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게에 서서 세상을 외치다  인디피크닉 2019 <길모퉁이 가게>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4월 6일(토) 오후 3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숙경 감독

진행 홍수영 진행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성빈 님의 글입니다. 




홍수영 진행자(이하 홍수영):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영화를 지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보고 오랜만에 다시 봐서 여러분들처럼 저 또한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아요. 영화를 보고나니 가슴이 울렁거리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진행을 맡았으니 제가 감독님께 질문하고 싶은 것은 최대한 자제하며 진행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숙경 감독(이하 이숙경): 안녕하세요. 토요일 오후에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수영: 질문하실 분 있으신가요? ! 벌써 있으신데요, 바로 질문 부탁드리겠습니다.

 




관객: 처음 영화를 볼 때는 한없이 힐링 되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슬프기도 하고 질문을 던지는 영화여서 감사했습니다. 많은 질문이 생각났지만 일단 두 가지 질문하고 싶습니다. 다년간 상황이 바뀌는 모습을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가까이에서 보셨는데, 상황에 개입을 많이 하지 않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실제로는 인물들이 고통을 겪을 때 어떤 역할을 하시려고 노력하셨는지, 아니면 개입을 자제하려고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로는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사회적 기업이란 무엇인지가 궁금합니다.

 

이숙경: 일단 이 곳이 너무 작은 가게라서 처음에는 카메라 설치를 위해 자리를 차지하는 것 자체가 민폐 같았습니다. 사실 씩씩이하고 저는 오래된 친구예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듣게 되는 상황이 많았고,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는 사적인 부분에 다가가지 않는다는 규칙을 지켜요. 가까운 거리에서 제가 참견을 하게 되면 너무 엉켜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거리를 두는 것이에요. 또 영화를 찍으면서 저의 위치를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분들처럼 작업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영화노동자도 육체노동을 하기는 하지만 제조업과는 조금 다르고 저는 시간당 생활임금제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요. 제가 모르는 세계고, 영화에 나오는 친구들은 10대 후반, 20대 초반이잖아요. 저 친구들이 몸으로 일하는 모습들이 많기에 의도하지 않아도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었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사실 저는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적이기도 하고, 다소 어정쩡한 위치라고도 생각했어요. 도와주려면 제대로 확실히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저는 부정적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찍을 때도 이 가게가 사회적 기업이라서 찍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좋은 척하는 가게는 찍기가 싫었어요. 다만 가게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는 모습, 동네 기업이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고 촬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가게 주인은 살아남기 위해 결국 가운데 사람들을 짜내야 한다는 이상한 역할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사회적 기업의 미래는 암담하고, 이를 보안할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영화 잘 봤습니다, 앞에 분이랑 질문이 비슷하긴 한데요, 감독님이 거리를 유지하고 촬영하셨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가게의 직원들이 카메라 의식을 하는 것 같다가 점차 자연스러워지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어떻게 자연스러움을 끌어냈는지 궁금합니다. 또 추가로 어떻게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는지를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감독님이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는지, 아니면 저조했던 매출이 올라가면서 직원들이 마음을 열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초반에 보면 문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나와요. 아직 사회적으로 어린 연령이 팔을 덮는 문신을 하면 안 좋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어떤 생각으로 넣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숙경: 질문 감사합니다. 거리감 같은 경우에는, 제가 그냥 매일 갔어요. 가서 가만히 서 있고 가끔은 너무 바쁘면 잡일을 도와주기도 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카메라가 가진 특징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카메라 앞에서 터놓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특징이 있거든요. 서로의 앞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내부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서 관계 안에서 엉키지 않도록 노력을 했어요. 그것은 저의 철칙이에요. 저 때문에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쫓겨날 수도 있거든요. 그냥 사람들이 점차 카메라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직원들이 카메라 의식을 하는 행위를 편집할 때 잘라내지 않아요. 그것 자체도 제가 찍는 상황이니까요.

