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끌어안고 갈 수 있을까

 인디피크닉 2017 <업무시간> <수난이대> <천막>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 자국>  인디토크


일시 2017년 4 9일(일) 오후 1 30분 상영 후

참석 <업무시간> 이시대 감독 / <수난이대> 김한라 감독, 정재광 배우, 최희승 배우, 손용범 배우 / <천막> 이란희 감독, 이인근 배우 /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 자국> 정일건 감독

진행 신아가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님의 글입니다.


회사에서 낯선 부서로 발령받고 동료들의 따돌림 속에서 적응해야 하는 ‘대기’(<업무시간>), 인터넷에서 베스트 글로 주목받기 위해 아버지를 조롱하는 아들(<수난이대>), 3,169일 째 천막에서 농성을 하는 해고노동자(<천막>), 동네에 남은 아이들의 흔적을 더듬어가는 유가족들(<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 자국>). 4편의 영화에는 이 시대를 관통하는 각각의 장소가 나온다. 회사와 농성장, 집, 동네가 바로 그곳이다. 부당한 해고에 저항하는 회사 안팎 공간, 갈등하는 아들과 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 국가가 책임지지 않아 소중한 생명을 잃고 슬픔에 잠겨있는 동네. 그 각각의 장소에서 회사 동료는 서로를 미워하고 아들은 아버지를 원망한다. 해고노동자는 서로에게 기대며 버티고 유가족들은 무책임한 국가의 망각에 맞서 기억하려 한다. 노동, 세대, 안전은 영화 속 인물들과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날 인디토크에는 <업무시간> 이시대 감독, <수난이대> 김한라 감독, 배우 손용범, 정재광, 최희승, <천막>의 이란희 감독과 배우 이인근,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 자국>의 정일건 감독이 자리를 함께했다.  



신아가 감독(이하 신아가): 작품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먼저 듣겠습니다.



<업무시간> 이시대 감독: 학교 워크숍 작품입니다. 제한된 시간에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걸 동원한 작품입니다.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여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많이 신경 써서 만드는 편입니다. 실제로 나온 결과물을 보면 아시겠지만 보여주지 않는 것, 소리를 통해서 정서를 만들어냈습니다. 


<수난이대> 김한라 감독: 배우님들은 ‘일베’하는 분들이 아니고,(웃음) 아주 정상적인 분들입니다. 촬영할 때 되게 힘들어했어요. <수난이대>는 광화문 폭식투쟁에서 시작된 영화예요. 광장에서 본 그들이 그곳에 서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절대 악이란 어떤 것일까, 그렇게 시작해서 그들을 끌어안으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어요. 정체성과 정치가 우리나라에서는 되게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는 것 같아요. 극단적인 방식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천막> 이란희 감독: 몇 년 전에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이 공연하는 걸 봤어요. 공연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저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장편영화를 계획했고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농성 천막에 취재하러 갔는데 그 과정에서 뭔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천막> 전에 세 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어요. 그렇게 단편을 만들다 보니 좀 더 공을 들여서 괜찮은 단편영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가 출연하는 영화를 만들어보았습니다.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 자국> 정일건 감독: ‘망각과 기억’ 프로젝트는 작년 4월, 참사 2주기를 준비하면서 제작된 단편 다큐멘터리 모음이에요. 올해도 “망각과 기억 2”라는 제목으로 묶어서 상영이 진행되고 있어요. <자국>은 “망각과 기억 1” 때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예요. 여러 감독님과 역할을 분담했고 제가 안산에 살고 있어서 동네 이야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신아가: <천막> 출연한 이인근 배우님은 전문 배우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어요. 


<천막> 이인근 배우: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예요. 약 십 년 전에 정리해고 됐고 투쟁 진행 중에 있습니다.  


신아가: 지난 12월에 이란희 감독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어요.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또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고요.


<천막> 이인근 배우: 인천에 거점을 두고 투쟁을 하고 있었는데 2015년 9월 3일,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표 김무성 씨가 쓸데없는 소리를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했어요. 잘나가는 회사가 강성노조 때문에 문을 닫았다고요. 콜트악기와 콜텍은 강성노조 때문에 국내 공장을 폐쇄한 것이 아니에요. 배를 더 불리기 위해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짓고 국내 모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시킨 기업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잘못된 말에 대해 사과를 하라고 요구하면서 자유한국당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어요. 작년 8월 26일, 새누리당 대표직을 사퇴한 김무성 씨에게 사과를 받기는 했어요. 그런데 이미 대표직을 사퇴한 한 개인의 사과일 뿐이었죠. 2015년 발언할 때의 위치와 지금의 위치는 엄격히 다릅니다. 그래서 계속 자유한국당에 사과를 요구하며 농성을 진행하고 있어요. 



신아가: 역시 포스가 남다릅니다. <수난이대> 3인방은 감독님이 앞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연기를 하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궁금합니다.


<수난이대> 손용범 배우: 성인이 된 입장에서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들의 일상은 어떨까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많은 디렉션을 주셔서 팁을 얻어 연기했어요. 감독님이 저보다 더 많이 공부했더라고요. 


신아가: <수난이대> 주인공인 정재광 배우는 지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받았죠? 축하드려요. 항상 화가 나 있는 캐릭터라서 분노를 안고 연기하는 게 만만치 않았을 텐데, 어땠나요? 


