말씀도 들어보겠습니다.

 

정가영: ! 총 쏘는 장면이요! 총을 처음 써본 거라서 위험성에 대한 부담이 있었어요. 이태경 배우가 쏘는 것도 그렇고, 황민하 배우가 총 맞는 것도 그렇고 혹시나 다치지 않을까 싶었죠. 소리도 엄청 크고 너무 무섭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몇 번 리허설을 거쳐서 합을 잘 맞춘 다음에 실제로 리얼하게 잘 담아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도 재미있게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입니다.

 

김태진: 쉬웠던 장면이 없었지만, 굳이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은정'이 '민철'과 골목에서 만난 다음에 은정이 말을 쏟아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본의 아니게 일정 문제 때문에 일찍 찍었거든요. 거의 처음에 찍었는데, 배우들이 아직 이 영화가 정확히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모르는 상태로 많은 것들이 쌓여서 폭발하는 장면들을 찍어야 했으니 정말 어려웠을 거예요. 그럼에도 다행히 배우분들이 잘 해주었습니다. 다들 비슷하겠지만, 영화는 찍기 전에 큰 꿈을 꾸고 만들고 나면 언제나 아쉽기 마련인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좋은 기회에 찍어서 꽤 만족스러운 영화가 되었습니다.

 

정가영: 저희 엄마가 김태진 감독님 작품 보시고 가영아, 저 감독 상업영화 하겠다라고 하셨어요(웃음).

 

황민하: 저도 감독님이랑 마찬가지로 총맞는 장면이 걱정이었는데 그 장면은 의외로 괜찮았어요. 위험성에 대한 걱정보다는 앉아서 연기를 하다가 총에 맞아서 죽어야 하니까 어떻게 해야 어색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서현우: 상대 역을 맡은 배우분이 진지하게 접근해줘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구요. 대신에 대기할 때가 힘들었어요. 제 옷이나 행색 때문에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이 힘들었습니다(웃음).


한해인저는 화장실에서 은정을 만나서 인사하는 장면이 처음 촬영한 장면이었는데, 제 실제성격과는 다르게 자기 기분에 따라서 말을 쏟아내는 연기를 하느라 좀 어려웠지만 박현영 배우님이 잘 이끌어주셔서 편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박현영: 제가 그랬나요(웃음). 저는 항상 촬영이 끝나고 나면 항상 아쉬운데, 그래서 또 연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영화도 처음에는 촬영회차가 적고 일정도 길지 않아서 그렇게 큰 부담감은 없었는데 실제로 연기를 하려고 하니 그때부터 지옥문이 열리더라구요(웃음). 그래도 짧게 끝나서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웃음). 사실 지금 촬영했던 것들이 생생하게 기억은 나는데 어떤 과정 같은 것들은 증발된 상태라 아득하게 느껴지네요.

 

우지현: 어려웠던 장면이라기보다는 인상깊었던 것은, 종로3가 탑골공원 쪽에서 촬영을 했을 때, 노인분들이 많으셨어요. 근데 그렇게 카메라에 관심이 많으시더라구요. 항상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시고. 불쾌하기보다는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물론 찍고 있는 스태프분들은 힘드셨겠지만, 이렇게까지 기계에 관심이 많으신가 싶었거든요(웃음).

 




관객: 정가영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영화를 재미있게 봤는데, 한편으로는 괴로웠어요. 제 자신도 영화에 나오는 진상 관객 같을 때가 많아서 찔리기도 했습니다. 영화 내용이 결국 GV 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관객에게 경고하는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가요?

 

정가영: 오히려 반대입니다. 다른 작품들을 보러 갔을 때 사람들이 GV 시간에 질문을 하는 걸 보게 되는데, 전 용기가 없어서 못하거든요. 질문을 하는 행위가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경고의 의미는 아니고 사람들이 더 많은 질문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극 중에서 가영이는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하는데, 물론 유부남이었죠. 그런 관계에서 가영이가 나쁜 상상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상상한 나쁜 상황들이 연출된 것이 영화 속 관객과의 대화였던 것 같습니다.

 

 

진행: 극장이라는 공간이 모두에게 특별할텐데, 배우분들도 영화를 찍으면서 느끼신 감정들이 궁금합니다.

 

우지현: 영화를 보러 오는 곳에서 영화를 찍고 스크린으로 다시 확인할 때 감회가 새롭더라구요. 새삼스럽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이런 일이었고, 지금 하고 있다는 사실이 좋은 의미로 새로웠습니다.

 

박현영: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을 땡땡이 치고 낙원상가에 영화 보러 오곤 했는데, 어느 날은 비가 엄청 내렸어요. 아주 늦은 시간도 아니었는데 낯선 곳이라 밤에 매우 공포에 휩싸였던 기억이 나네요. 겁나는데 또 짜릿하기도 하더라구요. 제가 모르는 것이 더 많았던 시절에, 극장은 저에게 미지의 세계로 느껴졌어요. 프레임 안에 있는 세계는 현실에서 느끼는 것들이 증폭되는 느낌이라 더 강렬하게 느껴지곤 했어요. 극장에서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 감흥이 없어서 제 감정이 메말라 버렸다고 생각했거든요(웃음). 배우를 한지 시간이 꽤 된 만큼 현실과 스크린 속을 이제서야 구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원섭섭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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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포착해내는 시공간의 경험, 일상의 역학

 인디피크닉2018 <단편3: 감각의 시간 기억의 공간>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7일 오후 12시 40분 상영 후

참석 오서로, 채의석, 김현정 감독

진행 김경묵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연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




우리를 둘러싼 공간과 시간은 고정되지 않았다. 공간과 시간은 변하고 이는 때로 우리에게 영감이 되기도 무의식적으로 내면에 머물러 어떠한 상처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것들에 이토록 쉽게 영향 받는다는 점이 때로 무기력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모두 여전히 변화하는 외부와 함께 감각의 경험을 이어나간다. 공간과 시간의 풍경을 우리는 지켜보며 그대로를 감각하기도 또 그와 함께 면면히 움직이는 경험을 맞이하기도 한다. 47일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이처럼 주변에 존재하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경험을 공유하는 영화 4편이 상영되었다. 환절기만 되면 괴롭히곤 하는 코의 감각(<(OO)>의 경우), 빛과 소리에 의존함으로써 드러낸 밤이라는 시간성(<사냥의 밤>의 경우), 개발되는 공간에 기대어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봄동>의 경우), 어린 시절 외로움으로 인해 받았던 상처(<나만 없는 집>의 경우) 등 모두 일상에서 마주하는 경험들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OO)>의 오서로 감독, <봄동>의 채의석 감독, <나만 없는 집>의 김현정 감독이 이 자리에 나와 보다 세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김경묵 감독 (이하 진행): 이번 상영 작품을 만들게 된 동기를 짧게 말씀 부탁드린다.

