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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영화와 연애, 그 미묘한 간극 <오늘영화> 인디토크(GV)

by indiespace_은 2015. 8. 22.

영화와 연애, 그 미묘한 간극 <오늘영화>인디토크(GV)


일시: 2015년 8월 20일(목) 오후 7시 30분

참석: 윤성호, 강경태, 구교환, 이옥섭 감독 | 박종환 배우

진행: 이현희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지난 8월 20일 개봉한 <오늘영화>는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상영된 바 있다. 윤성호 감독의 <백역사>, 강경태 감독의 <뇌물>, 구교환·이옥섭 감독의 <연애다큐>까지 총 세 편의 단편 영화로 구성된 이 옴니버스 영화는 ‘영화로 시작된 너와 나의 로맨스’라는 카피에 걸맞게 영화적 경험과 로맨스를 발랄하고도 다채롭게 엮어냈다. 이번 인디토크(GV)에서는 세 작품을 연출한 네 명의 감독과 첫 번째 에피소드 <백역사>의 주연을 맡은 박종환 배우와 함께했다. 




이현희 프로그래머(이하 진행): 개봉 첫날, 이렇게 인디스페이스에서 감독님들을 함께 뵐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습니다. 이 영화는 작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었죠. ‘나의 영화. 나의 영화제.’라는 주제로 네 분의 감독님들께서 참여하셨는데요, 각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고, 영화의 에피소드 등은 어떻게 구상하셨는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윤성호 감독(이하 윤): 공모가 있었습니다. 그 공모를 마감 이틀 전에 알았어요. ‘나의 영화. 나의 영화제.’라는 키워드를 보니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그 전부터 저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캐릭터로 한 콩트들을 많이 만들어왔어요. 이제껏 해왔는데 굳이 또 하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전 작품, 서울독립영화제의 재작년 옴니버스 영화 <서울연애>를 개막식에서 보고는 완전히 꽂혔었어요. ‘와, 너무 재밌다. 나도 저기에 끼고 싶다.’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래서 이번이 아니면 언제 참여할 수 있을까 싶어서 지원을 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선발해 주셨습니다. 구교환, 이옥섭, 강경태 감독이 쓴 대본들을 보게 되었는데, 대부분 독립영화인, 또는 영화를 만드는 학생 등을 소재로 사용했더라고요. 그렇다면 저는 영화가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객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강경태 감독(이하 강): 영화 속 두 번째 에피소드 <뇌물>에서 제일 마지막 시퀀스에 기사랑 감독이 앉아서 영화제에 출품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해요. 원래는 그 신 하나로만, 아주 짧은 초단편 영화를 만들어서 영화제에 출품하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만 갖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것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라는 소설가의 단편 중에 ‘뇌물‘이라는 작품으로부터였어요. 영화에 인서트 컷으로 책 한 권이 나와요. 사실 그 인서트 컷이 없어도 연결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굳이 쓸 필요가 없기도 하지만, 이 소설이 <뇌물>의 모티브가 된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집어넣은 컷입니다. 소설 ’뇌물‘은 저명한 노교수가 국제 컨퍼런스 대회에 자신의 제자 교수 A와 B 두 명 중 한명을 세워야 하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소설입니다. 그 컨퍼런스 대회에 발제자로 참여하는 건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A와 B가 노교수에게 잘 보여야 하는 상황인거죠. 그런데 어느 날 A 교수가 학술지에 대놓고 노교수를 비판하는 글을 써요. 사람들이 ‘쟤는 안 되겠다’라고 생각할 즈음, 웬걸, 노교수는 자신을 비판한 A 교수를 선택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그 젊은 교수 A가 노교수를 찾아가 ‘제가 드린 뇌물을 잘 받으셨군요.’ 하고 말하며 이 짧은 소설은 마무리가 됩니다. 거기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뇌물>입니다. 지적인 허위들을 꼬집는 아이러니들이 참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저 또한 영화제를 ‘씹는’ 영화를 만들어 영화제에서 상영하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주제도 ‘나의 영화. 나의 영화제.’고 하니, 이걸 확장시켜서 제출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어서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구교환 감독(이하 구): 재작년에 서울독립영화제의 <서울연애>라는 옴니버스 영화에서 배우로 참여했었어요. 개막식을 보면서 ‘나도 저기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공모가 나왔을 때 이옥섭 감독과 이전에 장난스럽게 이야기해 온 셀프 다큐멘터리를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게 온전히 저희 자신을 다 발가벗고 드러내야 하는 작업인거잖아요. 하지만 아직 그럴 용기가 없어서 하지 말자 했었는데, 차라리 극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부랴부랴 시나리오를 쓰고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행: 영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하면서 구상했던 바들을 각각의 영화 속에 담아내신 것 같아요. 이 세 편이 옴니버스로 되어있으니 <백역사>부터 찬찬히 질문을 드릴게요. 작품 속에서 영화관이 굉장히 중요한 장소인데, 주인공들의 직업은 약간 이질적인 느낌이 들더라고요.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과 중국집에서 일하시는 분, 그런 설정들은 어떻게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영화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지양하자는 전제 하에 작품을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관객 역시 여러 층위가 있잖아요. 가령, 인디스페이스 같은 곳을 열심히 드나드는 관객도 여러 형태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저는 영화가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그러나 주말에 딱히 갈 데도 없는 관객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요즈음 3포 세대, 5포 세대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이제는 좀 지루한 이야기가 될 법도 하지만, 어쨌든 연애를 지속하기 힘든 시절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 같아요. 6.25때도 연애는 하고 살았을 텐데, 요새는 취업도 안 되고 힘들다고 연애를 못 한다고들 하더라고요. 제 생각에 이건 오히려 예전보다 가능성의 범위가 확장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한 마을에 사는 갑돌이와 갑순이가 연애를 할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한 마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는 할 수 없잖아요.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그 가능성에서 발휘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제한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데이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돈도 시간도 들게 되잖아요. 그래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하기 때문에 극장에서 굳이 독립영화나 예술영화같이 좀 다른 타입의 영화를 찾아보기는 힘들지 않나 싶어요.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데이트 하는데 아무래도 좀 알려진 영화, 마케팅이 많이 된 영화를 볼 테고요. 영화를 같이 사유하고 누리려 한다기보다는, 그 영화를 보는 것도 일종의 데이트 코스에 불과한 귀여운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희미한 기억의 자락을 하나 부여잡고 만났을 때 데이트를 감행하게 되고, 이것이 어느 순간 갑자기 순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진행: 그 캐릭터에 가장 적합한 얼굴이 박종환 배우였을까요? 배우님은 어떠셨나요? 대부분의 관객 분들이 자전거 신을 가장 인상 깊게 보셨고 또 그 어떤 순수함을 박종환 배우의 얼굴에서 느꼈다고 많이들 말씀하시더라고요. 


