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풍경의 얼굴들  인디포럼 월례비행 <얼굴들>  대담 기록


일시 2018년 3월 21일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강현 감독ㅣ배우 박종환 

진행 정지혜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마리솔 님의 글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의 얼굴은 현재의 모습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저마다의 역사와 미래가 담겨있다. 인물들의 시간은 제각기 흐르지만 하나의 풍경으로서 연결된다. 3월의 월례비행은 이강현 감독과 박종환 배우 그리고 정지혜 평론가가 함께했다.







정지혜 평론가(이하 진행): <얼굴들>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존 카사베츠의 <얼굴들>(1968)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두 영화가 얼굴을 다루는 방식에 다름이 존재합니다. 거칠게 말하면 극단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강현 감독의 <얼굴들>은 훨씬 인물의 얼굴 혹은 인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얼굴들>이라는 제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강현 감독(이하 이강현): 존 카사베츠의 <얼굴들>과 같은 제목을 썼다는 부담감은 있었지만 그냥 써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카사베츠를 좋아하는데, 단지 제목이 같다는 것 말고는 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에 상관없을 것 같았습니다. 얼굴이라는 것은 항상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이니까요. 영화는 사람과 얼굴을 담는 매체이고, 어떤 단어가 가질 수 있는 쓰임새는 무한합니다. <얼굴들>이라는 영화에서 제가 사람의 에너지를 담고자 한 방식은 카사베츠와는 특히 다른 부분입니다.

 

진행: <얼굴들>의 영문 제목은 <Possible faces>, 그러니까 가능한 얼굴들이라는 뜻인데, 국문 제목과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국문 제목은 '얼굴들'이지만 영문 제목에서는 그 앞에 가능함이라는 단어를 붙임으로써 상상의 가능성들을 열어준 것 같은데요, ‘가능한 얼굴은 아직 우리가 확인하지 않은, 앞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미래의 얼굴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안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과거사가 있지만 영화가 전사(前史)를 계속 이야기하는 방식은 아니에요. ‘가능한 얼굴들이라는 말에서 미래가 숨어있을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영문 제목과 국문 제목의 차이가 영화의 방법론과도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강현: 영제가 처음부터 있던 건 아닙니다. 편집을 끝낼 무렵에 영제를 짓는데 가능한 얼굴들이라는 제목이 좀 후퇴한 느낌이라는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편집을 마칠 무렵에 제가 이 후퇴한 느낌을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여러 관계들이 갖고 있는 한계들을 반영한 것 같고,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하는 것에 있어 제가 느끼는 어려움도 반영한 것 같고요. ‘가능한이라는 것은 소극적으로는 한계 짓는 느낌이지만 동시에 희망적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한계,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 이 영화의 한계가 있고 사람의 인생에도 한계가 있지만 그것들을 선언했을 때 갖게 되는 힘이 좋았습니다.

 

진행: 이 영화에는 중심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박종환 배우가 맡은 기선이라는 인물이 그렇습니다.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유일하게 끈이 있는 인물이 기선인 것 같습니다. 그 외에 혜진진수’, ‘현수는 사실상의 접점이 없고 각자의 시간이 병렬적으로 흐른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기선인데, 기선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이강현: 제작을 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에서 샛길로 빠져 그 옆의 다른 인물들을 쓰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기선의 시작점을 한 줄로 요약해본다면 ‘처음에는 선생님이었던 학교직원. 어느 날 문득 수업 시간에 들어오지 않는 학생을 궁금해 하게 된다.이 한 줄이었던 것 같아요. ‘얼굴들이라는 건 나의 외부에 있는 타인들인데, 타인에 대해 갖는 감정, 즉 미안함, 죄책감, 책임감 같은 것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의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이야기의 출발이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 다른 인물들이 나오긴 했지만 기선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타인에 대한 감정들, 혹은 그것이 좌절된 이후의 행보들을 담으려 했습니다.

 






진행: 드라마를 만드는 방식의 영화는 아닌데요, 그 중심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박종환 배우님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박종환 배우(이하 박종환): 어렵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습니다. 기선이 가지고 있는 모습들이 처음엔 낯설게 다가왔는데, 결국 기선의 감정은 혜진과 헤어지고 나서 갑자기 밀려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고 지내야 하는지에 대한 모습으로 느껴졌습니다. 촬영하면서 감독님과 기선이 가지는 컨디션이나 기조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렵다기보다는 새로웠고 새로운 감정을 알아가며 도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진행: 기선에게 다층적인 면모가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아마 명확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상황이나 대사에 있어서 주어를 생략하는 등의 모습들이 주저하고 불안정한 감정을 다층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만든 것 같습니다. 인물에 대한 설정이 따로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강현: 비교적 다른 인물, 예컨대 혜진이나 진수, 현수 같은 경우는 주저주저하거나 어쩔 줄 몰라 하는 느낌은 없죠. 기선이라는 인물은 자기 외부의 것들에 대해 판단하는 감정들을 어쩔 줄 몰라 하는 인물이 맞습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세상에 대해 어떻게 할 지 모르겠는감정을 다루는 이야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박종환 배우님과 시나리오를 앞에 두고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이야기한 것이 인상 깊었는데요, 한 가지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영화 외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 나는 아직 모르겠고, 이런저런 어려움도 있다고 이야기 했을 때 박종환 배우님이 이런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때의 제 마음을 내려놓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고 난 이후부터는 이 영화의 에너지가 아닌 다른 삶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될게요.”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구체적인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 혹은 장면에 대한 이야기는 술술 넘어가며 했던 것 같고 주로 서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진행: 네 명의 중심적인 인물들이 각자의 시간을 대면하는 방식에서 수많은 얼굴들이 등장합니다. 의도적으로 주변의 인물들 혹은 익명의 거리의 사람들, 크고 작게 대화를 나누는 인물들에게 장면을 할애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강현: 의도적이거나 계획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에서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진행: 그러면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리고 시나리오를 쓰는지, 아니면 각각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모아 완성해 가는지 궁금합니다.

 

이강현: 애초에 큰 틀 정도만 구상하고 나머지는 시나리오 쓸 때 즈음에 만났던 사람들이나 상태, 날씨에 영향을 받습니다. 특정한 시나리오와 무관하게 평소에 이런저런 기억들을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관객: 관계를 다룬 드라마라고 하지만서스펙트적인 요소가 있어 계속 심장이 빨리 뛰었던 것 같습니다영화를 전개하면서 중요한 이벤트들은 보여주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엔딩은 무엇을 표현하려 한 건지 궁금합니다. 정지혜 평론가님은 영화를 보면서 마음을 움직인 장면으로 어떤 장면을 꼽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이강현: 엔딩을 보았을 때 어떤 시청각적인 감정들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굳이 더 말씀 드리자면 혜진은 가게를 완성했고, 진수는 성장을 해서 자기 길을 잘 가고 있고, 현수는 어딘가에서 잘 살 것 같아요. 그런데 기선은 자기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상태이고 그 이상의 답을 못 찾은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엔딩 장면 직전의 동네 풍경들, 세상의 풍경에 대해 여전히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진행: 저는 “20년 뒤에는 퇴직하지 않았을까?”라는 대사가 나오는 장면을 보며 촌철살인이라 생각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관객: 종종 풀샷으로 공간을 담는 아름다운 장면이 나오는데, 인물을 담는 장면에 비해 크고 독특한 시각이 보였습니다. 공간을 크게 잡을 때 어떤 것을 중점으로 촬영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또 기선 역할은 감정이 크게 드러나는 편이 아닌데 다른 인물들과의 호흡 속에서 역할에 몰입할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박종환 배우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강현: 처음부터 크게 의도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찍어놓고 편집하다 보니 저도 공간을 담은 풀샷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공간을 많이 찍자고 이야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촬영할 때의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려보면, 카메라를 인물 앞에 두려고 할 때 은연 중에 거부감을 느끼고 ‘좀 멀리 빼야겠는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왜 그랬는지는 스스로도 의문입니다. 이전의 작업들에도 공간을 많이 담기는 했습니다. 일단 다음 작품부터는 풍경을 찍지 않으려고 합니다.

 

박종환: 상대 배우들이 다 다른 역할인데도 비슷한 느낌으로 와 닿았습니다. 어느 장면을 촬영하더라도 그 장면이 갖고 있는 힘이 느껴져서 감독님께서 이런 말이나 상황을 실제로 겪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배우가 상대배우로 느껴지기 보다는 감독님이 바라 본 그때 그 상황 속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진행: 몇 번 서사가 바뀌는 순간이 있습니다. 물론 감독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넣었겠지만, 사실 그 장면이 없더라도 전개가 가능했을 텐데, 혼란을 주는 방식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집에서도 일종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이 있었습니다. 의도적인 착각, 혼란들이 병렬되어 있는 인물들의 시간을 보며 과거, 현재, 미래가 계속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우회해서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방식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이강현특별히 명시적으로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현재의 감각, 느낌들이 과거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는 어떤 장면이 다른 장면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개별 장면에서의 느낌과 감정들을 조합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은데, 개별 장면의 감정이 충실히 전달이 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지금 말씀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것 같아요.

