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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가진 것은 없지만 사랑하자고 말하는 영화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가끔 구름〉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한솔 2019. 6. 18.




가진 것은 없지만 사랑하자고 말하는 영화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가끔 구름〉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6월 5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박송열 감독ㅣ배우 원향라

진행 정지혜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승현 님의 글입니다. 





꿈과 현실의 거리를 좁히긴 어렵다. 영화에 대한 꿈을 간직하며 함께 살아가는 명훈(박송열)과 선희(원향라)는 씁쓸한 현실을 맞닥뜨린다. 영화감독인 명훈은 시나리오를 쓰지만 돌아오는 것이 없고, 배우인 선희는 오디션에서 매번 떨어진다. 결혼하기에는 서로 가진 것이 없다. 둘은 현실과 꿈 사이를 서성이며 사랑 앞에 갈등한다. 예술가들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다룬 영화인만큼, 박송열 감독과 원향라 배우가 직접 참여한 가끔 구름인디토크는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정지혜 평론가(이하 정지혜): 안녕하세요. 오늘 진행을 맡게 된 정지혜 평론가입니다.

 

박송열 감독(이하 박송열): 안녕하세요. 감독과 명훈 역할을 겸한 박송열입니다.

 

원향라 배우(이하 원향라): 선희 역할을 연기한 원향라입니다.

 

정지혜: 저는 작년 인디포럼 영화제 폐막작으로 이 작품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 이후 전북독립영화제에서 우수상에 해당하는 다부진상을 받으셨어요. 축하드립니다. 이번 기획전을 통해서 관객들을 만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을 텐데요. 한 달여간 관객들을 만나본 소감이 어떠신지요.

 

박송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시 상영할 기회를 갖게 되어서 기쁘고요. 무엇보다 더 기뻤던 것은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고 광주와 대구, 지방에서도 상영할 기회가 있어서 더욱 설레고 기뻤습니다.

 

원향라: 저도 감독님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저도 사실 광주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었는데요. 굉장히 재밌었어요. 광주에서 GV를 하면서 새로운 질문들도 듣게 되었고, 따뜻한 분위기를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지혜: 상영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이번에 많이 소개된 것 같아서 좋은 마음인데요. 오늘 영화를 다시 보니까 이렇게 리드미컬 했었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컷 편집과 카메라 앵글을 고심한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그에 앞서서 이 작업을 꽤 오랫동안 준비하셨다고 들었어요. 2년이 걸렸다고 알고 있는데요. 두 분이 어떻게 작업을 처음 시작하셨나요?

 

박송열: 일단 영화를 계속 찍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저런 이유로 해야 할 일에서 작업이 뒤로 밀리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어요. 그래서 작은 계획으로 저희가 할 수 있는 만큼 가벼운 정도의 영화를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또 저희가 잘 아는 소재면 더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제 주변의 이야기들을 담고자 했습니다. 계획할 때는 시나리오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된 상태는 아니었어요. 우선은 절반 정도의 분량에서 처음 시작했고, 그 이후는 차근차근 찍어갔죠. 후반부 이야기는 촬영하면서 만들어진 거에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사실 언제 끝날지는 저도 예측을 하지 못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처음 촬영부터 마지막 촬영까지 2년이 걸렸더라고요. 2년 내내 촬영을 한 것은 아니고, 각자 생업에 종사했다가 시간을 맞춰서 작업하는 방식으로 일을 했습니다.

 




정지혜사실 제작의 여건이 상당 부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제작 여건이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을까요?

 

박송열: 애초에 작정한 것 자체가 저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죠. 영화 작업하는데 장비를 구하는 부분에서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와 녹음 장비를 준비했고, 로케이션도 실제 살고 있는 곳과 저희끼리만 있을 수 있는 조용한 곳을 마련했죠.


정지혜: 사실 캐스팅이라는 말이 무색할 것 같습니다. 원향라 배우님도 창작에 기여하셨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열려있는 제작 환경이었을 텐데요. 현장 상황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배우로서 혹은 공동제작자로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원향라: 감독님이 앞서 말을 했던 것처럼 얼추 큰 틀은 영화 안에 있었습니다. 거기서 연기를 어떻게 하느냐, 거기에 대해 세부적인 차이는 있었죠. 영화 속 명훈이 선희에게 취직을 하라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그 부분을 제가 해석할 때는 최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은 선희가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장면이라고 생각을 하셨거든요. 이렇게 큰 부분 안에서 세부적인 부분은 서로 맞춰나가야 했었죠.

