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 일상 사이의 매력  인디피크닉 2017 <일어나기> <천에 오십 반지하>  인디토크


일시 2017년 4 7일(금) 오후 6 상영 후

참석 <일어나기> 김예은 배우, <천에 오십 반지하> 강민지 감독

진행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지원 님의 글입니다.


서울독립영화제 순회상영회 인디피크닉의 첫 소풍은 ‘신인류의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세 영화와 함께 했다. 세 영화는 각각의 신선한 시각으로 우리가 속한 시공간을 그려냈다. 영화 상영 후 <일어나기>의 김예은 배우, <천에 오십 반지하>의 강민지 감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하 김동현): 역시 <일어나기>의 주인공은 현 여자친구죠.(웃음) 제안 받았을 때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또 본인의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김예은 배우(이하 김예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이게 완고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하더라고요. 당황스러워서 뭘 하면 되냐고 하니까 “그냥 거기 있는 대사 좀 읽어줘”라고 했어요.(웃음) 촬영이 끝나고 나서 꿈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들었습니다.


김동현: 이 영화를 여러 번 봤는데 봐도 봐도 알쏭달쏭한 점이 아직도 있기는 합니다.(웃음) 영화에서 굉장히 판타지하게 출연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장면도 시나리오에 설명이 되어 있었나요?


김예은: 설명이 거의 없었어요. 갑자기 블루스크린 앞에서 “환하게 해처럼 웃어봐”라고 했어요. 어처구니없죠.(웃음) 그렇지만 재밌는 장면이 됐습니다. 


김동현: 전쟁같은 생활을 영화화하는 것이 굉장히 고난스러운 과정이었을 텐데 강민지 감독님은 어떻게 <천에 오십 반지하>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강민지 감독(이하 강민지): 고향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하는 분들은 다 이해할 거예요. 그리고 집에 대한 환상과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것 같아요.


김동현: 다큐멘터리도 극영화와 마찬가지로 촬영 이전에 정교하게 기획을 합니다. <천에 오십 반지하>의 경우 사전의 기획뿐만 아니라 집을 알아보기 위해 몸으로 뛰면서 겪은 경험들이 영화를 풍부하게 채운 것 같아요.


강민지: 촬영을 시작하면서 ‘혹시 집이 구해지면 어떡하지?’ 고민을 했어요. 그러면 이 영화는 끝이잖아요, 희망찬 영화가 될 거고. 그러나 촬영 3일만에 ‘아 영화가 되겠구나’ 했습니다.(웃음) 


김동현: 처음부터 감독님이 출연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나요?


강민지: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려 했는데 기획 과정 중에 제가 주인공으로 나오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혹하는 마음에 그만.(웃음) 


김동현: 주인공 욕심이 있었군요.(웃음) 처음으로 촬영한 장면은 영화 맨 처음, 이사 가기 전에 방에서 화장하며 공간을 소개하는 그 장면인가요?


강민지: 제일 처음 촬영한 장면은 부모님과 같이 식사하면서 인터뷰한 장면이에요. 제 인터뷰는 촬영 시작한 지 세 달 지난 시점이에요.


김동현: 그렇군요. 첫 촬영에서 대단히 귀한 장면을 얻었네요.(웃음) <일어나기>는 여름에 촬영을 했어요. 주된 배경은 바닷가고요. 어떻게 보면 답답하기도 한 꿈이라는 설정을 공간적 대비를 통해 영화적으로 연출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예은 배우님은 좁은 방에서만 촬영을 했겠네요. 좀 덥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어요.(웃음) 클로즈업이 굉장히 많던데 밀착해서 찍는 게 그리 수월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김예은: 행복했습니다.(웃음) 상대 배우가 쾌활하고 성격도 좋고 연기도 잘하고 멋있는 배우라서 더위를 싹 잊어버리게 하는 행복한 현장이었어요. 촬영하던 방에 10명 정도가 같이 있어야 해서 정말 좁게 느껴지긴 했는데 분위기 자체는 되게 좋았어요. 감독님은 계속 걱정을 했지만.


김동현: 이 자리에 감독님이 없으니까(웃음) 어떤 부분에 대해 걱정을 하던가요?


김예은: 찍고 나서 본인이 뭘 찍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계속 하더라구요. 현실과 꿈을 어떻게 다르게 보여줘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관객: <천에 오십 반지하>에서 방을 뺄 때 부동산과 말이 안 맞아서 통화를 하던 장면은 어떤 상황이었던 건가요? 그리고 <일어나기>의 김예은 배우님은 현 여자친구를 어떤 마음으로 표현했는지 궁금합니다.