 






진행: 재미있는 장면 중 하나가 현수가 누군가의 일기장 혹은 메모를 읽는 장면이었습니다. 특히나 마지막에 현상수배범과 남편의 얼굴이 비슷하다고 하는 장면은 저에게 해석의 가능성을 남겼습니다. 이 영화가 초반에 지역이나 공간이나 사람의 인상을 만들고는정형화된 인상이랄까요그 인상이 집단의 인상이 되는 것에 대해 계속 의심하도록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유형이나 틀을 깨뜨리거나 헤집어 놓으려고 하는 욕망이 느껴졌습니다

 

이강현: 그런 부분을 찍거나 쓸 때는 오히려 직관적이게 됩니다. 다른 부분들은 머리를 굴리고 어떻게 끼워 맞출지 고민하는데, 말씀하신 장면 같은 부분은 감정의 덩어리로 다가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말씀하셨듯이 삽입된, 빗대자면 영화 속에서 '괄호 쳐진' 부분들은 제가 주로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들, 가령 라디오 사연, 시청률 안 나올 때 하는 TV휴먼다큐, 아니면 SNS 같이 많이 볼 수 있는 것들이고, 거기서 받는 감정들이 작업할 때 제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평균적인 감성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평균이 주는 이중적인 느낌들이 있고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제 작업에 있어서 중요한 지점들입니다. 지역마다 환경이 다르고 계급 차이도 있을 거고 여러 가지 편견들도 있을 테지만 일반적인 편견을 깨려는 의도보다는 사람살이의 평균치에 대한 감각들, 그것들이 주는 여러 가지 감정의 측면들, ‘일반적인 사람 사는 모습으로 재현되어온 것들에 대한 의심이기도 합니다. 의심이지만 진실이기도 한, 그런 부분들을 작업하면서 염두에 두었습니다.

 


관객: 현수가 꽃시장에서 생화나 조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나 혜진이 생중계를 보는 장면들에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작업과 비교했을 때 새롭다거나 다큐멘터리 작업에서 해보지 못한 경험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이강현: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저한테는 극영화 작업이 첫 작업이고 같은 영화라고 하더라도 매체적 특성이 확연히 다릅니다. 저는 이번에 영화를 찍으며 최초의 구상들이 무너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좋았다 혹은 싫었다고 판단하긴 어렵고 다만 힘들었던 경험이었습니다. 극영화를 찍으면서 좋았던 점은 좋았던 배우들을 만났다는 것입니다. 입 바른 소리 아니고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요즘에도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어야 할 텐데그런 생각을 해요. 그때 배우들을 섭외하며 했던 거짓말들이 조금이라도 덜 거짓이 되어야 할 텐데, 하는 마음입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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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독립영화 캐릭터 열전, 독립영화 인사이드 아웃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빈 님의 글입니다.


올 하반기에도 수많은 캐릭터들이 스크린에 피고 졌다. 절망 속에서 고투하면서도 끝내 희망을 놓지 않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수남, 현실과 다큐의 경계를 넘나들며 연애의 달고 쓴 맛을 생생히 보여준 <오늘영화>의 교환과 하나, 서로 기댄 채 추운 겨울을 살아내던 <들꽃>의 세 소녀 수향, 하담, 은수 등. 관객 저마다의 마음속에 남는 인물들이 있을 것이다. 그 숱한 매력적인 캐릭터들 중 몇 가지 뚜렷한 성격으로 기억될 캐릭터들을 모아봤다. 역시나 올해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던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다섯 캐릭터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올 하반기 독립영화의 기쁨이,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를 소개한다.



1. 감히 ‘춘블리’라 불러드리고 싶다. 기쁨이 | <춘희막이>의 춘희할머니



한 집안의 본처와 후처로 만나 35년의 세월을 가족으로 살아온 두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춘희막이>. 모녀 같고 친구 같은 두 할머니의 케미가 빛나는 작품이다. 풍성한 머리숱과 유쾌한 웃음소리를 자랑하는 춘희 할머니는 과연 올 하반기 독립영화 최고의 ‘기쁨이’다. ‘주 차 삘라’, ‘대가리 쳐 박아라’ 등 막이 할머니의 다소 거친 (동시에 애정담긴) 구박을 받으면서도 춘희할머니는 막이할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거둘 줄 모른다. 굽은 자세로 콩콩 뛰며 장난기어린 모습으로 화면에 처음 등장한 춘희 할머니. 영화가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긍정에너지를 발산한다. 하지만 막이 할머니가 집을 비운 날 밤, 전에 없던 서글픈 눈물을 보인다. 그 좋아하던 식사도 마다하며 막이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우는 춘희 할머니. 영화 내내 미소를 짓고 계시던 할머니이기에 그 모습이 더 뭉클하다.

- 바로 그 장면! 

남의 밭에서 몰래 고추와 밤을 줍던 장면. 음식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춘희할머니. 밭 귀퉁이에서 열심히 고추를 캐고 밤을 줍는다. 된장에 찍어먹을 계획을 밝히며 잔뜩 들뜬 모습이다. 한참 후에 덧붙이길, “좀 있으면 밭주인 올 텐데.” 일종의 ‘서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양파망 가득 고추와 밤을 채워 돌아가는데 길 저편에서 밭주인이 다가온다. 춘희 할머니는 뒷짐을 고쳐 지으며 잔뜩 긴장한 뒤태를 보여준다. 밭주인 아저씨가 점점 다가오자 할머니는 묻지도 않았는데 대뜸 고추를 내보이며 말한다. “밤 주워 먹을라는데 밤이 없다. 이건 고추! 고추 새파란 거 베어놨데. 주워간다. 좀 주워서 먹을게요.” 정작 밭주인은 별 개의치도 않는 얼굴이다. 사랑스러운 ‘기쁨이’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장면.



2. 종말을 기다리는 자. 슬픔이 | <그들이 죽었다>의 이화



영화를 꿈꾸지만 능력을 펼칠 기회조차 쉽게 얻지 못하던 젊은 영화학도들이 힘을 모아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그들이 죽었다>. 연출진들이 곧 영화의 주조연이기에 현실과 영화의 경계가 모호하다. 그만큼 제작진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와 닿는다. 주인공들이 만드는 영화의 여주인공 이화(이화 분)는 화사하고 밝은 얼굴로 첫 등장한다. 주인공 상석은 그 모습에 반한다. 그러나 직업의 굴레를 벗고 일상에서 마주한 그녀는 무척 침체된 얼굴이다. 그런 모습을 낯설어 하는 상석을 향해 이화는 차갑게 말한다. 이전에 본 모습은 가면을 쓴 모습이라고. 알고 보니 그녀는 인류 멸망, 세계 종말의 날만 꼽고 있는 여자다. 상석을 만나 함께 여행을 떠나며 새 희망을 품을 만도 하지만 그녀의 가라앉은 마음엔 변함이 없다. 담담히 지구 멸망을 기다리던 ‘이화’라는 여자는 올 하반기 스크린에서 만난 가장 슬픈 얼굴 중 하나였다.

- 바로 그 장면!

다가오는 종말의 빛으로 얼굴이 환하게 빛나던 장면. 바다로 함께 여행을 떠난 이화와 상석. 둘은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음악, 술,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예외 없이 끝은 다가온다. 이화와 상석이 바다로 나가자 머지않아 저 멀리서 지구 종말의 빛이 밝아온다. 태양빛에 반사돼 환히 빛나는 그녀의 얼굴에선 이전의 쓸쓸함은 찾아볼 수 없다. 어떤 초연함으로 가득 찬 ‘슬픔이’의 얼굴, 아름답지만 슬픈 한 컷.



3. 소심함을 무릅쓴 남자의 사랑. 소심이 | <오늘영화> ‘백역사’의 남주인공



영화와 연애를 발랄하게, 날카롭게, 생생하게 그려낸 <오늘영화>는 하반기 독립영화 중 몇 안 되는 밝은 분위기의 영화다. <백역사>는 봄날의 훈풍처럼 부드럽게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촌스러운 꽃남방을 입고 열정적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던 남자(박종환 분)를 기억하는가. 그는 나이트에서 처음 만난 여자에게 데이트를 청하려 그녀가 일하는 중국집으로 가는 중이다. ‘소심이’라고 말하기엔 지나치게 저돌적인 모습. 그러나 좋아하는 여자를 앞에 두고 우물쭈물 거리고 여자의 말에 쩔쩔매는 모습에서 그가 본래는 꽤나 소심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데이트에 대한 의지 혹은 그녀에 대한 진심이 모자란 말주변과 소심한 성격을 메워주는 것 같달까. 하반기 스크린에서 만난 ‘소심이’들 중 진정으로 가장 용감한 ‘소심이’였다.

- 바로 그 장면!

여자에게 데이트를 청하는 장면. 멋진 가죽옷을 빼입고 오로지 데이트에 대한 일념 하나로 여자가 있는 중국집으로 내달린 남자. 일하는 여자를 지켜만 보다가 그녀가 그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자 조심스레 다가가 말한다. “우리 영화 보기로 했는데…”. 그래도 여자가 듣지 못하자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한다. “영화 보러 가기로 했는데…” 소심하지만 진지한 고백. 여자와 남자의 백역사가 시작되는 결정적인 순간.



