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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프랑켄슈타인 아버지〉: 닮은 꼴 찾기

by indiespace_가람 2025. 4. 11.

〈프랑켄슈타인 아버지〉리뷰: 닮은 꼴 찾기

*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누구 닮아서

 “OO이는 누구 닮아서~”라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에 대해 생각해 보자. “닮았다”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로 나뉜다. 먼저 외모, 키 등의 유전이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처럼 아이의 신체적 특질은 부모의 그것을 닮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한쪽에는 얌전함, 착함 등의 행동 특성이 자리한다. 역시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는 일반적 통념이 있다. 그런데 두 의미를 온전히 분리할 수 있을까?

 〈프랑켄슈타인 아버지〉는 “닮았다”의 중의성에서 출발한다. 내과 의사로 근무하는 ‘치성’은 늘 완벽주의를 따르는 인물이다. 어느 날, 치성이 대학생 시절 팔았던 정자로 태어났다는 ‘영재’가 그를 찾아온다. 영재는 치성에게 자신의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영재의 아버지 ‘동석’이 등장하면서 세 ‘부자(父子)’의 관계는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영재는 자신의 신체적 결함이 치성에게서 유전되었다고 생각하고, 치성은 영재의 일탈 행동이 동석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영화는 영재가 누굴 ‘닮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영화 〈프랑켄슈타인 아버지〉 스틸컷


바꿀 수 없는 것들

 치성은 편도염에 걸린 환자에게 처음부터 타고난 건 더 좋아지게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타고난’ 것들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온 사람이다. 치성에게 권투란 어린 시절의 꿈이자 개인의 영역을 유지하는 스포츠다. 그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는 이들에겐 언제든 묵직한 한방을 날릴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재가 치성의 구역에 발걸음을 내디딘다. 문이 살짝 열린 틈을 타 집 안으로 잽싸게 들어오는 영재의 모습은 말 그대로 ‘침입자’에 가깝다.

 하지만 치성은 쉽사리 영재를 밀어내지 못한다. 생물학적 아들인 영재에게 묘한 책임감을 느낄뿐더러, 한 치의 흠결도 없는 자신이 ‘하자’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재의 침입 이후 치성의 프레임은 계속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동석 역시 영재가 치성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로 불안에 빠진다. 내색은 않지만 두 사람 모두 영재가 자신을 ‘닮은’ 것은 아닐까 걱정한다. 두 아버지는 영재에게 신발을 선물한다. 사이즈와 모양이 정해져 있는 신발은 받는 사람의 발을 잘 알고 있어야 선물할 수 있다. 발에 맞지 않는 신발, 그리고 억지로 발을 욱여넣어 보려는 아버지는 영재에게 억압 그 이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때론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영화 〈프랑켄슈타인 아버지〉 스틸컷


떠나갈 결심

 치성과 영재의 아버지는 모두 멀리 떠나곤 했다. 그러나 치성의 아버지는 사실 뱃사람이 아니었고, 치성은 언젠가 자신이 배를 타고 떠나겠다는 꿈을 품는다. 여가 시간마다 TV로 바다를 바라보고, 바다 사이에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 그리고 꿈을 담은 치성은 늘 떠날 준비를 하면서도 결정을 계속해서 유예한다. 바다 위는 파도에 흔들리는 공간이다. 치성은 아직 흔들릴 준비가 되지 않았다.

 영화 후반부, 치성과 영재, 그리고 동석의 몸싸움은 엘리베이터에서 벌어진다. 더 내려갈 곳 없는 이들의 관계는 1층에서 폭발한다. 다툼 이후 영재는 홀로 떠나가고, 치성과 동석은 그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본다. 화면이 전환되고, 치성은 자신의 집에서 어딘가를 멍하니 쳐다본다. 이윽고 마찬가지로 집에 있는 동석의 모습이 스크린에 나타난다. 트럭의 사이드미러로 얼굴을 비춰보던 동석처럼, 다른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하는 이들의 모습은 거울을 연상시킨다. 그토록 혐오하던 서로의 모습은 닮아있다. 치성은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 뒤에야 바다로 나간다. ‘닮음’을 인정해야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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