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어지러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  <초행>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2월 8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대환 감독

진행 봉준호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초행>은 사회초년생, 오래된 연인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직 어리숙한 '수현'과 '지영'을 질책하지 않고, 선택의 결과를 운운하기 보단 경험을 응원하는 영화적 시선은 곧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태도로까지 이어진다. 봉준호 감독의 진행으로 김대환 감독이 함께 한 인디토크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늦은 밤까지 계속됐다.

 





봉준호 감독(이하 봉): 김대환 감독의 전작 <철원기행>을 보신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과반수가 보셨군요. 오늘은 <철원기행>을 봤다는 전제하에 GV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초행>은 섬세하고 한국적인 디테일이 충만한 영화이면서도 한편으론 굉장히 보편적인 영화에요. <철원기행>도 마찬가지고요. 외국인이 봐도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해외 영화제 수상 이력이 이런 부분을 입증해주고 있고요. 가장 단순한 질문부터 시작할게요. <초행>에 감독 본인의 얘기가 얼마나 투영 됐나요?

 

김대환 감독(이하 김): 영화와 저의 실제 모습이 닮아 있는 부분은 연애를 7년 동안 했다는 점과 인천이 배우자의 친가라는 점, 실제로 학원 미술 강사 경력이 있다는 사실 정도에요. 그 외에 인물의 성격 이라든지 가족 관계 등 세세한 부분은 모두 창작해낸 것입니다. 실제로 저의 양가 부모님은 화목하고 사이 좋습니다.(웃음)

 

: 시나리오를 처음 쓰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해요. <철원기행>에 등장하는 둘째 아들이 마치 <초행>의 '수현' 같았어요. 결혼을 전제로 고민하는 불안정한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철원기행>과 연관시켜 설명해주시죠.

 

: <철원기행> 편집을 하면서 '수현'의 다음 상황이 궁금해졌어요. 실제로 7년 동안 연애를 하면서 결혼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었고, 스스로 돌이켜봤을 때 '수현'보다 제가 더 불안한 감정이었어요. 영화를 한 편 찍었지만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고 결혼함으로써 생기는 책임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근데 저 뿐만 아니라 제 또래의 친구들이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 고민들을 듣는 순간 결혼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결심을 하고 시나리오를 써 나가는데, 당시 저는 결혼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상당히 오만한 태도라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시나리오에 제시된 큰 줄거리 안에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합이 중요했습니다.

 

: 소재와 줄거리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보였어요. 김대환 감독의 경우 재료를 손질할 연장을 고르기 전까지 재료 자체를 몇 시간 동안 가만히 지켜보는 느낌이에요. 그런 섬세함이 영화에서도 나타나요. 극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정말 불안하고 초조한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면 구조화되어 있고 상당히 정제되어 있어요. 현장에서 연출 방식은 어땠나요?

 

: 개인적으로 영화에 다큐멘터리 느낌이 묻어났으면 좋겠다는 연출적 지향이 있었어요. 스토리 안에서 국면이 전환되는 지점만 정해놓고 그 외에는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테이크를 반복하며 찍어 나갔어요. 처음 가족의 식사 장면을 보면 아시겠지만 어머니가 하는 대사들은 제가 아무리 고민해도 나올 수 없는 표현들이 있거든요. 정말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대사예요. 이런 장면들은 첫 테이크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식사 장면의 첫 테이크만 45분을 촬영했어요. 여러 번 반복했고 정확한 타이밍을 찾아가며 가장 좋았던 것을 취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 촬영 도중에 씬 자체가 새로 추가되거나 연기를 통해 즉흥적으로 표현된 것이 있나요?

 

: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가 일출 장면이었는데, 원래 그 장소에서 일출을 담으려고 하지 않았고 두 컷으로 나누어 찍으려고 했어요. 일출 촬영을 새벽 3시부터 준비했는데, 계속 촬영하던 중에 칠흑같이 어두웠던 하늘이 점점 푸르스름하게 변하는 과정이 우연히 한 테이크에 담기게 되었어요. 일출의 과정이 한 번에 담겼다면 그 다음 장면을 굳이 넣지 않아도 되겠구나 판단했어요. 최종적으로는 너무 마음에 드는 장면입니다.

 

: 하루 중 일출과 일몰은 딱 한번의 기회인데, 롱테이크를 앞두고 배우들이 많이 초조했을 것 같아요. 그 장면에서 김새벽 배우가 "무서워"라고 외치는 대사는 원래 시나리오에 표현된 대사였나요?

 

: 처음에 그런 액션과 대사는 전혀 없었어요. 촬영 중간 30분쯤 쉬는 시간을 가지며 얘기를 했고, 말씀하신 것처럼 딱 한 번뿐인 기회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예민해져 있는 상황에서 김새벽 배우가 더욱 집중을 했던 것 같아요. 배우들의 자유의지가 절실했던 부분이기도 했고 동선 또한 전혀 정해놓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저도 그 당시에 김새벽 배우의 즉흥적인 액션을 보고 굉장히 놀랐어요. 해가 점점 뜨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는데, 지영이 차에서 나갔고 그런 대사를 내뱉은 것 자체도 굉장히 놀라웠어요.

 





: 캐스팅 과정도 궁금합니다. 사전에 김새벽 배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신 건가요?

 

: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김새벽 배우와 같이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시나리오가 나오자마자 바로 전달해 드렸습니다. 김새벽 배우는 해외 영화제에서 처음 만나 우연히 대화를 나누었는데, 많은 전작에서 굉장히 착하고 지켜주고 싶은 여성으로 출연하잖아요. 실제로도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겼어요. 그렇지만 김새벽 배우에게도 분명히 극단적인 모습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이면의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캐스팅을 결정했어요. 또 가장 영화적으로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목소리였어요.

 

: 엄마와의 대화 장면에서 보면 암전 상태에서 스위치가 켜지고 '지영'이 한 덩어리처럼 누워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저는 이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그런 액팅 지시를 따로 했나요?

 

: 최대한 엄마와 엮이고 싶지 않고 대화를 하기 싫다는 모습으로 자고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고 그렇게 표현하길 부탁 드렸어요. 사실 그 앞의 숏이 굉장히 길어요. 편집 할 때 보니 김새벽 배우가 어둠 속에서도 계속 뒤척거리면서 움직이고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초반엔 지금 영화 속의 카메라 워킹을 생각하지 않았고 엄마의 뒷모습을 따라가는 워킹으로 장면을 구성했어요. 하지만 '지영'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 하에 지금처럼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테이크를 몇 번 찍었어요. 빛이 변화하는 순간, 그 간극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좋더라고요.

 

: 조용한 가운데 흐르는 긴장감이 정말 강해요. 수현 역의 조현철 배우의 캐스팅 과정도 궁금합니다.  

 

: 조현철 배우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개인적인 호기심이 들었고 전작들을 봤을 때 캐릭터 설정인지 본인 자체인지 헷갈릴 정도로 굉장히 개성 강한 연기를 하더라고요. 연출도 영민하게 하고 실제로 만났을 때도 독특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 실제 모습도 '수현'과 비슷한가요?

 

: '수현'과 평소 말투는 비슷해요. 그런데 실제로는 '수현'보다 훨씬 말수가 적어요. 연기 디렉팅을 할 때도 제가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 고개만 끄덕였어요. 그 정도로 조용한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기대했던 것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었어요.