4. 살아남기 위해 돋아난 가시. 까칠이 | <들꽃>의 은수



거칠고 메마른 현실이란 들판, 그 위에서 들꽃처럼 질기게 살아가는 가출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들꽃>. 거리에서 모진 계절을 버터야 하는 영화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까칠이’들이다. 하지만 동질감에선지 처음 본 하담을 살갑게 대하는 수향과 그런 수향에게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푸는 하담과 달리 은수(권은수 분)만큼은 극 내내 경계를 거둘 줄을 모른다. 추측해보자면 은수의 지난 세월이 유달리 쉽게 회복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런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소녀들이 이룬 유사가족 관계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 때문이 아닐까. 그녀는 그 여린 세계에서 ‘가장’이 되어 집을 구하고 양식을 마련한다. 자신과 곁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경계를 늦출 수 없어서, 가시를 두른 ‘까칠이’가 되었던 것 아닐까.

- 바로 그 장면!

맥주병을 깨트리며 울부짖는 장면. 은수는 바울이 가진 돈으로 집을 마련하고 조금씩 현실에 정착할 준비를 한다. 수향에게 건넬 선물을 고르는 은수의 얼굴을 보면 전에 없던 생기가 있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데 수향이 태성을 살리기 위해 피 같은 돈을 써버린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쳐버린 소녀들. 아직 어린 은수는 이전의 삶이 두려웠나 보다. 옥상에서 병을 깨트리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어떤 감정을 마구 내뱉는다. 감독은 우연히 홍대에서 은수 또래의 여자가 병을 깨트리는 모습을 보고 그 장면이 잊히지 않아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감독이 느꼈을 강렬한 인상이 재연된 장면.



5. 언제나 위태로운 남자. 버럭이 |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형석



단지 행복해지고 싶었던 한 여자의 현실 분투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만화적인 캐릭터와 설정들로 가득한 영화답게 이 영화엔 순도 99%의 ‘버럭이’가 등장한다. 분노 조절장애를 앓는 형석(이준혁 분)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하루 세 번 약을 복용하면서 차오르는 화를 겨우 참아내며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어쩌다가 재개발 추진 위원회의 행동대장에 가까운 청년 대표직을 맡게 된다. 위원장 경숙은 그에게 사주를 내린다. 재개발 반대 서명운동을 받으러 다니는 수남을 막으라는 것이다. 형석에게 약을 처방하던 경숙은 그가 하루에 먹는 약을 1/3으로 줄이며 겨우 억눌러져있는 그의 분노 스위치를 느슨하게 한다. 형석은 그 길로 무서운 기세로 수남을 쫓는다. 결국 그녀가 탄 오토바이를 전복시키며 납치에 성공해 이후 갖은 잔인한 방법으로 수남을 고문하기 시작한다. 분노를 장애처럼 앓는 형석이기에 그가 행하는 악은 더 날 것의 느낌이 난다. 버럭을 넘어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갖춘 형석은 하반기의 잊을 수 없는 ‘버럭이’다.

- 바로 그 장면!

세탁기 고문 장면. 형석은 그녀더러 재개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대로 있으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수남은 병원에 있는 남편을 봐줄 사람이 없다며 형석에게 보내줄 것을 빈다. 수남의 말은 곧 형석의 분노를 자극한다. 그는 살기어린 표정과 함께 어둠 속으로 그녀를 끌고 간다. 이윽고 세탁기에 들어앉아있는 수남의 모습이 나온 뒤 가장 끔찍한 고문이 이어진다. 경악스러운 한 컷.



영화의 어떤 캐릭터가 한 가지 성격만을 대변할리는 만무하다. 기뻐하고 슬퍼하고 소심해하고 경계하고 화내는 성격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본성이기 때문이다. 위의 다섯 캐릭터들도 하나의 성격으로 일반화하기엔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인물들이다. 고백하건대 이 캐릭터들의 매력이 배가된 순간은 일관된 얼굴을 지우고 다른 모습을 보일 때이기도 했다. 슬픈 기쁨이, 소심한 버럭이, 까칠한 기쁨이의 모습에서 특별한 매력을 느꼈달까. 때로는 선명하고 때로는 복합적인 모습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하반기의 캐릭터들. 새해엔 어떤 캐릭터들이 스크린을 수놓을까.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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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 [어제영화] 윤성호 감독 DAY 

<은하해방전선> + <오늘영화>인디토크(GV)


일시: 2015년 8월 28일(금

참석: 윤성호 감독, 박종환 배우

진행: '9와 숫자들' 송재경




*관객기자단 [인디즈] 차아름 님의 글입니다.


‘뇌가 탐나는’ 감독 4명이 모여 만든 재기발랄한 옴니버스 영화 <오늘영화>가 지난 8월 20일 개봉했다. 그 중 첫 번째 에피소드인 <백역사>의 윤성호 감독과 박종환 배우, 그리고 ‘9와 숫자들’의 송재경이 8월 28일, 기획전 [어제영화] <은하해방전선>(2007), <오늘영화> 상영 후 GV를 가졌다. 금요일 저녁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GV에 참여했다. 짧은 영화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윤성호 감독(이하 윤): 불금임에도 불구하고 인디스페이스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는 대화 나눠봐요.


박종환 배우(이하 박): 안녕하세요. <오늘영화> 첫 번째 에피소드 <백역사>에 출연한 박종환입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9와 숫자들' 송재경(이하 송): 윤성호 감독님은 여기저기서 아기자기한 작업들 많이 해오신 걸로 알고 있고, 잘 봐왔습니다. 모처럼 영화를 하셨는데 뭔가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그 동안 해오셨던 다른 작업들하고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윤: 열심히 꾸준히 뭔가 작업을 하긴 했는데 스크린에 올리는 작업은 몇 년 만인 것 같아요. 그사이에 ‘썸남썸녀’, ‘출출한 여자’, ’출중한 여자’,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이런 것들을 종종 스크린에서 튼 적은 있어요. 모바일이나 웹으로 대중들을 상대하려다 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내레이션을 쓰고, CG, 자막, 효과음 등 미장센이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에도 다른 채널로 돌리거나 스트리밍을 멈추지 않도록 집중할 수 있게 계속해서 조잘조잘 속삭이는 게 필요하거든요. 물론 제가 즐거워서 하긴 했지만, 그런 액세서리를 다는 것에 지쳐있었어요. 그런 와중에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옴니버스를 만들 기회를 마련해주셨죠. 2013년 개막작인 <서울연애>를 보고 너무 부러웠어요. 제가 다 아는 배우들과 감독들이 이렇게 준수한 영화의 에피소드를 만든 걸 보고 저기에 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옴니버스 공모가 떴을 때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이번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세운 원칙이 있는데요, 제 영화들을 전에 보신 분들은 살짝 갸웃할 만큼 약간 스타일이 달라요. 그냥 카메라랑 배우만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다른 감독님들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라든지, 자기 관점적인 계획들을 하고 계시길래 저는 저를 닮은 사람보다는 제가 한번 담아보고 싶은 사람, 제가 잘 모르는 사람들 얘기, 영화가 그렇게 인생에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의 얘기를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송: 사실 저는 <오늘영화>를 통해서 이번에 박종환 배우님을 보고 많이 놀랬어요. ‘썸남썸녀’에 나오신걸 봤는데 이번에 인상이 터프하게 바뀌셨더라고요. 근데 막상 연기하시는 거 보니깐 또 그 느낌이 나고요. 허술한 것 같지만 귀여운 듯한 느낌이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진 것 같아서 실제 어떤 성격인지 궁금합니다. 


박: <백역사>의 캐릭터랑 저랑 많이 닮아 있어요. 감독님이 저를 사석에서 눈 여겨 봐주신 게 있는 것 같아요.


송: 제일 궁금했던 게 처음에 여자를 찾아가면 이상한 노래 같은 걸 부르고 있어요. 중국어로 부르는데 저는 중국어를 잘 몰라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고, 꼭 그 장면이 필요했던 건지 궁금합니다.


윤: 그 노래가 ‘호상호상’이라고 좋아하고 생각한다는 뜻이에요. 조미라는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 주제가고 실제로 조미가 불렀던 노래에요. 말씀하신 대로 굳이 넣을 필요가 없죠. <백역사>에 기타리스트 한 분이 나와요. ‘푸르내’라는 밴드의 완무씨인데. ‘9와 숫자들’에게 항상 신세를 져서, 한 번 하드록으로 가고 싶었어요. (웃음) 이 영화가 신세를 진 영화들이 있어요. 레퍼런스 삼은 영화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에 허우 샤오시엔이라는 대만 영화감독의 기운을 조금 빌린 부분이 있어요. 그분이 저잣거리 시시한 남녀들의 사랑얘기를 예술적으로 다뤄요. 예술적으로 다룬다는 게 엄청 파격적인 멜로나 치정을 선사하는 게 아니라 신문으로 치면 가십면에도 안 실릴 것 같은 그런 이들의 연애를 굉장히 멋진 팝송이라든지, 심금을 울리는 어떤 장면으로 잡아내는 게 있거든요. 그런 게 묘하더라고요. 보통 독립영화에서 노동자는 투쟁을 하거나 부당한 일을 당하는데 여기서는 그냥 게으른 노동자가 나와요. 술 먹고 구두신고 와서 공장에서 안전수칙 지키지 않고 일하다가 화장실 가고 싶다 그러면서 조퇴하고. 여자도 약간 나사가 빠진 것 같잖아요. 대단치 않은 일, 젓가락이나 닦고 있다가 여기선 그냥 점프됐지만 아마 핑계 대고 만두 집에서 조퇴했겠죠. 그 둘이 서로 이름도 기억 못하면서 갑자기 사랑을 말하죠. 감정 비약이 심하고 나이브한 남녀거든요. 그 남녀들한테 되게 멋진 주제가를, 애틋한 주제가를 주고 싶었어요. 이분들의 이 순간도 화양연화 같지 않느냐, 이렇게 제멋대로 장식을 해주고 싶어서 그 노래를 한 번 깔아봤습니다. 



