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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낙원>: 낙원으로부터의 배웅

by indiespace_은 2017. 5. 26.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개봉으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낙원>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www.indieplug.net/movie/db_view.php?sq=889







<낙원> 리뷰: 낙원으로부터의 배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밤새 내리던 비가 그쳤다. 시골 마을의 풍경에 물기가 어렸다. 여자는 남자와 말없이 눈을 맞춘다. 둘 사이에 이별의 공기가 흐른다. 여자는 들풀이 무성히 자란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남자도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절뚝절뚝 여자를 따라간다. 여자는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힐끗 남자를 돌아보기도 하고 남자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는 것을 따라 하듯 우산에 몸을 기대 절뚝절뚝 걷기도 한다. 바람에 나뭇잎이 흩어지는 소리와 서정적인 음악이 어우러지고 두 인물은 한참을 걷는다. 보랏빛 석양이 질 무렵 남자와 여자는 조용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그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본다. 여자는 옅은 미소를 띤 채 버스에 올라탄다. 남자는 홀로 남는다.


작품에는 유난히 빈자리가 도드라진다. 생각해보면 김종관 감독의 단편들이 대개 그랬다. <사랑하는 소녀>(2003)에서 드러난 두렵고도 애틋한 감정은 부재(不在)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운디드>(2002)의 소녀는 횡단보도 건너편으로 나아간 소년의 빈자리와 함께 머무르고 <영재를 기다리며>(2005)의 카나는 꽁꽁 언 손을 애써 녹이며 오지 않는 남자친구 영재를 한참 동안 기다린다. <모놀로그#1>(2006)의 여자는 지나간 순간과 사랑하는 사람의 빈자리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이처럼 김종관 감독의 단편 속 인물들은 타인의 빈자리 위에 서 있고 그 자리에서 파생된 상실감과 고독감을 앓는다. 인물들이 앓는 감정은 관객에게로 확장된다. <낙원> 또한 그러하다. 작품은 내러티브를 배제하고 감정만을 남김으로써 그것을 가능케 한다. 둘 사이의 관계와 스토리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기 보다는 그들의 감정을 보여주는 것에 충실하다.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배우들의 표정, 작품 너머의 관객에게도 느껴지는 듯한 비 온 다음 날의 시원하고 촉촉한 공기, 시골의 적막한 풍경과 어우러지는 서정적인 음악은 그런 감정들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그들의 여정을 바라보며 쌓이던 감정은 여자가 떠난 뒤 선명한 고독감으로 변한다. 그들은 때론 보폭을 맞춰서, 때론 상대방의 걸음걸이를 따라하며 긴 길을 함께 걸어왔다. 비록 나란히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긴 여정의 끝에서 둘은 이별한다. 묘한 아픔이 느껴지는 미소와 함께 여자는 떠나고 남자는 정류장에 머무른다. 통증과 상실감으로 얼룩진 남자의 얼굴 위로 비눗방울이 흩날린다. 남자가 비눗방울을 발견한 장면 후에 등장하는 어린 아이와 떠나버린 여자는 <낙원>이라는 작품의 제목과 걸맞은 일종의 환상성을 부여한다.


서로가 함께했던 공간은 그들에게 낙원,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별했고 남자는 여자가 없는 낙원에 홀로 남는다. 낙원이었지만 더 이상 낙원이 아닌 공간에서 남자는 그녀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상실과 고독을 매개로 돌아오지 못할 낙원을 회상한다. 함께했던 낙원으로부터 그녀를 배웅한 그는 텅 비어버린 낙원에 한동안 머무를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빈자리를 목격한 관객 또한 그 자리에 머무르며 각자의 낙원을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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