 

오서로 감독 (이하 오서로): 애니메이션은 2015년에 학교를 졸업하고 만들기 시작했다. <(OO)>의 경우 작년, 20176월 졸업 이후 처음으로 만들게 된 독립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채의석 감독 (이하 채의석): <봄동>은 내가 김포로 이사 갔을 때 돌아다니며 본 풍경과 그 주변에서 이뤄지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만들게 된 영화다.

 

김현정 감독 (이하 김현정): 2016년에 <나만 없는 집>의 촬영을 시작했고 2017년에 작품을 완성했다. 촬영과 제작지원은 대구에서 이뤄졌다. 시나리오 작성은 촬영 이전부터 해왔다. 어릴 때 기억들을 담아서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진행:봄동이라는 나물류 먹거리 혹은 계절 음식이 우리 세대에게 익숙한 건 아니다. 어떻게 그 소재를 택하게 되었나?

 

채의석: 영화 속에 등장하는 무단 경작을 금지하는 표지가 실제로 있었다. 지나가면서 매번 보았다. 그러면서 새로 아파트 분양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옛날 그 장소에 살았던 사람이 경작을 한다는 아이러니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전라남도 순천이 고향이다. 순천으로 내려가다 봄동을 보게 되었고, 봄동이 갖고 있는 겨울과 봄이라는 두 가지의 계절, 그런 특성을 다뤄보고 싶었다. 지역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아직은 예전의 것이 남아 있는 그런 상태를.

 


진행: <나만 없는 집> 속에 개인적 경험에 가까운 어린 시절이 담겨있다. 어릴 적 부산에 살아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사투리에 친숙함을 느꼈다. 방에 걸린 젝스키스 사진을 보고 영화 속의 시간이 90년대임을 깨닫기도 했다. 시간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러한 사적인 이야기를 그려내는 게 감독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느낌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과정 안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공유해달라.

 

김현정: 과거의 생각과 감정들이 먼저 떠올랐다. 촬영이나 편집이 이루어지는 시기 보다는 시나리오를 썼던 시기에, 시나리오는 감정을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보니 그만큼 생각이 늘었다. 어릴 때의 고민, 혼자 있던 기억, 또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던 세대로서의 경험,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일까 고민하다 걸스카우트와 연관 짓는 시도를 해보았다. 준비할 때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했다. 그래도 기준점은 언제나 나였다. 촬영을 할 때에는 나의 경험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감정의 공유에 주안점을 두고 주변의 자문을 많이 받기도 했다.

 

진행: 영화 속에 드러나는 사건이 모두 개인적인 경험인가

 

김현정: 엄마의 사인을 베껴 걸스카우트에 지원한 후 허락을 받지 못한 일까지만 나의 실제 기억이다. 언니와 싸우고 돈을 훔치고 그 후에 이뤄지는 설정들은 각색했다. 어머니가 실제 시나리오를 보시더니 네가 걸스카우트를 그리 하고 싶어 했는지 몰랐다고 하시더라. (웃음) 오히려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치유가 많이 되기도 했고, 부모님의 이야기도 듣는 계기도 되었다.

 




진행: <(OO)> 혹은 '콧구멍'의 오서로 감독께 질문하고 싶다. 제목이 독특하다. 읽기 난감한 제목인데 어떻게 만들어졌나. 또 어떻게 보면 영화에서 제시하는 메세지가 없다. 재채기만 하고 끝나는 이야기다. 이 내용과 제목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시도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어떤 연유로 그러한 제목과 소재를 취했는가?

 

오서로: 제목은 의아할 수 있다. 근데 그림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재앙, 노재스터(nose+disaster), '코앙' 같은 글자 조합으로 갈까,(웃음) 혹은 하나의 투박한 단어로 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 말한 것처럼 내러티브나 플롯이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재채기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글자를 그림처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지금의 <(OO)>를 제목으로 선정했다. <(OO)>는 나의 세 번째 작품인데 확실히 실험적인 마음으로 작업했다. 처음 만든 애니메이션은 기승전결이 있는 시나리오가 있었다. 두 번째는 졸업작품인데 교실에서 조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배경도 있고 결말도 존재했다. 이번 것은 공간은 부재한 채 은유만 존재한다. 실제로 내가 만성 비염이다.(웃음) 어릴 때부터 고생했다. 지금 여기에도 나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비염이 아니라 해도 환절기에 코감기가 걸린다든지, 코와 관련된 안 좋은 일에 대해 다들 공감할 것이다. 이처럼 같이 고통을 느껴보자 하는 의도로 관객에게 간접경험을 시키는 용도로 영화를 제작했다.

 


진행<나만 없는 집>에 등장하는 아역과 성인 배우 다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를 보여준다. 어떻게 배우들을 캐스팅 했나. 그들은 전문 배우인가. 그리고 사투리 연기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주의한 점은 무엇이 있나.

 

김현정: 다 전문 연기자이다. 특히 이제 연기를 시작한 아역 배우들인데, 연기학원이나 소속사에서 섭외하게 됐다. 대구, 서울, 그리고 부산까지 오디션을 많이 봤다. ‘세영으로 등장하는 아역만 서울이고 나머지 아역 배우들은 대구와 부산 출신이다. ‘세영선영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배우는 극단까지 직접 운영하는 전문 배우다. 서울 출신인 세영역은 사투리가 안 돼서 숙제하듯 녹음을 시키기도 했다. 동시에 사투리 연습과 같이 연기 공부도 된 것 같다. 또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이입하길 원해서 유사경험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언니가 있냐, 친구들 중에는 이런 경험을 겪는 이가 있느냐, 이런 것들 말이다.

