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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 : 만신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
*관객기자단 [인디즈] 추병진 님의 글입니다.
영화 <만신>은 만신 김금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세 여배우는 주인공 김금화를 연기하며 그가 경험한 과거를 보여준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 있는 실제 김금화는 자신의 과거를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카메라는 그를 따라서 (서해안 배연신굿을 벌이게 될) 인천으로 간다. 또 6.25전쟁 때 사망한 북한군들을 위로하는 진오귀굿을 찍기 위해 파주에도 간다. 영화 중간 중간에는 만신 김금화가 과거에 벌였던 굿이 자료화면으로 나온다. 이처럼 <만신>은 현재와 과거 사이를 수시로 오가며 ‘만신 김금화’ 라는 인물에 대해서 보여준다. 이 영화는 한 인물에 대한 자서전 같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의 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때로는 어딘가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마치 보통 사람은 알 수 없는, 아니 알아서는 안 되는 만신의 세계처럼 말이다.
17살의 김금화는 이름난 만신이었던 외할머니로부터 내림굿을 받고 무당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6.25전쟁 때에는 무당이라는 이유로 남·북한군의 위협을 받으며 온갖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는다. 70년대에 이르러서는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고 무속을 멸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경찰과 이웃들의 눈치를 보며 굿을 하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80년대가 되면, (정치적인 영향과 함께) 우리 전통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다시금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여러 국가를 다니며 순회공연을 하고, 중요무형문화재에 지정되어 나라만신으로 거듭난 것도 이 때이다. 신을 모시는 몸으로 숱한 고난을 겪어왔지만, 시간이 흘러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나라만신이 된 김금화의 인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만신>에서 주목할 것은, 이 영화가 극영화 방식으로 연출된 장면과, 기록영화(다큐멘터리)처럼 주인공 김금화를 담은 장면, 그리고 이 두 가지가 혼합된 모호한 장면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먼저, 박찬경 감독은 세 여배우와 함께 만신 김금화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연출했다. 예를 들어, 공기놀이를 하면서 어린 금화가 돌멩이를 위로 던진 순간, 영화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그 짧은 순간 주변의 아이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금화의 표정을 보여준다. 또 만신 김금화가 꿈을 꾸는 씬에서는 쇼트가 위아래로 뒤집히고, 색감이 푸른빛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무당의 눈에서 보이는 세상을 영화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또한 미술가이기도 한 박찬경 감독은 화면 안에 움직이는 무신도(巫神圖)를 넣거나, 추상적인 이미지들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인간 김금화의 일상적인 모습과 굿판을 벌이는 장면이 있다. 전 남편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인천시장에게 배연신굿에 대하여 설명하는 장면이 전자라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굿판을 벌이는 장면은 후자이다. 놀라운 것은, 굿을 하다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변하는 그의 표정과 몸짓이다. 그야말로 예술적인 경지에 도달한 만신의 언어와 동작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지점이다. 그 스스로가 ‘종합예술’이라고 말하는 굿은, 보는 이의 마음을 졸이게도 하고, 흥에 넘쳐 춤추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굿을 미신이나 멸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축제로써 인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모호한 장면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요소가 하나로 모일 때이다. 만신 외할머니가 무당이 된 금화에게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느닷없이 실제 김금화가 나타나 두 사람을 쳐다보기도 하고, 반대로 전쟁을 피해 도망가던 금화가 언덕 아래에서 진오귀굿을 벌이고 있는 실제 김금화를 바라보기도 한다. 또 마지막 시퀀스에서는 어린 금화가 집집마다 쇠를 받으러 뛰어다닐 때,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배역에서 벗어난 상태로) 하나 둘씩 나타나 금화에게 쇠를 건네준다. 그리고 전 남편과 함께 나타난 실제 주인공 김금화는 금화를 애처롭게 쳐다보다가 가장 늦게 자리를 떠나면서 영화가 끝난다. (심지어 헬리캠을 통해서 박찬경 감독과 스태프들이 촬영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것은 현실과 극의 경계를 허무는 것처럼 보인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이 장면들에는 김금화가 김금화를 쳐다봄으로써 생겨나는 어떤 감정이 있다. 미래에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과거에서 자신의 미래를 쳐다보는 것. 이것은 ‘김금화’ 라는 한 사람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돌이켜볼 때 무언가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결국 <만신>은 만신 김금화에 대한 존경을 바치면서, 그의 험난한 삶에 작은 위로를 건네는 영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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