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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한 겨울에 만난 안온한 여름의 보리 가족 이야기 '2019 으랏차차 독립영화' <나는 보리>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한솔 2019. 3. 4.





한 겨울에 만난 안온한 여름의 보리 가족 이야기 

 2019 으랏차차 독립영화 <나는 보리>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2월 15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진유 감독 | 배우 김아송, 이린하, 곽진석, 허지나

진행 장혜영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은 님의 글입니다.



 

작년 하반기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 왔던 <나는 보리>‘2019 으랏차차 독립영화기획전으로 새해에 내리는 흰 눈과 함께 찾아왔다. <나는 보리>는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열한 살 소녀인 보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보리의 마음으로 담아 낸 영화이다. 보리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비장애인 보리가 가족 구성원들의 소통에서 겪는 소외감은 무해하고 잔잔한 울림으로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영화만큼이나 화목하고 따뜻한 대화들이 오고 갔던 인디토크는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을 이어온 <어른이 되면>을 연출한 장혜영 감독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장혜영 감독(이하 장혜영): 영화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저는 오늘 <나는 보리>의 인디토크 진행을 맡은 장혜영이라고 합니다. 보리 가족과 김진유 감독님을 모셔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다정한 영화를 보고 이렇게 옹기종기 앉아서 진행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면 감독님부터 차례대로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김진유 감독(이하 김진유): 안녕하세요. <나는 보리> 연출한 김진유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김아송 배우(이하 김아송): 안녕하세요. 저는 <나는 보리>에서 보리 역을 맡은 김아송입니다.

 

이린하 배우(이하 이린하): 안녕하세요. 저는 <나는 보리>에서 나정우 역을 맡은 이린하입니다.

 

허지나 배우(이하 허지나): 안녕하세요. 저는 보리 엄마 허지나입니다.

 

곽진석 배우(이하 곽진석): 안녕하세요. 아빠 곽진석입니다.

 

 

장혜영: 이렇게 늘 다 함께 GV를 다니세요?

 

김진유: . 항상 같이 오게 됩니다.

 

곽진석: 가족이잖아요?

 

장혜영: 가족이기 때문에 항상 같이 다니시는군요. 우문에 현답을 들은 것 같습니다.(웃음) 오늘 눈이 왔는데 이렇게 여름 영화를 보니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를 부산영화제에서 선보이고 나서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 분들을 만나 오고 계신 것 같은데 소감이 어떠세요?

 

김진유: 처음 만든 장편영화인데요, 운이 좋게 영화제도 가게 되었고 이 친구들하고 작업을 같이 하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장혜영: 첫 장편인데 너무 좋은 작품을 만드셔서요. 놀랐어요. 보면서 굉장히 다층적인 영화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일단 무엇보다 보리와 보리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강릉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강릉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부분들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신경을 많이 쓰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처음부터 기획되어 만들어진 영화인건가요?

 

김진유: 방금 말씀을 잘 해주셔서요. 이 영화의 출발이 현용욱 씨인데 지금은 농인이고 세 아이의 어머니세요. 그분이 어떤 행사 자리에서 본인이 초등학교 5학년 시절에 소리를 잃고 싶다는 소원이 있었고, 그 소원이 이루어져서 지금 농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어렸을 때 가볍게 소리를 잃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글을 적기 시작했거든요.

 

장혜영: 그러면 어떻게 이렇게 찰떡 같이 보리 가족을 모으셨어요?

 

김진유: 20178월 정도에 제작지원작 선정이 되고 그 이후에 보리를 찾기 위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는데요, 20178월부터 20183월 정도까지 한 200명 정도의 친구들을 만났어요. 아송이는 그 중에 제일 하고 싶은 친구였고요. 정우 같은 경우는 다른 촬영장에 놀러 갔다가 공을 차는 모습이 좋길래 너 축구 잘하니?’라고 물어보고 어머님께도 말씀을 드렸는데 흔쾌히 허락해주셨고요. 엄마아빠 같은 경우는 제가 곽스타라고 부르는 곽진석 배우님이 <우리는 액션배우다>(2008)로 정동진독립영화제에 왔을 때 저는 자원활동가였거든요. 이때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와 계속 연락을 했고 이 영화를 준비할 때 누구보다 제 소식을 잘 알고 있어서 제안을 드렸죠. 그리고 허지나 배우님과 실제로 부부세요. 동시 캐스팅을 했어요.