 


진행: <봄동>에서 등장하는 아버지, 수리공 아저씨, 그리고 낚시꾼으로 등장하는 아저씨. 이 세 명의 아저씨는 전문 배우들인가.

 

채의석: 아버지로 등장하는 배우는 전문배우다. 은행 간판에도 나와 계신다.(웃음) 나머지 두 중년은 실제로 그 동네에 거주하는 분들이다. 보일러 수리공 아저씨는 실제로도 그 직업을 업으로 한다. 시의원에 출마하신다고도 들었다. (웃음)

 

진행: 남녀 주인공의 경우는 어떻게 섭외했는가.

 

채의석: <봄동>의 시나리오는 12월에 작성했고, 그 전 11월부터 연극을 올렸다. 연기 시작은 9월이었는데 거기서 상우역의 도현 배우를 보았다. 시나리오의 틀을 잡아놓고 배우에게 같이 영화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줬다. 대사를 쓰면서도 실제 들었던 말투와 속도를 고려했다. 그리고 다영역의 이슬이 배우는 지인을 통한 오디션에서 섭외했다. ‘다영이라는 인물을 쓸 때까지 이 배우를 몰랐지만 실제 다영처럼, 그 장소에 사는 것처럼 연기해줘서 고마웠다. 무엇보다 두 분의 화합이 좋았다.

 




관객: <봄동>을 보면서 주인공이 제삿상을 차리기 위해 음식하는 장면, 그리고 술을 마시는 인물 뒤로 드러나는 아주머니의 모습들이 장면의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연관성 없는 장면들을 나열한 이유가 따로 있는가. 또 엔딩 크레딧에 소리를 삽입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채의석: 마트의 아주머니가 뒤에 보이는 장면은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부터 의도했다. 그 장면은 편집도 거의 없었다. 그런 장면들을 넣은 이유는 공간에 의해 자기 삶이 바뀌는 사람들을 묘사하기 위해서였다. 변화하는 공간의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나오기를 바랐다. 호프집에서 옛날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세 아저씨들이 실제로 보아도 매력적이지는 않다. 흘러가는 분위기처럼 묘사되기를 원해서 실제 사는 분들의 얼굴을 비춘 것이다. 그리고 엔딩 타이틀에는 종종 음악이 없기도 하다. (웃음)

 

 

관객: 김현정 감독님의 <은하 비디오>도 굉장히 잘 봤다. 필모그래피를 통해 남겨진 사람 혹은 소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것 같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됐는가. 주인공을 포함한 초등학생 인물들이 연기를 훌륭히 해냈는데 디렉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김현정: 보통 별다른 의식을 하지 않고 작업을 하는 편이다. 근데 완성한 걸 내 눈으로 보니 깨닫게 됐다. 관계나 소외된 것들을 꾸준히 생각하다보니 그게 본의 아니게 담긴 듯하다. <은하 비디오>는 비디오 가게가 나오는 이야기를 찍고 싶었고, 이야기를 덧붙이는 과정에서 비슷한 맥락의 설정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연기는 어려운 편이다. 그래도 아이들이기 때문에 내 어릴 때의 감정을 떠올리며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설명이 가능했다. 내가 설명할 수 없었다면 디렉팅이 어려웠을 것 같다.

 

 

관객: <나만 없는 집>의 이야기는 주인공 '세영'의 걸스카우트에 대한 욕망으로 시작된다. 엄마의 지갑을 훔치게 되는 것들도 그렇고. 이런 상황들이 아이의 순수함 때문인지 아니면 가족의 결핍으로 인해 관심 받고자 하는 행동인지 궁금하다. 더불어 결말에서 아이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것인가.

 

김현정: 남에게 주목받고 싶다는 이유로 걸스카우트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이가 가족, 친구, 언니 등 다양한 사람들과 투쟁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원했던 건 걸스카우트를 하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주변에 인정받는 일임을 무의식적으로 깨닫고 걸스카우트를 포기하는 엔딩으로 설정했다. 사실 엔딩은 성장보다는 변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것이다.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세영'과 '선영'이 같이 라면을 끓이는 장면이 있었다. 근데 촬영 중에 편집했다. 상황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가족들은 여전히 바쁘겠지만 아이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관객: <나만 없는 집>에서 보면 옆집 아줌마가 엔딩 크레딧에 명시되어 있다. 근데 옆집 아줌마를 영화에서는 못 찾았다.

 

김현정생략되고 편집된 장면이 몇 있다. ‘세영이가 언니와 엄마가 치킨을 먹는 걸 엿보는 장면 바로 전에 옆집 아줌마가 등장한다. 옆집 아줌마가 말을 거는 장면이었다. “엄마는 안 계시니?”와 같은 대사도 있었고. ‘세영을 더 외롭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 장면이 세영이 과감한 행동을 하는 동기가 되었으면 싶었다. 편집해보니 지루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비슷한 장면이 꽤 많아 그 부분은 생략했다.

 

 

관객: <봄동>에서 남녀 주인공의 관계가 모호하다.

 

채의석: 그건 나의 성격 탓인 듯하다. 우유부단하고 질질끄는 성정이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웃음) 보다 공간에 집중하고 싶어서 둘의 관계를 뉘앙스만 풍기는 선에서 제시했다. ‘다영상우에게 머리를 기대는 장면은 주변에 계속 물어봤다. 그 둘 사이의 연애 감정을 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는 건물의 딱딱함과 직선을 부각하고 있기 때문에 둘의 관계가 오히려 드러나지 않기를 바랐다.

 

 

진행: <(OO)>에 따로 쓰인 애니메이션 기법이 있는가?

