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반도에 살어리랏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1월 26일(금) 오후 8시 상영 후
참석 이용선 감독
진행 송경원 씨네21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선우 님의 글입니다.
서울에 한파가 지속된 한 주, 시원 서늘한 블랙 코미디 한 편이 인디스페이스에 도착했다. 이용선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반도에 살어리랏다>는 연극영화과 시간강사이자 46세의 가장 ‘준구’에게 일생일대의 진로 고민을 선사하는 듯하다가 그의 선택을 배반하는 사건들을 연쇄시킴으로써 그를 조여 온다. 그렇게 영화는 속도감 있게 달려 나가다 어느새 우리 마음 한 구석을 찝찝한 서늘함으로 채워버린다. 극장 안팎의 냉기에 지쳤을 관객들에게 이용선 감독이 찾아 왔다. 특유의 서글서글한 말솜씨로 금세 극장 안을 따뜻한 분위기로 만들어 준 이용선 감독을 만나보자.
송경원 기자 (이하 송경원): 첫 장편 데뷔를 하셨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용선 감독 (이하 이용선): 아직 실감이 안 나는 것 같아요. 꼭 개봉을 해야겠다고 거창하게 생각한 게 아니라 '내 작업이 별로일 수도 있겠지만,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하다 보니 개봉까지 하게 된 거거든요. 요즘은 '지금 이게 무슨 일이지?'라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고요, 과분한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감당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송경원: <반도에 살어리랏다>라는 제목이 특이합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 메인으로 하기에 독특하고 애매한 인물이 주인공이에요.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게 된 건가요?
이용선: '반도'라는 단어에서 '헬조선'의 어감과 비슷하면서도 덜 부정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살어리랏다'는 곧 '살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고요. 영화에서 그려지는 세상은 우리가 별로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이죠. 그런데도 이곳의 문제들이 개선되어서 계속 살아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망이 주인공 준구에게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송경원: 보통 40대 중년의 아저씨를 장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는 쉽지 않잖아요. 관객이 인물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은데다가 외형도 아름답다고 하기는 힘드니까요.
이용선: 일단 저는 매력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듣기는 했어요, 아저씨로 작품을 만들면 사람들이 안 볼 거라고요. 사실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장르의 주인공들이 다 아저씨여서 그렇게 표현한 게 있고요, 처음엔 한국판 심슨 가족을 생각하면서 가족 캐릭터들을 구성했는데, 결국에는 심슨 가족 중에서도 호머 심슨과 바트 심슨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블랙 코미디 장르를 재현해보고 싶었어요. 객관적으로는 외적으로 아름답지 않다고 보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모습의 캐릭터들이 더 블랙 코미디에 어울리지 않나 생각합니다.
송경원: 저예산으로 이렇게 짧은 기간에 제작이 가능했던 비결이 무엇인가요?
이용선: 단편을 네 편정도 만들었는데, 그 중 두 편의 러닝 타임이 30분 정도였어요. 한국에는 중편이라는 개념이 잘 없어서 다른 감독님들도 30분을 넘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29분 50초짜리로 작품을 만들곤 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야기를 좀 더 길게 쓰다 보니 30분 정도 되는 작품을 한 거고요. 그러면서 이야기를 더 길게 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스템적으로도 단편에 투자하는 시간을 들여서 장편도 만들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느꼈어요. 제가 청강대학교에서 협업을 하면서 작품을 만드는데, 그때마다 팀을 꾸려서 단편 한 편의 제작 기간을 10개월 기준으로 잡아요. 프리 프로덕션과 포스트 프로덕션을 제가 하고 10개월의 기간을 팀원들과 메인 프로덕션 하는 시간으로 삼으면 충분히 장편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 섰습니다. 진짜로 해보니까 돼서, 작품이 완성됐습니다.
송경원: 아까랑 비슷한 대답이 나왔네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거고, 하니까 된 거고. 말은 쉬워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 제작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게 무엇이었나요?