 

곽진석: 원 플러스 원입니다.(웃음)

 

김진유: 그리고 강아지가 있잖아요. 강아지도 실제로 키우고 있는 강아지입니다.

 

곽진석: 투 플러스 원입니다.(웃음)

 

장혜영: 배우 분들의 이야기도 듣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투 플러스 원을 말씀해주셨던 우리 보리 아버님부터 이번 영화 같이 참여하고 작업하시고 이렇게 관객 분들 만나고 계신 소감을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곽진석: 저희는 감독님 덕분에 이런 자리에 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공을 우리한테 돌렸네요. 잘 받겠습니다.(웃음) 정말 선물 같은 영화였어요. 저한테도 그렇고 아내인 허지나 배우한테도 그렇고요. 저희가 오랜 시간 큰 역할을 맡아보지 못한 배우들이기도 해서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굉장한 부담감을 갖기도 했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어렸을 때부터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한 형으로서 걱정도 많이 돼서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했거든요. 그런데 욕심도 나서 욕심을 부려본 것 같아요. 저희한테는 실제 부부라는 강점이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고민 끝에 촬영을 하게 됐는데 현장에서도 너무 행복했고 결과물도 행복하게 나와서 지금도 신기하고 앞으로도 더 잘 됐으면 좋겠어요.

 

허지나: 저도 마찬가지고요. 수화를 준비하는 과정도 재미있었고 촬영 현장도 너무 재미있었고요. 현장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영화도 재미있게 잘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우리 감독님도, 이 영화도 더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찍을 때 제일 재미있을 때가 언제였나요?

 

이린하: 제가 제일 재미있었던 건 축구 할 때랑 먹을 때요.

 

김아송: 저는 짜파게티가 진짜 너무 맛있었어요. 촬영을 한다는 것도 모르고 너무 맛있게 먹었던 것 같아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장혜영: 정말 맛있게 드시더라고요. 보면서 배고파졌어요

 

 




관객: 왜 짜장면을 선택하셔서 넣었는지가 궁금해요.(웃음)

 

김진유: 첫 번째는 짜장면에 대한 기억이 있어서요. 실제로 제가 단오장에서 길을 잃고 경찰서에서 짜장면을 먹은 기억이 있어요. 몰랐는데 영화에 짜장면이 정말 많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무의식적으로 짜장면을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또 한편으로 생각해본 건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음식이니까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짜장면 진짜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넣게 된 것 같아요.

 

 

관객: 곽진석 배우님 같은 경우는 제가 얼마 전에 드라마 '배드파파'를 재미있게 봐서 반갑습니다. 다른 영화를 볼 때엔 새소리나 파도 소리 같은 효과음이 잘 기억에 남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새소리나 파도 소리가 기억이 많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음향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아서 의도가 궁금했고요. 그리고 감독님은 남자 분이신데 어린 아이의 감성을 잘 녹여낸 것 같아요. 왜 여자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게 됐는지가 궁금합니다.

 

김진유: 일단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특별히 무언가를 넣으려고 했던 건 아니고요. 영화 속에 수화가 두드러지게 나오잖아요. 그러다 보니 육성으로 나오는 말들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다른 소리들이 잘 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부각시켜 보자는 마음이 생겼고요. 그리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건 정말 간단한 건데요. 제가 <높이뛰기>(2014)라는 단편영화를 만들었어요. 그때는 남자아이가 주인공이었거든요. 다음 작품에는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감정이나 표현하는 것들이 더 잘 전달이 된 것 같아요. 잘 한 것 같습니다.(웃음)

 


관객: 허지나 배우님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수화 하시면서 약간 입 모양으로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아서 궁금했거든요. 연기를 하실 때 의도하신 건지 궁금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허지나: 설정 자체가 어렸을 때 들을 수 있었는데 큰 열이 난 뒤 귀가 들리지 않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 습관도 남아있다고 생각을 했고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해서 의도적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김진유: 어머니 같은 경우는 후천적으로 소리를 잃은 상태이고 아버지 같은 경우는 선천적인 걸로 설정을 했었거든요. 농인, 청각 장애인은 시기에 따라서 언어나 수화, 구화를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아요. 영화 속에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넣게 된 것 같습니다.