 

오서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둘 다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과정은 동일하다. 시놉시스를 글로 작성하면 콘티 작업을 한다. 비디오 콘티라고도 하는데,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대강 소리와 이미지를 넣고 움직임을 편집해 놓은 스토리보드를 만든다. 보통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스토리보드에 내용을 즉흥적으로 첨가할 수 있느냐의 차이를 갖는다. 독립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내용을 빼기는 쉬워도 덧붙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웬만하면 스토리보드에 맞춰 애니메이팅을 한다. 디지털이 발달하기 전엔 손그림을 많이 사용했다. 물론 디지털이지만 한 장 한 장 손으로 그리는 방식을 지금도 차용한다.


 


 


진행: 관객분들께 차기작 계획과 함께 짧은 인사 부탁드린다.

 

오서로: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다. <(OO)>를 작년에 완성해서 아직 다음 작품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차차 준비해 나가겠다.

  

채의석:  다다음주 주말이면 새 작품을 촬영하고 있을 듯하다.

 

김현정: 주말 오후라는 황금사간에 와주셔서 감사하다. 5월 초에 단편 촬영 들어갈 듯 하다. 내년에 좋은 기회가 있다면 보여드릴 수도 있겠다.

 

 

 

영화는 우리가 여상스럽다 여기는 찰나를 포착해낸다. 예사스러운 일도 스크린을 거치면 관객에겐 특별한 것으로 체감된다. 관객들은 <(OO)>의 재기발랄한 이미지에 웃음을 터트리고 <사냥의 밤>이 상영되는 가운데 감각에 집중하기 위해 침묵을 지키며 <봄동>의 차갑지만 따뜻한 계절감을 차분히 관망하고, <나만 없는 집> 속 세영의 고군분투에 눈물 짓기도 한다. 많은 관객과 일상의 순간을 주고 받는 체험은 꽤나 각별하게 느껴진다. 일상 속 시·공간의 포착, 극장과 영화가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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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일인가  인디피크닉2018 <소성리>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6일 오후 6시 상영 후

참석 박배일 감독

진행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기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된 서울독립영화제 순회상영회 인디피크닉 2018의 둘째 날 <소성리>가 상영되었다. 소성리는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하나의 작은 시골 동네이다. 그러나 현재 그곳에는 한국 사회를 소란스럽게 만들었던 사드가 배치되어 있으며 여전히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투쟁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인인 시골 마을에서 거대한 무기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직접 전쟁을 겪었기 때문이다. 평화를 위해 들여왔다는 무기가 그곳 사람들의 평화를 깨고 있는 방식을 영화는 보여준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이하 김동현) : 영화에 어느 정도 설명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상과 투쟁의 과정을 함께 다루셨어요. 언제부터 언제까지 촬영을 했고 여기서 담아냈던 중요한 투쟁의 과정이 성주 투쟁에서 어떤 부분에 해당되는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박배일 감독 (이하 박배일) : 이 영화의 오프닝에서 제일 처음 나온 크레딧이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김천/성주프로젝트예요. 저희한테 와 닿아야 하는데닿지 않는 목소리를 가진 현장을 찾아가서 그 현장의 목소리를 저 같은 사람은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음악을 하시는 분들은 음악작업을 하고 글을 쓰시는 분들은 잡지를 만들거나 기사를 쓰는 식으로 1년에 한 번씩 현장을 돌아가면서 45일동안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작년에는 성주의 사드 이야기를 하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장편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프로젝트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대선이 끝나고 나서 댓글 중에 소성리 주민들은 그렇게 사드를 반대하더니 투표는 전부 빨갛게 했네.’, ‘사드 안고 죽어버려라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너무 화가 났어요. ‘20%의 사람들을 보호해주거나 응원해주지는 못할망정 이런 방식으로 폭력을 가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투표결과의 원인이 무엇인지 사드의 이야기와 함께 장편으로 담아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사전에 몇 번 촬영을 하고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간 건 6월 말에 시작을 했습니다. 2개월 정도 촬영을 했어요. 여름이라 아침 7시부터 촬영을 하고 너무 더워서 10시부터는 촬영을 못했어요. 중간에 숙소에 들어가서 편집을 하고 한 3시쯤에 다시 나가서 촬영을 하고 또 들어와서 편집을 하면서 소성리에서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촬영 기간은 2개월 정도이고편집까지 하면 3개월에서 4개월 정도 프로젝트가 진행됐어요.

왜 이런 투표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저의 잠정적 결론은, 전쟁의 경험을 겪고 빨갱이로 몰리면 죽임을 당하는 역사를 살아오신 분들이 스스로 숨거나 침묵하는 역사들이 반복되면서 보수화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전쟁의 위험을 불러일으키는 사드의 이야기로 이어가고 싶었던 거 같아요.

 


김동현 : 공동의 프로젝트로 작업을 시작하셨다고 하셨어요. 성주의 작은 마을이고 연대 단위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 더 현장을 알려내는 방향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 작품은 평화로운 소성리 마을, 그리고 굉장히 일상적인 생활들을 해나가는 주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잖아요. 큰 틀을 잡을 때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그리고 감독님이 어떻게 방향을 잡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박배일 : 제가 만약에 투쟁현장을 처음 간 감독이라면 아마 저의 전작들처럼 이 투쟁을 잘 알리기 위한 논리적인 영화를 만들었을 거 같아요. 이 투쟁이 어떤 맥락이 있고 이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싸우는지 감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었을 거 같은데, 제가 그래도 투쟁 현장에 조금 오래 있었어요.(웃음밀양에도 3년 정도 있으면서 2편의 영화를 만들었어요. 또 부산에서도 계속 투쟁 현장에 있었는데 이분들이 결국 말씀하고 싶은 것은 여기서 이대로 살고싶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와 같은 이야기예요. 늘 현장에 있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본질적인 이야기. 이분들이 구호로써 외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밀양 때는 언론 상황이 너무 안 좋고 제대로 밀양을 알리지 못했기 때문에 약간 백과사전처럼 전체적인 투쟁과 논리와 의미를 다 섞어서 영화를 만들었어요. 다행히 정권이 바뀌고 사드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다양한 관점으로 언론에서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소성리>라는 작업 이전에 <파란나비효과>라는 작업이 있어요. 그 영화는 조금 더 논리적으로 이 투쟁을 알리는 영화거든요. 그 영화와 제가 했던 경험들이 있으니까 조금 더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풀어보자고 생각했어요. 평화가 뭘까?’하고 물었을 때 할머니들은 일상을 지켜나가는 게 평화라고 얘기했거든요. 사드라는 건 일상을 파괴하는 굉장히 거대한 무기니까요. 그런 이야기들을 이분들이 살아가는 호흡으로 만들어가자는 생각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와 호흡을 이렇게 맞췄던거 같아요.







