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행복의 나라>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7월 19일(목)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정민규 감독 | 배우 지용석
진행 김화범 인디스토리 이사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영지 님의 글입니다.
<행복의 나라>는 질문을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생과 사, 선과 악, 행복과 불행의 의미는 간명하게 대비되는 듯 보이지만, 실상 그것들은 서로 아주 복잡하게 뒤엉켜 명료하게 대비될 수 없는 개념이다. 그리고 영화는 우리가 도저히 정의할 수 없는 삶 속의 이러한 개념들을 끝없이 파고든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인간이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는 마주하기 쉽지는 않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한참 동안 한 가지 구절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세상이었다. 영화의 개봉 당일, 정민규 감독과 지용석 배우와의 인디토크가 이어졌다. 진행은 인디스토리의 김화범 이사가 맡았다.
김화범 이사 (이하 진행): 안녕하세요. 사회를 맡은 인디스토리의 김화범입니다. 반갑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주셔셔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요, 각자 소개 부탁드리고 GV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민규 감독 (이하 정민규): 안녕하세요, <행복의 나라> 연출자 정민규입니다. 바쁘실 텐데 영화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용석 배우 (이하 지용석): 안녕하세요 민수 역할의 지용석입니다.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질문이 있으시면 꼭 한 가지씩 해주시면(웃음) 감사하겠습니다.
진행: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을 하기는 했지만, 개봉 이후 공식적인 GV 자리는 오늘이 처음입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영화제에서 관객 반응은 어땠는지, GV 분위기는 어땠는지 들어보겠습니다.
정민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2회의 상영이 있었는데요, 영화가 끝난 이후에 관객분들과 다양한 견해와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제 영화를 보고 다양한 생각들을 하고 계신다는 것 자체가 만든 사람 입장에서 무척 좋았습니다.
지용석: 다른 출연작으로 영화제에서 GV를 할 때는 질문이 많지 않은 경우가 많았는데, <행복의 나라>는 시간이 모자랄 만큼 많은 질문을 해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영화의 주제가 어렵고 무거운 측면이 있다 보니 궁금증이 많으셨던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영화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 아니었나 자평하고 있습니다.
진행: 앞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열기를 이어 점점 더 많은 관객 여러분께서 극장을 찾아주실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평의 관점, 영화의 내용적 측면, 윤리적 문제 등 한 영화를 통해 이렇게도 많은 질문을 던져볼 만한 영화가 최근에 있었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관객분들이 <행복의 나라>라는 영화를 통해 스스로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일단 제가 먼저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행복의 나라>라는 제목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가요? 상당히 역설적으로 느껴지는 제목이에요.
정민규: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제목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하지 못하는 습성 같은 것이 있어요. 글 쓰시는 분들 모두가 각자의 습성 같은 것이 있을 텐데 저는 제목에 조금 집착을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보편적이고 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행복의 나라>라는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진행: 지용석 배우님은 영정 사진으로의 등장이 마지막 등장인데,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지금 엔딩이 마음에 드나요? 엔딩과 관련해서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을 것 같은데요, 엔딩에 대해 배우로서의 소회라든지 개인적인 느낌이나 생각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지용석: 약 4개월 전만 해도 아예 다른 버전의 영화가 나와있었어요. 민수가 희자의 병실을 찾아간 장면이 영화의 엔딩이기도 했어요. 그때 감독님과 제가 그 엔딩을 선택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사실 느낌이었어요. 어떤 특정한 까닭이 있는 것이 아니었고, 느낌에 따라 결정했어요. 그런데 주변의 반대가 많았어요. PD님도 반대했고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원래 시나리오가 가고자 했던 방향으로 영화를 마무리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새로운 편집 감독님도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지금의 엔딩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버전이 저는 더 좋은 것이, 민수의 감정선이나 감정의 흐름이 보다 이해하기 쉽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진행: 가벼운 질문을 해볼게요.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지용석 배우님께서 시나리오를 받아 보게 된 계기도 있을 것 같고요.
