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다른 기억과 상처를 함께 껴안다!
감독이 직접 이야기 하고 촬영한 ‘사적 다큐멘터리’와의 조우
<할매꽃>은 작은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50년 넘게 대물림 된 외할머니 그리고 어머니, 삼촌, 이모들의 가족사를 내밀하게 들여다 본 감독의 ‘사적 다큐멘터리’이다. 감독은 ‘역사책에서만 접했던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 가족 안에 있었다’ 는 뜻밖의 진실과 마주하자 곧바로 시대의 주인공인 할머니를 중심으로 엄마, 이모, 삼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가족의 아픈 기억을 하나 둘 끄집어낸다. 부잣집 셋째 딸로 태어나 한학을 익히고 글쓰기를 좋아하던 할머니는 좌익 사상을 받아들이고 공산주의자가 된 할아버지와 함께 좌익 활동을 펼쳤지만 외할아버지가 경찰에 집히자 이후 좌익과 관계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가족을 보살피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미 정반대의 사상자로 몰린 할머니 가족은 온갖 핍박에 시달리며 최근까지도 보이지 않는 연좌제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도 가족 내에서는 당당하게 가족사를 밝히자는 쪽과 아직은 때가 아니니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 쪽의 목소리가 팽팽히 공존한 채 살아가고 있다. 반상의 계급과 이념간의 갈등으로 시작된 작은 마을의 두 가지 핏빛 역사는 한 좌익가족의 고난의 가족사를 넘어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농밀하게 확장된다. 이것은 사적 다큐멘터리인 <할매꽃>이 이뤄낸 가장 큰 성취이자 미덕으로 관객에게 진솔하고 뜨거운 공감을 선사한다.
55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땅은 전쟁 중! 신 공안정국?!
‘핏빛 시대와의 인터뷰’ <할매꽃>이 지금 당도해야 하는 이유
<할매꽃>은 역사책에서만 접했던 현대사의 비극을 목도한 생존자와 감독 가족의 사적 인터뷰로 채워진다. 작은 시골 마을이 상대, 중대, 풍동으로 나뉘어 양반과 상민, 또 좌익과 우익으로 갈리는 기묘한 시대의 아이러니가 인터뷰를 통해 지금 시대에 당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영화는 핏빛 시대에게 지금 시대가 건네는 마이크를 통해, 보이지 않게 존재했던 혹은 여전히 존재하는 연좌제라는 국가의 폭력을 소환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작금의 현실은 참담하다. 용산참사를 무마하기 위한 청와대 이메일 사건으로 알 수 있듯 국가의 눈 가림 앞에서 언론은 제 소리를 내지 못하고, 표현의 자유를 헌법에 기재한 자유민주주의 이름이 무색하게도 ‘미네르바’라는 인터넷 논객을 범죄자로 낙인 찍어 버렸다. 문정현 감독의 이야기처럼 시대의 증언들을 통해 되살아난 지난 시간의 아픈 역사를 이제는 말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여전히 감시와 통제란 국가 권력으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할매꽃>이 지금 우리에게 당도해야 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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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더이상 기구할 수 없는 가족사. <할매꽃>은 그 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딘 여인의 모습을 바라본다. 자신을 원망하며 술로 작파하던 남편에게, 정신질환으로 풍비박산난 작은 외할아버지의 가족에게, 공산주의자의 가족이라는 연좌제의 사슬에 괴로워하던 자손들에게 지극정성을 다했던 외할머니. <할매꽃>은 부잣집 셋째 딸로 태어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던 그녀를 위한 진혼곡이다. 사회과학의 통념이나 선악을 단정짓는 길로 끌리지 않고 그 자리에 외할머니의 초상을 그려놓은 것, 그것이 <할매꽃>의 좋은 점이다. ‘올해의 다큐’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남동철, 씨네21 2007.12)
<할매꽃>은 교과서와 공중파방송 밖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한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오늘 우리 사회를, 그리고 인간을 가슴으로 뜨겁게 만날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얼마나 무섭게 권력의 무기가 되어 인간의 삶을 사살하는지를 보여준다. (김미례 다큐멘터리 감독)
평범해 보이는 한 가족의 과거사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평범했던 이 가족이 이데올로기의 태풍 속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차분하게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한 청년 감독의 성장기로 읽을 수도 또는 극심한 좌우 이데올로기를 헤쳐왔던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의 한 맺힌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험한 역사의 풍랑을 넘어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헌신했던 감독의 외할머니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다소 튀는 장면도 없진 않지만 기계적 중립이 아닌 이데올로기를 배제한 인간으로서의 중립을 끝까지 지킨 감독의 시선도 믿음직스럽다. (jeremy,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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