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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존속하는 것들
〈아침바다 갈매기는〉그리고 〈돌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지 님의 글입니다.
바다는 항상 거기에 있는 거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는 않다. 모든 것이 밀려오고 나가고 생물들도 들어오고 떠난다. 살아있는 것은 필연적으로 변화하기에 그것이 야속하다 할지라도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바다는 늘 같은 모습을 존재한다는 것이, 모든 것을 품어준다는 것이 가끔 위로를 준다.
〈아침바다 갈매기는〉의 영국은 소용돌이치는 어촌 마을의 인물들 사이에서 조력자 역할을 한다. 용수의 위장 사망을 돕고 틈만 나면 영란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며 그가 배척받는 일에 마음을 써준다. 마을에서 겉도는 형락을 데려다 일을 시키기도 한다. 어찌 보면 조연의 역할에 충실한 그가 어째서 이 영화의 주인공일까. 그것은 그의 과거와도 연관이 있다. 그가 처음 이 지역에 내려왔을 때 그의 큰딸은 서울로 가려는 욕망이 있었다. 영국은 그 욕망을 철저히 짓눌렀고 결과는 참담하게도 딸의 죽음이었다. 영국은 마을을 떠나려는 이들을 막기는커녕 적극 장려하고 수호했다. 스스로는 그러지 않으면서 많은 이들을 떠나보낸 그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이때 형락의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지 않냐’는 말이 영국을 설명한다. 죽음이 아니면 어떤 변화든 그에게는 포용할 수 있는 것이 되었을 것이다. 배제의 폭력이 작동하는 곳 내에서 이러한 영국의 옹호는 공동체의 존속에 희망을 품게 만든다.
〈돌핀〉의 나영은 되려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영국과 같이 죽음을 계기로 했을지라도 나영은 반대로 반응한다. 그는 고정된 자리에서 고정된 역할을 수행하며 불안을 해소한다. 그의 생활은 낡은 시계와 오래된 집, 익숙한 얼굴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변화는 불가피하며 그건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다. 볼링을 접하면서 나영은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즐거움을 마주했고 자신이 몸 담은 곳의 이면을 알게 된다. 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자신의 욕망을 위치시키기만 했는데, 볼링을 통해 혼자의 힘으로 길을 마주하는 기쁨을 깨닫는다. 때로 잘못된 곳으로 가더라도 튀어 오를 방법은 있고, 그럴 때조차 핀은 다시 내려오니 변치 않는 것도 있다. 변화가 가져오는 생동감에 나영은 조금씩 테두리 바깥으로 발을 내디딘다.
누구나 관성이 주는 안정감을 욕망한다. 매번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것은 두렵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것은 잘 변하지 않기도 한다. 매일의 아침을 마주할 수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편이 되어 돕고 사랑하며 살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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