송: 안 그래도 다른 밴드 음악을 쓰셔서 사실 삐쳐있었어요. 근데 막상 보니까 음악이 너무 좋더라고요. 짧은 영화라 몇 곡 안 나오지만. 그래도 그 장면에서 실제 연주하는 모습하고 이어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감독님 작품 특유의 깨알 같은 개그 코드들이 곳곳에 있어요. 어느 정도 선까지 제시를 하시는지, 어느 정도를 배우님께서 만들어내셨는지 과정이 좀 궁금하네요.


박: 제가 감독님이랑 네 작품을 같이 했는데, 감독님 작품에서 애드리브를 한 건 단 한 번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썸남썸녀’에서 방송에 나오지 못한 장면이 한 장면 있는데 그 장면 빼고는 없었어요. 대본엔 없지만 현장에서 갑자기 이건 어떻겠냐고 하실 때 결국엔 제가 그걸 하는 거고, 학습해서 하는 게 아니라 주문하신 걸 하니까 그게 애드리브처럼 보이는 지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윤: 사실은 오해 없이 들으셨으면 좋겠는데 이번에는 진짜 준비를 덜하고 들어갔어요. 게으름으로 생각할까봐 걱정되는데. <백역사>를 찍던 작년에 너무 많은 프로젝트에 관여를 하고 있어서 좀 지쳐있는 상태였어요. 지쳐있으면 하지 말지 왜 했냐고 할 수도 있는데, 이걸 하고 싶었어요. 흐름에 밀려 가듯이 하는 것을 하고 싶어서. 대본이 있긴 있지만 구체적으로 쓰여있진 않았었죠.


관객: 제목이 <백역사>에요, 흑역사의 반대말. 흑역사라고 하면 잊고 싶은 과거의 기억인데, 백역사라는 건 따로 의미를 붙이신 게 있는지, 영화의 마지막처럼 희망차고 앞으로 아름다운 앞날을 생각해서 붙인 건지, 제목의 의미가 궁금해요. 그리고 저는 ‘푸르내’의 팬인데, 중간에 완무씨가 등장한 계기가 있는지, 뮤지션이 급하게 들어간 이유가 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윤: 흑역사라는 말 많이 쓰잖아요. 자기의 잊고 싶은, 깜깜한 과거. 근데 흑역사란 말을 듣다 보니까 백역사란 표현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흑역사의 반대말이니깐 찬란했던 과거? 흑역사가 감추고 싶고, 숨기고 싶고, 잊고 싶은 과거라면 백역사는 언뜻 생각하면 너무 자랑하고 싶고 찬란했고 좋았던 과거일 수 있잖아요. 근데 백역사라고 하면 앞이 그냥 하얗게 화이트가 되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흑역사든 백역사든 제가 이제 나이를 많이 먹어서인지 다 그리워요. 20대때 흑역사도 다 에너지가 있었던 시절이고 어둡든 하얗든 그때의 컬러의 온도가 나를 감싸고 있던 시절이어서. 흑역사는 깜깜해서 안보이고 백역사는 눈부셔서 안보이고. 연애, 이성으로 비유를 하면 왜 여자가 이렇게 안 생길까 깜깜한 게 흑역사라면, 여자가 생겼는데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고 너무 좋은데 거기에 합당한 재미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아직 할 줄 모르는 서툴고 눈부신 게 백역사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저는 ‘푸르내’랑 친해지고 싶었어요. ‘9와 숫자들’이랑 너무 오래해서. (웃음) 농담 반 진담 반인데 제가 친해지고 싶으면 작업으로 작업을 걸어요. 이성한테 영화로 작업 건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친해지고 싶은 감독이나 소설가나 음악인이나 디자이너가 있으면 괜히 하나 같이 하자고 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좀 친근해진 게 ‘9와 숫자들’ 재경씨고. ‘푸르내’ 음악도 알게 된 때부터 좋아했어요. 근데 완무씨가 키가 큰 줄 몰랐어요. 유튜브로 항상 보면서 귀여운 소년일 줄 알았거든요. 근데 처음 만난 날 보니깐 체격이 되게 좋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앉아계시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또 기타를 가르치면 좋을 것 같다 해서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친해졌어요. 


관객: 감독님이 이때까지 만드셨던 다른 작품하고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슬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자전거를 타고 남자주인공이 정말 열심히 달려가는데 달리는 것에 비해 자전거가 너무 안 나가는 느낌이었어요. 의도를 가지고 연출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윤: 그 장면에서 박종환 배우가 멋진 표정을 보여주죠. 사실 대사도 없고 맥락도 없잖아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관객은 알지도 못하는데 저 배우의 표정만으로 청량감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원래 계획은 종환씨와 비슷한 속도의 차 뒤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종환씨가 일정한 속도로 따라오는 거였어요. 근데 종환씨가 너무 청량한 표정으로 페달을 밟으니까 제가 장난끼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갔어요. 원래는 종환씨가 당황을 해야 되는데 저한테 디렉팅을 받은 게 있으니깐 계속 웃으면서 오고 카메라는 멀어지고. 망원렌즈를 쓰니깐 물체는 계속 이동하고 있어도 다람쥐 쳇바퀴 도는 느낌이 생기거든요. 저는 그런 장면이 좋더라고요. 거기에 음악을 깔고. 우리 생각에는 너무 단순한 사고방식과 감정의 비약을 가진 남녀들이 예쁘고 건강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제가 그런 것에 대한 반감이 좀 있었나봐요. 영화를 저도 굉장히 많이 보고 영화라는 장르를 매체 중에 제일 사랑하거든요. 결국 내가 할 것은 (웹 드라마를 하든 TV 시트콤을 하든) 결국 영화고, 영화로 위로 받고 만들고 싶어요. 평자들이 영화 볼 줄 모르는 대중들에 대해서 혀를 차는 게 너무 싫어요. 지금 삶의 조건 속에서, 이 생태계 속에서 영화가 자기한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영화 하나하나에 대해 비평을 할 수 없는 분들이 많거든요. 영화를 남다르게 보고 리뷰하고 내 삶의 또 다른 레이어로 삼을 수 있는 게 굉장한 행운인 거지, 지금 당장 영화를 영접하지 못한다고 해서 불경스런, 경박한 대중으로 취급하는 것이 싫었어요. <해적>을 보고 <명량>을 보는 게 그날의 선택인 사람들, 어쩔 수 없이 하나의 기호로 소비하는 분들에게 혀를 찰 순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영화를 보고 데이트를 하고 싶고 부둥켜 안고 싶어하는, 조금은 어리석은 듯한 행동들이 페달을 밟아도 공회전이지만 얼마나 예쁘냐, 그 노력들이 얼마나 건강하냐는 식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장면 하나로 생각을 참 많이 했네요. 근데 진짜 그 장면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부러 길게 늘린 것 같아요. 


관객: <오늘영화>라는 큰 제목을 붙이신 이유는 뭔가요?


윤: 저는 반대를 했었는데 (웃음) 결과적으로 재미있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 검색 안 된다고 툴툴거렸지만 사실은 10년 뒤, 20년 뒤, 당장 5년 뒤 생각해봐도 묘한 제목이죠. 확실히 웹 드라마를 많이 해서 ‘이런 제목으로 하면 보겠어? 웹 드라마를? ‘출출한 여자’ 이 정도는 해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웃음) 그런데 ‘오늘영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오늘 영화, 오늘의 젊은 영화인들이 만든 영화, 이런 식의 서브 텍스트가 있었어요. 마침 제가 인상 깊게 봤던 게 ‘서울연애’잖아요. 아마 서울독립영화제가 4음절로 계속 가려는 것 같아요. 브랜드로 삼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계속 하다 보면 잘 될 수도 있겠죠.



관객: 전작들과 비교해서 스타일이 바뀐 이유가 궁금해요. 


윤: 스크린에 심플한 것을 올리고 싶은 것에 대한 갈증, 그리고 옴니버스 영화 전체의 균형을 봤을 때, 앞부분을 심심한 듯 담백한 듯 시작하고 싶었어요. 