 

: 배우들과 캐릭터에 대한 기본적인 컨셉 내지는 연기 디렉팅 같은 경우는 배우들과 어떻게 맞춰 나간 건가요?

 

: 촬영 전에 대화의 시간을 굉장히 많이 가졌어요. ‘수현이 어떤 사람일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실제로 대안을 모색해 나가기도 했어요. 결론적으로는 영화 속 '수현'이 시나리오 상의 '수현'보다 훨씬 더 사랑스럽고 귀여워졌어요. 그런 부분은 제가 생각해낸 것 보단 조현철 배우가 능동적으로 표현한 부분이었죠.

 



 

: 임신테스트기에 대해 방 안에서 두 모녀가 얘기하는 장면이 참 잊혀지지가 않아요. 그 순간을 두고 어떤 의논을 했나요?

 

그 어떤 장면보다 얘기를 많이 나눈 순간이었고, 실제 테이크도 가장 많이 갔어요. 사실 두 모녀의 대화 내용과 '수현'과 '지영'이 어떻게 집을 박차고 나갈 것인지 모두 정해져 있었어요. 하지만 임신테스트기에 대한 이야기를 과연 어떻게 꺼낼 것인가가 정말 고민스러웠어요. 잘못하면 상투적인 분위기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었거든요. 촬영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확신이 없었는데, 갑자기 문득 조경순 배우님(지영 어머니 역)께서 '팔순 잔치에 수현이 데려 오지마'라는 대사를 하셨어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였지만 너무 사실적으로 다가왔어요. 또 제 입장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걸 상상하니 너무 서운하더라고요. 그 순간부터 이 씬의 목표 지점이 명확해졌어요. 한편으론 기분이 좋더라고요.

 

: 우리의 대배우 기주봉 선배님도 나오는데, 그네에서는 어떻게 넘어진 거예요? 이걸 슬랩스틱이라고 해야하는 건지혹시 지시한 건가요?(일동 웃음)

 

: 이 장면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어요. 조경숙 배우님이 그네 씬을 촬영할 때 꼭 보러 오겠다고 하셨거든요. '지영'과 엄마의 대화 장면을 7시간 정도 촬영했는데, 기주봉 배우님도 그렇게 힘겹게 촬영하는 모습을 꼭 봐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당신도 언젠가 한번 당하는 꼴을 보겠다’라고.(웃음) 실제로 촬영 현장에 찾아오셨어요. 아무튼 원래 제 계획은 그네를 타다 장인의 신발이 벗겨지고 그 신발을 다시 신겨주려는 어색한 사위의 모습이었어요. 엉거주춤하는 '수현'의 모습을 설정하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기주봉 배우님께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신발이 벗겨지게 할까 고민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그러다 실수로 넘어진 거죠. 모든 스태프들이 놀라서 뛰쳐 나가려고 하는 순간에 저와 피디가 막아 섰고, '수현'이 자연스레 대처하면서 결국엔 모든 촬영 통틀어서 가장 빨리 끝난 장면이 되었습니다.(일동 웃음)

 

: 그런 상황은 반복하면 진짜 즐거움이 안 나오잖아요. 보면서도 저거 왠지 실제 상황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극영화 속에 숨겨진 다큐멘터리 같은 순간이죠. 상대 배우의 반응은 어땠나요?

 

: 조현철 배우가 굉장히 영민하다고 느낀 적은 그 전부터 굉장히 많았지만, 한번 더 놀란 순간이었어요. 실제 상황에서도 프레임 밖을 안 벗어나고 집중해서 연기를 이어 나가길래 나중에 슬쩍 물어 봤거든요. 본인은 비상 상황을 항상 생각하고 준비한다고 답하더라고요. 사실 그네 장면 외에도 그런 순간이 한 번 더 있었어요. 차를 타고 삼척으로 넘어가면서 '수현'이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데, 딱 그 타이밍에 시커먼 까마귀 떼들이 날라 가잖아요. 그 장면도 우연이었어요. 삼척과 인천을 오가는 장면은 실제로 그 거리를 운전해 가면서 촬영했기에 촬영 분량이 굉장히 많았어요. 하지만 까마귀 떼를 목격하는 순간은 앞 뒤 컷에 상관없이 이 부분은 꼭 써야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 <철원기행>의 카메라가 고정적이고 프레임도 안정적인 반면 <초행>은 대부분의 장면이 핸드헬드로 촬영됐어요. 그래서 아까 <초행>8분짜리 일출 장면이 이질적이라고 얘기했는데, 그 씬 외에는 모두 핸드헬드인거죠? 왜 핸드헬드 기법을 선호했는지 궁금해요.

 

: 사실 8분의 일출 장면도 핸드헬드였어요. 다만 잘 버티고 있어서 흔들림이 적었던 거죠. 촬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촬영감독님과 계속해서 영화 컨셉에 대해 의논했어요. 제 의견은 스토리보드를 전혀 짜지 말고 촬영에 들어가자는 것이었고, 배우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떻게 동선을 그리는지에 대해서는 제약을 두지 않았으니 열심히 콘티를 짜더라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때문에 트라이포드를 아예 안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핸드헬드를 통해서 두 사람의 불안감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철원기행>을 보면 고정된 장면들이 의도적으로 어떤 조형미를 강조하려고 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묘하고 정적인 아름다움을 주거든요. 특히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눈 올 때 담배를 피우는 시퀀스의 미장센을 보면 가히 백미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감독님께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배우에게 맡긴다, 뭐 이런 표현을 많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환 감독 본인이 가진 조형적인 욕구나 연출적 지향이 있잖아요. 그런 욕구들이 터져 나오려고 할 때 어떻게 억누르는지, 혹은 욕심 자체를 의식하지 않는 건지 궁금합니다.

 

: 개인적으로 담고 싶었던 미학은 이었어요. 어떤 서사를 완성하고 연출하든 간에 일몰과 일출의 장면을 꼭 넣고 싶었고요. 처음 시나리오를 기획했을 당시에도 그 지점과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순간에 주안점을 두고 만들어 나갔던 것 같아요.

 

: 감독님께서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에 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잘 드러나요. 철원과 삼척은 감독님께 어떤 장소인가요?

 

철원은 어머니께서 잠깐 근무하셨던 곳인데, 제대하고 나서 가족끼리 하루 동안 한겨울에 관사에서 머물렀던 적이 있어요. 그때 기억이 인상 깊게 남아 있었고 영화를 하며 자연스레 떠오른 것 같아요. 그리고 삼척은 외가입니다.

 

: 강원도만큼 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장소는 없을 것 같아요. 다음 작품들도 계속 강원도에서 촬영할 건가요?

 

다음 작품을 1월달에 춘천의 산속에서 촬영할 계획이 있고요. 내후년 봄에는 또 춘천을 배경으로 준비 중에 있습니다.