박종환 배우(이하 박): 처음에 감독님께 대본 받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랑꾼 같은 이미지가 스쳐지나갔어요. 제 자신의 과거 속에서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했던 연애와 연계가 되더라고요.


진행: 주인공 캐릭터 그대로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 강경태 감독님의 <뇌물>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가장 많은 영화가 아니지 않을까 싶은데요, 영화 속의 영화, 끊임없이 영화에 대한 질문들과 작업들을 반복하잖아요. 그런 설정들을 계속적으로 반복하신 이유에 대해 부연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강: 처음에 2~3분짜리 초 단편 영화를 구상하고 있을 때도 이 영화는 프레임 속의 프레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들이 편집하고 있는 엔딩 크레딧이 영화의 한 장면으로 화면에 떠있고, 그 앞에 감독과 기사가 앉아있는 동시에 그들을 찍고 있는 카메라가 있고. 처음에 가장 자연스럽게 떠오른 미장센 자체가 그거였어요. 여기서 좀 더 확장시켰을 때, 영화제를 까는 영화를 영화제에서 상영한다는 컨셉 자체가 저로 하여금 이러한 형식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 것 같습니다. 조롱과 냉소, 그리고 자기 반영과 같이 내용에 대한 고민들이 뒤 신이 앞신을 부정하고, 또 그 뒤신이 앞신을 부정하는 형식을 취하게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행: 영화에서 ‘대일’이 ‘모든 게 현실 같고 모든 게 영화 같지만 어쨌든 진짜’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진짜가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이 말씀하시고자 하셨던 진짜에 대해서 간단히 답을 내리자면 뭘까요?


