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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지 않음으로써
〈해야 할 일〉과 〈유통기한〉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
쉽게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지금 당장은 나와 상관없어 보일지 몰라도 언젠가는 내 앞에 바로 닥쳐올 수 있는 이야기들. 삶과 가까운 이야기들이 그렇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또한 크고 작은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노동자이기에, 〈해야 할 일〉과 〈유통기한〉, 두 영화 속 노동자들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해야 할 일〉은 구조조정의 담당자가 된 인사팀 준희(장성범)가 처음 맞닥뜨린 정리해고의 과정을 따라간다. 기준을 무시한 채 입맛대로 해고 대상자를 추리는 회사의 부조리함과 왜 해고되어야 하냐며 울부짖는 노동자들의 외침에 제대로 답해줄 수 없는 냉정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해야 할 일〉 속 인물들은 모두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다. 인사팀은 지시받은 대로 해고 통보를 해야 하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한다. 회사라는 한 지붕 아래, 같은 노동자로서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왜 모두가 상처받게 되는 것일까.
〈해야 할 일〉 속 노측과 사측,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인사팀 노동자 준희의 모습은 같은 노동자로서 〈유통기한〉 속 비정규직 노동자 지숙(이주영)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저절로 이들에게 스스로를 대입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하며 우리 사회의 노동 환경과 사회 구조적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된다.
지숙은 동네 마트 직원이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폐기하지 않고 좋은 마음으로 어린 남매에게 준 일로 민원이 들어와 오히려 동료 영희(김금순)가 해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자신 때문에 나온 민원으로 동료가 해고 되는 게 부당하다며 부점장을 찾아가지만, 원래부터 영희는 해고 1순위였다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반응만 돌아올 뿐이다. 다음에는 자기 차례냐며 묻는 지숙의 표정에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버려지는 제품들처럼 언제, 어떻게 버려질지 모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준희와 지숙은 모두 겨울 한 가운데 서 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깊어지는 추위만큼, 이들의 모습이 현실과는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될 때 덮쳐오는 쓸쓸함이 더욱 짙게 다가온다. 우리가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절대 바뀌지 않을 것만 같던 거대한 사회 구조가, 현실이 더 나은 방향으로 서서히 바뀌어 가는 작은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런 영화가, 이런 이야기가 분명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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