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 10년 전의 은하해방전선을 떠올리며, 마음이 모인 <은하해방전선>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월 12일(일) 오후 3시 30분 상영 후
참석 윤성호 감독, 박혁권 배우
진행 서영주 배우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영화 <은하해방전선>이 개봉한지 어느새 10년이 흘렀다. 19살 때 친구들을 통해 처음 접했던 <은하해방전선>을 기억하며 극장을 찾았다. 과거를 회상하며 극장에 찾아온 사람들, 혹은 처음 접하는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은하’ 역을 맡은 서영주 배우의 진행으로 인디토크가 시작되었다.
서영주 : 안녕하세요. <은하해방전선> 인디토크를 진행하게 된 서영주입니다. 영화에서 ‘은하’ 역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를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윤성호 : 저희끼리는 여기서 그러면 안돼요. 아무래도 진행을 괜히 부탁드린 것 같아요. (웃음)
서영주 : 이렇게 웃으면서 시작을 해서 좋은 것 같아요. 인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인디토크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윤성호 : 제가 극장에서 영화를 한 달에 6편정도 보거든요. 근데 올해 이렇게 긴장하면서 영화를 본 게 처음이에요. 오늘 이렇게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박혁권 : 항상 소통을 중시하고, 연기해서 먹고 사는 박혁권입니다. (웃음)
관객 : 오랜만에 <은하해방전선>을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극장에 찾았습니다. 제가 말은 많은데 실속이 없거든요. 저랑 비슷하게 느껴져서인지 이 영화가 정말 좋습니다. (웃음) 감독님이 영화 속에서 중시하는 ‘소통’에 대해 차기작을 찍을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윤성호 : 일단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영화’를 만든 적이 없어요. <은하해방전선>을 만들었던 때 제가 가지고 있던 캐릭터의 세계관이나 제 나름대로 추구하는 가치가 현재는 많이 달라졌어요. 제일 큰 변화로, 저를 닮은 것으로 사료되는 ‘영재’라는 주인공에 대한 애정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저 당시에 스스로는 영재라는 캐릭터에게 박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까 너무 후한 설정을 했다고 느껴집니다. (웃음) 최근에는 웹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는데, 이 웹드라마 시리즈들에서 제가 현재 추구하는 가치와 그에 관한 것들을 다루고 있고, 이게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관객 : 저는 이번에 이 영화를 처음 봤는데요.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소통’이라는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오는데요. 진짜 소통하지도 않으면서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지막에 영재가 진정한 소통에 이르게 된 것인지, 소통 자체를 잃게 된 것인지 그게 궁금합니다.
윤성호 : 제가 <은하해방전선>을 제작할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국내 영화제에서 소통이라는 말이 참 많이 나왔어요. 그리고 영화뿐만 아니라 정치, 행정, 문화, 예술 분야에서 대담을 했을 때 소통이라는 말을 비롯해 관념적인 용어들로 모든 것을 퉁치는 경향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이렇게 관념적인 용어로 퉁치는 경향들에 대한 시니컬함이 있었는데, 그게 이 영화를 끌어갈 정도의 에너지라든지, 마지막을 선사할 테마까지는 아니었나봐요. 이런 부분은 과거에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연출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어요.
서영주 : 생각해보니까 이 영화를 처음 접하신 분도 많을 것 같아요. 여기 계신 두 분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다시 보니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박혁권 : 본의 아니게 회고전 느낌이네요. 오늘 영화 상영한다는 이야기 듣고 따져보니 10년이 지났더라고요. 이 영화를 오랜만에 보니까 생각보다 섹스 이야기가 너무 많이 들어가 있고, 정치적인 코드도 너무 많이 들어가 있고...(웃음) 찍을 당시에는 이런 코드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 안 했는데 굉장히 낯설더라고요. 그 때의 제 기억과 다른 영화여서 좀 신기했어요.
서영주 : 굉장히 재미있는 게 저는 박혁권 배우가 이번에 느꼈다고 말씀하신 감정을 오히려 예전에 느꼈었어요. 오늘 <은하해방전선>을 다시 봤을 때는 오히려 순수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첫사랑 영화가 아닌데도 첫사랑 영화 같은 느낌이 나면서 괜히 눈물이 나더라고요.
관객 : 오늘 <은하해방전선>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요, 저도 서영주 배우님처럼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영재와 은하가 여관에 있을 때 불렀던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궁금하고 그 노래의 가사도 궁금합니다.
윤성호 : 이 질문에는 저보다 영주씨가 대답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서 미리 정해둔 게 아니라, 영주씨가 그 날 이 노래를 불러서 그대로 연출하게 됐거든요.
서영주 : 사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하고 싶었는데요. 제가 그 씬에서 부른 노래는 옛날 한국 정가이고 우리나라의 한이 담긴 내용의 가사에요. 제가 그런 노래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감독님께 제안했고 이런 씬이 나왔습니다.
박혁권 : 이야기를 듣다보니까 영화가 다 급조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웃음)
윤성호 : 영화를 다시 보면서 지금의 저와 그 때의 저는 참 많이 다르다고 느꼈어요. 저 때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배우가 연기를 하면 제가 맞는 건지 배우가 맞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고 배우의 액팅에 마음이 움직이면 보통 배우의 액팅을 따라갔거든요. 지금의 저는 제가 생각했던 전체적인 그림과 다르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는 기성 감독이 된 건 아닌가 싶어요. (웃음)
관객 : 영화에서 소통이라는 단어만큼 스트레스라는 단어도 정말 많이 나오는데요. 감독님과 박혁권 배우님에게 10년 전과 지금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박혁권 : 저는 요즘 따라 부쩍 제가 잘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최근에 작품 하나를 끝내고, 1년 정도 안식을 하려고 하는데요. 계속 무엇이 스트레스고 무엇을 원했기에 스트레스가 왔는지,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찾고 있는데 딱 답을 낼 수가 없더라고요. 하다보니까 이런 고민도 그냥 스트레스인 것 같고.
윤성호 : 참 아이러니한 게 사람이랑 영화가 닮아가는 것 같아요. <은하해방전선>을 제작할 당시에 상업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심지어 내러티브가 있는 영화를 할 생각도 없었어요. 제가 이전까지 만들었던 영화는 보통 다 파편화된 느낌의 영화였어요. 그리고 저는 이 영화에 제일하기 싫었던 게 멜로 코드였어요. 근데 김일권 피디님이 저한테 멜로 코드를 권하셨고, 저는 진짜 마지못해 넣었는데 이 코드가 지금의 제 진로를 바꿔버렸어요. 관객들도 이러한 멜로코드에 반응했고 제 방향성이 점점 그 쪽으로 갔어요. 이렇게 조금씩 변하면서 저보다 관객들이 어떻게 느낄지를 먼저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다시 스트레스라는 본론으로 돌아가면, 그 때는 서툴긴 했지만 제가 하고 싶고 추구하는 것이 분명했는데, 지금의 저는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것이 먼저 신경 쓰이더라고요. 이러한 부분이 저의 스트레스인데, 오늘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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