관객: 두 남녀가 영화를 보러 가지만 정작 영화를 보지 않고 나오잖아요. 이 <백역사>라는 작품 안에서 영화, 영화관이 어떤 장치로 사용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윤: 남자주인공이 자주인공한테 “극장 가야 되는데. 극장. 극장.” 하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고 대화를 나누기 위한 그런 아지트로의 극장을 말한 것 같지 않아요. 그냥 입에 말할 거리가 필요하잖아요. 이게 요리를 주제로 한 거였으면 아마 “파스타. 파스타.” 이랬을 것 같아요. 그리고 파스타를 안 먹는 걸로 끝냈겠죠. 다시 말해 뭐든 상관 없는 거죠. 또 영향 받은 영화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그들 각자의 영화관>(2007)이라는 걸출한 옴니버스 영화에요. 칸느 영화제 60주년 기념으로 전세계 훌륭한 영화감독들이 모여서 만든 영화에요. 이 영화는 칸느에서 정확히 3분으로 제한을 하고 세계 감독들이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 대한 얘기를 해요. 그 중 피날레를 장식하는 단편이 켄 로치라는 감독이 만든 영환데, 아들하고 아버지하고 영화관에 줄을 서서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끝에 축구나 보러 가자면서 끝나요. 제 생각엔 영화를 사랑하지 않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가 아니라 어쩌면 이런 게 영화다, 영국의 이런 사람, 그냥 축구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 아버지와 아들이 밀고 당기는 살아있는 시선을 담은 것이 영화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저도 사실 이런 걸 따라 했죠. 둘이 지금 뭘 볼 지가 중요하겠어요? 둘이 영화 찍는 게 중요하지. 그 생각으로 표현해봤습니다. 


관객: <은해해방전선>을 봤는데 주인공에 감독님을 많이 투영을 시켜놓은 것 같더라고요. 개는 주인을 닮고 영화는 감독을 닮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은해해방전선>도 그런 것 같았어요. <오늘영화> 중에서는 구교환 감독님의 영화가 가장 그런 것 같았고요. 예전의 윤성호 감독님과 지금의 윤성호 감독님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나요?


윤: 악기 처음 배우면 장난을 치고 싶잖아요. 그때는 제가 그런 거에 신나있었던 것 같아요. 매체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그런 장난치는 시기가 지나면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주는 것에 관심이 가죠. 고민하는 나, 너무나 표현할 게 많은 나를 표현하고 싶어지는데 저도 이제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제가 관찰한 사람들의 귀여움을 표현하고 싶고 저를 빼고 싶어져요. 그래서 여자 이야기를 많이 하겠죠. 또 참을성이 없어졌어요. 나이는 먹어가고 세상에 볼 콘텐츠들은 늘어가고. 내가 리듬을 놓치는 순간 지금 만들고 표현하는 정도의 공간도 잃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 변화하는 매체나 콘텐츠나 플랫폼의 속도를 따라가고 싶고 개발하고 싶고 그래요. 이건 이걸 봐주는 사람들의 리듬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거거든요. 자꾸 앞에 있는 사람들을 소비자로 생각하게 돼요. 소비자들이 불평하지 않을 상품, 대박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구매할 상품을 만들어야 되는데 자꾸 조바심이 나요. 그래서 지금은 창작한다기보다 프로덕팅을 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근데 영화는 참 좋은 게 그 영화를 10명이 보든, 100명이 보든, 10분이든, 100분이든, 재미있든, 재미없든 일단은 보려고 오잖아요. 어둠 속에서 원하는 장면이 아니더라도 기다려주거든요. 연애상대라고 치면 이 연애상대랑 진짜 연을 맺지 않더라도 데이트를 감당하고 같이 동행하는 수고를 해주는 것이죠. 그래서 이에 대한 그리움이나 간절함이 점점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데 벌려놓은 일들이 있어서 쫓기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고. 스크린에 내가 드러나지 않아도 같이 객석에서 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 돼가는 것 같아요. 





<오늘영화> 중 가장 짧은 러닝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백역사>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심각하거나 대단한 멜로는 아니지만 저잣거리에 있을법한 소소한 로맨스와 영화에 대한 윤성호 감독의 철학이 담겨있는 예쁘고 건강한 영화다. 가을, 로맨스가 필요하다면 이런 톡톡 튀는 재기 발랄한 로맨스 영화는 어떨까.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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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2015.09.05 02:20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렵다

 오늘영화       


  

9월 4일(금) 16:10 │ 5일(토) 11:00  6일(일) 12:20  7일(월) 18:10  8일(화) 15:50  9일(수) 13:00 종영


 INFORMATION 


제    목   오늘영화 (Now Playing)

감    독   윤성호, 강경태, 구교환, 이옥섭

출    연   정연주, 박종환, 백승화, 백수장, 박민지, 허정도, 구교환, 임성미, 박현영 

특별출연   박혁권, 박정범

제    작   서울독립영화제

제공배급   ㈜인디플러그

장    르   옴니 로맨스

러닝타임   91분

등    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    봉   2015년 8월 20일

영화제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2015년 정동진독립영화제





 SYNOPSYS 


우리 오늘 영화 볼래요?

영화로 시작된 너와 나의 로맨스 <오늘영화> 상영이 곧 시작됩니다!


Episode 1. 백역사 Every dog has his day 

주말 잔업을 놓아두고 숙취 때문에 공장을 조퇴한 남자는, 간밤에 나이트에서 만난 여자를 찾아 약속대로 영화를 보려 하지만 그의 배터리는 오링이다. 중국 만두집에서 일하는 여자는 남자와의 부킹을 딱히 기억하고 있는 것 같지 않지만 어쨌든 무료한 주말, 극장 구경을 함께 하기로 하는데… 이왕에 남자의 마음을 간수해두기로 맘 먹은 여자는 이르게 사랑의 ‘증거’를 요구하고 적이 놀라면서도 허둥지둥 그 주문 또는 훈육에 응하려 애쓰는 남자… 

과연 이들은 무사히 영화를 볼 수 있을까?


Episode 2. 뇌물 Matryoshka 

영화과 학생인 대일은 졸업 작품 촬영을 앞두고 있지만 담당교수는 그의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지 않아한다. 여차저차 촬영을 시작하게 됐지만 중간 편집본을 볼 때마다 피디인 영진은 비현실적이고 과장됐다며 딴죽을 걸고, 여배우인 소은도 캐릭터에 공감이 안 간다며 자꾸 시비를 걸어온다. 대일이 꼭 출품하고 싶었던 영화제에 영화감독으로 잘 나가는 선배 정우가 심사위원을 맡게 된다. 

이 이야기는 영화 속 영화이고, 영화 속 모든 현실 또한 영화 속 영화가 된다.


Episode 3. 연애다큐 Love Docu 

구교환과 이하나는 연인이다. 돈벌이가 변변치 않은 이 연인은 사전제작지원금 500만원에 눈멀어 자신들의 셀프연애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명 : 러브(LOVE)>를 기획한다.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사전제작지원 1차 통과! 2차 피칭 심사까지 마쳐놓고는 돌연 성격과 예술성 취향 등의 차이로 헤어지게 된다. 이별 후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중 자신들의 작품이 제작지원에 합격하여 지원금 500만원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교환은 전화를 받고 좋아하지만 다시 돌려주기는 아깝고, 하나를 보고픈 마음도 살짝 드는 교환은 전화를 걸어 연애 다큐를 찍자고 제안한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9월 7일(월) 10:308일(화) 14:1010일(목) 14:2014일(월) 18:3017일(목) 10:20 종영


 INFORMATION 

제       목: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Earnestland)

각본/감독: 안국진

출     연: 이정현|이해영|서영화|명계남|이준혁|이대연

제     공: KAFA

제     작: KAFA FLMS

배     급: CGV아트하우스

개     봉: 2015년 8월 13일

러닝 타임: 90분

관람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SYNOPSIS 


미안해요, 그러니까 내가 죽이는 거 이해해주세요.

전 그저 행복해지고 싶을 뿐이에요.


제가 이래봬도 스펙이 좋거든요.

제 자랑은 아니지만 자격증이 한 14개?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하는건 뭐든지 잘했어요~

근데 결국 컴퓨터에 일자리를 뺏겼죠. 

그래도 다행이 취직도 하고, 사랑하는 남편까지 만났어요. 그래서 둘이 함께 살 집을 사기로 결심했죠.

잠도 줄여가며 투잡 쓰리잡 열심히 일했어요.

근데 아무리 꾸준히 일해도 빚은 더 쌓이더라고요.

그러다 빚을 한방에 청산할 기회가 찾아왔는데! 


왜 행복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자꾸 생기는 걸까요? 

이제 제 손재주를 다르게 써보려고요.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예요!


5포세대에 고함!

열심히 살아도 행복해 질 수 없는 세상,

그녀의 통쾌한 복수가 시작된다!






Posted by 인디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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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연애, 그 미묘한 간극 <오늘영화>인디토크(GV)


일시: 2015년 8월 20일(목) 오후 7시 30분

참석: 윤성호, 강경태, 구교환, 이옥섭 감독 | 박종환 배우

진행: 이현희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지난 8월 20일 개봉한 <오늘영화>는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상영된 바 있다. 윤성호 감독의 <백역사>, 강경태 감독의 <뇌물>, 구교환·이옥섭 감독의 <연애다큐>까지 총 세 편의 단편 영화로 구성된 이 옴니버스 영화는 ‘영화로 시작된 너와 나의 로맨스’라는 카피에 걸맞게 영화적 경험과 로맨스를 발랄하고도 다채롭게 엮어냈다. 이번 인디토크(GV)에서는 세 작품을 연출한 네 명의 감독과 첫 번째 에피소드 <백역사>의 주연을 맡은 박종환 배우와 함께했다. 




