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독립영화의 열기를 이어가다  인디피크닉2018 <단편1: 여성으로 살아가기>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5일 오후 8시 20분 상영 후

참석 이수아, 황슬기, 강유가람 감독ㅣ배우 윤지온, 최배영, 황동희 

진행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종우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





인디피크닉이 돌아왔다. 인디피크닉은 서울독립영화제의 수상작과 화제작을 모아 소개하는 전국 순회상영전이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다채로운 여성 독립영화가 소개되었다. 인디피크닉2018 '단편1: 여성으로 살아가기' 섹션은 그중에서도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세 편의 영화로 이루어졌다. 이번 관객과의 대화에는 <손의 무게>의 이수아 감독, 윤지온, 최배영, 황동희 배우, <자유로>의 황슬기 감독 그리고 <시국페미>의 강유가람 감독이 함께 했다. 진행은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맡았다.

 






김동현: 궂은 날씨임에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김동현입니다. 영화 연출한 감독님, 출연한 배우님들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관객들에게 소개 인사 부탁드릴게요.

 

윤지온: 안녕하세요 저는 <손의 무게>에서 지훈 역할을 맡은 윤지온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수아: 안녕하세요 <손의 무게>를 연출한 이수아입니다.

 

황동희: 안녕하세요 <손의 무게>에서 선배 역할을 맡은 황동희입니다.

 

황슬기: 저는 <자유로>를 만든 황슬기입니다. 반갑습니다.

 

강유가람: 저는 <시국페미>를 연출한 강유가람입니다. 반갑습니다.



김동현감독님들 어떻게 이야기를 구상하고 시나리오 쓰셨는지 말씀 부탁드리고, 배우님들은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는지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강유가람 감독님은 어떻게 이 작업에 결합했고 주인공들을 만나셨는지 이야기해주세요.

 

강유가람: 저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에서 광화문을 기록하는 미디어 팀에 있었습니다. 그 때 광장에는 정말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고 그 결과 여러 다큐멘터리 감독님과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페미니스트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옴니버스 다큐멘터리에서는 10분 길이의 영화였는데 이걸 확장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40분 버전으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황슬기: 저는 평소에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중년 여성들의 삶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와 중 여성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게 되었고 거기서 짧은 사건을 겪었는데 그 일이 제 마음에 오래 남아 이 여성 기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황동희: 저는 친한 친구인 윤지온 배우의 추천으로 영화에 참여하였습니다. 재미있고 행복한 작업이었습니다.

 

이수아: 저는 약자를 향한 폭력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꾸준히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주제만으로 영화를 찍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손의 무게>는 제 졸업 작품인데,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제가 원하는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김동현: 윤지온 배우님은 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사실 악역이라고 할 수 있고, 인물의 생각이 자신이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윤지온: 캐릭터가 너무 셌습니다. 하지만,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데,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 스스로를 버리려 노력했습니다.

 






김동현: 감독님은 오디션을 보면서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나요? 황슬기 감독님도 어떻게 주조연 배우님들을 캐스팅하셨는지 궁금하고요. <시국페미>에는 지금 열심히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단체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출연을 제안하고 섭외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갔는지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수아: 연기력이 당연히 가장 중요했고요. '소미' 역할은 여려 보이지만 그 안에 강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훈' 역할의 경우 착하게 생긴 이미지이길 바랐습니다. 착한 얼굴로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화를 내는 모습이 더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슬기: 김정영, 이지하 배우님 두 분은 제 마음 속 일순위로 생각했던 분들입니다. 시나리오에 나오는 인물은 각자 어떤 삶의 무게에 짓눌려있는데요. 그럼에도 그 무게에 짓눌린 인상은 아니길 바랐습니다. 용기를 낼 수 있고 웃었을 때 미소가 좋은 이미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동현: 김정영, 이지하 배우님은 감독님께 어떤 의견을 주셨나요?