그리고, 저는 사실 직원들이 문신하는 것이 싫었어요. 영화 속 제 목소리를 잘 들어보면 문신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제 목소리가 나올 거예요. 어떤 직원은 손등까지 문신한다고도 했어요. 그때 많이 놀랐었습니다. 아직은 사회적으로 조리하는 사람이 문신하면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많잖아요. 취업할 때에도 어린 친구들이 문신하면 안 좋게 보는 경우도 대다수이고요. 그런데도 아이들은 문신을 필요로 했어요. 아이들은 문신을 통해서 자신의 힘을 느낀다고 했어요. 문신하지 않는 자신이 별로인 것 같다고 하기도 했어요. 점차 저도 이해하게 되었고, 저도 많이 변하게 되었죠, 영화 속에서 저를 심어두는 편이긴 해요. 제가 감추어지지 않고 드러나도록 찍는 거죠.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의 관계가 느껴질 수 있도록 말이에요.

 

 



홍수영: 저는 보면서 감독님이 역시 어른이구나!’ 생각했어요. 영화를 보면 구성원들이 다들 한 성격 하는 분들 같았거든요. 제가 한 가지만 여쭤볼 게 있는데요, 시종 모두와 거리를 유지한다고 생각했는데 원주라는 친구는 집까지 따라갔는데요. 유독 원주를 따라간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숙경: 결국 편집에서 그 친구의 소스만 선택한 거예요. 사실 모든 구성원의 집을 따라갔는데 편집에서 원주를 선택했고, 원주가 중후반에 이후에는 영화의 허리 역할을 하죠. 이 가게의 아킬레스건이 원주인 거예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면 주변에 한명은 좀 느리고, 그런 사람들은 사회 밖으로 쫓겨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잖아요. 저는 이 가게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했어요. 원주는 장애와 비장애 사이에 있는 아이예요. 영화를 보면서 원주에게 이입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저는 찍으면서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씩씩이가 대단하다고 느꼈고요. 동시에 원주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원주는 왕복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매일 오가며 집에서 원예를 하면서 살아요. 원주는 한 번도 지각하지 않았어요. 원주는 그만큼 절박했던 거고 이 직장을 원했던 거예요. 자신의 직장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예요.

예전에는 나이키 신발 하나를 신느냐 마느냐 만으로도 경제적 능력이 가늠되었지만, 지금은 유니클로에서 비슷한 옷을 입어도 다들 좋아 보이거든요. 요즘은 가난이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요즘은 출퇴근거리가 가난을 보여주는 지표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친구들 모두 마찬가지였어요. 대학을 선택해서 가지 않은 것도 있지만, 사실은 자원이 없어서 경험해 보지 않은 것도 존재하고요. 가난이라는 것은 그런 문화적 자원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원주에게 시선을 두게 된 것이죠.

 

홍수영: 저도 시민단체부터 자영업자까지 많은 일을 했던 사람인데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남 이야기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원주라는 친구를 내가 이끌고 갔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사회적 기업에서의 씩씩이의 행동이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해보니 어렵더라고요. 질문 더 받겠습니다.

 

 



관객: 질문을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합니다. 저는 지금 요리를 하는 사람입니다. 영화의 사전정보를 전혀 모르고 봤는데, 영화를 보면서 저의 과거 트라우마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요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원주를 봤을 때의 느낌이 남달랐고요. 저는 감독님께서 원주가 일하면서 헤매는 모습을 일부러 보여줬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촬영을 정말 오래 하셨는데, 어떻게 편집을 했는지가 궁금하고, 마지막 장면(원주가 혼나는 장면)을 왜 그렇게 찍었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숙경: 감사합니다. 요리를 하셨다고 하니 영화가 더 실감 나셨을 것 같아요. 편집에 있어서는 말하고 싶지 않을 만큼 고생했어요. 토 나올 것 같아요(웃음). 너무 무식하게 촬영을 한 것 같고, 2년 정도 보기만 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편집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감이 안 잡혀서 무조건 계속 보기만 한 것 같아요. 영화를 찍으면서 직감적으로 어떻게 보여주어야겠다는 것은 느꼈지만, 편집은 다른 영역이었어요. 시퀀스를 다듬는 과정에서 넣고 빼기를 많이 반복했어요. 또 편집하면서 마음을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영화를 작업하시는 분들은 모두 느끼시겠지만, 머릿속에 있는 생각과 가지고 있는 소스 중에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노안으로 눈도 피로하여 긴 시간 동안 편집을 하기가 힘든 것도 있었어요. 편집하면서도 저의 위치에 많이 고민했어요. 여러분들도 모두 생업이 있으시겠지만, 저 또한 생업이 있고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매일매일 부딪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엔딩을 이렇게 연출한 이유를 많이 질문 받았어요.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그렇고 그런 성장영화가 아니라는 걸 보여줘서 좋았다는 의견이 기억이 나요. 또 하나는 원주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잔소리하는 것이 그나마 희망적이라는 답을 들은 적 있어요. 저도 씩씩이의 그 잔소리가 나쁘게 들리지 않았어요. 촬영하면서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현장에서 만약 함께 일을 했었더라면 씩씩이보다 더 심한 잔소리를 했을 것 같아요. 가게의 특성이 있거든요. 저런 작은 가게에서는 모두가 함께 일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해요. 씩씩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여러 힘든 상황에서 감정을 다스리며 모두를 여유 있게 지켜보는 것은 힘들 것 같아요. 영화에서 이런 말이 나와요. “반찬을 잘 배치를 해야지! 남은 것은 네가 먹으려고 하는 거니?”