이현희 프로그래머(이하 진행): 개봉 첫날, 이렇게 인디스페이스에서 감독님들을 함께 뵐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습니다. 이 영화는 작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었죠. ‘나의 영화. 나의 영화제.’라는 주제로 네 분의 감독님들께서 참여하셨는데요, 각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고, 영화의 에피소드 등은 어떻게 구상하셨는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윤성호 감독(이하 윤): 공모가 있었습니다. 그 공모를 마감 이틀 전에 알았어요. ‘나의 영화. 나의 영화제.’라는 키워드를 보니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그 전부터 저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캐릭터로 한 콩트들을 많이 만들어왔어요. 이제껏 해왔는데 굳이 또 하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전 작품, 서울독립영화제의 재작년 옴니버스 영화 <서울연애>를 개막식에서 보고는 완전히 꽂혔었어요. ‘와, 너무 재밌다. 나도 저기에 끼고 싶다.’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래서 이번이 아니면 언제 참여할 수 있을까 싶어서 지원을 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선발해 주셨습니다. 구교환, 이옥섭, 강경태 감독이 쓴 대본들을 보게 되었는데, 대부분 독립영화인, 또는 영화를 만드는 학생 등을 소재로 사용했더라고요. 그렇다면 저는 영화가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객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강경태 감독(이하 강): 영화 속 두 번째 에피소드 <뇌물>에서 제일 마지막 시퀀스에 기사랑 감독이 앉아서 영화제에 출품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해요. 원래는 그 신 하나로만, 아주 짧은 초단편 영화를 만들어서 영화제에 출품하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만 갖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것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라는 소설가의 단편 중에 ‘뇌물‘이라는 작품으로부터였어요. 영화에 인서트 컷으로 책 한 권이 나와요. 사실 그 인서트 컷이 없어도 연결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굳이 쓸 필요가 없기도 하지만, 이 소설이 <뇌물>의 모티브가 된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집어넣은 컷입니다. 소설 ’뇌물‘은 저명한 노교수가 국제 컨퍼런스 대회에 자신의 제자 교수 A와 B 두 명 중 한명을 세워야 하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소설입니다. 그 컨퍼런스 대회에 발제자로 참여하는 건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A와 B가 노교수에게 잘 보여야 하는 상황인거죠. 그런데 어느 날 A 교수가 학술지에 대놓고 노교수를 비판하는 글을 써요. 사람들이 ‘쟤는 안 되겠다’라고 생각할 즈음, 웬걸, 노교수는 자신을 비판한 A 교수를 선택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그 젊은 교수 A가 노교수를 찾아가 ‘제가 드린 뇌물을 잘 받으셨군요.’ 하고 말하며 이 짧은 소설은 마무리가 됩니다. 거기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뇌물>입니다. 지적인 허위들을 꼬집는 아이러니들이 참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저 또한 영화제를 ‘씹는’ 영화를 만들어 영화제에서 상영하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주제도 ‘나의 영화. 나의 영화제.’고 하니, 이걸 확장시켜서 제출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어서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구교환 감독(이하 구): 재작년에 서울독립영화제의 <서울연애>라는 옴니버스 영화에서 배우로 참여했었어요. 개막식을 보면서 ‘나도 저기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공모가 나왔을 때 이옥섭 감독과 이전에 장난스럽게 이야기해 온 셀프 다큐멘터리를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게 온전히 저희 자신을 다 발가벗고 드러내야 하는 작업인거잖아요. 하지만 아직 그럴 용기가 없어서 하지 말자 했었는데, 차라리 극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부랴부랴 시나리오를 쓰고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행: 영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하면서 구상했던 바들을 각각의 영화 속에 담아내신 것 같아요. 이 세 편이 옴니버스로 되어있으니 <백역사>부터 찬찬히 질문을 드릴게요. 작품 속에서 영화관이 굉장히 중요한 장소인데, 주인공들의 직업은 약간 이질적인 느낌이 들더라고요.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과 중국집에서 일하시는 분, 그런 설정들은 어떻게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영화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지양하자는 전제 하에 작품을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관객 역시 여러 층위가 있잖아요. 가령, 인디스페이스 같은 곳을 열심히 드나드는 관객도 여러 형태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저는 영화가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그러나 주말에 딱히 갈 데도 없는 관객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요즈음 3포 세대, 5포 세대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이제는 좀 지루한 이야기가 될 법도 하지만, 어쨌든 연애를 지속하기 힘든 시절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 같아요. 6.25때도 연애는 하고 살았을 텐데, 요새는 취업도 안 되고 힘들다고 연애를 못 한다고들 하더라고요. 제 생각에 이건 오히려 예전보다 가능성의 범위가 확장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한 마을에 사는 갑돌이와 갑순이가 연애를 할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한 마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는 할 수 없잖아요.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그 가능성에서 발휘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제한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데이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돈도 시간도 들게 되잖아요. 그래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하기 때문에 극장에서 굳이 독립영화나 예술영화같이 좀 다른 타입의 영화를 찾아보기는 힘들지 않나 싶어요.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데이트 하는데 아무래도 좀 알려진 영화, 마케팅이 많이 된 영화를 볼 테고요. 영화를 같이 사유하고 누리려 한다기보다는, 그 영화를 보는 것도 일종의 데이트 코스에 불과한 귀여운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희미한 기억의 자락을 하나 부여잡고 만났을 때 데이트를 감행하게 되고, 이것이 어느 순간 갑자기 순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진행: 그 캐릭터에 가장 적합한 얼굴이 박종환 배우였을까요? 배우님은 어떠셨나요? 대부분의 관객 분들이 자전거 신을 가장 인상 깊게 보셨고 또 그 어떤 순수함을 박종환 배우의 얼굴에서 느꼈다고 많이들 말씀하시더라고요. 


박종환 배우(이하 박): 처음에 감독님께 대본 받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랑꾼 같은 이미지가 스쳐지나갔어요. 제 자신의 과거 속에서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했던 연애와 연계가 되더라고요.


진행: 주인공 캐릭터 그대로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 강경태 감독님의 <뇌물>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가장 많은 영화가 아니지 않을까 싶은데요, 영화 속의 영화, 끊임없이 영화에 대한 질문들과 작업들을 반복하잖아요. 그런 설정들을 계속적으로 반복하신 이유에 대해 부연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강: 처음에 2~3분짜리 초 단편 영화를 구상하고 있을 때도 이 영화는 프레임 속의 프레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들이 편집하고 있는 엔딩 크레딧이 영화의 한 장면으로 화면에 떠있고, 그 앞에 감독과 기사가 앉아있는 동시에 그들을 찍고 있는 카메라가 있고. 처음에 가장 자연스럽게 떠오른 미장센 자체가 그거였어요. 여기서 좀 더 확장시켰을 때, 영화제를 까는 영화를 영화제에서 상영한다는 컨셉 자체가 저로 하여금 이러한 형식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 것 같습니다. 조롱과 냉소, 그리고 자기 반영과 같이 내용에 대한 고민들이 뒤 신이 앞신을 부정하고, 또 그 뒤신이 앞신을 부정하는 형식을 취하게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행: 영화에서 ‘대일’이 ‘모든 게 현실 같고 모든 게 영화 같지만 어쨌든 진짜’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진짜가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이 말씀하시고자 하셨던 진짜에 대해서 간단히 답을 내리자면 뭘까요?


강: 영화 속 대사를 빌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영화를 볼 때, 저는 물론 관객 분들도 그러실 텐데, 장면들과 인물들의 감정이 관객 입장에서는 이해되어야 하고 설명 가능해야 하잖아요. 우리가 그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이 익숙한 관람의 방식이죠. 하지만 저는 <뇌물>에서는 그 어떤 의도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성은 그리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만들었지만 전혀 없었던 구성을 꺼냈던 것도 아니고, 오히려 다른 작품들에서도 접할 수 있는 익숙한 방식이기도 하고요. 다만 인물들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제 안에서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이 때 대일의 감정이 여배우에 대한 마음일 수도 있고, 어떻게 해서든 영화제에서 감독이라는 호칭을 따고 싶은 욕망일 수도 있고요. 저 역시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진행: 질문을 드리고 답변을 들은 뒤에도 계속해서 궁금증이 남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네요. 세 번째 영화 <연애다큐>의 두 감독님은 실제로 연인 사이라고 알고 있어요.


윤: 어, 그거 비밀인데.


진행: 아, 비밀인가요? ‘씨네21’에도 공개가 돼서...


구: 저희는 썸타는 사이이지 연인은...


진행: 언론을 너무 믿었네요. 네, 두 분 썸타는 사이로 정정하겠습니다. (웃음) 두 분은 처음에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찍으려 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연애다큐>라는 극영화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두 분의 실제 페이크 다큐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더불어 구교환 감독님은 감독 겸 배우로 나오기 때문에 이 영화가 페이크 다큐에 가장 근접하게 연출된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구: <연애다큐>를 페이크 다큐로 봐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씨네21에서 말씀드렸듯이, 이를 위해서 어머님 역에 어머니, 아버지 역의 아버지, 강아지 승훈이는 진짜 이옥섭 감독의 승훈이를 캐스팅한 것이거든요. 그렇게 봐주신다면 정말 기분 좋아요. 이 영화는 과거 연애의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극화시킨 영화입니다. 이옥섭의 전 남자친구, 저의 전 여자친구 등 이것저것 섞여 있는 거죠. 


