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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인디포럼 월례비행’ <어딘가의 경계 : 연출 그리고 연기> 대담 기록

by indiespace_한솔 2018. 2. 6.


여성, 연출, 연기  인디포럼 월례비행 <어딘가의 경계 : 연출 그리고 연기>  대담 기록


일시 2017년 12월 27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은선 감독, 정가영 감독, 김보람 감독, 박현영 감독

진행 송효정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휴연 님의 글입니다.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빼면, 4편의 영화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한 데 묶여 관객들을 찾아온 이유는 있지 않을까. 영화가 시작하기 전까지 머리를 떠나지 않던 고민이다. 영화가 끝난 뒤 긴 시간동안 진행된 인디토크에서는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송효정: 연출도 하시고 연기도 하시는 네 분의 감독님들 모시고 이 자리를 마련해 봤습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3편의 극영화, 1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는데요, 모두 어떻게 영화를 만드시게 됐는지 긍금합니다.

 

김은선: 원래 배우를 하고싶었습니다. 연기를 배웠고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디션을 보러 다녔는데 연락이 안 왔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전시회 검표 알바를 실제로 했는데, 전시회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라고 작품을 못 만들겠냐'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송효정: 정가영 감독님은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력도 화려합니다. 처음에 영화는 어떻게 시작했는지, 만들어 온 영화들은 어떤 영화들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정가영: 처음 <중고나라>라는 작품을 보고 좋은 느낌을 받아서 김은선 감독님에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장편 찍을때도 김은선 감독님이 많이 도와줬고, 실제로 친한 사이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가서 친구들과 함께 영화작업을 하다가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고, 다른 꿈들에 매진하다가 다시 영화를 찍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장편은 두 편, 단편은 열 편 정도가 됩니다. 한 해에 세네 개 정도 작업하는 것 같습니다.

 

송효정: 김보람 감독님은 <개의 역사>라는 다큐를 찍으셨습니다. 작품들이 대부분 사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인데요. 다큐멘터리에 입문했던 계기가 궁금합니다. 본인의 작품들을 엮어서 설명해주시면 자기소개가 될 것 같은데, 작품들의 내용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보람: 대학교 졸업하고 2년 반정도 취업을 못 했습니다. 시간이 남아서 극장에 많이 갔습니다.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독립영화를 많이 봤는데요, 당시 봤던 다큐멘터리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잡지사에 취업하고 나서 개인적으로 좀 힘들었는데, 회사 생활에서 도피하고 싶어서 미디액트에서 다큐멘터리 만들기 수업을 들었습니다. 영상을 찍다보니까 막혀있던 내 문제점들을 해소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하려고 했던 문제들을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볼 수도 있었고, 다큐를 찍으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이 다큐를 찍고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독립의 조건>이라는 50분 짜리 작품은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독립을 하기 위해 했던 생각을 담은 작품입니다. 당시가 서른 즈음이었습니다. 성인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은데, 왜 그게 안 되는가에 대해서 고민을 했던 걸 담으려고 했습니다. <독립의 조건>을 찍을 때는 독립을 못 한 상태였는데 <개의 역사>를 찍을 때는 독립을 했습니다. 그 때 살던 동네에서 사람들과 백구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송효정: 감독의 인생이 설명되는 것 같습니다. 박현영 감독님은 배우를 오래 하셨습니다. 지금도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기도 하고요. 어떻게 영화를 찍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출연이력도 말씀해주세요.

 

박현영: 대학생 때인데요, 이 얘기 하면 너무 시조새라고 하는데. (웃음) 영화잡지 '키노'가 창간되고 이랬던 때에는 잡지들이 나오면 가판대로 달려가서 사고, 포스터 사고 이런 문화가 있었습니다. 낙원상가 가서 영화 보고요. 영화는 좋아해서 영화와 관련된 뭔가를 하고 싶은데 뭘 해야될지 몰랐습니다. 그러다 대학교 4학년때 신문 공고를 보게 됐습니다. ‘홍상수 감독 두 번째 영화 여주인공 공개 오디션이라는 단신을 봤습니다. 그 당시엔 한국영화가 지금처럼 대세가 아니었는데, 홍상수 감독의 첫 작품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빌려 봤습니다. 보면서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그 뒤로 연기 오디션을 오랫동안 봤습니다. 그러다 운 좋게 캐스팅 된 듯해요.

