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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기획] 몸으로 청춘을 증명하는 삶, 인생의 또 다른 선택지에 대하여 〈아워 바디〉 안지혜 배우 인터뷰

by indiespace_한솔 2019. 10. 1.



 

 몸으로 청춘을 증명하는 삶, 인생의 또 다른 선택지에 대하여

 〈아워 바디〉 안지혜 배우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글입니다.

**영화의 후반부 줄거리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인터뷰 사진 제공 : 영화사 진진)



 


좋은 대학에 입학해서 안정적인직장에 다니는 것, 그리고 괜찮은배우자를 만나 평범한노후를 꿈꾸는 것. 9 26일 개봉한 〈아워 바디〉는 획일화된 우리의 삶에 이라는 또 다른 선택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된 안지혜 배우는 몸으로 자신의 청춘을 증명하는 〈아워 바디〉의 현주와 많은 부분이 맞닿아 있었다. 〈아워 바디〉를 통해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열정으로 피어있는 청춘, 안지혜 배우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사진 제공=영화사 진진



이제 〈아워 바디〉의 개봉이 실감나실 것 같아요. 영화의 개봉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오늘 오전 시사회를 진행했는데, 첫 촬영 때가 많이 생각났어요. 감독님과의 첫 만남 그리고 최희서 배우님과의 첫 만남. 제가 희서 언니를 너무 좋아해서요.(웃음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상영이 생각나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워 바디〉가 어떠한 영화인지, 그리고 안지혜 배우님이 연기하신 현주라는 캐릭터는 어떤 인물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아워 바디〉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안한 청춘들이 자존감을 찾고 성장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현주라는 인물은 행정고시에서 수도 없이 떨어져서 삶에 지친 자영이 달리기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원동력이 되어준 인물입니다. 겉으로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깊은 상처를 남몰래 가지고 있어요. 그 상처를 덜어내기 위해서 매일 밤 달리기를 하는 인물입니다.

 

 

안지혜 배우님이 그 동안 쌓아오신 필모그래피를 관심 있게 살펴보았는데요, 〈아워 바디〉라는 작품이 처음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은 작품이라고 알고 있어요. 첫 주연작이다 보니 역할에 대한 마음의 무게가 아무래도 남다르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주라는 캐릭터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이셨는지 그리고 캐릭터를 어떻게 연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워 바디〉에서 캐스팅 제안이 왔을 때는 정말 믿을 수 없었어요. 제가 최희서 배우의 굉장한 팬이어서, 〈아워 바디〉 캐스팅 연락이 오기 전날에도 〈박열〉(2017)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는 언제쯤 저 배우와 작품을 같이 해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를 본 후 최희서 배우의 근황이 궁금해서 검색해봤는데 〈아워 바디〉라는 작품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다음날 〈아워 바디〉에서 저한테 캐스팅 연락이 와서 너무 신기했어요. 너무나도 같이 하고 싶은데 동시에 내가 혹시나 이 영화에, 그리고 최희서 배우에게 누가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했어요.

저는 어떤 역할이든지 배역에 상관없이 저한테 주어진다면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려 해요. 현주라는 캐릭터도 그런 마음으로 준비를 했어요. 현주를 처음 보았을 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안한 청춘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미로 같은 삶 안에서 길을 잃고 달리는 사람처럼 말이죠. 절망감, 좌절감, 그런 단어를 제 옆에 두고 연기했어요. 그 단어가 주는 깊이를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힘들기는 했지만 현주라는 캐릭터를 공감하고 표현하는데 어렵지 않았어요.

 

 

영화 아워 바디〉 스틸컷



말씀하신 것처럼 현주라는 캐릭터가 겉으로는 활기차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숨겨둔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이기도 하잖아요. 안지혜 배우님께서도 현주와 비슷한 나이대고, 배우라는 일을 하며 달려가고 있으신데요. 연기를 하면서 현주에게 공감되는 부분이 있으셨나요?

