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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진짜 나를 찾는 과정 '인디피크닉2018' <단편3: 사랑이 꽃피는 지구별>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한솔 2018. 4. 22.




진짜 나를 찾는 과정  인디피크닉2018 <단편3: 사랑이 꽃피는 지구별>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8일 오후 6시 상영 후

참석 강동완 감독ㅣ배우 곽민규

진행 이채은 서울독립영화제 홍보팀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채영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





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일요일이었지만, 많은 관객들이 2018 인디피크닉의 마지막 섹션을 보기 위해 인디스페이스를 찾았다. 마지막 날을 장식한 단편3: 사랑이 꽃피는 지구별섹션은 봄날에 어울리는 인류의 영원한 테마 사랑을 주제로 한 네 개의 단편 영화를 소개한다. 그 중 단편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는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낯선 경험과 관계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성찰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동완 감독, 그리고 곽민규 배우와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채은 홍보팀(이하 진행): 먼저 감독님과 배우님 간단히 이 영화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를 어떻게 연출하고 출연하게 되셨는지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강동완 감독(이하 강동완): 사실 홍콩행 비행기 티켓이 너무 싸게 나와서 티켓을 먼저 끊었구요, 곽민규 배우와는작품도 같이 했고 서로 친한 친구 사이라 원래는 같이 여행을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곽민규 배우가 '가서 뭘 좀 찍고 왔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해서 미완성의 시나리오를 가져가 홍콩에서 찍게 된 영화입니다.


곽민규 배우(이하 곽민규): 해외 나갔을 때 한 번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소소하게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에 강동완 감독에게 먼저 제안을 해서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진행: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낯선 곳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거나 모르는 사람 앞에서 더 솔직해지는 그런 여행지에서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의 배경이 왜 홍콩인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비행기 티켓이 가장 저렴해서가 그 이유인가요?(웃음) 영화 속에 홍콩 영화도 많이 나와서 굉장히 각별하시다고 생각했어요.

 

강동완: 홍콩은 원래 되게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하고, 저랑 곽민규 배우 둘 다 왕가위와 주성치를 정말 좋아하거든요첫 번째 이유는 티켓이 너무 싸게 나와서구요, 두 번째 이유는 제가 민규를 처음 봤을 때부터 주성치랑 정말 닮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에요. 민규가 영화의 주인공을 맡는다면 홍콩이라는 장소가 여러모로 잘 맞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나리오 상에 구체적인 여행지는 원래 없었구요, 이런저런 생각들이 합쳐져서 배경을 홍콩으로 잡으면 영화가 이렇게 굴러가겠구나하고 간 거였죠.

 

진행: 저도 극 중 '시은'의 마음으로 곽민규 배우님이 주성치랑 닮았다고 생각하면서 보다가 배우님이 거울을 보시면서 양조위 따라하시는 모습을 볼 때는 양조위랑도 조금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혹시 배우님은 스스로 어떤 배우를 닮았다고 생각하세요?

 

곽민규: 두 분 다 너무 잘생기신 배우이시기 때문에 저는 정말로 절대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고요(웃음),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부터 주성치 키드였습니다. 주성치를 정말 좋아하고 <당백호점추향>이라는 작품부터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행: 극 중 인물들이 돌아다니는 홍콩의 배경이 너무 예뻐서 홍콩 여행 장려 영화같은 느낌까지 들어요. 감독님이 촬영하시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과, 곽민규 배우님은 김시은 배우님과 호흡 맞출 때 어떠셨는지 이야기 들려주세요.


강동완: 저도 홍콩은 처음 가봤습니다. 콘티는 있지만 제가 가본 곳이 아니다보니 가장 공들인 장면은 맥주를 마시는 실내씬이었어요. 시나리오 상에서도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지점입니다. 근데 또 막상 영화를 촬영하다 보니 욕심이 나서 트램씬도 공을 들였고, 몽타주 시퀀스가 예쁘다 보니까 또 욕심이 나서 그 부분에서도 애쓰긴 했어요.

 

곽민규사실 시나리오가 처음 나왔던 당시에 강동완 감독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막 이별을 했던 시점이었어요(웃음). 그래서 이 시나리오가 나오게 된 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마치 누가 제 맞춤 양복을 짜 준 것 처럼 그냥 입어야겠다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 강동완 감독과 우리가 잘못한 게 무엇인지 많이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걸 시나리오를 통해서 객관적으로 보니까 우리는 우리밖에 생각을 못 했구나 그런 성찰을 하게 됐어요. 오늘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또 성찰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시은 배우 같은 경우에는 저랑 오래 된 친구예요. 스물 여섯 쯤부터 같이 작품을 했던 친구여서 호흡을 맞추는 게 너무 편한 친구거든요. 서로 솔직하게 얘기르 주고받는 사이여서 호흡에 어려움이 없었고 제가 뭐 하면 김시은 배우가 다 받아주어서 재밌었어요.


