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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진주의 진주〉: 공간을 둘러싸고 동하는 마음들

by indiespace_가람 2024. 8. 6.

〈진주의 진주〉리뷰: 공간을 둘러싸고 동하는 마음들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공간은 구조 속에서 흐르는 시간만큼 마음을 가져간다. 내 몸이 공간에 놓여있는 시간이 쌓일수록 그만큼 공간에 주어지는 마음들도 쌓인다. 영화의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한 편의 영화가 펼쳐지는 영화 속 공간에 몸을 누이고 마음을 맡겨보는 일은 그 순간 어떤 공간에 마음이 동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믿는다. 어떤 공간에 몰래 소중한 마음을 품어보는 것, 그런 마음에 대해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누는 것, 그리고 그 공간을 소중히 하는 것. 공간을 둘러싸고 모인 마음들이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확신한다. 영화라는 공간에서 다시 한번 이와 같은 마음을 품는 일은 그래서 더 확신이 묻어나온다. 영화 〈진주의 진주〉에는 그런 확신이 있다. 공간을 둘러싸고 동하는 마음들을 하나둘 펼쳐놓고 영화는 공간을 붙잡고 울고 웃다, 소리치고 싸운다. 꽉 쥔 손으로 공간을 붙잡는 일은 점점 어려워져도, 그 손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영화에 있음에 다시, 서로의 손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다고 확신할 수 있어진다.

 

영화 〈진주의 진주〉 스틸컷


 영화 〈진주의 진주〉 속 인물들의 마음이 놓인 공간은 삼각지 다방이다. 50년 동안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모이던 공간으로, 영화는 이를 그들의 만남뿐 아니라 전시, 공연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공간으로 묘사한다. 지역사회의 예술인들이 이 공간을 통해 서로 만나고, 모여들고 또 새로운 세대와 함께 지역의 미래를 꾸려나가는 곳. 하지만, 결국 개인의 사업장인 곳, 삼각지 다방을 둘러싼 마음들은 그렇게 방향을 달리한 채 모여든다. 그곳으로 몇 개의 계단을 올라 다방에 도착한 진주(이지현)는 자신이 만들 영화에서 중요한 공간으로 쓰일 세월의 아름다움을 가진 카페를 드디어 찾았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앞서 영화의 첫 장면으로 진주가 추억을 가진 카페가 갑자기 사라진 장면을 함께 지켜봤기에 영화를 보는 이 역시 진주의 마음에 함께하며 반가운 마음이 든다. 그 생각도 잠시, 다시 한번 진주의 마음을 살피게 된다. 로케이션으로 딱 맞는 공간을 찾자마자 듣게 된 다방의 철거 소식 때문이다. 

 진주역에 도착한 이후 지환(문선용)을 따라 진주의 곳곳을 이동하며 로케이션을 둘러보던 진주를 영화는 가만히 따라간다. 그 여행 같은 여정을 따라 삼각지 다방을 찾기 전까지는 진주의 마음과 시선에 자연스럽게 기대는 시간이었다. 그 시선은 삼각지 다방에 도착해 마주한 준용(임호준), 시아(이정은), 도경(김진모)에게 향하며 차례차례 그들을 살피며 이동한다. 준용은 지역에서 연극을 하고, 시아는 그림을, 도경은 음악을 하는 인물이다. 이들은 진주를 기반으로 지역의 영향을 받고, 지역에서 활동을 하며 살아간다. 지역에서 연극, 미술, 음악을 하며 살아가는 인물을 장르 자체로 놓아둔 영화는 삼각지 다방의 공간이 그들에게, 진주시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이었을지 진주와 함께 그려보게 만든다. 지역 라디오에 나가고, 공무원을 찾아가고, 다방 사장을 찾아가고, 시위를 펼치는 그들을 바라보다 어느덧 삼각지 다방의 보존을 함께 소리치는 진주는 더이상 완전한 외부인도, 그들 자체도 아닌 어떤 새로운 공간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게 영화는 다시 진주를 바라보게 하고, 진주가 서 있는 그 자리를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진주가 위치한 그 자리에 우리 중 누구라도 함께할 수 있음을 확신시켜준다. 

 

영화 〈진주의 진주〉 스틸컷


 어느 순간, 영화가 붙잡는 건 삼각지 다방이라는 지역의 한 공간만이 아닌 듯하다. 지역 속 예술인들이 모이던 공간 그 자체에서 함께 모여 만들었던 시간과도 같았다가, 끝내 지역의 예술 그 자체로 보이기도 한다. 지역에는 사람들이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모이는 연극인, 음악인, 영화인들이 있다. 미디어센터가 있고, 극단이 있고, 영화와 공연, 음악이 있다. 어느 계절, 축제의 이름 속에서 영화를 모여 보던 공간이 사라지고, 어느 날 문득 들려 영화를 보고 나오던 공간이 사라진다. 공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그렇게 우리 앞에서 일어난다. 어떤 곳에서는 대뜸 문화적 가치를 지닌 극장 자리에 주차장을 만들겠다며 철거를 강행하기도 한다. 진주의 진주 속 삼각지 다방은 우리가 보고, 듣고, 가본 공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영화 속 모든 건 비유로 다가온다. 그 떠올림을 멈추지 않고 싶어진다. 그 떠올림을 함께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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