 




장혜영: 상투적인 질문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게 되었냐는 질문을 드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개인적인, 자전적인 요소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 영화이니까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진유: 아까 말한 현용욱 씨에 대한 이야기로 출발을 했고요. 그분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쓰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제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영화 속에 70% 정도는 실제로 제가 경험했던 것들이거든요. 단편영화를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그 영화에도 옷가게 씬이 그대로 있어요. 그리고 단오장에서 길을 잃어버렸던 것도 제가 실제로 겪었던 일이었고 실제로 어머니, 아버지가 청각장애인이시고요. 농인이면 수화를 자연스럽게 사용하잖아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 아버지는 정식으로 수화를 배운 분들이 아니에요. 그래서 저도 집에서 쓰는 홈사인이라는 것으로 소통을 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어요. 이 영화 속에도 정식 수화의 영역이 아니라 가족끼리 만들어진 언어가 있거든요. 같이 연습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런 부분들도 인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혜영: 그래서 자막에서도 일부로 문장 형태가 아니라 단어 형태로 넣으신 건가요?

 

김진유: 수화의 어순이 실제로 저렇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문장 형태로 하다 보니까 전달이 덜 되는 것 같더라고요. 조금 더 편하게 전달을 하려고요. 그리고 자세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단어 형태로 끊어서 썼다가 마지막에는 문장 형태로 썼거든요. 그게 보리의 흐름으로 느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처음에는 수화가 단어 형태로 보이다가 보리 또한 소리를 잃는다는 거짓말을 하게 되면서 수화를 더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단어로 썼고 뒤에서는 문장 형태로 쓰게 되었습니다.

 

장혜영: 아송 배우는 연기를 하시기 전에도 수화를 배운 적이 있으세요?

 

김아송: 아니요. 전혀 없어요.

 

장혜영: 그럼 이번 작품을 배우면서 어떠셨어요?

 

김아송: 영화를 통해서 수화를 해본다는 게 진짜 신기했고, 배우니까 괜찮았어요. 쉽다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이렇게 소통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은 어떻게 실제로 생활을 하는지 궁금했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장혜영: 정우 배우님은 어떠셨어요?

 

이린하: 저도 처음에 수화가 어려울 것 같아서 엄마한테 못하겠다고 했는데 린하야,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단다.’라고 하셔서(웃음) 용기를 얻었고, 그래서 조금 더 괜찮아진 것 같아요.

 

장혜영: 큰 가르침을 주셨네요. 박수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요.

 

 



관객: 제목을 <나는 보리>로 지으신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진유: 주인공 이름이 보리잖아요. 나는 보리. 우리말로 보다의 의미도 있어서 나는 보리’, 그리고 날아가는 보리라는 뜻이 있어요. 여러 가지 의미로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저는 부모님께서 두 분 다 지체 장애를 가지고 계시거든요. 한 분이 다리가 조금 불편하시고, 한 분은 키가 작으시고요. 공감이 많이 돼서 감독님이 어떤 사춘기 시절을 보내셨는지가 궁금합니다.

 

김진유울컥하는데요, 사춘기 시절에는 제가 스스로 인정하는 시간을 많이 보냈거든요. 친구들이나 처음 사람들을 만났을 때 오히려 제가 더 먼저 설명하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제 주변에 있는 친구들은 너무나 편하게 대해줬거든요. 그 친구들이랑 주변 사람들한테 고마운 마음이 있어요. 제가 지금도 주문진에서 살고 있는데, 주문진이라는 동네 자체가 서로 참견도 많고 가깝게 지내요. 그런 동네 분위기 속에서 얻은 것들이 더 많아요. 도움 받은 것들도 많아서 이걸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고요. 사춘기 시절에는 잘 놀았습니다.(웃음) 제가 육상부를 했고 높이뛰기도 하고 운동도 좋아해서 감정적으로 깊어지는 순간들은 많이 없었어요. 감사합니다.