강동완: 이 영화를 통해서 셋 다 되게 친한 친구가 되었어요. 원래는 곽민규 배우를 중심으로 두고, 곽민규 배우랑 저랑 친구고 곽민규 배우랑 김시은 배우랑 친구인데, 이 영화가 스탭 없이 달랑 셋이서만 홍콩에 가서 찍은 영화이기 때문에 극한의 상황에서 셋 다 친한 친구가 된거죠.

 

진행: 곽민규 배우님도 가서 영화 하나 찍으신 걸로 알고있는데, 간단히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곽민규: 저도 글을 하나 써서 홍콩에서 영화를 만들었고 제목은 <홍콩 멜로>입니다. 김시은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인데, 내용은 어찌보면 비슷하다고 해야할까요. 한 여자가 전 남자친구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홍콩으로 무작정 찾아서 떠나가는 이야기거든요.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여러분들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진행: 다시 작품의 질문으로 돌아가면, 영화 속에서 '시은'이라는 존재가 꿈 속의 인물인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인지 분간이 잘 안되는 구조로 그려져요. 감독님의 의도가 궁금하더라구요.

 

강동완: 이 질문을 생각보다 꽤 많이 들었어요. 사실 이제까지 제가 연출한 영화들을 보면 전부 다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보다 훨씬 현명하거나, 남성 캐릭터를 두드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글쎄요, 어떻게 보면 제가 어릴 때 어머니 손에 컸거든요. 그런 영향이 있을 수도 있고요, 실제로 헤어지고 나서 보면 여자 말이 다 맞더라구요(웃음). 그런 경험들이 많이 반영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시은'이 꿈처럼 사라지게 만든 것은 그렇게 해야 민규가 좀 정신을 차릴 것 같아서 의도한 것이기도 한데, 여행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약간 꿈같은 시간이잖아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만 말이에요.

 

진행그래서 그런지 '시은'과의 대화 이후에 '민규'의 변화들이 되게 재미있어요. 그런데 마지막 엔딩씬에서 '민규'의 표정이 갖는 의미가 궁금하더라구요.


강동완: '민규'의 표정으로 끝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홍콩이 아니라 민규의 얼굴로 끝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곽민규 배우가 촬영할 때 집중을 많이 했었어요. 실제로 술을 먹고 난 다음날 찍은 장면인데, 제가 너무 슬퍼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풀 죽을 것도 없고, 이 지점을 (어떻게 표현할 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했어요. 그리고 저는 그냥 배우를 따라 다니면서 VJ처럼 찍은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런 표정이 나오게 된 건데, 곽민규 배우가 조금만 더 하면 울 것 같아서 그 장면을 길게 담았어요. 실제로 울었어요. 눈물이 떨어졌는데, 제가 그건 싫어서 잘라냈어요(웃음).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는 곽민규 배우가 대답을 해주세요.


곽민규'시은'이 떠나고 '민규'는 혼자 남아 처음 들어본 주성치라는 인물을 모방하려고 머리띠도 하고, 티셔츠도 이소룡 티셔츠로 갈아입고 돌아다니면서 전날 밤 '시은'이 했던 말들을 회상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들을 촬영할 때는 강동완 감독이 자꾸 이건 아닌 것 같아. 이건 좀 작위적인 것 같아.’ 이렇게 디렉션을 줬어요. 그 땐 정말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시은'이 '민규'에게 말하는 "왜 여자친구가 떠났는지 알 것 같아요"라는 대사가 중요한 대사잖아요. '민규'도 그렇게 뭘 모르는 것 같아서 그 말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걸어다니니까 강동완 감독이 OK를 내줬어요(웃음). 마지막에 웃는 표정은 지나가다가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을 보고 나도 한 번 내 얼굴을 봐야겠다하면서 셀카를 찍으려고 하는 장면이예요. 셀카를 찍을 때는 사람들이 보통 웃잖아요. 그래서 웃었는데 아까 강동완 감독님이 말씀하신대로 조금 눈물이 났었어요. 그때는 좀 전 여자친구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나 슬픔과 같은 마음들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울었는데 감독님이 싫다고 해서 짤렸습니다(웃음).

 




관객: '민규'라는 캐릭터에게 주성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궁금하고, 그리고 홍콩에 세분만 가서 이 영화를 찍으셨다고 하셨는데 그럼 극 중에서 등장하는 다른 조연들은 어떻게 섭외를 했던 건지 궁금합니다.

