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들의 카니발〉리뷰: 반항의 지혜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지 님의 글입니다.
〈마녀들의 카니발〉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마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마녀 (witch 또는 wizard)는 그 어원을 보면 ‘지혜로운 자’를 의미한다. 모계 사회를 이끄는 리더이자 정신적 지지자였던 이들은 가부장제로의 변화, 십자군 전쟁 이후의 마녀사냥을 거치며 그 위상이 낮아진다. 현재 마녀는 친근한 모습으로 개량되어 제시되거나 불길하고 파국적이며 남자들을 유혹하여 파멸에 빠뜨리는 모습으로 소비된다. 그러나 이 모습에서 우리는 마녀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기존의 관습을 깨뜨리는 대척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마녀들의 당당함이 영화를 통해 폭넓게 드러난다.
영화는 특정한 여성 당사자를 깊게 탐구하기보다 부산을 중심으로 발달한 다양한 여성 운동의 역사를 다룬다. 하나의 목소리를 자세히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다채로운 목소리들이 울려 퍼지는 동안 가려져 있던 시야가 하나둘 걷힌다. 90년대 노동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시작됐을 때 여성 노동자들 역시 조직을 통해 노동뿐만 아니라 성, 교육, 예술 등에 대한 교육을 시행했다. 이들이 함께 투쟁하여 쟁취한 생리휴가를 필두로 하여 그 저항의 경험이 지금의 부산에도 전해 내려와 여성 장애인, 완월동 성 착취 당사자들, 대학 내 성폭력과 스쿨미투까지 이어진다. 이들이 어떤 것에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강해서 여기까지 왔을까? 그들은 그저 믿었을 뿐이다.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과 모이는 것엔 힘이 있다는 것을.
역사는 남성 중심으로 흘러왔다. 그러나 묻힌 사람들이 언제까지고 가만히 있지는 않다. 그들은 주체로서 이야기하고 단발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이어갈 것이다. 여전히 밖으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며 유쾌하게 발맞춰 행진할 것이다. 더 많은 반항가들이 대열에 합류하여 새로운 지혜가 알려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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