 




관객: 주인공이 각자의 부모님을 뵈러 가는 과정이 험난하잖아요. 외적인 것뿐만 아니라 내적인 험난함도 느낄 수 있어서 그 과정들이 굉장히 와 닿았습니다. 힘든 과정을 상징적 의도로 설정한 건지 궁금합니다. 한가지 더 궁금한 점은 김새벽 배우가 극중에서 "같이 살아봐도 모르겠으면요?" 질문하는 부분이 있는데, 답을 듣지 못한 채 영화가 지나 가잖아요. 질문에 대한 감독님의 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시나리오 상에서도 그렇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 지점은 두 인물이 여행을 끝내고 돌아올 때마다 굉장히 힘든 상황이 돼야 한다는 점이에요비록 삼박 사일 동안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결혼을 마음먹고 현실에 부딪히게 됐을 때 또 하나의 산을 만난다고 생각하거든요아직 결혼한지 50일밖에 안 됐고 깨가 쏟아지는 중이라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확히 할 수는 없어요.(웃음다만 제 경험을 토대로 답변 드리자면 저는 한번도 제 인생에서 무언가를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어요계속해서 도망치고 회피한다는 걸 느꼈고, 결혼에 대해서는 스스로 직면하고 싶었던 감정도 있었거든요고민 끝에 <초행>을 시작했고 영화를 다 만들고 나서 보니까 결혼을 해도 되겠다는 작은 용기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 삶과 영화를 일치시켜서 큰 무언가를 극복 해냈군요정말 멋지네요.



관객: 제 또래 청년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테이크를 많이 나누지 않은 것 같은데요, 앞서 답변하셨듯이 다큐멘터리 느낌을 내기 위해 그런 방식을 택한 건지혹은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 이 영화를 시작할 때 배우 분들에게 즉흥적으로 만들어나갈 것이고 매 순간 드는 궁금증은 대화를 통해 답을 찾아가는 탐구의 과정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어쨌든 컷을 나누면 배우들은 반복연기를 해야 하잖아요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원해서 그런 연출을 택했는데컷을 나누고 반복연기를 시킨다는 것을 제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가장 좋은 카메라 위치 또한 사전에 정해놓지 않아도 촬영을 진행하며 찾아낼 수 있으니까 한 테이크로 가자고 정했습니다.

 

: 그렇게 작업했을 때 편집 과정에서 따라오는 어려움도 있잖아요편집에 있어 여러 가지 제약들이 생길 수 있는데편집 과정은 어땠나요?

 

: 빼고 싶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 계속 고민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어요좀 더 결단력 있고 과감해야 하는데이건 좋고 저건 아깝다는 제 사적인 감정들과 계속해서 싸워야 했어요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제일 먼저 선보여야 했는데출품 일주일 전까지도 편집을 두고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관객: 탕수육과 짬뽕을 먹는 씬의 마지막 부분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들려요그 장면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

 

: 그 장면은 제가 꿈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씬입니다부동산 문제로 많은 분들이 2년에 한번씩 이사를 다니잖아요서울 인근에 방을 잡아도 시간이 지나면 방값이 올라가고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게 되죠그 상황이 수현과 지영에게는 미래가 될 수도 있고 현재 혹은 과거일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어쨌거나 익숙해 지기도 전에 떠나야 한다는 패턴이 반복되고, 이에 대한 서운함의 감정이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두 사람 중 누구의 꿈인지 알 수 없으면서도 임신에 대한 불안감이 꿈에 투영되는 상황을 아기 울음소리를 통해 표현했습니다.


 

관객후반부 광화문 시퀀스와 관련해서 사람들은 카메라가 있으면 쳐다보기 마련인데 렌즈를 응시하는 분은 많지 않아 보였어요어떻게 눈에 안 띄게 촬영했는지 궁금해요.

 

: 저와 촬영감독, 사운드감독만 촬영에 들어갔는데 그 당시 광장 주변에 카메라가 굉장히 많았잖아요. 영화 촬영에 쓰이는 덩치가 큰 카메라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그 누구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더라고요. 방송국에서 흔히 쓰는 카메라이기도 했고요. 운이 좋았습니다






극중 수현과 지영은 시종일관 길을 잃고 헤맨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이 다급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서로의 존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이 방황할 땐 다른 한 사람이 방향을 일러주고 마음을 잡아주기도 하며 삶이란 초행길을 걸어간다. 사회초년생 예비 부부, 사회가 이름 붙인 그들의 신분은 마냥 불안정해 보이지만, <초행> 속 수현과 지영은 둘이어서 온전해 보인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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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목) 11:00 | 17:30

1월 12일(금) 19:30

1월 13일(토) 10:40 | 17:00

1월 14일(일) 13:10

1월 15일(월) 19:30

1월 16일(화) 13:00 |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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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4일(수) 11:00

1월 27일(토) 14:10

1월 30일(화) 12:10

2월 5일(월) 15:00

2월 12일(월) 13:20

2월 15일(목) 13:00

2월 18일(일) 11:00 종영








 예매하기 

맥스무비 http://bit.ly/2vULqyh

예스24 http://bit.ly/an5zh9

다음 http://bit.ly/2qtAcPS

네이버 http://bit.ly/OVY1Mk




 인디토크 



<초행> 인디토크

● 일시: 2018년 1월 10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 진행: 백수골방 영화 리뷰 크리에이터



● 일시: 2017년 12월 8일(금) 오후 8시 상영 후

● 참석: 김대환 감독

● 진행: 봉준호 감독


● 일시: 2017년 12월 29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 참석: 김대환 감독

● 진행: 장성란 매거진M 기자


● 일시: 2018년 1월 3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 참석: 김대환 감독

● 진행: 허문영 영화평론가





 예매이벤트 



온라인 예매 후 <초행>을 관람하시면 추첨을 통해 양말 (5명) 을 드립니다.


● 기간: 12/20(수) 예매분까지 (온라인 예매 시 자동 응모)

● 발표: 12/21(목) 개별 연락






 INFORMATION 


제      목   초행 (The First Lap)

감      독   김대환

출      연   김새벽, 조현철

제      작   봄내필름

제      공   전주국제영화제

배급   ㈜인디플러그

장      르   드라마

러닝타임   99분

등      급   12세이상관람가

개      봉   2017년 12월 7일

영화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 영화 창(窓) 후보

            제70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현재의 감독 부문 베스트 이머징 디렉터상 (Best Emerging Director) 수상 & 청년비평가 부문 특별언급




 SYNOPSIS 


7년차 커플 수현(조현철)과 지영(김새벽) 

그들에게 결혼을 생각할 시기가 찾아온다.

미술 강사와 방송국 계약직이라는 현실, 

지영 어머니의 결혼 강요와 수현의 복잡한 가정사

'우리...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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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      목   초행 (The First Lap)

감      독   김대환

출      연   김새벽, 조현철

제      작   봄내필름

제      공   전주국제영화제

배급   ㈜인디플러그

장      르   드라마

러닝타임   99분

등      급   12세이상관람가

개      봉   2017년 12월 7일

영화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 영화 창(窓) 후보

            제70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현재의 감독 부문 베스트 이머징 디렉터상 (Best Emerging Director) 수상 & 청년비평가 부문 특별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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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커플 수현(조현철)과 지영(김새벽) 

그들에게 결혼을 생각할 시기가 찾아온다.

미술 강사와 방송국 계약직이라는 현실, 

지영 어머니의 결혼 강요와 수현의 복잡한 가정사

'우리...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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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초행 (The First Lap)

감      독   김대환

출      연   김새벽, 조현철

제      작   봄내필름

제      공   전주국제영화제

배급   ㈜인디플러그

장      르   드라마

러닝타임   99분

등      급   12세이상관람가

개      봉   2017년 12월 7일

영화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 영화 창(窓) 후보

            제70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현재의 감독 부문 베스트 이머징 디렉터상 (Best Emerging Director) 수상 & 청년비평가 부문 특별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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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커플 수현(조현철)과 지영(김새벽) 

그들에게 결혼을 생각할 시기가 찾아온다.