김동현 : 사드 배치를 둘러싼 극렬한 투쟁과 대비되는 주민들의 평화로운 생활이 한 축이고, 해방 전후에 있었던 소성리의 일들을 기억하고 발언하면서 현재의 싸움과 연결되는 흐름이 다른 중요한 한 축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추가적인 설명을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소성리에서 과거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으며, 인터뷰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박배일 : 인터뷰는 한 분당 4시간에서 5시간 정도 했던거 같고, 인터뷰에서 듣고 싶은 말들이 제 머릿속에 조금씩 있었던 거 같아요. 한 투쟁지역에 3, 4년을 있다보니 사전조사도 하고 이분들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조금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이야기들을 어느 순간에 조심스럽게 꺼내야지생각하며 인터뷰를 준비했던 게 있어요. 소성리는 굉장히 작은 공간이고 6.25 때 의료 작업을 하던 곳이었어요. 전쟁이 격렬하게 일어났던 공간이라기보다는 의료부대, 보급부대가 있었던 곳이죠. 워낙 산골짜기라서 북한군이 상주하면서 빵집도 만들고 의료 관련된 보급도 했던 공간으로 알고 있어요. 영화에서는 굳이 드러내면서 말하지는 않았지만 소성리가 아닌 다른 공간들은 전부 학살지거든요. 그래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아실 수 없겠지만 공간을 배치할 때 저희 나름대로는 전쟁의 아픔이 있는 공간들을 배치하자고 했어요.


김동현 : 빵집이 있었다는 게 특이해요. 그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집에서 빵을 만들어 먹지는 않았잖아요. 어떤 배경이 있었던 건가요?


박배일 : 잘 모르겠는데요.(웃음) 할머니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걔네들'은 자기들 땅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여유롭게 지냈고, 먹을 게 없는데 자기들끼리만 뭘 먹기는 뭐하니까 우리한테 나눠주면서 자신을 사람답게 대했다는 이야기를 하신 거 같아요.



관객 : 할머니들 근황을 알고 싶습니다.현재 사드가 들어서있는데 특히 영화에 많은 분량 등장하신 할머니가 지금은 어떤 마음으로 사시는지 궁금하네요.


박배일 : 사드가 추가 배치돼서 미군과 한국군이 상주를 하는데, 원래 군대가 아닌 골프장이 있던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이 굉장히 협소한 거예요. 그래서 최근까지도 계속 막사를 넓히고 있어요. 또 배관 시설이나 화장실 시설이 잘 안 되어있어서 얼마 전에 또 공사시설을 올렸어요. 문재인 정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또 다시 사드 들어갈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공사 자재를 올리는데 할머니들은 공사를 하지 못하게 매일 새벽마다 올라가는 길목을 막고 있어요. 사드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얘기가 많아요. 사드를 뺀다, 다시 공사를 한다, 여러 얘기가 많은데 다 확실한 건 아니라서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사드 배치에 대해 분노하며 그곳에서 매일매일 공사를 막고 있는 상태입니다.






관객 : 이전에 밀양에서 작업하실때 감독님이 느꼈던 밀양의 투쟁모습과 소성리의 투쟁모습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배일 : 투쟁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적절치 못한 거 같고, 저 스스로의 차이가 있었어요. 밀양은 제가 3년을 현장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곳에 계신 분들과 맺고 있는 관계의 농도가 조금 달랐던 거 같아요. 저는 밀양을 경험하고 밀양을 품고 있기 때문에 성주에 가서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거든요. 밀양분들이 겹쳐보이면서 소성리의 분들을 담게 된 것도 있는 거 같아요. 아주 가볍게 얘기하면 밀양이 더 여성성이 풍부하고 즐겁고 활기찬 투쟁이었던 거 같아요. 그렇다고 소성리가 굉장히 과격하고 남성적이라는 건 아니지만 그 두 개를 비교했을 때는 조금 더 그런 특색이 짙게 나타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김동현 : 현장의 양상이 달랐던 거 같아요. 감독님이 밀양에서 작업하신 걸 봤을 땐 최소한 우익 단체들이 오고 바로 앞에서 위협을 가하는 충돌 양상은 없었거든요. 근데 소성리의 싸움은 미군이 개입되어 있고 국방부가 개입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또 보수정권 시기여서 그런지 그런 장면들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관객 : 대부분 모든 샷들이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 할머니들의 행진을 담잖아요한 분 한 분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에는 카메라가 따라가는 게 나을 수도 있는데 고정시키고 촬영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배일 : 일단 고백을 하자면, 저는 스스로를 촬영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들고 찍기보단 놓고 찍자고 생각하는 게 있어요. 제가 촬영을 못한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야 관객들이 볼 때 조금 더 안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싸움이 굉장히 격렬하게 일어나는 순간에도 웬만하면 고정시켜서 찍는 버릇을 들였거든요. <소성리> 같은 경우는 아예 촬영 콘셉트를 잡고 시작했던 경우예요중요한 콘셉트는 우리가 시골 할머니를 대할 때 어떤 자세로 대하는가였어요. 할머니들이 전부 앉아서 이야기를 하잖아요. 같은 위치에서 이분들의 활동을 보려고 했어요. 제가 오래 머무르는 게 아니다보니 단시간에 이 이야기를 속보성의 영화로 만들고 싶었고, 그렇게 촬영콘셉트를 잡고 시작했어요.