 

〈아워 바디〉를 완성해가며 저를 많이 돌아보게 되었어요. 20대 후반에 〈아워 바디〉를 만났어요. 저도 이 작품을 처음 만난 당시에는 정말 불안한 청춘이었다고 생각해요. 제 나름대로의 목표와 확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불안감이 느껴질 때마다 크게 휘청거렸던 것 같아요. 그런 두려움을 느끼는 게 너무 힘들어서 저 자신을 많이 밀어붙였어요. 아침에 운동을 하고, 점심에는 연습실에 가고, 저녁에는 댄스를 하고, 그리고 마무리 운동을 하며 다른 생각이 나지 않게 쉴 틈 없이 저를 밀어붙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이런 시기를 어떻게 잘 보내야 하는지 몰라서 그런 생활을 계속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까 그런 나의 생활도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현주라는 캐릭터가 자신의 힘듦을 덜어내기 위해 달리기를 했다면, 안지혜 배우님께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힘듦을 덜어내셨던 것 같은데요. 현주와 안지혜 배우님의 많은 부분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워 바디〉의 캐스팅도 마치 영화처럼 이루어졌다고 들었어요. 캐스팅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제 입으로 이런 말 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웃음감독님께서 현주라는 인물을 맡을 배우를 찾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셨다고 하셨어요. 여러 가지 조건이 있었죠. 근육으로 다져진 몸이었으면 좋겠고, 실제로 운동을 했으면 좋겠고, 현주와 많은 부분이 닮은 배우를 찾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처음으로 참가한 마라톤을 완주한 후 찍은 사진에서 저를 보시고 이 배우가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해요. 그렇게 연락을 받게 되었어요.

 

 

최근에도 마라톤 이벤트에 참여하셔서 10km 코스 완주를 하신 모습을 보았습니다. 안지혜 배우님께 달리기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최근엔 저녁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달리기를 해요. 달리기 운동은 제 일부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달리기를 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이 맑아져요. 저녁에 운동을 하다 보니 낮 시간 동안 내가 뭘 했는지 돌이켜보고 고민하면서 달리는 편이에요. 어떤 때는 몸이 너무 힘든데도 숙제를 다 끝내지 못한 마음이 들어서 운동을 가게 돼요. 피곤한 상태로 운동을 가면 너무 힘들지만, 달리기는 다시금 제가 에너지를 낼 수 있게 해주고 균형 있는 삶을 만들어줘요. 달리기를 하면서 에너지를 내보내기도 하지만 받기도 하거든요.

 



사진 제공=영화사 진진



원래는 기계체조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떠한 계기로 연기로 전향하게 되셨나요?

 

대학교 1학년 때까지 기계체조를 했어요. 당시 교수님 추천으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라는 공연을 1년정도 했는데, 공연이 영화화된다고 해서 단원들이 단체로 오디션을 봤어요. 그때 영화의 감독님이 저한테 연기 한번 해볼 생각 없냐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당시에는 연기라는 분야를 잘 몰랐어요. 시간이 지나며 내가 진짜 가슴 뛰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보게 되었고, 그 끝에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어요.

 

 

영화 속 현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고 싶어요. 현주는 어떻게 보면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인물이기도 해요. 감독님께서 현주라는 캐릭터의 숨겨진 부분에 대해 설명해주신 게 있었나요?

 

저도 처음에 시나리오를 통해 현주를 보고 왔다가 사라지는 이 여인은 무얼까, 참 미스테리하다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그런데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 감독님께서 현주는 현실에 있는 친구이고 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때 확 와닿더라고요. 그런 설명을 듣고 나니 감독님께서 우리 청춘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신다는 것을 더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현주가 쓴 소설인데요. 그 소설 속 내용은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 내용에 대해선 감독님께서 따로 말씀해주시지는 않았는데, 제 생각으로는 현주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있었을 것 같아요. 현주는 소설가가 되고 싶어 했지만 현실에 부딪히며 그러지 못했죠. 출판사라는 공간에서 일하며 언젠가 내가 소설가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쓴 글보다 남이 쓴 글을 더 찾게 되고 거기에서 더 재미를 느끼게 됐을 것 같아요. 거기에서 나오는 절망감, 자신의 한계를 느낀 슬픔을 글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자영에게 내 소설 읽어볼래?”라고 묻는 장면은 현주라는 인물이 마지막으로 용기를 냈던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그 장면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기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 장면에서 현주가 자영에게 판타지가 뭐냐라고 묻기도 하잖아요. 현주는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한 현주의 판타지도, 실제로 욕망하기 보단 나이 많은 사람이라면 나를 편하게 해주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던 거죠. 현주도 자영을 통해서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돌아봤을 것 같아요. 자영이 현주를 통해서 에너지를 받듯, 현주도 자영을 통해서 무언가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서 서로 위로가 되고요. 자영과의 술자리는 현주에게 위로의 의미라고 생각했고, 그런 마음으로 연기를 했어요.