미술 강사와 방송국 계약직이라는 현실, 

지영 어머니의 결혼 강요와 수현의 복잡한 가정사

'우리...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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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처음으로 가는 길  인디포럼 월례비행 <초행>  대담 기록


일시 2017년 9월 27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대환 감독

진행 변성찬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한 커플이 인천과 삼척을 오간다. 그들이 탄 차는 오래되었는지 엔진에서 털털 소리가 난다. 차 안에는 내비게이션이 없다. ‘수현’은 운전대를 잡고 ‘지영’은 길을 일러준다.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그들이 탄 차는 다른 도로로 빠질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고장으로 멈춰서기도 한다. 인디포럼 월례비행이 2015년 3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돌아왔다. 새롭게 시작하는 월례비행의 첫 상영작 <초행>의 상영 후 변성찬 평론가의 진행으로 대담이 진행되었다. 작품을 연출한 김대환 감독이 함께했다.





변성찬 평론가(이하 변): 많은 분들이 감독님의 전작 <철원기행>(2014)을 기억하실 거다.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두 번째 작품 <초행>이 나온 것 같다. 작품의 제작과정과 동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김대환 감독(이하 김): <철원기행>을 2013년 12월부터 2014년 1월 말까지 촬영했다. <초행>은 2016년 11월에 촬영했다. 두 작품 사이에는 3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 기간 동안 많이 지지부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장우진 감독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러다 장우진 감독이 과감하게 방을 빼고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보증금으로 영화를 찍었다. 그 상황을 보며 ‘나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2016년 7월부터 시나리오를 써서 전주국제영화제에 지원했고, 그로 인해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철원기행>은 이혼을 화두로 가족에게 ‘우린 서로 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다. 그 다음 영화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했다. 나의 경우 연애를 굉장히 오래했는데, 연애를 하면서 가장 피하게 되는 화두가 결혼이었다. ‘결혼이란 뭘까?’, 그리고 ‘이 시대에 결혼은 어떤 의미일까?’란 질문을 던지고 싶어서 영화를 기획하고 진행하게 되었다.



변: <철원기행>과 <초행> 모두 공간이 인물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로 작용된다. 작품은 공간의 이미지를 담아낼 때 굉장히 절제하고 공간이 풍경화적 이미지가 되는 것을 피한다. 특히 <초행>을 볼 때 더욱 그렇게 느꼈다.



김: <철원기행>을 촬영할 때 예상보다 더 많은 눈이 왔다. 현장에서의 설경이 압도적이었고 그 이미지를 어떻게든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잔뜩 찍었다. 첫 번째 편집에서 그 장면들을 있는 대로 다 넣어봤는데, 그것이 이미지로만 작용되는 것 같았다. 영화의 감정선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어서 그때부터는 찍어도 별 효과가 없는 샷들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초행>의 경우도 그랬다. 인천에 2년 정도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 공간에 대해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이미지들이 있다. 낡은 공장과 매연 냄새, 음습한 골목들. 그런데 다르게 보면 인천은 신도시가 부상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사람이 공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공간이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있었다. 공간에 사는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 공간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외갓집이 삼척인데, 삼척은 시골이면서도 굉장히 큰 시멘트 공장이 있다. 시나리오를 쓸 때 무조건 거기에서 촬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로케이션을 진행하다 작품 속 횟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가서 사장님께 이야기를 듣던 중 영화에 나온 사연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공간을 같이 담자는 생각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변: <초행>의 엔딩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알만한 시간적 지표가 제시된다. 애초에 겨울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촛불집회를 담게 된 과정도 듣고 싶다. 



김: 시나리오를 쓸 때 가장 배경으로 하고 싶었던 계절은 완연한 가을이었다. 인물들이 힘겹게 태백산맥을 오르는 모습, 산의 낙엽들을 보면 정서가 한 층 더 쌓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상의 문제로 완연한 가을을 놓치게 되어서 늦가을이나 초겨울로 컨셉을 잡았다. 시나리오를 진행하고 찍을 준비를 하던 중에 사건이 터졌고 집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해 본 것이었다. 수현과 지영처럼 여자 친구와 함께 손을 잡고 걷고 소리 지르는 것만으로 너무 기분이 좋았다.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주변은 우리 같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스태프들, 배우들과 이 이야기를 나눴다. ‘만약 수현과 지영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들이 어떤 외침을 하기 보단 함께 거닐며 이게 무엇인지 궁금해 할 것 같다는 지점까지 도달했다. 내가 느꼈던 그 때의 감정과 수현의 감정이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에 찍고 싶은 욕망이 들었다. 



관객: <철원기행>과 <초행>이 쌍둥이 영화라고 느껴졌다.



김: 연작의 느낌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개인적인 것들을 영화에 가져오다보니 그냥 자연스럽게 연작의 느낌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주변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다. 그런 부분도 영화에 작용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가족영화에 대한 목표치를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 결혼을 화두로 하는 원초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단 마음이 <초행>의 출발 지점이었다. 그래서 닮아있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관객: 마지막 광화문 장면의 연출의도가 궁금하다.



김: 내게는 두 사람이 같이 걷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미였다. 두 사람이 계속 같이 걸어 나갈 것이고, 더 확장하자면 그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굉장히 많이 있으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초행>은 시나리오가 완벽하게 짜여있지 않았고 시나리오대로 찍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었다. 가지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화를 한 씬 한 씬 찍는 것은 배우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같이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영화를 찍고 있는 와중에 광화문 촛불집회가 시작됐고 이 영화에서 필요한 지점이 시의성, 동시대성이라고 생각했다. 촛불집회라는 현상을 눈감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실제로 촬영을 하다 종로를 지나갈 때가 굉장히 많았는데, 그때 촬영에 대한 의지가 더 생겼다.



관객: <철원기행>과 <초행>의 등장인물들은 굉장히 유사하다. 심지어 같은 이름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런 반복을 의도한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거의 롱테이크로 촬영되었는데 그런 연출을 추구한 이유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김: 이름 같은 경우 큰 의미나 뜻을 담고 있진 않다. <철원기행>을 편집하면서 <초행>의 아이템이 떠올랐는데, 굉장히 닮아있다 느껴서 이름을 가져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롱테이크를 좋아한다. 쭉 머물러있는 긴 호흡이 굉장히 좋다. 또 <초행> 같은 연기연출을 할 때는 반복 촬영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반복 촬영을 하다보면 분명히 무엇인가 망가질 것이란 확신이 있어서 다른 컷은 없다는 전제하에 촬영을 진행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관객: 어느 정도의 뼈대를 가지고 촬영을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김: ‘동거하는 커플이 인천과 삼척을 오고 간다’가 가장 큰 줄기였다. 시나리오와 영화가 다르지 않은 지점은 가족관계 정도다. 또 일출과 일몰을 맞이한다는 것도 중요했다.



변: 원래 시나리오의 엔딩은 어떤 것이었나?



김: 엔딩도 사실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하기 일주일 전 바뀌었다. 일주일 전까지의 엔딩은 이삿짐을 싸고 떠나는데 수현이 그림 한 장을 방에 두고 나오는 것이었다. 시나리오 상의 엔딩은 수현이 청혼을 하는 것이었다.(웃음)



관객: 세 가지 질문이 있다. 왜 조현철, 김새벽 배우를 캐스팅했는지, 임신 테스터기의 줄이 두 줄이었는지, 그리고 짬뽕과 탕수육을 먹다가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다.