 

홍수영: 맞아요. 저는 그런 대사가 충격적이었어요. 영화를 보는 제가 가슴이 벌렁거릴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잘 들어보면 잔소리를 하면서도 일을 계속 시키거든요. 하지만 심하다는 생각은 여전합니다(웃음). , 또 질문 받겠습니다!

 



 

관객: 앞에 질문과 비슷한데, 영화 촬영 기간이 길어서 편집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모든 장면이 소중하시겠지만 영화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나요?

 

이숙경: , 하고 싶은 이야기는 거의 다 한 것 같아요. 핵심적으로는 씩씩이나 가게 사람들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을 영화를 통해서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마다 관객들이 이 장면을 더 잘 봐줬으면 하는 것이 있기는 합니다. 예를 들면 영화에서 씩씩이가 직원들에게 월급봉투를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정말 정성스럽게 건네는 모습이나, 영화 초반에 인턴을 하는 친구에게 앞치마를 메는 법을 알려주는데 본인 앞치마도 이상한 장면 같은 것들이요. 이런 장면이 너무 귀엽다고 느꼈고요, 정말 재밌었어요. 요즘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10대 노동자 등 여러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모습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저에게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어떠한 장면을 넣는 것이 의미 있을지가 중요했어요. 저는 가게 속 친구들이 3, 4, 5년을 보내며 버티는 모습을 영화 안에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간을 버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는 것이 정말 중요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편집하면서 이러한 소소한 모습을 꼭 담고 싶었어요.

 

홍수영: 감독님과 더 하고 싶은 이야기 많네요. 저는 오늘 GV가 끝나고 감독님과 더 이야기는 나눠봐야겠어요, 오늘 관객분들이 핵심적인 질문들은 많이 해주셨어요. 마지막 질문 하나만 더 받고, 감독님의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끝내겠습니다.

 


관객: 오랜 기간 촬영을 한 만큼 편집을 더 많이 생각했을 것 같은데요, 감독님께서는 편집에 만족하시나요?

 

이숙경: 사실 그렇게 많은 편집이 있지는 않았어요, 항상 뼈대는 같았어요. 또 다른 버전이 하나 더 있기는 했어요.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를 조금 더 보여주는 편집이 존재했었어요. 분량이 얼마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그렇게 되면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좀 빠지는 것 같아서 마음을 먹고 애초에 결정했던 바를 밀고 나가기 위해 편집을 통해 생략했습니다.

 



 

홍수영: 서울독립영화제 상영 때보다 편집이 더 좋아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감독님 다음 작품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이숙경: <길모퉁이 가게>가 서울독립영화제를 지나 이제 다른 곳에서도 상영이 시작되고 있는데요, 전태일영화제에서 초청을 받았어요. 특히 그 영화제에 초청을 받아서 너무 기분 좋은 상태이고, 요즘은 영화제에 출품을 계속하고 있어요, 제 첫 영화는 극영화였거든요. 올해에는 극영화 제작을 예정하고 있어요. 사실 오기 전에 앞으로 작업할 극영화 시놉시스 회의를 하고 왔어요, 그래서 지금 기분이 좋은 상태입니다. 5년 동안 찍은 다큐멘터리를 마치고 극영화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요. 아마 나중에 머리 아프겠지만, 지금은 기분이 좋은 상태입니다.

 

홍수영: 감독님의 원대한,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고 앞으로의 감독님을 응원하며 박수로 이 시간을 마칩니다.

 

이숙경: 토요일 가장 좋은 시간에 와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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