 

 




송효정: 관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겨보겠습니다. 궁금하신 점 있으면 손 들어주시면 됩니다.

 

관객 : <결혼전, 투> 김보람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대본이 없이 찍은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김보람: 대본이 없었습니다. 7가지 정도 주제를 가지고 하루에 하나씩 이야기를 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중간에 싸워서, 그 중 2번인가 3번 정도 촬영을 하다 그만둔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7가지의 주제는 영화 안에 대부분 다뤄져 있어요.


송효정: 본인의 이야기를 찍기 때문에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 찍게 되는데,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면 편집할 때 고민이 생기진 않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람: 이런 작업을 하다보면 내가 얼마나 바보같았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찍으면서 내내 그랬던 것 같은데요, 이 작품을 만들 때는 예상치 못한 바보같은 부분을 최대한 넣으려고 했습니다.

 

송효정: 자학과 긴장 사이의 균형이 잘 맞춰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결혼전,투>의 촬영이 서로의 관계에 영향을 미쳤나요?

 

김보람: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정확히 다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이 작품을 찍으면서 많이 싸웠어요. 작품을 찍고 한 달 정도 편집을 하는데 편집하는 내내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말도 당시 기분에 따라 바뀌었던 것 같은 기분이고요. 관계가 작업 과정에 영향을 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 만들고 같이 보면서, 당시에 만나던 분은 자기의 뜻이 온전히 반영된 편집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동의했던 건 서로 얼마나 바보같은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나 하는 지점입니다. 실제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정가영: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헤어진 상태에서 전남자친구 3명을 찾아가서 다큐를 찍은 적이 있는데요. 찍을때는 모두 동의했어요. 어디든 작품 내고 잘 쓰라고. 그런데 찍고 나서 편집본을 보내줬더니 말이 바뀌었습니다.

 

송효정: 다큐라서 사실이고, 극영화라서 허구고, 하는 구분법이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정가영 감독님의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는 제목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요? 많은 분들이 헷갈리실 것 같습니다.

 

정가영: 모두 붙여서, 끝을 내려 읽어야합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조인성이었습니다.(웃음) 시나리오에서부터 조인성만 생각하면서 작업했습니다. 실제로 <더 킹>을 본 뒤에 꿈에 조인성씨가 몇 번 나왔습니다. 장편영화를 준비하면서 기계처럼 움직이는 게 답답해서 충동적으로 이 시나리오를 만들고 조인성씨의 소속사에 연락을 해서 시나리오를 보냈습니다. 보내고 나서야 왜 또 사고를 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밤 11시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감독님 저 조인성이에요라고 했습니다.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렸고요(웃음). 그렇게 실제로 통화를 하게 됐습니다. 이야기가 애매하게 돼서 다음날 또 통화를 했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일 이야기를 하다가, 사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영화 재미있는거 뭐 봤냐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송효정: 김은선 감독님의 <문화와 생활>은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하루입니다. 주인공이 별 일 없이 생활하다가 저녁에 갑자기 학원을 찾아가는데, 그 계기는 뭐였을까요.

 

김은선: 별 건 아닌데, 예를 들어 같이 일하는 직원과의 대화 속에서 뭔가를 느꼈을 수도 있고, 팜플렛 같은 것들을 모아 보다가 느꼈을 수도 있고, 지나가다 구경한 발레 공연 같은 것들에서 느꼈을 지도 모르는.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주인공을 움직이게 했을 것 같습니다.

 

정가영: <문화와 생활>을 따로 봤습니다. 실제로 엄마가 편의점을 오픈했는데, 주인공이 영화 안에서 3만원 환불하는 거 보고 '어떻게 저런 디테일을 넣을 수가 있지' 라고 생각했어요.

 

김은선: 주인공의 하루 안에 사소한 아쉬움들을 더 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취하고 싶었지만 친구가 취했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지만 못 만났고그런 작은 비극들을 겪게 하고 싶었습니다.