 

김동현 : 마치 어떤 유령들이 존재하는 것 같은 시선으로 연출한 장면도 있잖아요. 그걸 위해서 컬러효과도 주셨던데 야심차게 준비하고 진행하지 않으셨을까 싶어요.(웃음)


박배일 :얼마 전에 영화를 다시 봤는데 제가 별짓을 다했더라고요.(웃음) 그 당시에는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 장면은 다른 이야기와 조금 다른 맥락이라고 판단했고 다르게 표현해야 할거 같았어요. 제가 이 공간을 혹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감각하고 있는지에 기대어서 그럼 이렇게 해볼까?’하고 만들었더니 그렇게 이상하게 됐던 거 같아요. (웃음)







김동현 : 마지막 질문인데요. 감독님 목소리가 한번 나오잖아요.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인데 굳이 감독님의 목소리를 드러내기로 결정한 그 샷을 편집할 때 어떤 생각으로 하셨는지도 궁금하고요. 관객 분들에게 지금 하시는 작업, 또 성주의 다음 투쟁일정이 있다면 그것까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배일 :몇 개를 질문하시는 거예요?(웃음먼저, 그 장면이 정말 튀는 장면이에요. 빼라고 욕을 정말 많이 먹었는데 내가 어떻게 이곳에 존재하고 있는지 짐작하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바로 뒤 컷이 그 어린 친구가 저한테 와서 뽀뽀를 하는 장면이에요. 이거까진 너무 오버여서 뺐어요.(웃음)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들이 어떤 방식으로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고, 그게 표현이 잘 되었든 안 되었든 저는 상관없습니다.

다음 작업은 부산의 공간인데요, 부산 국도예술관이라고 얼마 전에 문을 닫은 곳입니다. 그 공간의 마지막, 문을 닫는 모습을 2주간 촬영해서 지금 편집이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어요. 또 제가 7-8년 전에 기획했던 영화가 있는데 저희 동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옛날에는 산업적으로 굉장히 활성화되었지만 지금은 모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낙후된 공간과 스스로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늙은 노동자, 그리고 그 공동체를 밀어버리는 국가권력을 이야기하면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상이라는 작품을 내년에는 선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성주에서는 수요일마다 매일 마을회관 앞에서 집회를 해요. 김천도 사드랑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구역이거든요. 그래서 김천에서도 국민대행동이라고 하는 큰 일정이 있습니다.

일단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정말 많은 사람들과 많은 언론들이 평화가 오고 있다고 이야기 하잖아요봄이 온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평화가 오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말 속에 빗겨난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특히 지금 이 순간 성주 소성리라는 공간에는 평화에서 빗겨난 사람들이  있거든요. 평화라는 말을 계속 끄집어내고 평화로워야 한다고 주장해온 주체가 소성리 주민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그분들은 평화롭지 못해요. 그 사실을 알고 소성리와 성주 투쟁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어떻게든 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영화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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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영화의 열기를 이어가다  인디피크닉2018 <단편1: 여성으로 살아가기>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5일 오후 8시 20분 상영 후

참석 이수아, 황슬기, 강유가람 감독ㅣ배우 윤지온, 최배영, 황동희 

진행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종우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





인디피크닉이 돌아왔다. 인디피크닉은 서울독립영화제의 수상작과 화제작을 모아 소개하는 전국 순회상영전이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다채로운 여성 독립영화가 소개되었다. 인디피크닉2018 '단편1: 여성으로 살아가기' 섹션은 그중에서도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세 편의 영화로 이루어졌다. 이번 관객과의 대화에는 <손의 무게>의 이수아 감독, 윤지온, 최배영, 황동희 배우, <자유로>의 황슬기 감독 그리고 <시국페미>의 강유가람 감독이 함께 했다. 진행은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맡았다.

 






김동현: 궂은 날씨임에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김동현입니다. 영화 연출한 감독님, 출연한 배우님들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관객들에게 소개 인사 부탁드릴게요.

 

윤지온: 안녕하세요 저는 <손의 무게>에서 지훈 역할을 맡은 윤지온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수아: 안녕하세요 <손의 무게>를 연출한 이수아입니다.

 

황동희: 안녕하세요 <손의 무게>에서 선배 역할을 맡은 황동희입니다.

 

황슬기: 저는 <자유로>를 만든 황슬기입니다. 반갑습니다.

 

강유가람: 저는 <시국페미>를 연출한 강유가람입니다. 반갑습니다.



김동현감독님들 어떻게 이야기를 구상하고 시나리오 쓰셨는지 말씀 부탁드리고, 배우님들은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는지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강유가람 감독님은 어떻게 이 작업에 결합했고 주인공들을 만나셨는지 이야기해주세요.

 

강유가람: 저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에서 광화문을 기록하는 미디어 팀에 있었습니다. 그 때 광장에는 정말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고 그 결과 여러 다큐멘터리 감독님과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페미니스트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옴니버스 다큐멘터리에서는 10분 길이의 영화였는데 이걸 확장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40분 버전으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황슬기: 저는 평소에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중년 여성들의 삶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와 중 여성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게 되었고 거기서 짧은 사건을 겪었는데 그 일이 제 마음에 오래 남아 이 여성 기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황동희: 저는 친한 친구인 윤지온 배우의 추천으로 영화에 참여하였습니다. 재미있고 행복한 작업이었습니다.

 

이수아: 저는 약자를 향한 폭력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꾸준히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주제만으로 영화를 찍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손의 무게>는 제 졸업 작품인데,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제가 원하는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김동현: 윤지온 배우님은 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사실 악역이라고 할 수 있고, 인물의 생각이 자신이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윤지온: 캐릭터가 너무 셌습니다. 하지만,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데,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 스스로를 버리려 노력했습니다.

 






김동현: 감독님은 오디션을 보면서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나요? 황슬기 감독님도 어떻게 주조연 배우님들을 캐스팅하셨는지 궁금하고요. <시국페미>에는 지금 열심히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단체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출연을 제안하고 섭외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갔는지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수아: 연기력이 당연히 가장 중요했고요. '소미' 역할은 여려 보이지만 그 안에 강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훈' 역할의 경우 착하게 생긴 이미지이길 바랐습니다. 착한 얼굴로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화를 내는 모습이 더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슬기: 김정영, 이지하 배우님 두 분은 제 마음 속 일순위로 생각했던 분들입니다. 시나리오에 나오는 인물은 각자 어떤 삶의 무게에 짓눌려있는데요. 그럼에도 그 무게에 짓눌린 인상은 아니길 바랐습니다. 용기를 낼 수 있고 웃었을 때 미소가 좋은 이미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동현: 김정영, 이지하 배우님은 감독님께 어떤 의견을 주셨나요?