관객: <뇌물> 강경태 감독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은 선배 감독은 물론 여자 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작업에서조차 자격지심을 느끼잖아요. 남자들끼리의 자격지심이 ‘여자친구’를 소유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나 우월감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현실인지 영화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 이 영화 안에서 여자친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더불어 이를 통해 어떤 여성관을 표현하려고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강: 제가 어떤 여성관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든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소은’이 분명 처음 시나리오에서 작품보다는 훨씬 대상화 되어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에 ‘소은’은 ‘정우‘와 ’대일‘ 사이에서 권력 이동에 따라 움직이는 도구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직접 만들고 나니 또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마지막에 모텔에 들어간 건 대일이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소은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더불어 소은 역시 대일을 빌미로 정우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여성 혐오자는 아닙니다. 저희 어머니를 너무 사랑하고. (웃음) 옆에 감독님께서 이 발언이 더 위험하다고 하시네요. (웃음) 어쨌든 영화 속에서 여배우를 대상으로 두고 시작한 것은 맞습니다. 


진행: 세 분이 같이 옴니버스 작품을 하시면서 서로의 작업에 대해서도 조언이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셨을 것 같은데요. 서로의 작품을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합니다.


윤: 다들 정말 잘 만들어서 놀랐습니다. 옴니버스 영화는 이제껏 개봉하지 않은 것, 인터넷으로 개봉한 것, 충무로 감독님들과 했던 것들까지 포함해서 여섯 편정도 참여했습니다. 그런데도  에피소드들이 이렇게 역작이었던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강경태 감독님이 말한 것처럼, <뇌물>을 보니까 좀 걱정이 됐습니다. 여성이 분명히 대상화 되어있어요. 다만 그런 이야기를 할 때 강경하지 않은 것은 물론 스스로가 인정을 했습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했으니 분명 그 다음이 있을 것 같아요. <뇌물>에서 소은이라는 여자 배우가 거래의 가치 수단처럼 등장을 하죠. 분명히 대상화 되어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해서 ‘이게 옳다, 내가 본 여자는 이렇다’는 입장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앵글이며, 연기며,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강경태 감독의 <뇌물>은 또 개인적으로 각별합니다. 자랑을 하자면 캐스팅을 많이 도와드렸어요. 백수장, 박민지, 허정도 배우를 다 소개해드렸거든요. 사실 그 분들이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할 줄 몰랐어요. 다들 연기 잘하는 분들이지만, 제가 같이 했다면 못 끌어냈을 부분들을 강 감독님은 해내시더라고요. 여자친구는 아니지만 결국 대일의 로망의 대상인 소은의 쥐었다 놨다 하는 연기에 대한 연출도 너무 좋았습니다. 저 역시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구교환, 이옥섭 감독의 <연애다큐>는 뭐랄까, 반칙 같았습니다. 


진행: <연애다큐> ‘하나’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죠. 


윤: 인물들의 케미스트리를 정말 잘 활용했더라고요. 같은 돈을 썼는데 이렇게 잘 만들다니.  <서울연애>를 봤을 때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이상으로 두 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강: 저는 개인적으로 윤성호 감독님의 영화를 다 보지는 않았지만, 윤성호 감독님 특유의 재치와 밀당을 사랑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 <백역사>는 윤 감독님의 영화 중 가장 영화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본인께서 계속 널널하게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음식으로 치면 코스 요리 중에서 가장 삼삼한 애피타이저를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해도 제 작품은 중간에서 쓴 맛을 내는 것 같고, 마지막 <연애다큐>는 가장 다채롭고 반짝반짝하는 그런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옥섭 감독(이하 이): 제가 2007년에 처음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데요, 그 때 윤성호 감독님 작품을 보면서, 이건 정말 처음 말하는 건데, 진짜 사귀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웃음)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같이 하게 되서 너무 영광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이 이전의 작품들처럼 재치 있게 밀어붙이는 건 아니었지만, 박종환 배우의 연기도 너무 좋았어요. 강경태 감독님의 <뇌물> 같은 경우는 롱테이크로 찍으면서 그 안에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많아서 참 좋았습니다. 박종범 감독님 연기도 너무 재밌고, 소은 역할하신 박민지 배우도 모두 사랑스러웠습니다. 


구: 저는 윤성호 감독님의 팬이었고, 같이 옴니버스를 찍게 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윤 감독님이 작업하신 옴니버스의 영화의 다른 에피소드에 제가 출연한 적은 있었는데 그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즐거웠던 작업이었거든요. 또 제가 박종환 배우의 빅팬이에요. 이제까지는 묵직하거나 깊은, 그리고 그로테스크한 역할을 많이 맡으셨는데 이번 <백역사>를 보면서 실체를 드러내는구나, 싶었어요. 박종환 배우가 사석에서 되게 재밌거든요. 그 모습을 실제로 본 것도 윤성호 감독님이니 그 모습이 영화 속에서 그대로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강경태 감독님 같은 경우는, 제가 항상 강 감독님을 소개할 때 물욕이 없으신 분이라고 소개하거든요. 그러면서도 제목은 <뇌물>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하고. 낄낄대면서 재미있게 봤던 작품이었습니다. 


진행: 박종환 배우님은 세 편 중에 어떤 영화를 가장 좋아하시는지. <백역사>를 가장 좋아하시겠죠? 배우님은 배우의 입장에서 세 편의 영화를 어떻게 보셨나요?


박: 먼저 <백역사>는 ‘아, 이렇게 나왔구나’ 라는 생각으로 재미있고 가볍게 봤습니다. 그리고 <뇌물>은 개인적으로 백수장 배우하고 친분이 있는데, 형의 연기가 참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허정도 배우도 이번 기회에 알게 돼서 주의 깊게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애 다큐>의 구교환 감독, 이옥섭 감독은 학교 동문인데요, 학교 다닐 때부터 많이 기대를 하고 있었던 분들입니다. 그래서 사실 현장에 놀러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아쉬움이 컸어요. 정말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역시나 너무 재미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영화>는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영화들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 좋은 흥분을 줬던 영화입니다. 저에게 백역사 같은 영화인 동시에 인생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행: 사실 다른 영화에서는 단역으로 잠깐잠깐 얼굴을 비추셨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배우님의 매력이 흠씬 묻어나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과 배우님의 백역사를 만든 영화가 아니었나 싶고요. 제작비가 편당 각각 얼마 정도였는지 궁금해요.


구: 영화를 찍는 비용은 600만원, 후반 사운드 믹싱이 200만원 정도였어요. 사운드 믹싱을 실력 좋으신 기사님께 부탁드려서 그 이상의 값어치를 했죠. 색보정도 참 잘되어 있잖아요. 색감도 영화마다 제각각이고요. 보통 편당 1000만 원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 <연애다큐> 같은 경우는 일단 캐스팅에서는 제가 나오기도 했었고, 로케이션도 실제로 저희 집이나 이옥섭 감독의 집 혹은 동네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절약을 많이 했습니다.



관객: 다 보고나서 행복해지는 영화였고요,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 분씩 질문을 드리려고 해요. 윤성호 감독님의 <백역사>는 영화와 제목이 너무나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특히 그 중국집 장면에서 여종업원이 부르던 중국 노래 가사가 궁금하거든요. 그것 역시 영화와 관련하여 어떤 의미를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강경태 감독님의 <뇌물> 같은 경우는 영화 속 대일이 실제 감독님이라고 생각하고 봤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있어 가장 큰 반전은 영화 세 편이 다 끝나고 올라갔던 엔딩 크레딧이었습니다. 그것까지 의도하셨는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연애다큐>에는 의미를 담고 있는 소품들이 많이 등장한 것 같아요. 후라이드 치킨이라든지, 도자기라든지, 하나 역할을 맡으셨던 배우님이 껍질 채 드셨던 참외라든지. 그것 역시 어떤 의미를 의도한 게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구: 연애가 끝나면 모든 소품들에 의미가 부여되잖아요. 그 애가 침대에 누워서 먹던 참외며, 우리가 같이 오줌을 누던 한강 다리 밑이며. 의미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사랑이 지나간 다음에 남겨진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제가 되게 로맨티시스트처럼 보이겠지만. 그 다음에 찍은 단편 영화도 그것에 집중에서 찍었던 것 같아요.


이: 얼마 전에 SNS에서 글을 하나 봤는데, 남자가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다른 게 아니라 그 여자친구 어머니가 해주신 김치라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 예전 남자친구 집에 가면 어머니가 매일 떡볶이를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떡볶이 하면 생각이 나고 그래요. 마찬가지로 참외가 어떤 의미가 있다기보다, 그런 기억들이 어떤 특정 음식으로 많이 치환되는 것 같아요.