이용선: 체력적으로는 작화가 제일 힘들죠. '왜 안 끝나지?' 하는 생각을 매일 갖는데, 이러다가 작품이 진짜 끝나지 않으면 어떡하나 불안하기도 했죠. 또 다른 감독님들이 만드는 장편은 어마어마한 시간과 돈이 투자되는데, '나같이 해도 되나?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장편이 없는데, 내 작품이 가치가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계속 있었고요. 물론 저는 제 방식이 가치가 있다고 스스로 세뇌를 많이 시켰는데, 불안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해요.
송경원: 어떻게 보면 뻔한 얘기지만, 산업적으로는 그런 다양한 작업 방식이 필요하죠. 다양한 방식이 있어야 작품에도 다양성이 보장되는 거니까요. 이런 부분에 지원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없나요?
이용선: 인식을 빨리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도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보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인 표현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성인으로서 그게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애니메이션 관객의 연령대를 높이고 싶었어요. 성인 분들이 봐도 가치가 있을 만한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 작품이 많이 없는데, 내가 뭘 할 수 있겠냐는 생각도 물론 했지만, 제가 조금씩 보여드리면 관객 분들의 생각이 전환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그렇게 작은 가능성을 보고 배팅했던 것 같아요.
관객: 간단한 시놉시스만 봤을 때랑 영화를 다 봤을 때 주인공 캐릭터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감독님이 주인공에게 갖고 있는 감정,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용선: 절대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 주인공을 학대한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고요. 작화를 할 때는 '내가 왜 얘의 콧수염을 일곱 개나 그렸을까. 세 개만 그릴 걸'하는 생각을 했는데, 열심히 연기해주는 것 같아서 고마워하기도 했어요.(웃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작품의 주인공을 계속 응원하게 되는 측면도 있지만, 절대 응원하기 힘든 부분도 있고 감정적으로 떨어져서 봐야 하기도 하잖아요. 이 주인공을 통해서 관객 분들이 무언가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들을 작게나마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송경원: 추가로 질문을 드리자면 원래 이야기 짜는 걸 훨씬 좋아한다고 하셨어요. 시나리오를 쓸 때 인물에 대해서 가졌던 느낌과 작화를 하면서 가졌던 느낌이 좀 달랐나요?
이용선: 작화를 해본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당연히 미울 수밖에 없죠. 그리고 저희가 시간이 부족해서 캐릭터 연습을 안 하고 작화에 들어갔어요. 그래서 작화를 해나가면서 캐릭터의 형태들이 잡혔죠. 형태가 잡히기 전까지는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제작할 때의 힘든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질문들이네요.
송경원: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서 선 굵기가 달라지잖아요. 그런 것도 연출적으로 의도한 건가요?
이용선: 눈에 띄게 달라지는 부분들은 캐릭터의 감정을 좀 더 강하게 표현하려고 의도한 거에요. 특히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준구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부분은 준구를 악마처럼 표현하고자 한 것도 있지만, 롱테이크가 주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 컷을 선 변화 없이 평이하게 이어나가기 보다는 변화를 주면서 끌어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 변화를 줬습니다.
송경원: 그런 부분이 되게 좋았거든요. 같은 이야기라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을 때,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를 바라요. 이 작품에서는 그것이 확실히 보이는 것 같아요.
관객: 아들이 초반에 아파트에서 친구와 불꽃놀이를 하는 장면이 나와요. 이 장면에서 숨통이 트이는 게 느껴졌어요. 혹시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긴가요?
이용선: 어떻게 아셨죠?(웃음) 최초 고백이에요. 제가 초등학교 2, 3학년 정도 됐을 때 옥상에서 파이프로 불꽃놀이를 했는데 경찰이 왔어요. 처음으로 경찰을 대면한 순간이라 엄청 무서웠어요.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면 이렇게 쉽게 범죄자가 되는구나 싶었죠. 관객 분들이 공감 못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겪은 이야기라 넣어 봤습니다.
