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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에듀케이션〉: 비틀린 관계 맺음이 남기는 교훈

by indiespace_한솔 2020. 12. 8.



 〈에듀케이션〉  리뷰:  비틀린 관계 맺음이 남기는 교훈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성혜님의 글입니다.


에듀케이션의 주인공 성희는 사회복지학과 졸업을 앞두고 장애인들의 교육 보조를 하거나 거동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의 실내 활동 보조를 하며 스페인 워킹홀리데이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그에게 장애인 활동 보조 아르바이트는 그저 졸업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숨 좀 쉬고 살고 싶어서스페인 행을 준비하는 그의 일상은 정말이지 보는 것만으로도 목구멍이 막힐 듯 답답하고 습해 보였다.

 

허리디스크로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상황에서 성희가 활동 보조 아르바이트에 임하는 태도는 점점 더 무심해진다. 새로 맡게 된 중증 장애인 현목 엄마의 활동 보조에서 성희는 대부분의 활동 보조 시간을 벽에 등을 맞대고 스페인어 공부를 하는 시간으로 채운다. 현목의 눈에는 이런 성희의 노동이 못마땅해 보인다. 날이 갈수록 집을 더 어질러 놓고는 치우라고 말하는 현목에게 성희는 자신은 가사도우미가 아닌 활동 보조인이라고 딱 잘라 선을 긋는다. 그런 성희에게 현목은 면전에다 대고 치기 어린 욕지기를 내뱉는다.

 




여기서부터 성희가 보이던 무신경한 태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상상해 보건대, 이전까지 성희가 보인 태도라면 현목의 그런 행동을 무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집에 가려던 성희는 다시 돌아가서 현목을 다그친다. 내가 만만해서 무시하냐며, 어른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며. 성희는 현목의 행동을 미성숙한 아이의 것으로 말하면서 반말로 그를 훈육한다. 성희가 말하듯 두 사람 사이에는 나이에 의한 위계가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젠더에 의한 위계 그리고 활동 보조인(고용인)과 보조를 받는 이의 가족(고용주)이라는 사회적인 위계도 존재한다. 접점이 없어 보이던 이들이 한번 충돌하는 그 순간, 이 위계들이 두 사람의 관계에 복잡하게 작용하기 시작한다.

 

이후로도 성희는 똑같이 무심한 태도를 보이지만 현목은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를 흐리게 만들려고 한다. 현목이 바닥을 걸레질하며 성희가 기대있는 안방을 향해 다가오는 장면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즈음부터 현목이 성희에게 보이는 태도를 청소년기 남성이 성인 여성에게 보이는 호기심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성희를 돌봄의 영역으로 끌어당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현목은 중증 장애인인 엄마에게는 아마도 받지 못했을 관심 혹은 돌봄을 성희에게 요구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성희가 활동 보조라는 이름으로 맺는 관계들, 이를테면 현목 엄마와 교육 보조를 맡은 은진, 이 두 사람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양상과 달리 현목과 성희는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 맺음이 이루어진다. 이는 두 사람 간의 나이 그리고 어쩌면 젠더라는 위계에 의한 것일 테다. 물론 성희는 현목이 끌어당기는 대로 끌려가지 않는다. 저도 모르게 현목을 연민하며 도움을 줄 때도 있지만 대체로 미성년자인 현목을 대상으로 성인이 응당 할법한 상식적인 수준의 돌봄일 뿐이다. 성희는 현목과 계속해서 일정 거리를 두려 한다.

 

성희와 현목은 뒤엉킨 위계들 틈에서 평온한 듯 위태로운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현목 엄마의 생사가 위험해지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이 사건들을 거치는 동안 성희는 당황스러움과 피곤함이 점점 뒤섞이는 감정을 느끼며 매번 도망친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다시 찾은 현목의 집에서 성희는 비틀리고 비틀려버린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음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은 위태롭다. 함께 있는 순간에도, 혼자로서도. 술에 취한 현목이 휠체어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갈 때, 성희는 잠깐씩만 방향을 잡아주기만 하던 장면이 인상에 남는다. 성희가 마음먹기로, 현목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은 그 정도의 것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영화는 일련의 사건들로 성희에게 어떤 감정들이 중첩되게 한다. 그 감정은 죄책감에 가까운 책임감이다.

 

먼 타국의 언어를 배우며 떠나기만 기다리는 성희는 이곳에서의 어떤 책임도 남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의 성희는 자신의 태도와 더불어 현목과의 관계에 깃든 모든 비틀림에 온몸으로 충돌한다. 선을 넘어오려는 현목을 끊임없이 막아내던 성희가 결국에는 자신이 지키려 했던 최소한의 선을 넘고 만다. 여러 위계가 뒤섞여 보이지 않았던 본질적인 어떤 것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영화의 제목 에듀케이션이라는 단어에 대해 마지막으로 생각해본다. 성희가 현목과의 시간 동안 배운 것은 무엇일까. 현목은 성희에게 어떤 것을 배우고 싶었을까. 그리고 계속해서 도망친 성희가 다시 현목의 집으로 돌아간 엔딩에서 성희는 과연 현목에게 어떤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까. 그들이 충돌해버린 마지막이 과연 그들에게 어떤 것을 남겼을지 궁금해진다. 이제 진짜로 무언가를 배웠을지, 아니면 결국 미완의 교육으로 남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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