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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
〈두 사람을 위한 식탁〉과 〈해피해피쿠킹타임〉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진하 님의 글입니다.
나로 태어났음에도 나로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만큼만 먹기, 입고 싶은 옷을 입기, 자고 싶은 시간에 잠들기. 마음이 하고 싶어 하는 것과 몸이 허락하는 것과 타인이 바라는 것들이 마구 부딪혀 가장 기본적인 것들마저 어려워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건가? 살아본 적 없는 시간만을 앞두고, 그저 고민만 하며 하루를 다 새운대도 배는 고프다. 밥알을 입에 넣고 저작운동을 하고 변기 옆 찬장에 휴지를 채워 넣으며 어쨌거나 살아 있다는 감각이 든다. 살아있어서 무지 귀찮다고 느낀다.
태어나서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첫 번째 일은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다. 울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세상으로 밀려나 뱉었던 가장 첫울음 소리는 어떤 바람을 담고 있었을까? 그때도 배가 고파서였던가 잠에 들고 싶어서였던가. 앞으로 낼 수많은 울음소리의 의미를 아무도 헤아려 주지 못한대도 아이는 운다.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속 채영도, 엄마 상옥도, 할머니도 그렇게 때때로 울고 밥을 먹으며 살아왔다.
잘 살아? 그냥 존재하고 있습니다. 〈해피해피쿠킹타임〉의 주인공이자 감독 유재인은 하루하루 밥상을 차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며, 그냥 존재하고 있다고 답한다. 담담하고 용기 있게 그 귀찮은 일을 해낸다.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모두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자주 연락하진 못하는 엄마가, 매번 고구마 양 끝을 다듬어 주었던 할머니가 그 귀찮은 일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어쩐지 대단해진다. 내가 아는 한 가장 멋진 울음소리를 내는 한 여성 시인은 다가올 존재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이상하지, 살아있다는 것은,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
* 작품 보러 가기: 〈해피해피쿠킹타임〉유재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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