송경원: 그 외에도 감독님이 보고 들은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갔나요?
이용선: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저도 시간강사를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제가 일하고 있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고요.(웃음) 실제로 교수님들 취재를 했더니 '우린 안 그런데 어디서 그런다더라.' 하면서 여러 이야기들을 해주셨죠. 뉴스도 참고했고요.
관객: 궁금한 게 두 가지 있습니다. 준구의 춤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과 준구의 목소리를 맡으신 이승행 성우님의 캐스팅 포인트가 궁금합니다.
이용선: 준구의 춤은 처음에는 없던 부분입니다. 작업을 하다 보니 스토리에 인과는 형성돼있는데 왠지 미완성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이야기상으로는 말이 풀려도 관객이 감정적으로 해소할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멀리서 바라볼법한 시선도 필요한데, 이런 것들이 없으니 작품이 타이트하게 보이지 않나 싶었어요. 준구의 직업은 연기강사니까 표현을 더 강하게 하면 춤으로 발전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고 처음에는 한풀이 춤을 구상했어요. 그런데 작화를 하다 보니 여건이 안 돼서 좀 더 작은 동작으로 하되 실사와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내고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이승행 성우는 <화장실 콩쿨>(2015) 때 만났어요. 사실 그때 저는 성우 분과 처음 작업한 거였어요. 세 번째 단편까지는 그냥 학생들에게 연기 연습을 시켜서 작업했거든요. 그런데 이승행 성우께서 캐릭터와 너무 잘 맞게 잘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반도에 살어리랏다>를 할 때는 미리 연락을 드려서 부탁을 드렸고 이승행 성우와 함께 작업해 오신 분들까지 섭외가 돼서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송경원: 나중에 기회가 되면 <화장실 콩쿨>을 꼭 보세요. <반도에 살어리랏다>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감독님의 세계관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감독님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으실 겁니다.
이용선: <반도에 살어리랏다>처럼 풍자적이긴 한데 <반도에 살어리랏다>보다 조금 더 가볍습니다. 30분 정도 식사하실 때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송경원: 춤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이면서 다양한 어려움을 돌파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잖아요. 실사와의 결합도 그렇고요. 그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냈나요? 피나 바우쉬의 춤도 모델링 했다고 했는데, 그런 작업 과정도 짧게 알려주세요.
이용선: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처음에는 한풀이 춤을 표현하려 했는데 작화가 되게 어렵더라고요. 많은 작화 양이 요구될 것 같아서 그런 식으로 하기는 제작 여건이 힘들었고, 작화를 줄이더라도 효과적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프랑스에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동생에게 아이디어를 부탁했죠. 그러더니 손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노교수 최기호의 재수 없는 손가락이 포인트가 돼서 준구를 괴롭히면서도 준구의 춤과 화합을 이뤄내게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줬어요. 그리고 피나 바우쉬라는 무대 연출가 겸 무용가 분을 소개해줬는데, 그 분의 영상을 보니까 현대적인 한풀이 춤 같은 느낌이 있더라고요. 작고 짧게 움직이면서도 한이 가득 맺혀있는 것 같은 춤이에요. 여러분도 답답할 때 피나 바우쉬 영상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송경원: 그런 춤 장면을 삽입하다 보면 움직임에 집중해서 리듬감을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의 경우엔 모든 걸 단순화시킨 대신에 다른 요소들을 살린 것 같다고 느꼈어요.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편집도 리드미컬하게 살렸달까요.
이용선: 편집을 좋게 봐주는 분들이 간혹 계셔서 정말 감사해요. 본의 아니게 <라라랜드>(2016) 포스터를 패러디 했잖아요? 패러디 할 만한 요소들이 충분히 있어서 결정하게 되었는데, 제가 <라라랜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을 굉장히 존경해요. 얼마 전에 <라라랜드> 콘서트도 다녀왔는데, 사실 <라라랜드> 보다 <위플래쉬>(2014)를 더 좋아해요. <위플래쉬>를 보고 편집 타이밍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과감한 편집에도 관객들이 열광하는 걸 보고 설명적인 부분을 빼고 더 리드미컬해져도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여담이지만 제가 빠른으로 치면 그 분이랑 동갑이에요.(웃음) 공부를 하면서 자괴감도 느끼고 자극도 받았습니다.