 

황슬기: 사실 저는 나이로 따지면 중년의 삶을 살아본 입장은 아닙니다. 그래서 두 선배님이 의견을 많이 나누어주셨습니다. 이를 테면 나의 삶을 이렇다,’ ‘나는 이렇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많이 해주셨어요. 두 배우님의 말씀이 대사를 구성하고 이야기의 방향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두 분 뵐 때 말씀드린 게 있어요. 저는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한 번도 저희 부모님께 보여드린 적이 없는데, 이번 작품은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다고요. 이 이야기를 인상 깊게 들어주신 것 같아요. 엄마에 대한 이야기, 더 나아가 엄마를 뛰어넘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강유가람: 저는 최근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페미니스트들에게 관심이 많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두드러지게 보이는 분들은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페미존을 살펴보니 그곳에 그분들이 계셨습니다. 영화에는 오래전부터 활동하신 분도 있고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던 분도 있고 트위터로 섭외를 요청한 분도 있어요. 탄핵 정국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그러니까 탄핵이 가결되고 헌재 결정만 남은 상황에 영화 속 인물들이 자신의 활동을 어떻게 의미화하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사실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얼굴을 드러내고 촬영하는 것이 괜찮을까 불안했는데 흔쾌히 용기 내주셨던 것 같아요. 배급하고 상영하는 과정에서도 많이 협조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동현: 이 작품은 사실 일 년도 더 지난 일에 대한 기록인데, 오늘날까지 여성주의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그런지 영화 속 이야기가 마치 어제 일 같이 느껴집니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가 정말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여성감독님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셨고 굉장히 많은 분들이 여성주의와 여성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셨는데, 그 내용이 특정 주제에 한정되지 않고 세상 곳곳에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일부 작품만 이렇게 인디피크닉으로 소개드리게 되었습니다.

 






관객: <손의 무게>에 대해 질문 드립니다. '지훈'이 영화 말미에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훈'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설정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수아: 저는 '지훈'이 자기 잘못을 끝까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습니다. 그래서 '소미'가 죽은 이유를 계속 궁금해 했던 거라고 생각하고요. '지훈'이라는 인물도 여자친구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았고 그 경험으로 트라우마 같은 것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모르지만 '지훈'에게도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김동현: 윤지온 배우님 생각은 어떠세요.

 

윤지온: 감독님 말씀이 맞습니다. 도로에서 '지훈'이 혼자 힘들어하는 씬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고 생긴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동현: '지훈' 역할의 경우 자상한 이미지와 폭력적인 이미지가 교차하는 연기라 감정을 컨트롤하는 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소미'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데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윤지온: 영화 찍기 한 달 전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작품을 하면서 감정 기복이 전보다 심해졌어요. 영화 상영 초반까지만 해도 영화 보는 일이 힘들었습니다.

 

최배영저는 연기할 때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지훈'은 폭력의 가해자가 가해자인 동시에 남자친구이니까요. '소미'의 감정이 어떤지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러웠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나 작품에서 조금 빠져나오고 요즘 사회 현상을 살펴보면서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우리 영화가 ‘잘 만든 영화구나생각하고 있습니다.

 

김동현: 감독님께서 연출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셔도 좋을 것 같고요. <손의 무게>는 주제와 이야기도 세지만 이를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방식도 강렬한 작품입니다. 이를테면 오프닝에서 '소미'가 죽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거나 클로즈업 쇼트도 많이 사용되었어요. 내용을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감독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수아: 일단 '소미'의 죽음이 아주 큰 사건이었습니다. '소미'의 아빠에게도, '지훈'에게도, '화지'에게도 그렇고요. 클로즈업 쇼트를 많이 사용했는데, 미묘한 감정이 잘 보이길 바랐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임에도 주변 사람들에게는 사랑하는 사이로 비추어지는 상황, 이 때문에 혼란스러운 인물의 감정이 보여야한다고 생각했어요. 미묘한 감정을 잘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관객: 저는 <손의 무게>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분위기는 다르지만 <파수꾼>의 형식을 많이 떠올렸어요. 영화를 기획하면서 레퍼런스 삼은 영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감정 선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나요?