 

황슬기: 사실 저는 나이로 따지면 중년의 삶을 살아본 입장은 아닙니다. 그래서 두 선배님이 의견을 많이 나누어주셨습니다. 이를 테면 나의 삶을 이렇다,’ ‘나는 이렇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많이 해주셨어요. 두 배우님의 말씀이 대사를 구성하고 이야기의 방향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두 분 뵐 때 말씀드린 게 있어요. 저는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한 번도 저희 부모님께 보여드린 적이 없는데, 이번 작품은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다고요. 이 이야기를 인상 깊게 들어주신 것 같아요. 엄마에 대한 이야기, 더 나아가 엄마를 뛰어넘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강유가람: 저는 최근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페미니스트들에게 관심이 많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두드러지게 보이는 분들은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페미존을 살펴보니 그곳에 그분들이 계셨습니다. 영화에는 오래전부터 활동하신 분도 있고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던 분도 있고 트위터로 섭외를 요청한 분도 있어요. 탄핵 정국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그러니까 탄핵이 가결되고 헌재 결정만 남은 상황에 영화 속 인물들이 자신의 활동을 어떻게 의미화하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사실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얼굴을 드러내고 촬영하는 것이 괜찮을까 불안했는데 흔쾌히 용기 내주셨던 것 같아요. 배급하고 상영하는 과정에서도 많이 협조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동현: 이 작품은 사실 일 년도 더 지난 일에 대한 기록인데, 오늘날까지 여성주의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그런지 영화 속 이야기가 마치 어제 일 같이 느껴집니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가 정말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여성감독님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셨고 굉장히 많은 분들이 여성주의와 여성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셨는데, 그 내용이 특정 주제에 한정되지 않고 세상 곳곳에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일부 작품만 이렇게 인디피크닉으로 소개드리게 되었습니다.

 






관객: <손의 무게>에 대해 질문 드립니다. '지훈'이 영화 말미에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훈'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설정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수아: 저는 '지훈'이 자기 잘못을 끝까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습니다. 그래서 '소미'가 죽은 이유를 계속 궁금해 했던 거라고 생각하고요. '지훈'이라는 인물도 여자친구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았고 그 경험으로 트라우마 같은 것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모르지만 '지훈'에게도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김동현: 윤지온 배우님 생각은 어떠세요.

 

윤지온: 감독님 말씀이 맞습니다. 도로에서 '지훈'이 혼자 힘들어하는 씬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고 생긴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동현: '지훈' 역할의 경우 자상한 이미지와 폭력적인 이미지가 교차하는 연기라 감정을 컨트롤하는 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소미'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데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윤지온: 영화 찍기 한 달 전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작품을 하면서 감정 기복이 전보다 심해졌어요. 영화 상영 초반까지만 해도 영화 보는 일이 힘들었습니다.

 

최배영저는 연기할 때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지훈'은 폭력의 가해자가 가해자인 동시에 남자친구이니까요. '소미'의 감정이 어떤지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러웠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나 작품에서 조금 빠져나오고 요즘 사회 현상을 살펴보면서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우리 영화가 ‘잘 만든 영화구나생각하고 있습니다.

 

김동현: 감독님께서 연출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셔도 좋을 것 같고요. <손의 무게>는 주제와 이야기도 세지만 이를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방식도 강렬한 작품입니다. 이를테면 오프닝에서 '소미'가 죽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거나 클로즈업 쇼트도 많이 사용되었어요. 내용을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감독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수아: 일단 '소미'의 죽음이 아주 큰 사건이었습니다. '소미'의 아빠에게도, '지훈'에게도, '화지'에게도 그렇고요. 클로즈업 쇼트를 많이 사용했는데, 미묘한 감정이 잘 보이길 바랐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임에도 주변 사람들에게는 사랑하는 사이로 비추어지는 상황, 이 때문에 혼란스러운 인물의 감정이 보여야한다고 생각했어요. 미묘한 감정을 잘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관객: 저는 <손의 무게>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분위기는 다르지만 <파수꾼>의 형식을 많이 떠올렸어요. 영화를 기획하면서 레퍼런스 삼은 영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감정 선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나요?

 

이수아: 사실 <손의 무게>는 장편으로 찍고 싶었던 시나리오입니다. 장편 시나리오일 때는 아빠의 비중이 훨씬 많았고 당시 영화 <파수꾼>을 많이 참고했어요. 시나리오가 단편으로 축소되면서 '지훈'과 '소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바뀌었는데, 하지만 어찌되었든 데이트 폭력에 대한 영화라는 건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가해자인 '지훈'이 자신의 잘못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아빠'가 지훈에게 그가 가해자라는 사실을 직접 말하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감정 씬을 촬영할 때에는, '지훈'에게 서투른 화냄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윤지온 배우님이 제가 원하는 것을 잘 해주었습니다.

 

김동현: ‘서투른 화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이수아: 욕을 능숙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내본 적 없는 사람이 화를 내는 그런 것이랄까요.

 






관객: 저는 <자유로> 감독님께 여쭈어볼 게 있습니다. 초반에는 영화가 두 여성 캐릭터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두 친구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서로의 짐을 덜어주는 관계로 정리되는 것 같더라고요. 두 친구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황슬기: 두 인물은 오래된 여고 동창 같은, 수십 년을 함께 한 둘도 없는 친구 사이에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어떤 상황에 처했고 어떤 감정으로 말하고 있고 자존심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걸 서로 이해하고 있는 사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서는 각자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동지의 관계로 나아가길 바랐습니다.