지용석: 일종의 소개팅 같은 게 있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주변의 아는 친구가 둘이 함께 영화를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렇게 모임에서 만나 친구 사이로 지내다가 작품 성향이나 취향이 잘 맞아서 그때부터 함께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하게 되고 작품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정민규: 소개팅의 주선자는 <신이 보낸 사람>(2014)이라는 영화를 만든 김진무 감독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모임에서 지용석 배우를 만나게 되었고요. 당시에 지용석 배우도 배우로서의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던 시기였고, 저도 데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련들을 겪고 있던 시기였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의기투합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어보자 하고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 취향도 잘 맞았고요. 술을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아요.(웃음) 영화사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함께 하며 시나리오를 완성시키고, 사무실도 구하고, 1년 정도는 거의 부부처럼 붙어있었던 것 같아요.
진행: 감독님께서 지용석 배우님께 특별히 주문한 것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용석 배우님도 감독님의 요구에 흔쾌히 응했다고 하던데요.
정민규: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작품 외적인 부분, 제작비와 같은 여러 가지 상황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의지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 이후에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에 들어갈 때에는 제가 지용석 배우에게 두 가지를 요구했습니다. 첫 번째는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용석 배우가 배낭 하나 들고 한 달 동안 강원도부터 시작해 한국의 방방곡곡을 혼자 여행하며 지독하게 외로움과 싸웠어요. 제가 외부 지인들과 연락도 차단하기를 바랐거든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글을, 일종의 자서전 같은 것을 써달라는 부탁도 했어요. 그래서 지용석 배우가 한 달 동안 정말 빽빽하게 2-30페이지 가량의 자서전을 써주었어요. 저는 그것을 보며 영화 속 민수와 지용석이라는 배우가 어떤 지점에서 맞닿아 있는지 생각해 나갔습니다. 민수의 캐릭터를 잡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지용석: 지금 생각해보니 제 간섭이 싫어서 저를 보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웃음) 한 달 동안 2-30장 글을 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는데, 그것을 쓰는 과정이 조금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자서전이 아니라 제 치부를 쓰기를 원했어요. 그래서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들, 밝히고 싶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썼어요. 그것과 더불어 매일 영상을 찍었어요. 그날그날 하루 일과와 오늘의 기분은 어땠는지, 외로움과 싸우면서 어떤 느낌이었는지요. 3일 정도는 외로웠지만, 막상 있다 보니 그 이후로는 재미있었어요. 편안했고요. 감독님은 민수가 영화 속에서 혼자 섬처럼 존재하기를 원헀어요. 그래서 예수정 선생님이나 여타 다른 배우분들과 한 번도 만나지 못하게 했어요. 리딩이나 리허설도 제가 없는 상태로 진행되었고요. 영화 속 제가 예수정 선생님과 처음 대면하는 장면이 제가 실제로 선생님을 처음 뵈었던 장면이거든요. 리허설도 일체 진행하지 않고 연기를 했어요.
진행: 그렇다면 시나리오를 읽고, 상황만 아는 상태로 연기를 한 거군요.
지용석: 네,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조금 괘씸하셨을 수도 있으셨을 것 같아서 걱정을 조금 했는데, 선생님께서 굉장히 흔쾌히 민수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쌓아나갈 수 있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승낙을 해주셔서 그렇게 진행을 했습니다.
진행: 영화에서 거대한 두세 가지가 부딪힙니다. 정의와 불의, 생과 죽음 등이 그래요. 그리고 그 중심에 예수정 배우님이 계시잖아요. 어떻게 캐스팅을 하게 되셨는지, 또 현장에서 부딪힌 경험은 없었는지 여쭤보겠습니다.