 

이수아: 사실 <손의 무게>는 장편으로 찍고 싶었던 시나리오입니다. 장편 시나리오일 때는 아빠의 비중이 훨씬 많았고 당시 영화 <파수꾼>을 많이 참고했어요. 시나리오가 단편으로 축소되면서 '지훈'과 '소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바뀌었는데, 하지만 어찌되었든 데이트 폭력에 대한 영화라는 건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가해자인 '지훈'이 자신의 잘못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아빠'가 지훈에게 그가 가해자라는 사실을 직접 말하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감정 씬을 촬영할 때에는, '지훈'에게 서투른 화냄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윤지온 배우님이 제가 원하는 것을 잘 해주었습니다.

 

김동현: ‘서투른 화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이수아: 욕을 능숙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내본 적 없는 사람이 화를 내는 그런 것이랄까요.

 






관객: 저는 <자유로> 감독님께 여쭈어볼 게 있습니다. 초반에는 영화가 두 여성 캐릭터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두 친구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서로의 짐을 덜어주는 관계로 정리되는 것 같더라고요. 두 친구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황슬기: 두 인물은 오래된 여고 동창 같은, 수십 년을 함께 한 둘도 없는 친구 사이에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어떤 상황에 처했고 어떤 감정으로 말하고 있고 자존심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걸 서로 이해하고 있는 사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서는 각자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동지의 관계로 나아가길 바랐습니다.


 

김동현: <시국페미>를 보면 공동의 행동을 위해 많은 페미니스트가 등장해요. 페미니즘 단체가 자신의 입장을 개별적으로 소개하는 방식이었지만, 어떻게 서로 연대를 조직해 광장의 경험을 공유했는지 궁금합니다. 그것이 어떤 네트워킹을 통해 이루어졌는지요. 감독님도 새로운 세대의 페미니스트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데, 이번 작업을 통해 감독님께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강유가람: 출연자 중 저와 연배가 같고 잘 알고 지내던 분인 '나영' 님이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많이 이야기해주셨어요. 온라인상에서 활동을 멈추지 않고 광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외치는 용기가 충격처럼 다가왔습니다. 예전에 민주노총 등이 하는 시위에서 문제가 생겨 이의를 제기했을 때는 직접적으로 사과를 받지 못했는데 민중총궐기에서 사과를 받으니까 사회가 바뀌고 있음을 느꼈어요. 영화 만들면서 조금 더 다양한 세대가 연결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세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다른 세대와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요. 모든 세대가 연대로 이어지면 시너지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서로의 활동을 기억해주는 방식으로 변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김동현: <자유로>는 두 명의 여성이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연대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영화적으로 봤을 때, 시원하게 분위기를 표현하는 장면에서 해방감이 암시되기도 했고요. 두 분이 처음 갈등을 겪었던 장소가 한강이었는데 새로운 관계가 설정되는 장소는 공항에서 돌아오는 바다였어요. 공간적으로 대구를 이루기도 하고, 이 구조에 어떤 메시지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황슬기: 스태프들, 배우들과 과연 이 영화가 해피엔딩인지를 두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사실 저는 처음부터 해피엔딩의 영화를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이 어디로 가든 그들의 여정을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처음 쓰고 수정할 당시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그 사건이 시나리오의 방향과 결과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여성으로서 필연적으로 겪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현실에 있는데, 제가 만드는 영화에서는 현실과 다른 결말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을 담고자 했습니다.

 

김동현: 작품들이 이렇게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네요. 같은 시대를 살고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는 걸 작품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관객: 저는 강유가람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출연하신 활동가분들도 영화를 보셨을 텐데 어떤 감상을 나누어주셨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혹시 차기작 생각하고 계신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유가람: 40분 버전은 지난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했는데, 그때 출연자분들이 거의 모두 영화제 토크에 참석해 감상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운동의 경험을 다시 해석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얘기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제가 인터뷰를 길게 했는데 영화에 조금 들어가 죄송한 마음도 듭니다. 아까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이전에 활동했던 페미니스트의 현재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은 40대 초반 정도 되었을 텐데, 사회의 어떤 분야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여성운동을 하고 있지 않아도 페미니스트로서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지금의 20대 페미니스트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시국페미>의 연장선상에서 이전 세대의 기억과 현재의 모습을 함께 담아내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관객: 저는 <자유로> 감독님께 질문 드릴게요. 영화 초반부에 '여진'에게 옥수수를 주는 청년이 나오는데요. 저는 영화가 두 여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분이 영화에 왜 나왔는지 의아했습니다. 중년 여성이 엄마라는 역할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주희를 억압하는 사람도 남성인데 굳이 청년이어야 했는지 궁금했어요.