<수난이대> 정재광 배우: 감사합니다. 일단 ‘진수’의 입장에서 생각했어요. 왜 그런 행동이 나왔는지, 배경과 사회적인 구조를 이해하려고 했어요. 어떻게 하면 감정을 더 체화시킬 수 있을까, 현장에서 느끼는 대로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감독님의 디렉팅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저는 인물을 맡을 때 1인칭 시점으로 일기를 써요. 그렇게 ‘진수’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했습니다. 


신아가: <수난이대> 최희승 배우는 혹시 극중 역할처럼 금수저는 아닌지요?(웃음)


<수난이대> 최희승 배우: 아닙니다.(웃음)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다 나가는 ‘희준’ 역의 최희승입니다. 일베라는 사이트를 즐기는 고등학생 역할을 어떻게 소화했냐는 질문이었던 것 같은데요, 간단하게 저희가 연습을 한 것이 있어요. 촬영하기 전에 ‘진수’ 역할을 맡은 정재광 배우와 실제로 교복을 입고 PC방에서 일베를 했어요. 가게 직원 분이 저희를 바라보던 눈빛이 잊혀지지 않아요.(웃음) PC방에서 일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데스크에서 손님들이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볼 수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교복을 입고 그 동네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많이 돌아다녔어요. 우리의 실제 학창시절은 어땠는지, 그냥 ‘노는’ 아이들과 일베에 빠진 아이들은 어떻게 다른지 많이 생각해봤어요. 


신아가: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 자국> 정일건 감독님에게 질문 드릴게요. 출발은 했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저희는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오는데 직접 촬영하며 이야기를 들은 감독님의 심정은 어땠을지 짐작이 안 된다고나 할까요. 이 영화를 만들 때 세운 원칙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 자국> 정일건 감독: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관련된 여러 가지 영상들이 많이 나왔죠. 부모님의 얼굴을 보여주거나 유품, 과거 사진을 내세우는 영상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에게만 해당하는 일처럼 이미지화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얼굴들이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원칙을 세우게 되었어요. 처음 계획으로는 사실 세월호 이야기도 하지 않으려했어요. 그러나 가족 분들과 만나 이야기하면서 수정되었어요. 결국 세월호 이야기로 조금 더 파고들어간 측면이 있어요. 애초 계획은 참사와 관련된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지시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랄까요? 이 작업은 무언가를 이미지로 지시하지 않으려는 다짐이에요. 



신아가: 마무리로 와주신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업무시간> 이시대 감독: 보신 것처럼 제가 만든 작품들은 영화라고 말하기 좀 애매하기도 합니다. 계속해서 영화 같지 않은 것들과 영화 같은 것들을 공부하고 있어요. 대학원에 다니고 있고 올해 8월에 장편영화를 작업하려고 합니다. 


<수난이대> 김한라 감독: 이 힘든 영화들을 보느라 많이 힘드셨을 텐데, 저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희망은 가져볼만하지 않을까’라고요. 나중에 ‘이 세계를 어떻게 더 끌어안을까’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관객 여러분들도요. 이제 장편을 준비할 거고요, 다음에 더 좋은 영화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난이대> 손용범 배우: 관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많이 필요합니다.(웃음) 감사합니다. 


<수난이대> 정재광 배우: 오디션을 보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계속 건강한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수난이대> 최희승 배우: <수난이대>를 통해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처음으로 GV에 참여했는데, 앞으로도 더 많은 독립영화 작품들을 통해서 GV에 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도 왔으면 합니다.(웃음) 지금 ‘연애 플레이 리스트’라는 웹드라마 준비 중인데 심심한 분들 많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많은 작품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천막> 이란희 감독: 영화 만드는 일이 저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요. 다음 작품을 만들려고 하고는 있는데 잘 안 돼서 약간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잘 풀어가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막> 이인근 배우: 와주셔서 감사드려요. 콜텍 노동자들이 하루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기타를 만들 수 있게 많은 응원과 지지 부탁드려요. 정리해고제도, 비정규직법 등의 문제에 관해 관심을 많이 가져주세요. IMF 시작되면서 도입된 법과 제도가 지금에 와서는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착취하는 하나의 도구로 변했어요. 이러한 것들은 더 이상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죠. 폐지운동에 같이 동참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 자국> 정일건 감독: 생계도 유지해야하니 세월호와 관련이 없는 다른 작업을 하고 있어요. 마음 한켠에 미안함이 있어요. 많은 독립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지금 세월호에 가서 촬영 중입니다. 앞으로의 작업들에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저도 도울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끝까지 같이 하려고 해요. 



각각의 영화에서 어떤 장소는 쫓겨나야 할 공간이 되고 어떤 장소는 3,169일간 해고노동자들의 거처가 되고 또 어떤 장소는 부자지간의 애증의 공간이 된다. 그리고 어떤 장소는 아이들의 흔적이 여전히 슬픔으로 남아있는 공간이다. 위태로운 공간, 저항의 공간, 갈등의 공간, 아픔의 공간. 각각의 장소에서 이야기하는 노동과 세대, 우리 사회의 망각과 기억.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이것들을 <수난이대> 김한라 감독의 말처럼 우리는 어떻게 끌어안고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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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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