강: 영화제 때였나, 이런 일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가까우신 분이 제가 찍은 영화를 보러오셨는데 제 영화를 보러 온 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영화 속 대일이 감독인 줄 알았다, 네 영화 언제 나오나 기다렸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분의 독특한 평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관객과의 대화에서 똑같이 질문을 주신 분이 계셨어요. 그 분은 GV에 제가 등장해서 굉장히 서운했다고 솔직하게 표현을 하셨습니다. 백수장 배우가 등장하기를 바라셨던 것 같은데. (웃음) 사실 의도를 했던 부분이기는 합니다. 제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로서 만든 것이기는 하나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모든 것이 확장되어 읽힐 수 있다면 그건 저에게 최고로 영화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극 중에 삽입됐던 노래는 주로 ‘푸르내’라는 인디밴드가 맡아주셨어요. 근데 말씀하신 그 중국 노래만 ‘하오샹 하오샹’이라는, 중국 TV 드라마 주제가입니다. 한국식으로 바꾸면 ‘호상 호상’, ‘좋아하고 생각한다’는 의미인데요. 여러분도 잘 아시는 조미가 부른 노래입니다. 여러 음절을 쓰는 것은 저작권에 걸려 위험할 수 있어서 자제를 했고, 기타로 멜로디를 변주한 부분도 저작권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활용했습니다. 사실 반월공단이나 가산디지털단지, 그리고 인천 차이나타운 등지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우연히 나이트에서 만나게 되는 건 TV 드라마로 치면 감초 역할을 하시는 분들에 해당하는 케미스트리잖아요.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지금은 시장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한 때는 찬란하게 연애를 했을 것 같은 아줌마 그리고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굉장히 고급스럽게 만들어냅니다. 굉장한 도시인들의 연애를 다루는 게 아니라는 거죠. 장첸이나 서기가 아닌 리얼 월드의, 그저 세상에 너무 많은 연애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세상 가장 우아한 멜로처럼 만들어 내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도 그런 차원의 일환으로 감미로운 중국 노래를 삽입해보고 싶었고요.


관객: 윤성호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어요. 영화를 보면서 감독님이 생각하는 극장의 분위기나 향수를 담아내고 싶어 하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감독님께서 향수를 가지고 있는 극장이 있으신가요? 


윤: 섭외가 쉬운 극장이요. (웃음) 부평에 부평극장이라고 있더라고요. 이번에 프로듀서를 맡은 친구가 인천 사람이어서 자연스럽게 인천 쪽으로 헌팅 해와서 자주 찾게 되었습니다. 극장에 대한 향수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 4개가 모티브로 믹스되어 있는 것이 <백역사>입니다. 하나는 아키 카우리스마키라는 핀란드 감독님의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텐 미니츠 – 트럼펫>(2002) 입니다. 이 영화는 소위 영화의 거장들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인데, 편당 10분 남짓 상영됩니다. 그 중 맨 처음 에피소드가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님의 영화이고요. 다른 감독들이 <텐 미니츠 - 트럼펫>에서 10분이라는 시간을 되게 철저하게 활용하는 것에 반해 그 분은 그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으신다고 느꼈습니다. 10분짜리 영화라면 10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님의 에피소드에서 등장 인물들이 겪는 소동들은 결코 10분 동안 발생할 수 없는 일들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기적적인 매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삶의 순환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거잖아요. <백역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인 공장직원은 열두시 쯤 조퇴한 것 같지만, 중국집에서 만두를 먹고, 야구장에 가서 임금을 가불 받고, 엘리베이터를 한가하게 타고 올라가는 등 시간의 흐름이 굉장히 널뛴다는 거죠. 인물들의 감정 역시 널뛴다는 점에서 많이 참고를 했던 영화입니다. 다른 하나는 <버팔로 66>(1998)이라는 영화입니다. 극 중에서 가죽 잠바를 입고 무턱대고 여자를 납치해서 데리고 다니는 빈센트 갈로의 이미지에서 박종환 배우의 이미지를 가져왔습니다. 또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의 영화 중에 <쓰리 타임즈>(2005)라는 영화가 있는데,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자와 삼수생 군인의 사랑이 예술적으로 그려진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들 각자의 영화관>(2007)에서 켄 로치 감독이 만든 마지막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세계 각지의 유명 감독들이 만든 에피소드 사이에서 켄 로치 감독만 엉뚱하게, 극장에서 줄을 선 와중에 ‘에이, 그냥 축구나 보러가자’하고 끝을 내리는 일화를 그려냅니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영화에 대한 경시가 아니라 도리어 그런 사람들을 다루는 것 자체가 영화라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옴니버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네 개의 영화를 모티브로 만들었고요. 그 다음부터는 배우 분들의 힘을 빌려 연출하였습니다. 


진행: 윤성호 감독님께서 본인에게 극장과 영화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다른 분들도 처음 관객들과 대면했을 때의 설렘이나, 영화를 처음 연출했을 때의 감정이 기억나는 게 있다면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부분들이 영화 속에서 묻어났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강: 전 사실 굉장히 게으른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찍을 때만큼은 제 자신이 특별해지고 열심히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게 굉장히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매일 놀면서 지내다가도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이 되면 각성된 사람이 되어 움직이는 걸 제 스스로가 볼 때 마다 ‘그래도 내가 뭔가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기도 합니다. 극장에서 관객 분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그저 목소리 떨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관객과의 대화를 하면서도 제 스스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했었습니다.  


이: 저는 사실 영화관에서 되게 잘 잠드는 편이에요. 하지만 남자친구랑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야기를 나눠야 하잖아요. 그래서 졸음이 오는 걸 다 참고 보는데도 죄책감이 생기곤 했어요. 또 남자친구가 보자고 했던 영화를 다른 사람이랑 먼저 본다거나, 하는 순간에서 역시 죄책감이 들었던 기억이 문득 나네요. 


구: 저는 처음으로 제가 배우로 참여했던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했을 때 그렇게 설레고 신이 날 수가 없었어요. 스크린에 나오는 내 모습이 신기해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가 다른 분들께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감독님께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더불어 영화를 연출하고 나서부터 느끼는 건, 제 자신이 스스로를 기록하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는 겁니다. 물론 과장이 있을 수 있지만, 영화는 제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적는 그림일기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다섯 분 모두 <오늘영화> 외에 다른 작업도 계속 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구: 제가 경솔해서 그렇다기보다, 요즘에는 영화가 저한테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는 결국 연애 같은 거죠. 제가 한 여자가 좋다고 계속 껴안고 붙어 있으면 여자가 절 싫어하듯이, 제가 주구장창 영화만 붙들고 있으면 그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를 정말 좋아하고, 앞으로도 많은 영화들을 경험 할 테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것들도 경험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구입해 놓은 게임들을 하면서 장편 시나리오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우선은 게임들을 클리어 하는 것이 가장 가까운 목표입니다.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또 만나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깜짝 놀란 게 저는 <백역사>의 마지막 장면처럼 남아 계시는 분이 몇 없을 줄 알았거든요. 생각보다 많이 계셔서 놀랐습니다. 일단 개봉한 영화인만큼 책임감을 갖고 홍보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주변 분들한테 입소문 많이 내주세요. 이렇게 인디스페이스를 찾으니 고향에 온 것처럼 기분이 새롭습니다. 마음이 정말 편하네요. 주변에 홍보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요즘에 시나리오도 안 쓰고 계속 놀고 있긴 한데요, 일단 쓰고 있는 장편 로맨스 시나리오를 마무리 지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오늘 여기 계신 분들이 그저 종로 3가 지나다가 우연히 이 극장에 들어오신 건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해요. 일곱 시 반에 딱 맞춰서 이 자리를 찾아주신 관객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사실 다른 영화의 GV를 볼 때마다 지루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한 분도 안 나가셔서 놀랐고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강: 긴 이야기 하나 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사람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있고요. 현재 미국드라마 ‘24’ 마지막 시즌 보고 있습니다. 이거 끝나면 아직 보지 못한 다른 미드들을 보려고 합니다. 무언가 볼 것이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 굉장히 큰 기쁨이자 즐거움이거든요. 저 역시 이렇게 찾아주신 관객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시작 전에 많이들 오셨는지 관계자 분들께 여쭤보면서 걱정도 많이 했어요.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앉아 이야기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박: 저는 출연자로서 구체적인 스케줄이 나온 계획이 아직 없고요. <오늘영화>는 작년에 촬영을 했던 작품인데 벌써 8월이 되었네요. 올해 상반기는 배우로서 부지런히 많은 촬영들을 거쳤던 것 같습니다. 남은 4~5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에는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같은 마음으로,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윤: 다 말씀드릴 순 없지만, 현재 많은 프로젝트에 기획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까도 강 감독님 영화에 배우 분들을 소개시켜드렸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제 스스로가 그런 쪽으로 재주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배우들뿐만 아니라 제작자들에게 감독들 역시 잘 소개를 시켜주는 편인 것 같아서. 오히려 연출보다 이런 쪽에 재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곳에 들어와 기다려 주신 관객 분들을 보면서, 영화라는 매체가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기다려주는 매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정 장소와 시간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당장 1분, 2분 혹은 10분 동안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도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 어떤 매체와도 견줄 수 없는 매력인 것 같아요. 저 역시 현재는 다른 일들의 기획을 맡으며 돌아다니면서도 마음속에는 언제나 돌아갈 집으로 영화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면 느릿느릿하게라도 꼭 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 그리고 영화를 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금 영화로 엮어내고자 하는 영화인들의 욕구는 매 세대마다 존재해왔다. 하지만 <오늘영화>만큼이나 영화와 연애 감정 사이의 미묘한 간극과 공통분모를 이토록 재기발랄하고 지루하지 않게 그려낸 작품은 실로 오랜만인 듯하다. 흔하디흔한 사랑 이야기에 지쳐갈 때 즈음 찾아온 우리 모두의 로맨스 <오늘영화>는 분명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부여할 수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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