강민지: 계약된 기간 안에 방을 빼는 것에 대한 조항이 있었어요. 부동산에서 설명해주어야 할 부분인데 잘 설명해주지 않은 거죠. 어린 여성이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김예은: 이 사람을 보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애할 때 남자친구 보는 마음으로 연기했던 것 같습니다. 


관객: <천의 오십 반지하>에서 처음 살던 방, 고시원, 그리고 한 달 정도 머문 방이 나와요. 영화 보면서 되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집을 잘 구해야 할 텐데, 생각을 했어요. 그 다음에 구한 방은 마음에 드는지 궁금합니다.

 

강민지: 결말을 보고 많은 분들이 ‘그래서, 이게 끝이야?’라고 해요. 영화에서 제가 그 다음에 살게 된 집을 보여주는 게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계속 보여준 불안의 상태로 영화를 끝내고 싶었습니다. 별개로 영화에 나온 셰어하우스에 잠깐 살았어요. 그러다 대구로 잠깐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관객: <일어나기>를 오랜만에 봤는데 사이다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궁금해졌어요. 그리고 <천의 오십 반지하> 감독님은 계속 서울에 사나요?


김예은: 원래는 감독님께 드려야 되는 질문인데, 지금 없으니까.(웃음) 제가 감독님 의견을 해치지는 않겠죠? 제 생각에는 전 여자친구와 나눴던 추억의 소품으로 사용한 것 같아요.


강민지: 지금은 서울은 아니고 경기도 의정부에서 살고 있습니다. 


김동현: 이번에도 부모님 도움 없이 방을 구했나요?


강민지: 잠깐 서울에서 작업실 같은 공간에 살며 보증금을 좀 모았어요. 의정부에서 오늘내일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웃음)


김동현: 독립심이 뛰어난 것 같아요. 도와달라고 하면 그만인 거잖아요. 근데 어떻게 딱 잘라 자립을 했나요? 영화를 위한 희생이었나요?


강민지: 사실 영화를 안 찍었다면 지금까지 지원을 받았을 것 같기는 해요. 어머니도 제가 힘들다고 하면 도와줬을 것 같고요. 독립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웃음)



김동현: 김예은 배우님은 <일어나기>에서 세 인물 중 어느 인물이 가장 와 닿았는지 궁금합니다.


김예은: <일어나기>를 볼 때마다 항상 울컥해요. 마지막에 전 여자친구가 혼자 석양을 바라보면서 주저 앉는 장면에서요. 꿈이라는 세계 안에서 우리의 기억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게 마음이 아파요. 


관객: <천의 오십 반지하>는 다큐멘터리이고 현실을 그대로 담는 장르이다 보니 이에 대한 고민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민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 내가 나와야겠다고 결정을 했지만 굳이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맞는 건지, 필요한 이야기만 하면 되는 건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친한 친구에게 촬영 부탁을 했습니다. 근데 촬영 과정에서 내가 만들어내지 않아도 영화 같은 상황들이 터져 주어서 고민을 많이 덜었어요.


관객: <일어나기>의 배경이 바다로 설정된 이유가 있을까요?


김예은: 이것도 제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감독님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을 한 걸로 알아요.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공간으로 설정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동현: 감독님과 배우님의 관심사, 그리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 이야기하면서 인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민지: 지금은 다른 감독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이제 차기작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을 하는 중입니다. 아직 고민 중에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예은: 최근 저는 열심히 놀고 먹고 영화 보고 집에서 혼자 술도 먹고 하는 중입니다. 철권에 빠져있고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 손님>과 <소공녀> 둘 다 얼마 전에 촬영이 끝났어요. 언제 개봉할지는 모르겠지만 잠깐씩 나와서 못 보실 수도 있어요.(웃음) 감사합니다. 



차츰 날이 풀리고 조금씩 꽃망울이 피어나는 봄날.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한 극장에서 연달아 보기에 부담 없는 산뜻하고 신선한, 그러나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여운이 있는 영화들이었다. 우리가 숨을 쉬고 발을 딛고 있는 이 공간에 대한 환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꼭 거대한 스케일이나 위대한 교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느리지만 착실하게 감상과 고민들을 쌓아가다 보면 한 바퀴 둘러볼 여유와 나름의 재미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 독립영화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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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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