관객: 블랙 코미디를 구상한 다음 스토리로 연결하는 과정, 이야기를 짜는 과정을 말씀해주세요.
이용선: 이 시나리오는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걸 생각하면서 했어요. 제가 흥미롭게 봤던 것들, 예를 들어 미국 드라마 <오피스> 같은 작품을 떠올리면서 그걸 한국적으로 어떻게 변형시킬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거죠.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내가 제일 흥미롭게 생각하는 나이 대를 정하고 그 나이의 인물에 맞춰서 가족관계를 정해요. 그 다음 인물의 직업을 정해요. 그러고 나면 이 인물이 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가 생기거든요. 더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몇 가지 사건들을 붙여나가요. 그 사건들의 흐름을 맞춰나가면서 관객 분들에게 감정적인 재미를 주기 위해 캐릭터가 가진 가치나 욕망을 괴롭히는 요소들을 만들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갑니다.
송경원: 요새 '한국적'이라는 표현에 꽂혀있어요. 뭐가 한국적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걸 봤을 때 이게 한국적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반도에 살어리랏다>를 보면서도 그걸 느꼈거든요.
이용선: 관객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이 작품이 외국에서 상영되는 걸 상상해본 적이 없어요. 한국 분들이 봐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분들이 영화의 요소요소들에 어떻게 반응할까를 고민하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한국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송경원: 결국 지역 정서를 결정하는 것은 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죠. 이 영화의 제목, 그리고 캐릭터의 기괴함이 우리의 얘기처럼 와 닿아서 말씀하신 대로 성인용 블랙 코미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용선: 사실 한국에는 블랙 코미디 애니메이션의 사례가 별로 없어서 이 작품을 통해서 무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비슷한 작품이나 비교할 만한 작품이 많으면 함께 소개가 될 텐데 이 작품은 희귀한 사례이니까요. 일단 한국에서는 연상호 감독님이 장르적이면서도 장르를 뛰어넘는 가치를 지닌 애니메이션 작품 활동을 많이 하긴 했지만, 블랙 코미디는 아직 대중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정서잖아요. 그래서 고민이 많았죠.
송경원: 연장선상에서 조금 짓궂은 질문을 드리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을 하는 이유,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산다는 것의 무게감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겠어요?
이용선: 무게감은 없어요. 무게감은 인기가 있어야 생기는 거죠.(웃음) 애니메이션을 계속 하는 이유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서 조심스러운데, 사실 자기가 정말로 뭘 좋아하는지 정확히 모르잖아요. 살면서 그걸 찾아내기가 힘들기도 하고요. 저도 정확히 모르겠어요. 그런데 생각을 해봤더니 제가 처음으로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샀던 책이 애니메이션 책이더라고요. 그걸 나중에 알았어요, 처음으로 공부하고 싶어서 산 책으로 계속 공부하고 있었다는 걸. 제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는 걸 되새기면서 작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송경원: 앞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마지막으로 짧은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용선: 솔직히 말씀 드리면 앞으로 뭘 선택할지에 대해서 많은 유혹이 있어요. 장편을 그럴싸하게 만들어보고도 싶고, 시트콤이나 판타지도 해보고 싶고요. <똑바로 살아라>라는 시트콤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그런 시트콤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게 제 작은 꿈이고요. 관객 분들에게 비주얼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는 판타지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오늘 진짜 춥더라고요. 제 머리가 얼어서 오늘 제대로 이야기를 못 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 드려요. 이 작품을 잘 이해해주실 관객 분들께서 와주신 것 같아서 다행이고요. 영화는 감독이 만든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라 관객 분들이 도와주셔야 가치가 생기는 것인데,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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