 






관객: 박현영 감독에게 궁금했던 점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연기를 하기 위한 방편으로 찍었다고 하셨습니다. 연출 작업을 해 보니까 연기와 연출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박현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못했습니다. 연출도 하고 연기도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릴거라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히 주로 스스로의 모습이 장면을 차지하니까, 내가 생각한 대로 스스로 혼자 하면 되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아요. 다만 감독일 때는 모니터 뒤에 있어야 되고 배우일떄는 카메라 앞에 있어야 되는데, 오가는 게 잘 안돼서 모니터 앞에 계속 있으니 스탭들이 힘들어했습니다. 연기 하면서 모니터를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연출도 하면 어쩔 수 없이 봐야 하니까 좀 힘들었습니다.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스스로가 카메라에 찍힌다는 경험 자체가 충격적이었는데, 이젠 편집하고 그러는 과정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 생경하진 않습니다. 감독이 배우에게 원하는 것이 뭔지를 바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조금 더 생긴 것 같습니다.

 

송효정: 정가영 감독도 스스로가 많이 출연하지 않았으셨나요?

 

정가영: 반 정도 출연했어요.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는 실제의 나를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편하고 즐거웠습니다.

 

송효정: 시나리오는 실제로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정가영: 실제로 썼습니다. 다만 시나리오 상에서는 조인성과의 통화가 실제로 그렇게 길진 않았습니다. 촬영 과정에서 4번정도 테이크를 갔는데 조인성씨가 애드립을 많이 준비해줘서, 소스가 많아 편했습니다. 조인성씨가 영화를 아직 보러 오지 않으셨습니다. 같이 술을 한 번 마셨는데, 1차에서 끝났습니다. 더 훌륭한 감독이 돼서 23차 갈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웃음)

 


관객: 감독분들 모두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 뿐 아니라 혹은 평소에라도, 어떤 영화나 다른 감독들에게 영향을 받은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은선: 영화보다 연극을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서정적이고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영화들을 좋아했습니다. 화가 마크 루스코나 니체에게 영향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김보람: <결혼전, 투>를 찍을 때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는 아녜스 바르다입니다.

 

정가영: 홍상수를 사랑하고 좋아해요. <더 킹>의 한재림 감독도. 아무래도 제 영화에는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인물들이 나오다 보니까 주변에서 캐릭터들을 더 많이 넣으라고 하는데, 그런 조언을 들으면 오히려 더 한정된 공간에서 더 한정된 캐릭터를 쓰려고 합니다. 이런 주변의 말들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박현영: 딱히 어떤 한 작품을 이야기하긴 힘든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고전영화를 좋아하고 흑백영화에 나오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흑백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여러 이유로 힘들게 돼서 차선책으로 색채를 많이 뺐어요. 신비주의 사상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송효정: <정화된 밤>은 많은 알레고리로 가득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전작인 <탈리타쿰>과 이어지는 작품이라고 느껴졌고, 이어지는 한 편이 더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관객: 김은선 감독은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연기를 하고 싶어서였다고 했는데, 영화를 만듦으로써 연기 철학에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연기를 하는 입장이랑 영화를 만드는 입장은 다를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또 지금은 연기와 연출을 병행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계획도 여쭤봅니다.

 

김은선: 이 영화를 찍으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똑같은 장면들을 가지고 다르게 편집하면서 위로가 됐습니다. 뭔가를 했다는 것 그 자체, 그 시간만으로도요. 어딘가에서 상영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고 이 과정 자체가 힘이 많이 됐습니다. 이 시기 이후로 욕구를 얼마간 해소한 느낌이 듭니다. 연기가 아니더라도 어떻게 인생을 채울지도 고민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연출은 너무 겁 없이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연출은 조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송효정: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은선: 추운날 따뜻한 차 드시면서 행복한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김보람: 다른 작업물들 보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받은 것 같습니다. 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정가영: 조심히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조인성 배우님이 <안시성> 촬영중이라고 하는데요.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박현영: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 영화를 상영할 수 있게 도와준 인디스페이스, 인디포럼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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