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봄날의 약속> 한줄 관람평
권소연 | 봄을 맞이하려거든 먼저 겪고 와야 할 것
박마리솔 | 외계인이라는 설정에 현혹되지 말자
임종우 | 먼 곳에서 온 잔혹한 선물
최대한 | 상상 혹은 망상, 그 경계 사이에서
윤영지 | 조금만 더 다정했더라면. 관객에게, 인물에게
<나와 봄날의 약속> 리뷰 : 봄을 맞이하려거든 먼저 겪고 와야 할 것
*관객기자단 [인디즈] 권소연 님의 글입니다.
한번쯤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면?”이라는 질문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쩌다 내일이 지구 멸망의 날이라면, 주어진 마지막 날인 오늘은 우리에게 생일 같은 특별한 날이 될 것이다. 지구 멸망 직전이 생일인 것이 행운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지만, 생일을 맞이한 주인공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인들이 찾아온다. 어찌된 영문인지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 학교에서 나온 뒤 수상한 이웃집 남자를 만나는 한나, 본인의 생일조차 음성 메시지로 알게 되는 교수 의무와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것만 같은 여대생, 그리고 마지막으로 젊은 시절을 묻은 채 살고 있는 수민과 잊고 있던 것들을 자극시키는 후배 미선. 생일 같지 않은 생일날, 외계인들은 무슨 선물을 주려고 나타났을까?
영화는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전에 산 속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감독 귀둥과 요구르트 아줌마를 먼저 보여준다. 묘하게 귀둥 역시 생일이었고, 케이크 위 촛불을 불자마자 기괴한 소리가 들리더니 요구르트 아줌마와 이야기 속 외계인들이 난데없이 등장한다. 요구르트 아줌마는 귀둥이 준비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생일 선물을 주겠다며 일종의 거래를 제안한다. 둘의 대화를 시작으로 우리는 생일을 맞이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귀둥이 쓰고 있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영화가 흘러갈수록 외계인들이 귀둥이 먼저 만난 존재인지 혹은 그저 귀둥이 쓰고 있는 시나리오 속 상상인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 이야기를 통해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와 세계관은 명확하다. 생일이라고 반 친구들의 쓰레기를 선물로 받는 한나는, 이상하지만 어딘가 통하는 구석이 있는 아디다스남을 만나면서 친구의 존재를 믿게 되고, 낭만주의를 동경하면서 인생의 낭만은 포기하고 있던 의무는 여대생을 만나면서 포기했던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족 몰래 담배를 피우던 수민은 미션을 통해 한 때 불타오르던 감정을 끄집어내면서 마지막을 맞이한다. 귀둥 역시 요구르트 아줌마가 주는 선물을 받고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어김없이 봄은 오기에, 이왕 망하는 거 함께 잘 망하는 법을 알게 된다.
이렇듯 백승빈 감독이 <나와 봄날의 약속>이라는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나 그 결말까지 설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는 영화 제목처럼 낭만적이거나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나 역시도 지구종말을 원하지만, 주인공들과 그 옆 외계인들이 펼치는 생일 파티에 선뜻 동참하기는 주저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 험난한 세상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듯이 '망하는 거, 다함께 잘 망하자! 망하기 전에 원하는 것 하나는 이루고 망하자!'라는 영화 속 메시지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이다. 지구가 종말하더라도 가장 먼저 오는 계절은 봄일 테니, 우리 모두 다가올 봄날과 미리 약속 하자. 주위에 도사리고 있는 절망과 슬픔을 꼭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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