정민규: 일단 선생님을 캐스팅한 것은 얼굴 때문이었어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에 가장 어울릴 수 있는 얼굴을 가진 사람이 누구일까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예수정 선생님은 연극계나 공연계에서는 이미 엄청난 분이셨죠. 제가 먼저 시나리오를 보내드렸고, 보시고는 바로 승낙을 해주셨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선생님이 힘들어한 부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촬영 이전에 많은 이야기와 시간을 나누며 그것을 좁혀갔고요. 부딪혔다기보다는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연기를 하실 때 현장에서의 분위기나 공기를 중시하셨지만 저는 아무래도 영화 전체의 흐름을 그려내야 하는 직무가 있는 사람이기에 그 부분들을 선생님께 말씀드리며 맞춰나가는 것에서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되고, 시간이 조금 지난 이후에는 전적으로 저를 믿어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많은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셔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마지막까지 촬영을 잘 마쳤던 것 같습니다.
지용석: 저는 작품처럼 실제로도 선생님과 서로 거리를 조금 두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사적인 대화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어요. 최근에서야 조금 친해졌는데, 편하게 대해주시고 뒤풀이 비용도 내주시고(웃음) 정말 인자하시고요, 존경하는 선배님입니다.
진행: 산속 전라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지용석 배우님께서는 어떠셨나요? 여름이었고, 과감한 노출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지용석: 감독님께서 처음에 벗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을 때 사실 좀 놀라기는 했습니다. 클로즈업이나 성기 노출 장면은 아직 배우로써 준비가 덜 되어있다고 느꼈어요. 감독님께서는 어둡게 풀샷으로 촬영하겠다고 했어요. 두려움에 떨며 그렇게 촬영에 들어갔죠. 여름이었고 야산이어서 모기가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스태프분들이 제 대기시간을 위해 양봉하는 분들의 옷이나 모자를 준비해주었어요. 그리고 촬영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약을 엄청 뿌렸는데, 약을 너무 많이 뿌려놓아서 모기는커녕 벌레도 한 마리 없었습니다. 다행히 모기에 물리지는 않았는데 강렬했던 약 냄새가 기억납니다.
정민규: 이제서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실 이 영화를 촬영할 때 정신적으로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그 당시에 야산 장면은 사실 굉장히 심각했죠. 매일 폭염이 이어졌고, 야산에서 불을 지펴야 했고, 자칫 잘못하면 정말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또 이미 중요한 장면의 촬영을 끝내고 넘어간 상황이라 모두가 정신적으로 지칠 대로 지쳐있었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지용석 배우 같은 경우엔 당시 이 영화를 위해 체중을 10kg 이상 감량을 한 상태였어요. 말씀드렸던 여행과 더불어 얼굴이나 몸의 움직임에 있어서 제가 요구한 바가 많았어요. 지용석 배우의 피부가 굉장히 하얀데, 10번 이상 태닝숍에서 태닝을 했는데도 잘 안타서 속옷만 입고 땡볕에서 직접 몸을 태우기까지 한 거였어요. 당시에 정말 힘들어했어요. 쓰러지기 직전의 상황까지 갔는데, 초콜릿으로 겨우겨우 당분을 충전해가며 힘들게 촬영했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모두가 아주 긴장한 상태였고요.
진행: 그 장면이 상당히 이질적인 장면이잖아요. 희자는 어떤 종교인지 확실친 않지만 종교가 있는 인물로 보이는데 이 장면은 무속과 관련된 상황이고요. 살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 같은 것을 지용석 배우가 정말 잘 표현을 해준 것 같아요. 무속을 연결하려고 했던 것은 애초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것이었나요? 장례식장에 들어서기 전에 침을 3번 뱉으라는 말이라던지, 악귀를 쫓기 위해 팥을 뿌린다던지, 원래 알고 있던 속설이지만 영화로 직접 마주하니 이질적이기도 하고 어딘가 공포스러운 느낌도 들었어요.