강: 영화 속 대사를 빌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영화를 볼 때, 저는 물론 관객 분들도 그러실 텐데, 장면들과 인물들의 감정이 관객 입장에서는 이해되어야 하고 설명 가능해야 하잖아요. 우리가 그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이 익숙한 관람의 방식이죠. 하지만 저는 <뇌물>에서는 그 어떤 의도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성은 그리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만들었지만 전혀 없었던 구성을 꺼냈던 것도 아니고, 오히려 다른 작품들에서도 접할 수 있는 익숙한 방식이기도 하고요. 다만 인물들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제 안에서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이 때 대일의 감정이 여배우에 대한 마음일 수도 있고, 어떻게 해서든 영화제에서 감독이라는 호칭을 따고 싶은 욕망일 수도 있고요. 저 역시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진행: 질문을 드리고 답변을 들은 뒤에도 계속해서 궁금증이 남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네요. 세 번째 영화 <연애다큐>의 두 감독님은 실제로 연인 사이라고 알고 있어요.


윤: 어, 그거 비밀인데.


진행: 아, 비밀인가요? ‘씨네21’에도 공개가 돼서...


구: 저희는 썸타는 사이이지 연인은...


진행: 언론을 너무 믿었네요. 네, 두 분 썸타는 사이로 정정하겠습니다. (웃음) 두 분은 처음에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찍으려 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연애다큐>라는 극영화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두 분의 실제 페이크 다큐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더불어 구교환 감독님은 감독 겸 배우로 나오기 때문에 이 영화가 페이크 다큐에 가장 근접하게 연출된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구: <연애다큐>를 페이크 다큐로 봐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씨네21에서 말씀드렸듯이, 이를 위해서 어머님 역에 어머니, 아버지 역의 아버지, 강아지 승훈이는 진짜 이옥섭 감독의 승훈이를 캐스팅한 것이거든요. 그렇게 봐주신다면 정말 기분 좋아요. 이 영화는 과거 연애의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극화시킨 영화입니다. 이옥섭의 전 남자친구, 저의 전 여자친구 등 이것저것 섞여 있는 거죠. 


관객: <뇌물> 강경태 감독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은 선배 감독은 물론 여자 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작업에서조차 자격지심을 느끼잖아요. 남자들끼리의 자격지심이 ‘여자친구’를 소유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나 우월감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현실인지 영화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 이 영화 안에서 여자친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더불어 이를 통해 어떤 여성관을 표현하려고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강: 제가 어떤 여성관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든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소은’이 분명 처음 시나리오에서 작품보다는 훨씬 대상화 되어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에 ‘소은’은 ‘정우‘와 ’대일‘ 사이에서 권력 이동에 따라 움직이는 도구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직접 만들고 나니 또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마지막에 모텔에 들어간 건 대일이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소은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더불어 소은 역시 대일을 빌미로 정우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여성 혐오자는 아닙니다. 저희 어머니를 너무 사랑하고. (웃음) 옆에 감독님께서 이 발언이 더 위험하다고 하시네요. (웃음) 어쨌든 영화 속에서 여배우를 대상으로 두고 시작한 것은 맞습니다. 


진행: 세 분이 같이 옴니버스 작품을 하시면서 서로의 작업에 대해서도 조언이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셨을 것 같은데요. 서로의 작품을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합니다.


윤: 다들 정말 잘 만들어서 놀랐습니다. 옴니버스 영화는 이제껏 개봉하지 않은 것, 인터넷으로 개봉한 것, 충무로 감독님들과 했던 것들까지 포함해서 여섯 편정도 참여했습니다. 그런데도  에피소드들이 이렇게 역작이었던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강경태 감독님이 말한 것처럼, <뇌물>을 보니까 좀 걱정이 됐습니다. 여성이 분명히 대상화 되어있어요. 다만 그런 이야기를 할 때 강경하지 않은 것은 물론 스스로가 인정을 했습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했으니 분명 그 다음이 있을 것 같아요. <뇌물>에서 소은이라는 여자 배우가 거래의 가치 수단처럼 등장을 하죠. 분명히 대상화 되어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해서 ‘이게 옳다, 내가 본 여자는 이렇다’는 입장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앵글이며, 연기며,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강경태 감독의 <뇌물>은 또 개인적으로 각별합니다. 자랑을 하자면 캐스팅을 많이 도와드렸어요. 백수장, 박민지, 허정도 배우를 다 소개해드렸거든요. 사실 그 분들이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할 줄 몰랐어요. 다들 연기 잘하는 분들이지만, 제가 같이 했다면 못 끌어냈을 부분들을 강 감독님은 해내시더라고요. 여자친구는 아니지만 결국 대일의 로망의 대상인 소은의 쥐었다 놨다 하는 연기에 대한 연출도 너무 좋았습니다. 저 역시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구교환, 이옥섭 감독의 <연애다큐>는 뭐랄까, 반칙 같았습니다. 