 

정지혜: 제가 앞서 영화가 리드미컬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아마도 어려웠던 제작의 여건을 타개해보려는 나름의 노력이었던 것 같고요. 단조롭게 보일 수도 있는 촬영을 어떻게 하면 다르게 보일까, 하는 고민도 있었던 것 같아요. 컷 편집을 잘게 나누시면서도 카메라 위치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내용적으로는 잔잔한 이야기지만, 이것을 구현하는 카메라의 셋팅을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어떤 컨셉을 갖고 시작을 하셨어요?

 

박송열: 촬영에 대해서는 전문적으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실 매번 앵글을 잡고 준비할 때마다 깜깜한 상태였어요. 다만 제한적인 상황에서 제가 출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앵글은 픽스여야 했고, 혹은 제가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는 팬 정도까지는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했었어요. 결과적으로 어떻게 보였을진 모르겠지만, 사실 작업할 때는 깜깜한 상태였습니다. 그냥 주어진 조건 안에서 시도했던 거였어요. 영화적 효과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작업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지혜: 영화에서 이상한 패닝 장면이 있습니다. 청소하는 장면에서 그렇죠. 또 하나는 수직의 느낌이 강조되는 카메라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카메라가 하늘을 보는데 이것은 누구의 시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조로운 촬영인 것 같지만 그 안에서 계속해서 변화를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박송열: 하늘이 밝을 때가 있어요. 평소에 구름이 있고, 미세먼지 없는 밝은 하늘에 관심을 갖고 사는 편이에요. 그때가 오후 세 네 시쯤이었을 거예요. 하늘을 보니까 구름이 서서히 움직이더라고요. 그런 걸 담고 싶었어요. 단순하게 그냥 찍고 싶어서 찍은 거에요.

 

정지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명훈이가 이불을 덮고 자고 있는데, 이불의 색깔조차 심지어 구름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웃음). 의도하신 건가요?

 

박송열: 아뇨. 의도한 것은 아닙니다(웃음).




 

정지혜: 현장에서 감독님이 같이 연기도 하고, 카메라 셋팅도 하셨을 텐데요. 연기에 있어서 이 인물이 어떤 인물이고 어떤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를 현장에서 많이 나누셨나요?

 

원향라: 제가 이해한 부분과 감독님이 그리고 있는 그림을 서로 얘기하고 촬영을 했어요. 촬영이 짧게 끝날 수 있는 것도 길게 찍었어요. 촬영 전에 이야기를 먼저 하고, 그다음 리허설을 하고, 마지막으로 촬영을 했습니다.

 

정지혜: 극중에서 언니 역으로 나오신 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언니의 행동들 때문에 영화에서 울컥해지는 순간도 있었고요. 배우님의 실제 언니 분이신거죠?

 

원향라: . 언니는 실제로도 은행원인데요. 제가 하는 예술 활동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이러한 역할을 흔쾌히 맡아주셨어요.

 

정지혜: 또 강아지 연기가 영화에서 압권입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소리를 내지 않고, 죽은 듯이 자는 연기가 일품이었습니다.

 

박송열: 그 집에서 실제로 기르는 강아지고요. 촬영 자체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계획대로 세밀하게 찍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 강아지를 촬영 기간에 다른 곳에 맡겨놓기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그 강아지가 딱히 방해를 주진 않았어요. 가만히 있었고요. 그래서 그냥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겠다 싶어서 찍게 되었습니다.

 

정지혜: 장면적으로 봤을 때 이상한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꿈 장면이 그런데요. 또 선희가 맨손 체조를 하고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장면이 앞뒤 장면과 잘 연결이 되지 않고 또 로우 앵글로 찍어서 굉장히 이상한 느낌을 주는데요. 이 시퀀스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게 있으신가요?

 

박송열: 꿈 장면은 영화 속의 하나의 방식으로 활용하려고 처음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던 것이고요. 현실에서는 속마음을 드러내는 일이 부담일 수도 있고, 과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것이 꿈 장면이라면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고, 욕설도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꿈 장면을 활용한다면 속마음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겠다 싶었죠. 그리고 운동하는 장면을 로우 앵글로 잡은 것은 전체적인 공간감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최대한 공간을 넓게 보여주고 싶었고, 넓은 공간의 화면에서 전체적으로 선희가 돋보이게끔 찍은 겁니다.