김: 김새벽 배우는 영화제에서 처음 만났고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만약에 다음 영화를 만들게 되면 꼭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망설임 없이 캐스팅을 제안했다. 수현 역할을 누가 하면 좋을지 전혀 감이 안 잡히던 상황에 봤던 영화가 조현철 배우가 등장하는 <뎀프시롤: 참회록>(2014)이었다. 그 영화를 보고 너무 놀라서 조현철 배우를 만나보고 싶었다. 만난 후에는 작품과 너무 다른 인물이라서 더 놀랐다. 조현철 배우를 보면서도 굉장히 착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테스터기의 결과는 임신이 아닌 것으로 찍었다. 선명하게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 결과가 지영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가 더 중요했다. 그래서 지영이 테스터기를 확인하는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많은 분들이 월세 아니면 반전세로 살고 있다. 계약 기간은 대부분 2년이다. 수현과 지영도 다음에 이사를 가게 된다면 집을 살 형편은 아니기 때문에 월세나 반전세로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2년 뒤에 또 이삿짐을 싸야 될 상황이 올 것이고 그 2년 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올 것이다. 그것이 앞으로의 미래가 될 수도 있고 몇 년 전의 모습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불안한 심리가 차곡차곡 쌓여서 무뎌진 사람들, 이사하는 데 있어서 거리낌이 없고 동네를 떠나는 데에 있어 약간의 아쉬움만 남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장면은 꿈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의 꿈인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 한 사람의 꿈일 수도 있고 두 사람이 같이 꾸는 꿈일 수도 있다. 아기 울음소리는 꿈에 작용하는 불안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선명하지 않길 바랐다. 마치 현실 같은데 ‘이게 뭐지?’하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관객: 촬영을 하며 샷의 선택지에서 가장 고민했던 장면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김: 끝까지 나를 괴롭혔던 것은 일출 장면이었다. 개인적으로 일출을 해변가에서 찍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일출 촬영을 새벽 3시부터 진행했다. 새벽 3시는 칠흑같이 까만 밤이다. 그래서 그 씬만은 잘라서 두 컷으로 가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촬영을 진행하다가 조금씩 해가 올라오며 점점 하늘의 색이 변해가는 것을 한 테이크에서 발견했다. 모니터링을 하는데 그것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컷을 나눌 필요 없이 여기서 끝을 내야겠다고 선택했고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지금의 샷이다.



변: 마지막으로 차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아울러 ‘봄내필름’이라는 제작 집단의 차기 계획도 궁금하다.



김: ‘봄내필름’이라는 제작사를 만들었다. 나와 친구인 장우진 감독, 딱 두 명이 함께 만든 제작사다. 제작사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서다. 그 전의 3년이란 시간동안 너무 지지부진했던 것을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말고 꾸준히 1년에 한 작품씩 만드는 것이 목표다. 첫 번째 작품인 <춘천, 춘천>이라는 영화가 올 11월에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초행>은 12월 초에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입소문 부탁드린다.(웃음) 다음 작품은 내후년 봄에 찍을 예정이다. 엄마를 주제로 봄, 그리고 춘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아낼 것 같다. 그 전에는 장우진 감독이 <겨울밤>이라는 가제로 두 번째 작품을 진행할 것이다. 올 겨울에 춘천에서 찍을 것 같다.





엔딩 속 광화문 광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다. 수현과 지영은 손을 맞잡고 촛불이 가득한 광장을 거닌다. 광장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수현과 지영도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간다. 그들이 앞으로 갈 길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초행길이다. 그러나 같이 걸어갈 사람이 있기에, 마주잡은 손이 있기에 그 여정은 마냥 외롭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소소한 온기가 가득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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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 월례비행 <초행>

일시 2017년 9월 27일(수) 오후 7시 30분

관객과의 대화 참석 김대환 감독 진행 변성찬 평론가

관람료 7,000원 (인디스페이스, 인디포럼 후원회원 무료 / 인디스페이스 멤버십 6,000원)




<초행 The First Lap>

2017 | 99분 | Color | Fiction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 영화 창 후보

제70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현재의 감독 부문 베스트 이머징 디렉터상 수상


제작 : 봄내필름

각본 : 김대환, 장우진 

연출 : 김대환

PD : 장우진

촬영 : 손진용

편집 : 김대환

음악 : 모성민

미술 : 정보람

출연 : 조현철, 김새벽, 기주봉, 길혜연




 시놉시스 


미술학원 강사 수현과 작은 회사의 계약직 직원 지영은 동거 6년차 커플이다.

지영이 한동안 생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현은 그동안 피했던 가족들과 마주할 결심을 하고,

아버지의 환갑잔치가 열리는 삼척으로 향한다.



 연출의도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대한민국 청년세대들. 

대부분 고학력인 그들은 취업난과 가치관의 혼동으로 힘들어한다. 

연애, 결혼, 출산에 이어 내 집 마련, 인간관계까지 ‘5포세대’라는 신조어가 표현하듯 

현대 사회에서 청춘들의 어깨는 부모세대가 겪었던 것과 사뭇 다르다. 

이들이 ‘결혼’ 놓고 갈등하는 이야기를 통해, 

현대 한국사회에서 ‘결혼’의 의미는 무엇일까?

예전과 어떻게 다른가? 에 대한 질문을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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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곳에 가닿다  2017 으랏차차 독립영화 <철원기행>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월 10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대환 감독, 배우 이상희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정 님의 글입니다.


가족 간의 어색하고 불편한 만남에서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가족보다 서로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행하는 바쁜 움직임이 다정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 서로가 저마다 각자의 가족을 위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 하나뿐이었던 가족이 둘이 되고, 셋이 되며 어른이 된다. 때가 되면 남는 것이 과거를 향한 추억뿐일지라도 우리는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너무 당연해서 무관심해지고 마는 가족에 대해 생각해볼 영화 <철원기행>이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 안녕하십니까. 오늘 진행을 맡은 진명현입니다. 김대환 감독님과 이상희 배우님 모시고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대환 감독(이하 김): 안녕하세요. <철원기행>을 연출한 김대환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상희 배우(이하 이): 안녕하세요. <철원기행>에서 ‘혜정’ 역할을 맡은 이상희입니다. 반갑습니다.


진: 이전에 인디스페이스에서 <철원기행> 개봉을 했었죠. 오늘 <철원기행>을 다시 봤어요. 볼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영화인 것 같아요. 먼저 감독님, 오랜만에 관객 분들 만났으니 최근 어떻게 지내는지 말씀해주세요.


김: 최근에 촬영을 끝냈어요.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한 달 촬영했고, 지금은 편집 중에 있습니다. 아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진: 그 작품에 대해 조금만 더 설명해주세요.


김: 동거하는 커플이 결혼을 막중한 벽으로 느끼고 있는 현실 속에서 양가인 삼척과 인천을 하루씩 오가는 내용이에요. 두 군데를 오가며 변하는 두 사람의 생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직 가제인데 ‘초행’이라는 제목을 지었어요.



진: 이상희 배우님에게 <철원기행>은 어떤 작품이었는지요.


이: 이전엔 혼자 정처 없이 떠도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철원기행>은 관계가 많이 얽힌 영화고, 그러한 관계들을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접했어요. 그래서 많이 헤매기도 했고 선배님들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찍은 영화 중 관객으로서 유난히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해요. 되게 많이 봤거든요. 거의 열 번 가까이 본 것 같아요. 제가 *블로킹 꽝이거든요.(웃음) 블로킹에 대해서도 배우고, 카메라 무빙에 대한 블로킹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었고, 상대 배우와 호흡하는 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어요. 그 다음 작업을 할 때 많이 도움이 된 영화에요.