진행: <연애다큐> ‘하나’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죠. 


윤: 인물들의 케미스트리를 정말 잘 활용했더라고요. 같은 돈을 썼는데 이렇게 잘 만들다니.  <서울연애>를 봤을 때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이상으로 두 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강: 저는 개인적으로 윤성호 감독님의 영화를 다 보지는 않았지만, 윤성호 감독님 특유의 재치와 밀당을 사랑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 <백역사>는 윤 감독님의 영화 중 가장 영화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본인께서 계속 널널하게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음식으로 치면 코스 요리 중에서 가장 삼삼한 애피타이저를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해도 제 작품은 중간에서 쓴 맛을 내는 것 같고, 마지막 <연애다큐>는 가장 다채롭고 반짝반짝하는 그런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옥섭 감독(이하 이): 제가 2007년에 처음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데요, 그 때 윤성호 감독님 작품을 보면서, 이건 정말 처음 말하는 건데, 진짜 사귀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웃음)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같이 하게 되서 너무 영광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이 이전의 작품들처럼 재치 있게 밀어붙이는 건 아니었지만, 박종환 배우의 연기도 너무 좋았어요. 강경태 감독님의 <뇌물> 같은 경우는 롱테이크로 찍으면서 그 안에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많아서 참 좋았습니다. 박종범 감독님 연기도 너무 재밌고, 소은 역할하신 박민지 배우도 모두 사랑스러웠습니다. 


구: 저는 윤성호 감독님의 팬이었고, 같이 옴니버스를 찍게 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윤 감독님이 작업하신 옴니버스의 영화의 다른 에피소드에 제가 출연한 적은 있었는데 그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즐거웠던 작업이었거든요. 또 제가 박종환 배우의 빅팬이에요. 이제까지는 묵직하거나 깊은, 그리고 그로테스크한 역할을 많이 맡으셨는데 이번 <백역사>를 보면서 실체를 드러내는구나, 싶었어요. 박종환 배우가 사석에서 되게 재밌거든요. 그 모습을 실제로 본 것도 윤성호 감독님이니 그 모습이 영화 속에서 그대로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강경태 감독님 같은 경우는, 제가 항상 강 감독님을 소개할 때 물욕이 없으신 분이라고 소개하거든요. 그러면서도 제목은 <뇌물>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하고. 낄낄대면서 재미있게 봤던 작품이었습니다. 


진행: 박종환 배우님은 세 편 중에 어떤 영화를 가장 좋아하시는지. <백역사>를 가장 좋아하시겠죠? 배우님은 배우의 입장에서 세 편의 영화를 어떻게 보셨나요?


박: 먼저 <백역사>는 ‘아, 이렇게 나왔구나’ 라는 생각으로 재미있고 가볍게 봤습니다. 그리고 <뇌물>은 개인적으로 백수장 배우하고 친분이 있는데, 형의 연기가 참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허정도 배우도 이번 기회에 알게 돼서 주의 깊게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애 다큐>의 구교환 감독, 이옥섭 감독은 학교 동문인데요, 학교 다닐 때부터 많이 기대를 하고 있었던 분들입니다. 그래서 사실 현장에 놀러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아쉬움이 컸어요. 정말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역시나 너무 재미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영화>는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영화들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 좋은 흥분을 줬던 영화입니다. 저에게 백역사 같은 영화인 동시에 인생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행: 사실 다른 영화에서는 단역으로 잠깐잠깐 얼굴을 비추셨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배우님의 매력이 흠씬 묻어나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과 배우님의 백역사를 만든 영화가 아니었나 싶고요. 제작비가 편당 각각 얼마 정도였는지 궁금해요.