 

정지혜이제 관객분들의 질문을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영화 아주 잘 봤습니다. 감독님의 얘기도 잘 듣고 있습니다. 꿈 관련해서 여쭙고 싶은데요. 첫 번째 꿈은 차 안에서 선희가 명훈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고, 두 번째 꿈은 선희가 명훈에게 문자로 이별을 통보하고 선희가 다른 PD하고 방 안에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이 두 장면 말고도 꿈 장면처럼 연출하고 싶었던 시퀀스가 또 있나요? 또 영화에서 배경음악을 거의 안 쓰셨는데, 영화 도입부 해수욕장 장면에서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쓰셨더라고요. ‘트로이메라이가 독일어로 꿈이잖아요. 이것도 의도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박송열: 제가 꿈 장면을 의도한 것은 선희의 꿈 한 번, 명훈의 꿈 한 번입니다. 말씀해주신 그 두 장면이 맞습니다. 다만 꿈과 현실의 경계를 구분 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관객분들도 의도적으로 꿈과 현실을 확실하게 인식하지 않아도 극의 흐름상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음악은 영화 작업이 끝나고 클래식을 위주로 찾아봤는데요. ‘트로이메라이가 영화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느낌이 들어서 삽입을 했습니다.

 

 

관객: 저는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인물에 대해 궁금했는데요.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연애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치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훈이 마지막에 우리 사랑하자라고 말을 한 이유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박송열: 결과적으로 그 부분이 제가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원향라: 감독님이 의도한 바는 질문해주셨던 것처럼 경제적으로 굉장히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랑은 이뤄나가야 하지 않겠니, 라고 말하는 영화의 주제라고 생각했어요.

 

박송열: 반대로 그러한 이유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더 험악한 일이 아닐까요?

 

정지혜: 영화에서 구름이 자주 등장합니다. 제목도 가끔 구름이고요. 구름을 처음부터 생각을 하셨던 건가요? 아니면 영화를 찍으면서 발견한 건가요?

 

박송열: 발견한 게 맞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구름을 영화에서 전적으로 담아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다만 저는 영화를 찍으면서 계속 자연스럽게 사계절이 담아내려고 했었고, 영화에서 사계절의 풍부한 느낌이 들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런 맥락으로 자연 풍경과 현상을 영화 장면 사이에 넣으면 영화가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정지혜: 영화에 사계절을 담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사실 영화에서 사계절이 명확히 느껴지진 않습니다. 계절감이 확 느껴졌던 것은 선풍기를 틀었던 명훈이 갑자기 두꺼운 옷을 입고 선희의 집으로 갔을 때였어요. 그 장면을 보면서 선희가 이사를 해서 명훈이 집들이 선물을 갖고 온 것 같은데 갑자기 옷이 바뀌었네, 하는 당혹스러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괜찮아, 하면서 툭 치고 넘어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박송열: 사실 그 장면 사이가 실제로 영화 작업이 쉬는 기간이기도 했었고요. 또 실제로 촬영했던 그 집이 재개발이 되어서 이사를 해야만 했던 상황이었어요. 그 장면은 2부가 시작되는 느낌으로 잡았던 것이었어요.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흘렀으니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시작하면 되겠구나 싶었죠.

 

정지혜: 영화에서 여러 장면들이 있지만 유독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으신가요?

 

박송열: 선희가 현관문을 열고 나갈 때 카메라 앵글을 올려서 하늘과 구름을 잡는 장면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그 장면이 찍을 때도 좋았었고요. 가장 좋은 느낌을 주는 장면입니다.

 

원향라: 저는 제일 집중하고 고생했던 장면이었던 첫 번째 선희의 꿈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요. 오전 10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6시가 될 때까지 그냥 반복해서 찍었어요. 연기도 마음에 안들고, 주변에 차가 지나가고, 감독님이 또 뺨을 스무대가 넘도록 맞아야 되는 상황이고, 그래서 고생을 많이 했었죠.

 

정지혜그 장면을 찍을 때는 뺨이 빨개지니까 잠깐씩 쉬어가면서 촬영해야 하지 않나요(웃음)?

 

박송열쉬엄쉬엄 찍었습니다. 뺨에서 빨간 게 사라질 때까지(웃음).

 




정지혜: 오늘은 기획전의 마지막 날이기도 한데요.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주신 관객분들에게 마지막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원향라: 이번 기획전을 통해서 광주, 대구, 서울에서 가끔 구름을 상영했는데요. 오늘 이렇게 잘 마무리 지어서 너무 기분이 좋고 또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박송열: 오늘이 가끔 구름마지막 상영 일자인데요. 몇 번 되지 않는 상영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또 상영을 하게 되어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는 항상 찾아와주신 관객분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가는데요. 오늘 와주신 분들도 잘 기억하겠습니다.

 

정지혜: 감사합니다. 오늘 GV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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