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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비치온더비치> : 주체이고 싶은 그녀의 도발

by indiespace_은 2016. 12. 15.



 <비치온더비치한줄 관람평

이다영 | 주체이고 싶은 그녀의 도발

상효정 | 누가 뭐라 하든 그 자체로 '발칙온더발랄'한 '비치온더비치'

이형주 | 페미니즘만으로 설명하기 아까운, 감독 자의식 대 방출

최미선 | 이런 내가 어때섷ㅎㅎ

홍수지 | 생전 처음 보지만 어딘가에 있을법한 '가영'에 대한 반가움

전세리 | 거장온더비치




 <비치온더비치리뷰: 주체이고 싶은 그녀의 도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다영 님의 글입니다.


망설이는 듯싶더니 이내 성큼성큼 아파트 쪽으로 걸어간다. 아파트 초입에 서서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는다. 다 마신 맥주캔을 서슴없이 던져버린다. 다른 주민이 들어가는 틈을 타 아파트 내부로 진입한다. 초인종을 누른다. 문이 열린다. 상대가 당황하는 틈에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가영’은 구남친 ‘정훈’의 익숙하지만 이제는 어색해져 버린 작은 공간 속으로 다시 깊이, 또 집요하게 파고든다. 



흑백의 영상, 제한된 공간, 차지고 자연스러운 대사와 연기, 남의 이야기이기에 귀엽게 봐줄 수 있는 찌질함과 솔직함을 가득 담은, 정가영 감독이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비치온더비치>. 사랑도 꿈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가영은 어느 날 난데없이 구남친 정훈의 집으로 들이닥쳐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우리 자면 안돼?” 이처럼 가영은 자신이 원하는 것에 있어 더없이 확실하다. 또한 그런 자신의 욕구를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쉽게 내치지 못하는 정훈. 



정훈의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두 배우의 입담만으로 한 시간 반을 끌고 가는 이 흑백영화를 한시의 지루함도 느낄 새 없이 보고 있는 관객의 감정은 어딘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비치온더비치>는 정훈에게 가영이 그러하듯, 관객들에게도 알 수 없는 편안함과 그 편안함에서 느껴지는 애정으로 다가온듯하다. 배우들의 대사 역시 마치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가 연상될 만큼 소소하고 자연스럽다. 그러나 완벽한 대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정가영 감독의 재치와 필력, 연출력에 감탄하게 되고 그녀를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다. 



헤어진 구남친에게 계속해서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펼치면서도 “왜 남자들은 나를 먼저 덮치려고 안하지?”라고 고민하는 가영. “남자가 먼저 덮칠 때까지 기다려”라는 정훈의 말에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어!”라며 면박을 주는 그녀의 모습에서 묘한 쾌감을 느낀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후에 정훈과 면접상황을 재연하는 부분에서도 그녀는 면접관의 역할을 맡은 정훈에게 당당히 묻는다. “근데 왜 반말이세요?” 이 전의 순종적이고 나긋나긋한 여성의 전형적인 틀을 철저히 깨부수며 연애에서도, 일에서도 자신이 주체가 되려는 가영. 정훈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그녀가 떠나고 난 후에는 문득문득 그녀의 엉뚱하고 자기 멋대로인 말과 행동들을 떠올리며 미소짓게 된다. 우리의 마음 속에 주연이 되기까지 기다리기는 속터지니 직접 연출까지 맡아서 아예 영화까지 찍어버리고자 하는, 그 가영이 존재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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