구: 영화를 찍는 비용은 600만원, 후반 사운드 믹싱이 200만원 정도였어요. 사운드 믹싱을 실력 좋으신 기사님께 부탁드려서 그 이상의 값어치를 했죠. 색보정도 참 잘되어 있잖아요. 색감도 영화마다 제각각이고요. 보통 편당 1000만 원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 <연애다큐> 같은 경우는 일단 캐스팅에서는 제가 나오기도 했었고, 로케이션도 실제로 저희 집이나 이옥섭 감독의 집 혹은 동네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절약을 많이 했습니다.



관객: 다 보고나서 행복해지는 영화였고요,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 분씩 질문을 드리려고 해요. 윤성호 감독님의 <백역사>는 영화와 제목이 너무나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특히 그 중국집 장면에서 여종업원이 부르던 중국 노래 가사가 궁금하거든요. 그것 역시 영화와 관련하여 어떤 의미를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강경태 감독님의 <뇌물> 같은 경우는 영화 속 대일이 실제 감독님이라고 생각하고 봤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있어 가장 큰 반전은 영화 세 편이 다 끝나고 올라갔던 엔딩 크레딧이었습니다. 그것까지 의도하셨는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연애다큐>에는 의미를 담고 있는 소품들이 많이 등장한 것 같아요. 후라이드 치킨이라든지, 도자기라든지, 하나 역할을 맡으셨던 배우님이 껍질 채 드셨던 참외라든지. 그것 역시 어떤 의미를 의도한 게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구: 연애가 끝나면 모든 소품들에 의미가 부여되잖아요. 그 애가 침대에 누워서 먹던 참외며, 우리가 같이 오줌을 누던 한강 다리 밑이며. 의미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사랑이 지나간 다음에 남겨진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제가 되게 로맨티시스트처럼 보이겠지만. 그 다음에 찍은 단편 영화도 그것에 집중에서 찍었던 것 같아요.


이: 얼마 전에 SNS에서 글을 하나 봤는데, 남자가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다른 게 아니라 그 여자친구 어머니가 해주신 김치라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 예전 남자친구 집에 가면 어머니가 매일 떡볶이를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떡볶이 하면 생각이 나고 그래요. 마찬가지로 참외가 어떤 의미가 있다기보다, 그런 기억들이 어떤 특정 음식으로 많이 치환되는 것 같아요.


강: 영화제 때였나, 이런 일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가까우신 분이 제가 찍은 영화를 보러오셨는데 제 영화를 보러 온 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영화 속 대일이 감독인 줄 알았다, 네 영화 언제 나오나 기다렸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분의 독특한 평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관객과의 대화에서 똑같이 질문을 주신 분이 계셨어요. 그 분은 GV에 제가 등장해서 굉장히 서운했다고 솔직하게 표현을 하셨습니다. 백수장 배우가 등장하기를 바라셨던 것 같은데. (웃음) 사실 의도를 했던 부분이기는 합니다. 제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로서 만든 것이기는 하나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모든 것이 확장되어 읽힐 수 있다면 그건 저에게 최고로 영화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극 중에 삽입됐던 노래는 주로 ‘푸르내’라는 인디밴드가 맡아주셨어요. 근데 말씀하신 그 중국 노래만 ‘하오샹 하오샹’이라는, 중국 TV 드라마 주제가입니다. 한국식으로 바꾸면 ‘호상 호상’, ‘좋아하고 생각한다’는 의미인데요. 여러분도 잘 아시는 조미가 부른 노래입니다. 여러 음절을 쓰는 것은 저작권에 걸려 위험할 수 있어서 자제를 했고, 기타로 멜로디를 변주한 부분도 저작권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활용했습니다. 사실 반월공단이나 가산디지털단지, 그리고 인천 차이나타운 등지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우연히 나이트에서 만나게 되는 건 TV 드라마로 치면 감초 역할을 하시는 분들에 해당하는 케미스트리잖아요.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지금은 시장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한 때는 찬란하게 연애를 했을 것 같은 아줌마 그리고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굉장히 고급스럽게 만들어냅니다. 굉장한 도시인들의 연애를 다루는 게 아니라는 거죠. 장첸이나 서기가 아닌 리얼 월드의, 그저 세상에 너무 많은 연애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세상 가장 우아한 멜로처럼 만들어 내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도 그런 차원의 일환으로 감미로운 중국 노래를 삽입해보고 싶었고요.