*블로킹(BLOCKING)영화에서 블로킹은 주로 카메라를 기준으로 배우가 서야하는 위치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될 수 있으나, 더 넓은 의미에선 카메라 구도 내에서 배우의 행동 전체 계획을 의미한다. 영화배우는 연극과 달리 카메라의 위치와 숏의 종류를 반드시 확실하게 파악하고 연기에 임해야한다. 특히 숏의 종류에 따라 자신의 행동폭, 블로킹의 폭을 조절할 줄 알아야한다.  -‘영화연출’ (송낙원)


진: 이 작품이 이상희 배우님에게는 해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게 해준 작품이기도 해요. 또 3대 영화제인 베를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된 작품이기도 하죠. 제가 이 영화에서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가 중국집 장면이에요. 조용하지만 거의 전쟁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장면인데, 오늘은 그 장면에서 제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이상희 배우님의 연기를 봤어요. 둘째 아들에게 수저를 건네는데 받지 않으니까 표정이 시무룩해지고, 다시 수저를 받으니까 표정이 변하더라고요. 정말 좋은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이상희 배우님이 연기한 혜정 캐릭터를 감독님은 어떻게 만들었고, 또 이상희 배우님은 어떻게 구체화 했는지도 여쭤보고 싶어요.


김: 사실 이 시나리오를 처음 구상했을 때는 등장인물의 관계가 지금과 같지 않았어요. 첫째 아들이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고 아버지의 퇴임식을 배경으로 한 것도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둘째 아들의 군 면회를 가는 가족의 이야기로 구성을 했거든요. 혜정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았죠. 그런데 초고가 너무 저의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을 배제하며 극적인 부분을 끌어내기로 했어요. 물론 이야기 자체가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건들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와중에 극적인 부분을 이끌어내기 위해 아버지의 퇴임식이라는 사건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의 나이대가 올라가면서 결혼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혜정 캐릭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같이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분이 있는데, 여성이고 결혼을 했어요. 그런데 그분이 ‘며느리는 절대 가족이 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부모님하고 할머니와 함께 살았어요. 그래서 이 말이 정말 충격적이었고, 며느리 혜정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이 속에서 고군분투할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혜정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혜정의 성격, 직업적 특성과 연결해서 어떻게 표현할까를 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캐스팅이 된 다음부터는 상희 배우님이 이런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했고요.


진: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 어떻게 혜정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나요?


이: 제 생각에 혜정이라는 친구는 되게 애쓰는 사람이었어요. 가족들한테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끼리 함께 평화롭게 지내고 싶어 하죠. 물론 돈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사실 이 영화를 찍을 때 혜정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어요.(웃음) 작품 속에서 며느리라는 상황이 저를 혜정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시어머니와 불편한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으면서 가족이 되려고 노력하는 그런 것들 말이에요. 선배님 두 분이랑 작품 하는 것은 처음이었고, 실제로 제가 두 분 사이에서 연기하면서 약간은 며느리처럼 애쓴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표현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진: 개인적으로 오늘 아버지 역에 집중해서 봐서 그런지 감독님이 이 영화를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될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영화 끝에 나오는 소리가 아버지의 개인적인 삶을 축하하는 축포처럼 들렸어요. 감독님이 영화를 만들 때 중심이 되었던 생각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여쭤보고 싶네요.


김: 제가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아들은 아버지와 가까워질 수 없나’ 하는 개인적인 질문 때문이었어요. 저희 부모님이 실제로 다 교직에 있고, 아버지가 철원으로 발령이 났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찍기 위해 로케이션 헌팅 겸, 철원에 대해서 알아볼 겸해서 매주 철원에 가서 아버지와 함께 지냈어요. 저는 그 전까지 제가 아버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 함께 지내다보니 정말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죠. 어떻게 보면 궁금해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를 본 관객 분들이 ‘나는 우리 가족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진: 이상희 배우님도 영화를 여러 번 보았으니 좋아하는 장면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떤 장면을 좋아하나요?


이: 좋아하는 장면이 많은데, 변하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면, 아버지하고 아들 둘이 감자를 먹는 장면이요. 볼 때마다 눈물 쏟으면서 봐요. 되게 ‘웃프다’고 해야 하나.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서글픈데,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표현이 되어있는 것 같아서 그 장면이 정말 좋아요.



관객: 혜정이라는 캐릭터가 박복한 며느리의 표상이고, 그러면서도 마냥 착한 캐릭터만은 아닌데,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듣고 싶어요.


이: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혜정이라는 캐릭터가 눈에 들어오기보다는 부모님이 눈에 띄었어요. 둘의 곁에서 작업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해서 하게 됐어요. 사실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어요. 원래 제가 그렇게 무언가를 많이 생각하지 않는 편이거든요.(웃음) 


관객: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의견이 다른데, 결국 큰 아들은 감자를 좋아하는 건가요?


김: 누가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어머니는 감자를 좋아했던 아들의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고 며느리는 아들의 현재를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감자의 설정은 이런 거였어요. 좋아하는 것도 많이 먹으면 질리게 되잖아요. 저한테는 양갱이 그랬어요.(웃음) 어렸을 때는 좋아했는데, 언젠가부터 손도 안 대거든요. 마지막에 아들이 감자를 한 번 베어 문 것은 2박 3일의 기간이 가족이 극적으로 화해하고 봉합되는 시간은 아니지만, 한 입 베어 문 감자처럼 서로 조금 더 알게 되고 가까워졌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에요.


관객: 영제가 ‘End of Winter’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 가족끼리 함께한 2박 3일을 계기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서도 가족에 대해 한 번 쯤 더 떠올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감정의 변화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겨울의 끝에 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목을 정했어요. 또 아버지의 정년퇴임 이후 제2의 삶에 있어서도 그런 제목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관객: 배경음악이 많이 나오지 않은 것 같아요.


김: 취향인 것 같은데, 저는 음악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봐도 어떤 음악이 좋았더라, 하는 생각이 잘 남지 않아요. 물론 음악이 너무 좋아서 모든 트랙이 기억나는 영화들도 있지만요. 음악을 너무 많이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잃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가급적 음악을 쓰지 않으려고 했고 한두 포인트 정도 인상적으로 사용하고 싶었어요.


관객: 영화 초반 부에 군인들이 지나가는데 섭외한 건가요?


김: 섭외한 것은 아니고요, 영화 1회차 촬영 때 운이 좋게 장병들이 지나갔습니다. 



















관객: 극중 혜정과 큰 아들이 반지 낀 손가락이 다른데, 이유가 있나요?


이: 저희가 결혼을 안 해봐서 어느 손가락에 끼워야하는 지 몰랐어요.(웃음) 촬영이 조금 진행된 뒤에 발견을 해서 당황했었죠.