 

김동현: <시국페미>를 보면 공동의 행동을 위해 많은 페미니스트가 등장해요. 페미니즘 단체가 자신의 입장을 개별적으로 소개하는 방식이었지만, 어떻게 서로 연대를 조직해 광장의 경험을 공유했는지 궁금합니다. 그것이 어떤 네트워킹을 통해 이루어졌는지요. 감독님도 새로운 세대의 페미니스트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데, 이번 작업을 통해 감독님께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강유가람: 출연자 중 저와 연배가 같고 잘 알고 지내던 분인 '나영' 님이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많이 이야기해주셨어요. 온라인상에서 활동을 멈추지 않고 광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외치는 용기가 충격처럼 다가왔습니다. 예전에 민주노총 등이 하는 시위에서 문제가 생겨 이의를 제기했을 때는 직접적으로 사과를 받지 못했는데 민중총궐기에서 사과를 받으니까 사회가 바뀌고 있음을 느꼈어요. 영화 만들면서 조금 더 다양한 세대가 연결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세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다른 세대와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요. 모든 세대가 연대로 이어지면 시너지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서로의 활동을 기억해주는 방식으로 변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김동현: <자유로>는 두 명의 여성이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연대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영화적으로 봤을 때, 시원하게 분위기를 표현하는 장면에서 해방감이 암시되기도 했고요. 두 분이 처음 갈등을 겪었던 장소가 한강이었는데 새로운 관계가 설정되는 장소는 공항에서 돌아오는 바다였어요. 공간적으로 대구를 이루기도 하고, 이 구조에 어떤 메시지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황슬기: 스태프들, 배우들과 과연 이 영화가 해피엔딩인지를 두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사실 저는 처음부터 해피엔딩의 영화를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이 어디로 가든 그들의 여정을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처음 쓰고 수정할 당시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그 사건이 시나리오의 방향과 결과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여성으로서 필연적으로 겪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현실에 있는데, 제가 만드는 영화에서는 현실과 다른 결말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을 담고자 했습니다.

 

김동현: 작품들이 이렇게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네요. 같은 시대를 살고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는 걸 작품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관객: 저는 강유가람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출연하신 활동가분들도 영화를 보셨을 텐데 어떤 감상을 나누어주셨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혹시 차기작 생각하고 계신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유가람: 40분 버전은 지난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했는데, 그때 출연자분들이 거의 모두 영화제 토크에 참석해 감상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운동의 경험을 다시 해석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얘기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제가 인터뷰를 길게 했는데 영화에 조금 들어가 죄송한 마음도 듭니다. 아까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이전에 활동했던 페미니스트의 현재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은 40대 초반 정도 되었을 텐데, 사회의 어떤 분야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여성운동을 하고 있지 않아도 페미니스트로서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지금의 20대 페미니스트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시국페미>의 연장선상에서 이전 세대의 기억과 현재의 모습을 함께 담아내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관객: 저는 <자유로> 감독님께 질문 드릴게요. 영화 초반부에 '여진'에게 옥수수를 주는 청년이 나오는데요. 저는 영화가 두 여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분이 영화에 왜 나왔는지 의아했습니다. 중년 여성이 엄마라는 역할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주희를 억압하는 사람도 남성인데 굳이 청년이어야 했는지 궁금했어요.

 

황슬기: 시나리오 쓸 때는 '여진'의 삶의 터전, 일터, 어떻게 보면 딸보다도 중요한 생계와 직결된 공간에 로맨스도 우정도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여진'에게 택시는 애착이 깃든 공간이니까, 택시 일과 연관된 '여진'의 삶의 한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부분이 로맨스면 어떨까 싶어 옥수수 청년을 생각했고요. 옥수수에는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소박한 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김동현: 소박한 이미지의 옥수수 청년이 영화 안에 잘 설계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관객: <시국페미> 감독님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제가 페미니즘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황인데, 영화를 접하고 궁금한 점이 생겨 질문 드립니다. 영화를 준비하시면서 여러 페미니즘 단체 사람들을 만나셨을 텐데요. 페미니즘이라는 것은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위한 정치적, 사회적 운동이라 생각하는데, 영화를 보니 남성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페미니즘이 남녀가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영화에 출연한 페미니즘 단체에 남성분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페미니즘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있는데 그것에 다가가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라 생각해요. 누군가는 온건하게 천천히 나가자 하고 다른 누구는 강력하게 나가자 하고요. 페미니스트 안에서도 생각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는 온건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지 않은지 궁금합니다.

 

강유가람: 영화 속에 페미니즘에 대한 제 주장이 잘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출연하신 단체 중에는 남성 멤버가 있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어요. 실제 페미존 시위를 보면 남성도 많이 참여했습니다. 페미니즘은 비단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남성분들은, 예를 들어 군대 문제를 두고 남녀가 평등하지 못하다고 이야기하시는데, 여성주의는 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군대를 유지해야 하는가로 질문의 방식을 바꾸거든요. 페미니즘은 여성들이 남성에 의해 빼앗겼던 권리를 되찾겠다는 것보다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좋다고 말하는 입장이라는 걸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운동의 성격을 말하는 데 온건함과 강렬함의 기준이 과연 누구의 기준인지 질문을 되돌려보고 싶어요. 어떤 게 온건한 것이고 어떤 게 급진적인 거죠? 이 부분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공기처럼 존재하고 있는 가부장제를 바꿔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동현감독님들과 배우님들 마무리 인사 부탁드릴게요.

 

최배영: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섹션에 함께해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지온: 지금은 '지훈' 역할에서 빠져나와 다행인 것 같아요. 작품을 볼 때마다 그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생각합니다. 지금 이렇게 계속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수아: 저는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니 빨리 새로운 영화를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드네요. 평일 늦은 시간까지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황동희: 저는 '지훈'과 다투는 장면에서 실제로 맞았답니다. 감독님은 그 장면을 정확하게 쓰셨는데 그게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윤지온 배우와 저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 사이라, 촬영할 때 잘 커가고 있구나생각하며 아빠 미소 지었어요. 좋은 친구, 동료, 감독님을 만나 즐거웠습니다.

 

황슬기: 저도 지금 장편 시나리오 쓰고 있습니다. 중년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어요.

 

강유가람: 인디피크닉과 전국을 순회하면서 더 많은 관객들에게 <시국페미>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긴 시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동현: 저희 서울독립영화제 인디피크닉은 제주도와 춘천에서의 상영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