관객: 윤성호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어요. 영화를 보면서 감독님이 생각하는 극장의 분위기나 향수를 담아내고 싶어 하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감독님께서 향수를 가지고 있는 극장이 있으신가요? 


윤: 섭외가 쉬운 극장이요. (웃음) 부평에 부평극장이라고 있더라고요. 이번에 프로듀서를 맡은 친구가 인천 사람이어서 자연스럽게 인천 쪽으로 헌팅 해와서 자주 찾게 되었습니다. 극장에 대한 향수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 4개가 모티브로 믹스되어 있는 것이 <백역사>입니다. 하나는 아키 카우리스마키라는 핀란드 감독님의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텐 미니츠 – 트럼펫>(2002) 입니다. 이 영화는 소위 영화의 거장들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인데, 편당 10분 남짓 상영됩니다. 그 중 맨 처음 에피소드가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님의 영화이고요. 다른 감독들이 <텐 미니츠 - 트럼펫>에서 10분이라는 시간을 되게 철저하게 활용하는 것에 반해 그 분은 그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으신다고 느꼈습니다. 10분짜리 영화라면 10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님의 에피소드에서 등장 인물들이 겪는 소동들은 결코 10분 동안 발생할 수 없는 일들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기적적인 매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삶의 순환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거잖아요. <백역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인 공장직원은 열두시 쯤 조퇴한 것 같지만, 중국집에서 만두를 먹고, 야구장에 가서 임금을 가불 받고, 엘리베이터를 한가하게 타고 올라가는 등 시간의 흐름이 굉장히 널뛴다는 거죠. 인물들의 감정 역시 널뛴다는 점에서 많이 참고를 했던 영화입니다. 다른 하나는 <버팔로 66>(1998)이라는 영화입니다. 극 중에서 가죽 잠바를 입고 무턱대고 여자를 납치해서 데리고 다니는 빈센트 갈로의 이미지에서 박종환 배우의 이미지를 가져왔습니다. 또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의 영화 중에 <쓰리 타임즈>(2005)라는 영화가 있는데,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자와 삼수생 군인의 사랑이 예술적으로 그려진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들 각자의 영화관>(2007)에서 켄 로치 감독이 만든 마지막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세계 각지의 유명 감독들이 만든 에피소드 사이에서 켄 로치 감독만 엉뚱하게, 극장에서 줄을 선 와중에 ‘에이, 그냥 축구나 보러가자’하고 끝을 내리는 일화를 그려냅니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영화에 대한 경시가 아니라 도리어 그런 사람들을 다루는 것 자체가 영화라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옴니버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네 개의 영화를 모티브로 만들었고요. 그 다음부터는 배우 분들의 힘을 빌려 연출하였습니다. 


진행: 윤성호 감독님께서 본인에게 극장과 영화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다른 분들도 처음 관객들과 대면했을 때의 설렘이나, 영화를 처음 연출했을 때의 감정이 기억나는 게 있다면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부분들이 영화 속에서 묻어났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강: 전 사실 굉장히 게으른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찍을 때만큼은 제 자신이 특별해지고 열심히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게 굉장히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매일 놀면서 지내다가도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이 되면 각성된 사람이 되어 움직이는 걸 제 스스로가 볼 때 마다 ‘그래도 내가 뭔가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기도 합니다. 극장에서 관객 분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그저 목소리 떨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관객과의 대화를 하면서도 제 스스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했었습니다.  


이: 저는 사실 영화관에서 되게 잘 잠드는 편이에요. 하지만 남자친구랑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야기를 나눠야 하잖아요. 그래서 졸음이 오는 걸 다 참고 보는데도 죄책감이 생기곤 했어요. 또 남자친구가 보자고 했던 영화를 다른 사람이랑 먼저 본다거나, 하는 순간에서 역시 죄책감이 들었던 기억이 문득 나네요. 