 

 


영화 아워 바디〉 스틸컷



저는 영화를 보기 전 한 인터뷰를 통해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현주의 죽음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현주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기하셨는지 그리고 왜 현주는 자영이라는 인물 앞에서 죽음을 택했는지 배우님과 이야기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현주는 언제부턴가 항상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현주의 집만 보아도 사람이 사는 집같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썰렁하잖아요. 있는 것이라고는 책, 자신이 쓴 원고, 운동기구, 그리고 냉장고에 자신이 담근 술 몇 병뿐이죠. 언제라도 떠나고 싶은, 그리고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아요. 죽음에 이르는 장면을 촬영할 때 저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자영에게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고요. 사실 저도 자영 앞에서 현주의 죽음을 보여준다는 게 충격적이었어요. 하지만, 조금 이기적이긴 해도 현주는 자신의 자취를 누군가 한 명쯤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며 현주라는 인물이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나의 마지막에 대해 생각하며 달리는 현주의 심정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다음은 자영을 연기하신 최희서 배우님과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두 분이 함께 달리기 레슨을 받으면서 〈아워 바디〉를 준비하셨다고 들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배우와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이 설레기도 하고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저는 현장에서 항상 희서 언니 주변에 있었어요 언니한테 다가가려고요.(웃음희서 언니도 저도 〈아워 바디〉를 위해서 정말 관리를 많이 했어요. 매일 도시락을 싸왔고, 스태프분들이 야식을 먹어도 우리는 관리해야 한다고 하면서 딱 한 입씩만 맛보고 그랬어요. 촬영하면서 에너지가 떨어질 때 희서 언니가 양갱을 나눠 줬는데 진짜 너무 맛있는 거예요.(웃음그렇게 먹으면서 힘내서 촬영했어요. 희서 언니가 워낙 리더십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보면서 힘을 내고 많이 배우면서 촬영했습니다.

〈아워 바디〉엔 달리는 장면이 많아서 스태프들도 굉장히 많이 고생하셨어요. 저희는 화면에 나오니까 고생한 부분이 잘 비추어지기라도 하는데, 스태프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을날 땀범벅이 되어가면서 정말 많이 고생하셨어요. 촬영하면서 항상 스태프분들께 감사하다는 마음이었고,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사진 제공=영화사 진진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안지혜 배우님께서 가진 열정을 가득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는 영화나 캐릭터, 더불어 앞으로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귀여운 여인〉(1990)이라는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제가 연기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본 첫 영화에요. 〈귀여운 여인〉 속 줄리아 로버츠라는 배우는 너무나 사랑스럽거든요. 이런 연기를 하고 싶다는 로망을 가지게 된 로맨틱 코미디 영화예요. 또 하고 싶은 역할이라면, 사실 저는 액션이 준비되어 있어요! 검술, 아크로바틱, 사격, 낙법, 와이어 연기가 항상 준비되어 있거든요.(웃음액션스쿨에서 가서 감독님들께 많이 배우고, 익히고 있어요. 나중에 액션 영화를 꼭 해보고 싶고 액션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와 액션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시크릿 가든'(2010)이라는 드라마의 길라임이라는 캐릭터가 떠올라요. 말씀하신 두 부분의 집합체가 아닐까 싶은데요.

 

맞아요. '시크릿 가든'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예요. 드라마 전편을 VOD로 다운로드 받아 두고 시간이 될 때마다 봐요. 또 〈어벤저스〉 시리즈에 나온 스칼렛 요한슨, 그리고 〈툼 레이더〉(2001)의 안젤리나 졸리 같은 멋진 액션을 해보고 싶어요.

 

 

안지혜 배우님과 같이 준비된 배우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액션 영화가 많이 제작되지 않는 것이 아쉬운 지점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차기작 계획이 있으실까요?

 

지금 계획된 차기작은, 아직 없습니다.(웃음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 해서 준비할 예정이에요. 잘 해내고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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