 

장혜영: 장애라고 하는 키워드로 자전적인 작업을 하면 이렇게 훅 들어오는 질문들은 피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오늘은 모더레이터로 와있지만 저 역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찍은 비장애인 자매이다 보니까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이 있네요. 사실 궁금했던 게 자전적인 장애와 관련된 영화라고 하면 영화에 대한 질문보다 장애를 어떻게 대하면 좋은가에 대한 얘기를 듣기도 하던데, 감독님은 어떠세요?

 

김진유기본 전제는 몰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영화 속에 옷 가게에서도 그때 당시에는 화가 나는 일이었지만 조금 지나고 나서 생각해봤을 때 1000원짜리를 왜 더 주었을 지 생각해보게 되는 거예요. ‘종업원도 약간 미안한 감정 때문에 돈을 더 주지 않았을까?’ 같이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농인이 농인으로 태어나는 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자연스러운 건데 장애를 너무 특별하게 바라보고 병적인 존재로 보고 피해야 되는 존재로 보는 시선은, 몰라서, 부딪히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부딪히고 나면 편견이 깨지고 친구가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장혜영: <나는 보리>의 세계에서는 장애라고 하는 게 되게 일상적이고 기존의 장애 영화에서 가지고 있는 관념, 불편함을 자아내는 소재로 사용되지 않은 것 같아요.

 

김진유: 그런 부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조금은 의도했지만 아주 의도하면서 만들지는 않았거든요. 영화 들어가기 전 수화를 두 번 밖에 배우질 못했어요. 농인 선생님한테 수화를 배웠고요. 대사 위주로 교육을 받았고 연습을 해서 찍게 된 거거든요. 그러다가 저희 집 마당에서 고사를 지냈는데 허지나 배우님이 저희 어머니를 보시고 마음이 풀리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부분을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허지나제가 어떻게 보리 엄마처럼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고사날 우리 감독님 어머님을 딱 보는 순간 !’ 하고 마음이 풀리더라고요. 쓸데없는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고요. 밝게 모든 걸 다 포용해주시는 어머니의 표정만 봐도 다 읽히는 기분이었어요

 




장혜영: 그렇다면 이 안에서도 궁금한 게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물어보고 싶었지만 서로에게 물어보는 게 왠지 민망하니까 물어보지 못한 게 혹시 있으신가요?

 

김진유: 보리 역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김아송: 믿어지지 않았어요. 엄마가 보리 역이 됐다고 말을 하는데, 저는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아무 느낌이 없는 척 했는데 속으로는 엄청 신기했어요. 그런데 오디션을 봤을 때 제가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인 거예요.(웃음) 감독님이 제가 들어갔는데 연기는 안 보시고 웃으면서 제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그렇다고 예상했던 건 아닌데요. 왜냐하면 오디션 보는 애들이 너무 많았고 연기를 저보다 더 잘하는 애들이 훨씬 많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를 그렇게 쳐다보는 감독님의 웃음이 자꾸 아른거렸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물어보고 싶었어요.

 

장혜영: 왜 그렇게 쳐다보셨어요?(웃음)

 

김진유: 정말 많은 친구들을 보고 지쳐 있었거든요. 그런데 들어왔는데 아송 배우가 너무 기분 좋게 들어와서 약간 제가 녹았다고 해야 할까요? ‘되게 편하다, 이 친구.’ 이렇게 생각하고 연기를 보는데, 연기는 안 보이고 눈망울에 계속 시선이 갔어요.

 

장혜영: 촬영을 하는 동안 보리로 계속 살았잖아요. 이 영화 안에서는 보리의 가족의 일부로 녹아들고 싶은 마음이 제일 많이 보였고, 사실 보리라는 한 사람으로서는 많이 안 보였던 것 같아요. ‘정우는 축구를 계속 하겠구나라는 마음으로 봤는데, ‘보리는 그 이후에 어떤 사람이 됐을까?’ 이런 생각을 해 본 적 있으세요?

 

김아송: 그 이후에는 가족에 대한 비밀 같은 게 또 생겨서 이런 상황이 또 한 번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요. 정우는 지금도 계속 축구 시합을 하고 있어요. 제 생각에 정우는 축구를 참 잘 하는 것 같아요. 공을 축구 선수처럼 잘 찼어요. 축구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린하: 저는 축구를 접고 아예 연기를 할 것 같아요.(웃음)

 

곽진석: 현장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축구선수가 될 지 영화배우가 될 지 정우가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이번 영화를 보고 확신이 생긴 것 같아요.