김: CG로 지울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 질문을 몇 번 받았는데, 때마다 난처합니다.(웃음)


관객: 대구에서 올라온 영화감독 지망생인데, 감독님이 어떤 계기로 영화감독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어릴 때부터 영화 일을 해야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제일 좋아하는 것이 영화 보는 것이었어요. 영화를 좋아하는 감정으로 시작해서 찍을 수 있는 환경으로 갔던 것 같아요. 영화를 배울 수 있는 대학으로 진학해서 영화를 찍어봤는데 <철원기행>을 찍기 전에 찍었던 두 영화는 완전히 망했어요. 그 때까지 저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보다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좋아하겠지’ 생각하면서 현란한 영화를 만들려고만 했거든요. 그래서 <철원기행>을 찍을 때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 저도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영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영화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에서 보면 크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과 연기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더라고요. 그런데 영화를 만드는 일은 자신이 없었고,(웃음) 연기는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진: 그럼 혹시 연기 말고 영화 제작 과정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이: 영화에서 모든 분들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촬영이 굉장히 멋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진: 오랜만에 인디스페이스에서 귀한 자리를 마련해주셨어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인사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김: 추운 날씨에 찾아와 영화를 감상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면 더 좋은 이유들이 있잖아요. <철원기행>이라는 영화는 특히 영화 속 풍광과 분위기 때문에 더욱 그런 영화인 것 같아요. 오늘 스크린으로 관객 분들과 함께 <철원기행>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겨울은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살을 에는 듯이 춥다. 잃어버린 봄의 온기라는 감사함을 일러주려는 것일까. 아버지의 이혼 선언도, 폭설로 갇혀버린 2박 3일도, 잊고 있던 가족을 알게 하는, 그저 지나가는 폭풍이었나 보다. 우리의 게으른 본능은 무척 빠르게 적응해서 따뜻한 곳에 오래 있으면 그 곳이 따뜻한 곳인지도 잊어버리고 만다. 지금이 겨울인지도 잊고 만다. 창문을 열어야 비로소 ‘아, 겨울이었구나’ 얼마나 따뜻한 곳에 서있는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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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한 장의 가족사진  <철원기행>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5월 4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대환 감독, 김보람 촬영감독

진행: 이광국 감독(<꿈보다 해몽>, <로맨스 조>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형 님의 글입니다.


눈이 소복이 쌓인 풍경 속으로 가족은 차례차례 발자국을 남긴다. 그 발자국이 한 번 더 내린 눈으로 뒤덮이고,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던 가족의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그런데 관객은 눈 덮인 철원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풍경 속에 계속 머무르려 한다. <철원기행>의 이야기와 이미지를 만든 김대환 감독과 김보람 촬영감독을 만났다.



이광국 감독(이하 진행): 처음 장편영화를 만들었다. 만들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을 거 같다. 어떤 점이 제일 크게 다가왔나?


김대환 감독: 어린 나이에 처음 기획했을 땐 영화를 완성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없었다. 단지 학교를 준비하면서 기획한 아이템이었다. 기획이 잘 진행된 뒤 제작할 때는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 뒤 개봉이 더뎌지면서 초조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큰 아쉬움은 없다.


진행: <철원기행>을 스물아홉에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밀도 있는 이야기를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만들었다는 게 놀랍다. 이야기의 시작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김대환 감독: 장편영화를 찍게 될 줄은 몰랐다. 운 좋으면 대학원에서 장편을 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학부 때 단편영화 두 편을 찍었는데 완전히 망했었다. 어디서도 틀지 않고, 모든 곳에서 거절당한 영화였다. 그렇게 실패하니까 오히려 더 쉬워졌다. 영화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깔끔하게 머리를 비우고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철원기행>의 설정이 내 상황과 비슷한데, 실제로 부모님 두 분 다 교직에 계신다. 대학원을 준비할 당시, 아버지는 철원에, 어머니는 춘천에, 나는 서울에, 동생은 천안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동생이 철원으로 군대를 가면 가족이 면회 갔을 때 아버지 관사에서 잠을 자겠구나. 그렇게 상상하면서 처음 영화를 기획했다. 이후 인물의 나이를 올리고 고부간의 갈등을 추가하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진행: 어느 부분까지 감독님이 경험한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결혼이나 고부간의 갈등을 체험해보지 않고 상상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겠다.


김대환 감독: 고부간의 이야기를 피부로 느끼지 않고서는 쓸 수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할머니와 같이 살았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관계를 보면서 직간접적으로 느끼는 게 있었다. 그리고 단국대 대학원 커리큘럼이 작가, 연출, PD 각각 트랙에서 3인 1팀으로 구성해 영화를 진행하는 거였다. 그 중 <철원기행>의 작가인 박진수 씨가 기혼여성이다. 고부간의 이야기를 포함한 관계에 대한 디테일한 아이디어를 작가님에게 의지해서 진행하게 되었다.


진행: 시나리오 작업을 작가님과 함께 한 건가?


김대환 감독: 그렇다. 혼자 초고를 썼는데, 솔직히 학교에서 너무 사적인 이야기라 힘들다고 그러더라. 그 뒤 작가가 긴급 투입되면서 상황을 만들게 되었다. 원래는 면회를 간 가족이었는데, 아버지를 중심으로 캐릭터를 재구축하면서 아버지의 퇴임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변하지 않은 것은 겨울에 철원으로 가족이 모이는 것 정도다. 많이 바뀌었다.



진행: 촬영감독님이 함께 자리했다. 일반적으로 어떤 샷으로 영화를 이어갈지 촬영감독과 함께 조율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콘티 작업을 하는 시간이 제일 어렵다. 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은 어떻게 <철원기행>의 콘티 작업을 진행했는지 궁금하다. 


김보람 촬영감독: 감독이 레퍼런스로 얘기했던 게 <비정성시>(1989)라는 영화였다. 이 얘길 듣고 이 작품은 하지 말아야지 했다. 그런데 감독이 기억에 남는 말을 했다. 이 작품이 보고난 후 한 장의 가족사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했다. 이를 토대로 여러 생각을 했다. 콘티를 짜는 이유는 영화의 호흡과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다. 컷을 어떻게 짤 것인지 보다는 먼저 인물을 어떻게 배치하고 움직이면서 어떤 대사를 어느 타이밍에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또 각각의 공간에서 인물이 어떻게 보일지 생각한다. 감독이 레퍼런스로 얘기했던 걸 보면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영화를 원한다고 생각했다.


진행: 서로 간의 의견 차이가 크지 않았나 보다. 


김대환 감독: 촬영 쪽에서 워낙 선배다 보니 무조건 믿고 갔다. 아이디어를 많이 나눴지만, 의견 충돌은 전혀 없었다. 혹시 있었나?


김보람 촬영감독: 있었다. 공간 문제 때문에 그랬다. 촬영하기에 집이 너무 좁아서 촬영자 입장에서 몇 번 어필했지만, 단호하게 여기가 좋다고 해서 마음 접고 촬영할 방법을 찾았다. 제일 중요한 건 감독이 하고 싶은 공간과 이야기다. 이에 최대한 맞춰가는 게 즐거움이 아니었나 싶다. 


진행: 영화 중반부에 아버지와 큰아들이 눈을 치운 뒤, 큰아들이 빨리 가자고 하자 아버지가 숨 좀 돌리고 가자고 말한다. 이 한마디로 아버지 본인이 처한 모든 상황을 표현하는 것 같다. 이야기가 끝난 뒤 이들 가족이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하다. 감독은 어떤 바람을 가지고 있나?


김대환 감독: 가족 각자의 삶을 유추해볼 수 있다. 아버지는 가족과 떨어져 철원에서의 자기 삶에 만족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억세고 드세 보이는데, 역할, 지위, 체면의 문제와 가족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자식들도 각자 본인의 욕망이 있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한 아버지의 이혼 선언이 서로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혼 선언을 통해 가족을 조금은 알게 되지 않았나 싶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본다. 영화가 끝난 뒤 부모님은 실제 도장을 찍지 않았을 것 같다. 가족 각자가 예전과 다름없는 삶을 살 것이다. 다만, 그 전보다 가족을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을까? 다들 뭐 하고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관객: 한두 명의 주인공이 아니라, 다섯 명의 배우가 비슷한 분량으로 나온다.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또한 이 중 어떤 인물에게 가장 마음이 가는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연기연출은 어떻게 했는지 알고 싶다. 