 

황슬기: 시나리오 쓸 때는 '여진'의 삶의 터전, 일터, 어떻게 보면 딸보다도 중요한 생계와 직결된 공간에 로맨스도 우정도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여진'에게 택시는 애착이 깃든 공간이니까, 택시 일과 연관된 '여진'의 삶의 한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부분이 로맨스면 어떨까 싶어 옥수수 청년을 생각했고요. 옥수수에는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소박한 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김동현: 소박한 이미지의 옥수수 청년이 영화 안에 잘 설계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관객: <시국페미> 감독님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제가 페미니즘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황인데, 영화를 접하고 궁금한 점이 생겨 질문 드립니다. 영화를 준비하시면서 여러 페미니즘 단체 사람들을 만나셨을 텐데요. 페미니즘이라는 것은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위한 정치적, 사회적 운동이라 생각하는데, 영화를 보니 남성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페미니즘이 남녀가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영화에 출연한 페미니즘 단체에 남성분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페미니즘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있는데 그것에 다가가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라 생각해요. 누군가는 온건하게 천천히 나가자 하고 다른 누구는 강력하게 나가자 하고요. 페미니스트 안에서도 생각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는 온건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지 않은지 궁금합니다.

 

강유가람: 영화 속에 페미니즘에 대한 제 주장이 잘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출연하신 단체 중에는 남성 멤버가 있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어요. 실제 페미존 시위를 보면 남성도 많이 참여했습니다. 페미니즘은 비단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남성분들은, 예를 들어 군대 문제를 두고 남녀가 평등하지 못하다고 이야기하시는데, 여성주의는 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군대를 유지해야 하는가로 질문의 방식을 바꾸거든요. 페미니즘은 여성들이 남성에 의해 빼앗겼던 권리를 되찾겠다는 것보다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좋다고 말하는 입장이라는 걸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운동의 성격을 말하는 데 온건함과 강렬함의 기준이 과연 누구의 기준인지 질문을 되돌려보고 싶어요. 어떤 게 온건한 것이고 어떤 게 급진적인 거죠? 이 부분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공기처럼 존재하고 있는 가부장제를 바꿔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동현감독님들과 배우님들 마무리 인사 부탁드릴게요.

 

최배영: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섹션에 함께해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지온: 지금은 '지훈' 역할에서 빠져나와 다행인 것 같아요. 작품을 볼 때마다 그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생각합니다. 지금 이렇게 계속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수아: 저는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니 빨리 새로운 영화를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드네요. 평일 늦은 시간까지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황동희: 저는 '지훈'과 다투는 장면에서 실제로 맞았답니다. 감독님은 그 장면을 정확하게 쓰셨는데 그게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윤지온 배우와 저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 사이라, 촬영할 때 잘 커가고 있구나생각하며 아빠 미소 지었어요. 좋은 친구, 동료, 감독님을 만나 즐거웠습니다.

 

황슬기: 저도 지금 장편 시나리오 쓰고 있습니다. 중년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어요.

 

강유가람: 인디피크닉과 전국을 순회하면서 더 많은 관객들에게 <시국페미>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긴 시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동현: 저희 서울독립영화제 인디피크닉은 제주도와 춘천에서의 상영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여성영화의 힘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왜냐하면, 세 편의 영화가 보여주듯 여성영화라는 범주 혹은 언어는 겉으로 보기에 일관적이지 않고 불균질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일관성의 다른 이름은 다양함이고, 그 중심에는 연대의 고리가 있다. 여성의 연대는 느슨해 보이지만 동시에 단단하고 강하다. 지금의 여성 독립영화가 일으키는 연대의 열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길 바란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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