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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불가능한 돌봄의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by indiespace_한솔 2023. 1. 30.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리뷰: 불가능한 돌봄의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소정 님의 글입니다.

 

 

마포구 성미산에 위치한 '도토리 마을 방과후1996년부터 활동한 성미산 마을공동체에 존재하는 공동육아협동조합이다. 2017년부터 시작되었으며 아이들이 하교 후 시간을 보내는 또 다른 교육공간으로서 작동한다. 특정 과목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목적성이 뚜렷한 학원과는 달리 아이들은 이곳에서 한 마디로는 표현될 수 없는 생활을 배운다. 하교시간이 되면 마을 방과후 선생님들이 교문 앞에서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며 아이들을 맞는다. 이곳의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기 위해 평어를 사용하고 분홍이, 논두렁, 보름달’ 같은 친근한 별명을 사용한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고심 끝에 짠 일정에 따라 다같이 자전거를 타러 나가기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양하고 재밌는 놀이를 하고 음식을 함께 차려먹고 누가 설거지를 할 것인지 치열하게 논의하기도 하면서 더불어 사는 삶을 체험해 나간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맞벌이 부부들의 근심을 덜어주고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게 돕는 돌봄의 주체인 선생님들에 있다.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자라나는 모습도 물론 카메라에 담기지만 그보다 중심이 되는 건 간과되었던 마을 방과후 교사들의 숨겨진 노력이다. 선생님들이 아침에 출근해서 교실 문을 열고 쌀을 씻고 안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나 밤늦게까지 진행되는 교사들 간의 회의, 아마들(부모님)과의 회의를 편집하지 않고 보여주는 건 그간 알 수 없었던 교사들의 일들을 가늠하게 한다. 교사들의 실질적인 고민이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영화의 내레이션이다. 공동체 외부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명확히 소개할 수 없고 인정받지 못하는 마을 방과후 교사들은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곳을 떠나게 되는 아이들을 보며 졸업을 생각한다. 분명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의미 있고 보람되지만 아무리 오래 일해도 경력으로 취급되지 않는 돌봄을 지치지 않고 언제까지고 행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으로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잠기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돌봄이라는 키워드가 화두가 되기 시작했다. 가정 내에서 자연스럽게 여겨지던 일들에 대해 노동이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적극적으로 이름을 붙이면서 호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돌봄을 노동의 자리로 데려오려는 시도를 하면서 간과되었던 돌봄의 가치가 주목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동체의 기능이 상실되었기에 이렇게 조명하지 않으면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회의 일면을 목도하게 된 것도 같다. 아이들을 돌보아야 하는 책임소재를 묻고 갈등하는 여러 이해관계 속에서 교사들은 고민한다. 결국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마을 방과후에서 오래 일했던 선생님들도, 비교적 적은 시간을 일한 선생님들도 아이들처럼 마을 방과후를 차차 졸업하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영화가 그렇다고 도토리 마을 방과후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도토리를 떠나면서 한 선생님은 선생님들이 있어야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며 애정 어린 말을 남긴다. 자신이 아니어도 남은 선생님들이 소중한 이곳을 지켜주길, 그래서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며 눈물을 흘린 이곳에 다시 돌아올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가 개봉하고 관객들을 만나는 자리가 많이 마련되었고 지금은 마을 방과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애정을 담아 도토리의 실태를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졸업을 해도 이들은 영원한 도토리 마을 방과후에 속한 사람들인 것이다. 이렇듯 영화를 촬영하고 홍보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끈끈하고 든든한 공동체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뭐든지 빠르게 돌아가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들이 행하고자 하는 돌봄과 실천은 점점 떠나는 교사들과 사라지는 마을 공동체를 보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낙관하고 끊임없이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를 한다. 삶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을 마주친 아이들을 길러낸 선생님들의 진가는 느리지만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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