 

강동완: 두 번째 질문에 먼저 답하자면, 현장에서 다 섭외했습니다. 식당부터 장소나, 로 나오는 사람들 모두 제가 현장에서 손짓발짓 하면서 섭외했어요. 다행스럽게도 셀카 찍는 장면에서 옆에 계시던 분들은 한국인이셨어요. 제가 두 분의 인생샷을 찍어드리고(웃음). 그리고 민규' 씨에게 주성치는, 사실은 받아들여야 되는 어떤 것인데 본인은 보지 못하는 것이에요. 이게 말로 표현하면 좀 추상적인데요, 본인은 본인의 모습을 잘 모르잖아요. 그런 자신을 반추할 수 있는 무언가인데,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죠. 대사에 있었던 것처럼 누군가 양조위 닮았다고 해주니까요. 하지만 그 말은 '민규'가 좋아하니까 전 여자친구가 억지로 해줬던 것일 수도 있는 거죠.

 


관객: '시은'과 '민규'는 극 중에서 같은 숙소를 잡은 거잖아요. 둘이 눈치를 보다가 '민규'가 나가는데, 숙소를 나서기 전 잠깐 사이 어떤 생각을 했길래 처음 보는 사람인 '시은'에게 밥 한 끼 하자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지 '민규'의 당시 생각과 감정이 궁금합니다.

 

강동완: 자기가 먼저 나가겠다고 하는 것은 '민규'의 회피하려는 습성을 나타내는 대사라고 생각했어요. 외국으로 떠나온 것 자체도 사실은 회피니까요. 하지만 사실은 조금 미적미적거리고 아쉬운 거죠. 그래서 밥 한 끼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본인이 이 숙소를 버리고 양보도 하는데하는 생각에 말 그대로 용기를 한 번 내보는 정도의 개념으로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관객: '시은'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홍콩에 여성이 혼자 여행을 다니는데 낯선 남자랑 같은 방에 있게 되고 서로 겹치게 된 숙소 때문에 다툴 수도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결국 둘이서 여행을 잘 하긴 했지만, 술을 먹고 얘기를 하다가 여성이 남성을 탓하는 도발적인 발언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불안하더라고요. 로맨스에서 갑자기 범죄 스릴러가 될까봐요. '시은'이라는 여성 캐릭터가 남자 입장에서 이상화된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 비판의 의견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강동완: , 있었습니다. 실제로 편집하면서 저희 셋이 많이 얘기를 나눴던 지점이에요. 일단 그런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저도 생각을 하고 있었구요, 제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그런 시선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지금이 조금 슬프게 느껴집니다. 답변을 드리자면 주변에서도 그런 반응들은 분명히 있었는데, 모두 고려해서 편집을 하자니 이 이야기가 처음부터 안 맞는 이야기가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절충을 하고 편집을 진행했습니다. 그 지점에 대한 피드백을 작년 영화제 때도 받았었어요.그런데 그 불안함을 제가 극에서 연출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저희 사회에 만연해있는 일련의 어떤 사건 때문에 긴장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당연히 제가 받아야 되는 피드백이긴 하지만, 답변을 드리자면 연출된 불안함은 아니었다는 답변을 드리는 겁니다.


곽민규: 강동완 감독 말대로 영화제 상영에서도 그런 지적을 하셨던 분들이 계셨고 오늘 보니까 저도 그런 지점들이 좀 더 많이 느껴지더라구요. 여성 관객 분들이 보셨을 때 좀 무서울 수도 있는 지점들이 있었다는 게 느껴져서 아까 마음이 좀 안 좋았습니다. 저희는 그러려고 찍은 게 아닌데 그렇게 비춰져서 좀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행: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곽민규: 재미있는 소식이 하나 있는데 작년에 강동완 감독이랑 같이 배우로 나온 작품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이 되었습니다. <오래달리기>라는 작품입니다. <내가 사는 세상>이라는 작품도 초청이 되었는데 그 작품도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에는 김시은 배우도 나와요. 잘 부탁드립니다.

 

강동완: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는 그저 저희끼리만 보고 재밌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던 영화인데 상영 기회가 많이 주어져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5월달에 단편 차기작을 찍을 준비를 하고 있고요, 올해 1월에 장편 다큐멘터리를 하나 완성시킨 게 있어요. 아직까지 어떤 영화제에서도 선택해주지 않았지만 어딘가에서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좋겠습니다. 그 영화는 어머니와 저의 여행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사실 제가 영화 출연은 정말 안하는데 어떻게 출연을 하게 된 <오래달리기>는 시간 안 나시면 굳이 안 보셔도 될 것 같구요(웃음). <내가 사는 세상>이라는 영화는 꼭 챙겨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농담이고 두개 다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내가 사는 세상>은 김시은, 곽민규 배우 둘이 주연인 장편이에요. 그래서 이 둘의 케미, 혹은 이 여행 뒤의 둘의 모습을 볼 수도 있는 영화라서 관심 가지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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