정민규: 영화에 나오는 대사나 상황들은 제가 들어본 것들이 많습니다. ‘침을 3번 뱉어라’ 같은 것은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던 것이고요. 무속신앙은 저를 포함해 많은 주변 사람들이 의지할 구석이 상실되었을 때, 내가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찾는 것 같아요. 저도 글을 쓰며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나 고민이 있을 때, 현실적으로 풀리지 않는 것이 있을 때,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자괴감 같은 것이 들 때 그런 쪽에 의지했던 시기가 있었고, 그러면서 ‘나는 할 수 있다’ 혹은 ‘살 수 있다’ 하는 믿음이 생길 때가 분명히 있었어요. 지금은 살아가며 배웠던 것들을 통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사고가 가능해지긴 했지만, 그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시나리오에 넣게 되었습니다.
진행: 기주봉 배우님께서 가장 편하게 연기를 했나요? 마지막에 쓰러지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 당시에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정민규: 인식이라는 캐릭터가 모든 역할들 중 저에겐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고, 어찌 보면 희자의 식구들 중 가장 민수에게 솔직한 자신의 느낌을 전달하는, 그런데 여러 가지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기에 굉장히 중요했어요. 촬영 현장에서는 계속 앉아계셔야 하니까 편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선생님께서는 아마 그렇지 않았을 거예요. ‘눈을 이렇게 뜰까, 저렇게 뜰까?’ 하나하나 고민하고 질문하셨어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눈빛부터 시작해 정말 많은 것들을 제안하셨고, 현장에서 불편한 내색 한 번 보인적 없이 적극적으로 임해 주셨어요.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해요. 이렇게 비교적 작은 역할을 어떻게 기주봉 선생님께서 맡게 되었냐고요. 선생님께서는 시나리오 전체를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다 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관객: 영화의 주제 의식이 요즘 상영 중인 <킬링 디어>(2017)와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 영화의 전반적인 상황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2008)를 떠올리게 하더라고요. 혹시 각본을 쓸 때 참고했는지 궁금합니다.
정민규: 얼마 전에 <킬링 디어>를 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비슷하게 느끼는 지점이 있다니 영광이고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도 마찬가지로 팬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분이에요. 다르덴 형제, 켄 로치,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처럼 장르가 모호한 영화를 좋아해요.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런 영화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저도 추측은 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새로움을 찾아낸다는 것이나 고유성에 대한 생각이 많아요. <행복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직접적으로 참고했던 작품은 없고요, 유일하게 한 편을 꼽자면 <아버지의 초상>(2015)이라는 영화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라서, 차 장면이라던지 샷 구성 같은 것들은 이 영화에서 영감을 받고 차용한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용석: 연기적인 부분은 감독님과 다르덴 형제의 <아들>(2002)이라던지 <크로닉>(2015)같은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진행: 혹시 지금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나요?
정민규: 첫 장편으로 관객 여러분들도 이렇게 만나 뵙고, 영화제도 초청되고, 작품 완성부터 개봉까지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아요. 좋은 일들이 이어져서 육체적으로는 피곤해도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차기작은 고민을 거쳐서 신중히 생각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진행: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네요. 지용석 배우님, 어떠신가요?
지용석: 예수정 선생님께서 상을 받으면 좋겠고, 저는 선생님의 조력자로 남고 싶습니다. 현재로서는 그저 한 분이라도 더 많은 관객분들께서 이 영화를 만나보실 수 있으면 좋겠고, 또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정민규 감독님과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 뵙고 싶네요. 앞으로 더 깊어지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행: 이 영화에서도 충분히 깊은 연기를 보여주셨으니 앞으로도 더 깊은 연기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리고 GV 마치도록 할게요.
정민규: 평일 저녁시간이라 몇 분이나 오셨을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 왔습니다. 극장에 들어오면서도 물론 많은 분들이 와주시면 더욱 좋겠지만 관객이 한 분이라도 계시면 너무 감사한 일이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한 분이라도 계시면 어디든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많이 찾아 주세요. 오늘 함께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며칠 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행복의 나라>는 ‘코리안 판타스틱:장편’ 부문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나 또한 이 강렬하고 통렬한 영화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객과 만나게 되기를 바라며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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