김대환 감독: 초고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잡았다. 단편에서 그렸던 관계도 비슷했는데, 나의 아버지를 변화시키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고 당연히 실패했다. 이번 영화를 기획하면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로 진행하는 게 정말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시나리오를 수정해가면서 원톱 주인공보다는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철원기행>의 미덕이면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제일 고민이 많았던 캐릭터는 아버지였다. 아버지로 인해 가족이 모였고 아버지를 통해 가족이 서로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중 제일 많이 알게 된 게 아버지가 아닐까 싶다. 가족의 모습을 알아가는 중심에 아버지가 있다. 그래서 좀 더 애착이 간다. 연기연출은 잘 모른다. 다만, 다섯 명의 배우가 진짜 가족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촬영 전에 엠티를 가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고, 배우 각자가 캐릭터와 닮아 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배우 간의 관계 설정이 자연스레 되다 보니 내가 했던 건 테이크를 많이 갔던 것뿐이었다. 


김보람 촬영감독: 대부분 10 테이크는 기본이고, 많이 갈 때는 30 테이크 씩 갔다. 다섯 명 배우의 합을 맞춰야 하는데, 김대환 감독은 단 한 명도 본인이 생각한 연기가 아니면 무조건 ‘NG’를 외쳤다. 독하게 했다. 완전한 합이 나올 때까지 계속한 뒤, 최종 편집으로 NG 컷을 썼다.


진행: 동료 감독으로서 변호를 하면, 나 또한 20 테이크를 갔는데 첫 테이크를 쓴 적이 있다.


관객: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머니가 밥 먹으면서 “진작 얘기했어야지!”라고 화내는 장면이다. 소통이 안 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 이 영화가 가족의 해체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은지 묻고 싶다.


김대환 감독: 말한 것처럼 진작 얘기해주지 않았기에 더 억울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한 번이라도 언질을 줬더라면 이렇게까지 힘들어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화가 중요하다. 가족 간 소통의 문제가 있을 때 이걸 푸는 방법이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다만, 나의 경우는 살을 부대끼면서 같이 지내는 게 도움이 됐다. 아버지가 철원에 계실 때 일주일마다 찾아가 술도 마시고 잠도 잤다. 그러다 보니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알게 됐다. 그렇게 살을 부딪치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거고, 무엇부터 풀어야 하지.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까. 무엇 하나 섣불리 할 수 없는 그런 순간이 있다. <철원기행>은 그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한다. 수많은 말보다 오랜만에 살 부딪치는 시간을 갖는다. 가족에겐 짧은 여행이 어떻게 남을까. 나를 포함한 관객은 영화의 풍경을 어떻게 기억할까. 무엇보다 눈 덮인 풍경을 뒤로하고 찍은 한 장의 가족사진으로 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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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2 - 2016.05.18 인디스페이스 상영시간표 


<사돈의 팔촌> 장현상 | 103분 | 극영화 | 15세 이상 관람가

<초인> 서은영 | 102분 | 극영화 | 12세 이상 관람가

<탐욕의 별> 공귀현 | 83분 | 다큐멘터리 | 15세 이상 관람가

<철원기행> 김대환 | 102분 | 극영화 | 12세 이상 관람가

<업사이드 다운> 김동빈 | 65분 | 다큐멘터리 | 12세 이상 관람가



예매 안내 (실시간 예매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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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스이십사 http://bit.ly/an5zh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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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원기행줄 관람평

김은혜 | 쌓인 눈 속에 비친 가족이라는 잔상

박정하 | 눈 때문에, 혹은 눈 덕분에

김민형 | 위기는 기회와 함께 찾아온다

위정연 | 가장 가깝고도 먼 존재

김수영 |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가족 사람 속은 모른다




 <철원기행> 리뷰: 가장 가깝고도 먼 존재


*관객기자단 [인디즈] 위정연 님의 글입니다.


철원 공업고등학교에서 아버지의 퇴임식이 있는 날, 가족들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가족사진을 찍는데 며느리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표정이 썩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불행의 전조였을까, 어색과 침묵의 분위기가 감도는 저녁식사 도중 아버지는 돌연 폭탄선언을 한다. “이혼하기로 했다.” 영화는 결국 그 한 마디의 대사가 만들어낸 파장에 관한 이야기다. 마치 합의를 거친 뒤 말한 듯한 뉘앙스의 ‘이혼하기로 했다’는 아버지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방적인 이혼 선언.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퍼붓는 폭설 때문에 가족들은 아버지의 집에 꼼짝없이 묶이게 된다. 그렇게 2박 3일간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영화는 한 명의 시점을 따라간다기보다 5명 모두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진 어머니와 애처롭게 말리다 지쳐가는 며느리. 시종 침묵으로 일관하는 아버지와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큰아들, 그리고 철딱서니 없는 둘째아들. 이들은 사사건건 본인의 입장만 내세우며 상대방과 갈등을 빚어낸다. 영화의 종지부까지도 아버지의 이혼 이유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아버지의 이유를 알아내려는 움직임보다 사라져가는 가족 간 소통의 문제를 담아낸다. 그리고 그런 장면들은 우리의 현실과 너무도 닮아 있어서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해진다.



타인과 관계를 쌓는 일은 쉽다. 몇 번의 노력과 시간이 있으면 누구든 친해지는 것은 가능하다. 중요한건 그 관계를 ‘지속’하는 일이다. 그런데 살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어느 정도 친한 사이라는 확신을 가지면서부터 타인의 친절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또한 타인에게 본인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강요’하기도 한다. 그 관계가 매일 마주치는 가족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행동 하나하나에 ‘당연’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이 늘어나게 되면 그 관계는 금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애초에 모든 관계에서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본인의 나태함을 가리기 위한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영화 속 가족도 타인의 위치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아버지니까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되고 며느리니까 당연히 어머니를 극진히 보살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상대방의 진심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한 소통을 나눈 적은 없다. 그러다보니 정작 가장 가까운 사이임에도 자신의 아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어머니가 되어버렸고, 아버지가 왜 그토록 이혼을 하려는지 이유조차 모르는 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여러 번 등장하는 식사 장면에서는 의미 없는 얄팍한 대화들만 오고간다. 아무리 치우고 치워도 결국 또 쌓이고 마는 눈처럼, 가족 관계도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감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어져버린 가족은 괜히 애꿎은 눈만 서로에게 던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는다. 기나긴 2박 3일 동안 가족은 서로 질리도록 엉겨 붙지만 결국엔 조금씩 상대방을 이해하게 된다. 마치 한바탕의 싸움이 끝난 뒤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는 사이처럼. 단지 그런 이해가 조금이라도 일찍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애초에 아버지의 파격적인 이혼 선언을 최소한 막을 수는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그동안 사건이 터질 때까지 방관하고 있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지 않았나. 제때 준비하지 않으면, 눈은 금세 꽝꽝 얼어붙고 만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곁에 있는 가족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자. 별거 아닐지라도 그 사소한 행동 하나가 결국 많은 것을 바꿀지도 모른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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