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송환〉 리뷰: 언어로 염원을 오독오독 긷는 행위의 숭고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해수 님의 글입니다.
“내가 만든 집에서 모두 함께 노래를 합시다, 소외됐던 사람들 모두 함께 노래를 합시다,
우리만의 따뜻한 불 영원한 꿈 영혼과 삶”
-실리카겔의 노래 ‘NO PAIN’ 중
이 곡은 척추의 순번을 굳이 매기지 않아도, 사랑이 가운데 뼈로 크게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에서 처음 읽었다 해도 쓰인 가사를 톺으면 가늠이 될 것이다. 짓고, 열고, 부르고, 온기로 인식하며, 소원의 항구성을 기대하는 것. 이는 〈2차 송환〉의 곧음과 완벽히 감합된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이 노래를 재생한 당시, 소란한 탄성을 흘렸다. 가사의 처음으로 기어 올라가 말하자면, 〈2차 송환〉엔 노래가 든 ‘만남의 집’이 있다. 비전향 장기수들이 사랑과 염원과 분노에 관해 어느 시時에도 논의할 수 있도록, 현관이 열린 집이었다.
비전향 장기수란 호명은 단어의 앞부터 국가의 탄압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비전향’은 나를 구성하는 신념과 내가 뜯어질 수 없음을 말한다. 장기수에게 신념은 나의 몸이 기립하게 돕는 튼튼한 근육이다. 신체에서 그것이 똑, 누락된다면 말과 거동이 불가하듯 그들이 나의 나라로 가겠다는 열망과 소신을 함부로 분리해선 안 된다. 이 영화에선 정권이 여럿 바뀌는 시의성과 동일한 속력으로 간다. 북한과 악수를 할 시기와 약지도 걸지 않던 시기에 따라 송환의 가능성이 크게 동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두 국가의 약속이 톡, 풀리면 강하게 뛰던 그들의 근육도 잠시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에서 희망은 거듭 끝의 얼굴로 온다. 그럼에도 장기수들은 마지막을 운운하지 않는다. 나는 그 일련이 〈2차 송환〉에서만 감지될 수 있는 ‘숭고’임을 온 마음으로 감지했다.
국가는 국민에 의해 작동되므로, 나라의 박동이 뛰는 중심엔 ‘우리’의 안위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오직 이득의 위상을 위해 펑펑 이던 혈血. 심장에 우리가 든 걸 알긴 하나, 싶은 의문. 오히려 이익에 있어 피가 잘 돌도록 사위四圍의 언어와 몸을 몽땅 앗아가는 공포를 나는 목격했다. 그러니까 시민의 이름을 낱낱이 포옹하는 게 아니라, 내키지 않으면 호명의 명부에서 빼는 곳. 이 세계의 태연한 구성이 잔인하여 차마 어느 말도 못 잇는 날이 있다. 많다. 그러나 비전향 장기수들은 말을 깨물고, 합하고, 내보인다. 다시 도입의 가사를 읽자. “노래를 합시다.”가 두 회 반복된다. 만남의 집 안팎에서 돌림 노래가 나오면 나는 크게 안심이 되었다. 장기수가 짓는 곡엔 통일이 있고, 각각의 이름이 깃들어 있다. 소망을 일일이 부르고 면밀히 알아갈수록, 그 구체성이 녹아 사실이 된다고 나는 견고히 믿는다.
“받침 틀리지만 어디까지나 하려고 하지.”
위 문장은 영화의 중심 화자인 김영식님께서 하신 말이다. 그는 친구에게 글의 교정 의견을 구했고, 일기를 썼고, 전철에서 띠를 두르고 막막한 마음을 ‘언어’로 이었다. 더불어 이 영화엔 뉴스가 꽤 들어와 있는데, 이라크 전쟁을 보며 50년도가 떠올랐다는 말과 국가가 인과를 은폐한 사건을 읊는 장면에서 마음을 사위로도 뻗고 계심을 알 수 있었다. 그 다정에서 타자가 아닌 ‘우리’의 통증으로 인식하고, 대안을 같이 도모해야 할 필요를 크게 배웠다. 나레이션이 “희망은 실현될 것이다”에서 ‘가망’의 점을 세게 된 간격이 무척 슬펐지만, 김영식 님께서 ‘만남의 집’을 나서는 것이 실린 점에서 희망은 기립해있다고 감히 확언하려 한다. 영화에선 모여 다과를 서로 권하는 장면도 참 많았다. 둥근 가루가 톨톨 떨어지는 과자, 사과 한 알, 팔순을 기념하는 상, 짠이 여럿 울린 건배까지. 그것을 먹을 때 나는 오독이는 소리가 왠지 내겐 오독誤讀, 즉, 그릇되게 우리를 함부로 읽은 이들에게 명랑한 노래와 강한 언어의 힘으로 맞서리란 결심의 파열음으로 들렸다. 그것이 좋았다. 장기수분들의 곧은 마음을 깊이 응원하며, 그 노래에 가만가만 환호를 두드리며 원고를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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