 

김진유저번 주에 춘천 일시정지시네마에서 상영이 또 있었거든요. 그때 정우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올해도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야겠다.’ 영화는 아직 안 찍었는데요.(웃음)

 

장혜영: 목표를 꼭 달성하시기를 바라고 부산에서 다른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관객: 저는 이 영화에 참여했던 스태프인데요. 이 작품 끝나고 또 다른 작품을 바로 들어가게 돼서 한 8개월 만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어요. 생각보다 영화가 너무 잘 나왔고 잘 될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요. 저는 모든 배우 분들과 감독님께도 물어보고 싶은 질문인데요. <나는 보리>가 시작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나는 보리> 차기작으로 어떤 작품을 했으면 좋겠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김진유: 현장에서 그렇게 질문을 많이 해주지.(웃음) 차기작은 사실 고민하고 있고요. 제안 받은 것도 있고 제가 하고 싶은 것도 있어서 어떤 걸 해야 될 지 정말 고민이 되더라고요. 영화는 하나를 선택하면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가잖아요. 그래서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고요. 장르에 대해서는 열려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영화를 해야겠다고 했을 때, 고등학생 때 봐왔던 영화들은 스릴러였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다른 유형이잖아요. 드라마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김아송: 맨 처음에 보리가 됐을 때, 보리가 저하고 잘 안 맞았어요. 저는 밝은데 보리는 어둡고 생각이 많아서요. 저는 원래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하지도 않고 고민거리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이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들긴 했지만 보리를 한 번 해 보고서는 느낀 것 같아요. 보리가 어울리지는 않지만 도전해보니 저도 모르던 또 다른 제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영화를 찍으면 보리 같은 역할도 좋지만 완전히 색다른 걸 해보고 싶어요. 발랄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장혜영: 린하 배우님은 부산국제영화제 무슨 역할로 가실 건지요.(웃음)

 

이린하: 저는 만약에 부산에 간다면 축구하는 배우를 하고 싶어요. 축구가 재미있고 좋고요. 축구는 재미로 하는 거에요.(웃음)

 

장혜영: 그렇지만 힘들 때도 있는 거고 그렇죠?

 

이린하: .

 

곽진석: 축구를 또래에 비해 잘 해요. 그래서 미련이 남는 것 같아요.

 

허지나: 저는 영화를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는데요. 공연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깐 다양한 배역을 많이 맡아봤지만 영화에서는 아직 시작이기 때문에 어떤 역할이든 상관없이 다 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곽진석: 허지나 배우나 저나 최근까지도 계속 오디션을 보러 다녀요. 저희는 선택 받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고요. 그래서 사실 아직 작품을 고를 입장은 안 되죠.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스턴트맨 출신이라 액션배우로만 관계자 분들은 알고 있어서요. 아마 <나는 보리>를 많은 분들께서 봐 주시고 저의 다른 모습을 봐 주신다면 액션이 아닌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게 아니면 환갑 전까지 계속 액션배우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계속 운동하고 몸을 쓸 것 같아요. 이 작품 개봉을 하려고 많이 준비를 하고 있어요. <나는 보리>를 잊지 마시고 주변에 많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혜영: 아주 기분 좋게 볼 수 있었고 이야기 내적으로 외적으로 앞으로가 굉장히 기대가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굉장히 인상 깊었던 대사, 몇 번이나 반복되지만 조금씩 의미를 변화하는, 너 정말로 아직도 소리를 잃고 싶어?’라는 대사의 울림이 컸었던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우리가 변화하되, 앞으로 여기 앉아계신 분들, 그리고 이 영화가 만나게 될 더 많은 관객 분들을 기대하게 만드는데요. 감독님의 말씀 마지막으로 듣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김진유: 일단 춥고 눈이 오는 날 이렇게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는 마지막 인사로 계속 똑같은 말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몫인 것 같고요. 더 노력할 테니 만약에 다른 상영 일정이나 기회가 생긴다면 다른 분들에게 추천해주시고 개봉하면 또 한 번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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