구: 저는 처음으로 제가 배우로 참여했던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했을 때 그렇게 설레고 신이 날 수가 없었어요. 스크린에 나오는 내 모습이 신기해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가 다른 분들께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감독님께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더불어 영화를 연출하고 나서부터 느끼는 건, 제 자신이 스스로를 기록하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는 겁니다. 물론 과장이 있을 수 있지만, 영화는 제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적는 그림일기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다섯 분 모두 <오늘영화> 외에 다른 작업도 계속 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구: 제가 경솔해서 그렇다기보다, 요즘에는 영화가 저한테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는 결국 연애 같은 거죠. 제가 한 여자가 좋다고 계속 껴안고 붙어 있으면 여자가 절 싫어하듯이, 제가 주구장창 영화만 붙들고 있으면 그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를 정말 좋아하고, 앞으로도 많은 영화들을 경험 할 테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것들도 경험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구입해 놓은 게임들을 하면서 장편 시나리오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우선은 게임들을 클리어 하는 것이 가장 가까운 목표입니다.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또 만나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깜짝 놀란 게 저는 <백역사>의 마지막 장면처럼 남아 계시는 분이 몇 없을 줄 알았거든요. 생각보다 많이 계셔서 놀랐습니다. 일단 개봉한 영화인만큼 책임감을 갖고 홍보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주변 분들한테 입소문 많이 내주세요. 이렇게 인디스페이스를 찾으니 고향에 온 것처럼 기분이 새롭습니다. 마음이 정말 편하네요. 주변에 홍보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요즘에 시나리오도 안 쓰고 계속 놀고 있긴 한데요, 일단 쓰고 있는 장편 로맨스 시나리오를 마무리 지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오늘 여기 계신 분들이 그저 종로 3가 지나다가 우연히 이 극장에 들어오신 건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해요. 일곱 시 반에 딱 맞춰서 이 자리를 찾아주신 관객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사실 다른 영화의 GV를 볼 때마다 지루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한 분도 안 나가셔서 놀랐고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강: 긴 이야기 하나 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사람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있고요. 현재 미국드라마 ‘24’ 마지막 시즌 보고 있습니다. 이거 끝나면 아직 보지 못한 다른 미드들을 보려고 합니다. 무언가 볼 것이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 굉장히 큰 기쁨이자 즐거움이거든요. 저 역시 이렇게 찾아주신 관객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시작 전에 많이들 오셨는지 관계자 분들께 여쭤보면서 걱정도 많이 했어요.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앉아 이야기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박: 저는 출연자로서 구체적인 스케줄이 나온 계획이 아직 없고요. <오늘영화>는 작년에 촬영을 했던 작품인데 벌써 8월이 되었네요. 올해 상반기는 배우로서 부지런히 많은 촬영들을 거쳤던 것 같습니다. 남은 4~5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에는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같은 마음으로,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윤: 다 말씀드릴 순 없지만, 현재 많은 프로젝트에 기획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까도 강 감독님 영화에 배우 분들을 소개시켜드렸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제 스스로가 그런 쪽으로 재주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배우들뿐만 아니라 제작자들에게 감독들 역시 잘 소개를 시켜주는 편인 것 같아서. 오히려 연출보다 이런 쪽에 재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곳에 들어와 기다려 주신 관객 분들을 보면서, 영화라는 매체가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기다려주는 매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정 장소와 시간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당장 1분, 2분 혹은 10분 동안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도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 어떤 매체와도 견줄 수 없는 매력인 것 같아요. 저 역시 현재는 다른 일들의 기획을 맡으며 돌아다니면서도 마음속에는 언제나 돌아갈 집으로 영화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면 느릿느릿하게라도 꼭 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 그리고 영화를 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금 영화로 엮어내고자 하는 영화인들의 욕구는 매 세대마다 존재해왔다. 하지만 <오늘영화>만큼이나 영화와 연애 감정 사이의 미묘한 간극과 공통분모를 이토록 재기발랄하고 지루하지 않게 그려낸 작품은 실로 오랜만인 듯하다. 흔하디흔한 사랑 이야기에 지쳐갈 때 즈음 찾아온 우리 모두의 로맨스 <오늘영화>는 분명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부여할 수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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