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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역사를 보고 미래를 긍정할 시간 <나의 살던 고향은>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12. 13.

역사를 보고 미래를 긍정할 시간  <나의 살던 고향은>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11월 24일(목) 오후 8 상영 후

참석: 류종헌 감독, 도올 김용옥

진행: 김일권 배급사 시네마달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형주 님의 글입니다.


학창시절, 선생님이 종종 칠판에 우리나라의 영토를 그리게 했다. 분단된 만큼만 그린 아이들은 꾸중을 듣고 온전한 반도를 그린 아이는 칭찬을 들었다. 우리는 멀리 가도 한반도에 머물 뿐 결코 압록강을 건너지 못한다. 그렇지만 지도를 거꾸로 들어 보면 압록강 너머, 오래 전 우리가 끊임없이 일궈온 땅들이 눈에 밟힌다. 영화는 도올 김용옥과 함께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고구려와 발해의 유적을 따라가며 감동을 나누고 의식을 재고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도올 김용옥(이하 도올):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명진 스님은 <나의 살던 고향은>이 역사 다큐멘터리라서 역사 선생님이 훈화를 들려주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보고 나니 젊은 총학생회장이 외치는 것 같다고 했다. 상당히 생기발랄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내가 찍은 게 아니다. 나는 역사의 장소를 보러 다니고 그 모습을 찍은 것이다. 영상으로는 잘 전달되지 않지만, 촬영하신 분들 손이 동상에 걸릴 정도로 추웠다. 고된 날씨, 빡빡한 일정에도 단순한 기록이 아닌 하나의 영화로 구성되어 짧은 시간에 에센스를 전달하게 된 건 류종헌 감독의 무서운 집념 덕분이다. 발해에 대한 전문가가 국내에 별로 없는데, 다행히 연변대학에 우수한 연구자들이 있어서 그분들의 고증 도움을 많이 받았다.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영화에는 출연을 거부했지만, 보이지 않는 많은 도움이 영화에 있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배급사 시네마달의 김일권 대표의 도움도 빠질 수 없다. 개봉이 한 번 취소될 위기에 처했는데, 덕분에 무사히 배급을 마칠 수 있었다. 개봉이 밀리긴 했지만, 오히려 시대의 분위기와 맞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흥행이 된다면 젊은이들에게도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함께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김일권 배급사 시네마달 대표: 류정헌 감독님께선 도올 선생님의 제자이기도 하다. 어떻게 영화를 만들게 됐는지 궁금하다.


류종헌 감독: 영화 속에서 지식을 전달하고자 할 생각은 없었다. 선생님이 방문하시는 고구려와 발해의 유적 곳곳에서 놀라고 한탄하고 감격하는 감정을 어떻게 전할까 더 고민했다. 


관객: 선생님의 책 ‘도올의 중국일기’를 다섯 권 모두 읽고 실제로 영상을 보니 이미지가 실체화되는 것 같아 매우 좋았다. 젊은이들의 역사의식을 이런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고구려는 700년 이상 단일 국가를 유지했다. 고조선에 대해서도 지금과 같이 재조명해주실 수는 없는지?


도올: 우리나라의 역사 서술에 있어 두 가지의 큰 오점이 있었다. 하나는 과거에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쓴 거다. 삼국이 시조 설화에 의해서 건국되었다는 것은 삼국의 시작 자체를 엉터리로 기술한 것이다. 고구려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 개념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고구려는 산성을 만들어 폴리스-도시 국가를 형성했다. 사실 수백 개 도시 국가들의 네트워크가 고구려인데, 이스라엘 민족 마사다 요새의 몇 배가 되는 고구려 성이 최초의 도읍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고구려는 신화처럼 갑자기 생길 수 없다. 모든 것들이 고조선이라는 하나의 통합적인 이름으로 서술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곧 기원전3000년 까지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오점은 현재에 이르러서 우리 역사를 일본 사람이 가장 먼저 서술했다는 점이다. 우리의 역사 인식 구조가 경성대학 역사학부의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우리의 것을 천시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위대한 학자라 해도 근본적인 인식 구조가 잘못됐다면 학문에 해만 끼칠 수 밖에 없다. 


관객: 학교 다닐 때 제일 싫어했던 과목이 역사였다. 숫자들이 나오고 재미도 없었는데, 이렇게 살아있는 역사를 배웠다면 어땠을까 싶다. 영화에서 보여준 이 여행 코스 그대로 함께 다녀올 수 있는 코스가 있는지?


도올: 여러분들끼리 모여 다녀오면 좋겠다. 내 인생은 같은 걸 두 번 하지 않는다. 그러기엔 너무 아깝지 않나.



관객: ‘도올의 중국일기’와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연변 말고 북한에서 나온 저서나 역사적인 감을 반영했는지 궁금하다.


도올: 북한 책들은 빠짐없이 다 읽었다. 사실 역사를 서술하는 데 눈치를 볼 것 없다. 우리의 주체적인 역사를 우리가 눈치보지 말고 써야 한다. 동북공정이든 뭐든 맘대로 떠들게 하고 대신 나는 중국 역사와 일본 역사 모두 우리 역사의 일부로 쓸 것이다. 후대에 남는 건 도올이 정말 훌륭한 학자로서 엄밀한 식견이 있었고 그 사람의 말이 권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생 동안 책을 쓸 거다.


관객: 우리 민족의 앞날에 가장 중요한 숙제는 남과 북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구조가 어느 정도로 유지가 될 것인지 궁금하다.


도올: 남한 정권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걱정은 북한이 해야 한다. 적어도 거기는 최순실이 정치하지는 않지 않나. 물론 북한의 부조리는 말할 수 없이 많지만, 아무리 친형제 사이라도 쉽게 말할 수 없는 법이다. 통일을 말하기 전에 우선 서로를 인정하고 상호 교류가 바탕으로 되야 한다. 우리 정권은 우선 경제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 재벌을 다 해체하고 남북 화해를 추진하고 풍요로운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명박이 강바닥 훑은 돈 정도면 얼마든지 농촌 문제 해결한다. 이런 구체적인 길을 가지고 혁명을 해야 한다.


관객: 고구려를 제대로 사랑하려면 그들의 철학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고구려 철학에 대한 서적은 없더라. 고구려의 패러다임으로 한국사를 다시 써보실 생각이 없는지?


도올: 쓸 거다. 중국 철학과 서양 철학에 대해 공부하는데, 이런 건 보편적인 시각을 얻기 위한 것이고 앞으로는 국학에 일생을 바칠 것이다. 현재 삼국사기, 중국사기를 끝냈고 일본사기를 진행 중이다. 엄밀하게 문헌학적으로 들어가는데 시간이 걸린다. 


관객: 최근 정치적으로 상황이 많이 안 좋다. 한일 군사정보보호교류협정이 체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선생님의 감은 어떠신지?


도올: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 역사가 혼돈과 무질서로 가는 것이 아니고 혼돈과 무질서였던 역사가 질서 있게 변해가는 것이다. 축복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 때 온 국민이 속고 있지 않았나. 이번엔 그렇게 속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이런 기회가 온 것만으로도 진보하고 있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미국을 보면 200년 민주주의의 결과가 트럼프 아닌가. 그들의 역사는 혼란을 선택하는데, 우리는 질서를 향해 가고있다. 우리는 최소한 반만년의 사상에 의해서 흔들리지 않는 홍익인간의 삶을 살아왔다. 지금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 진통을 겪을 뿐이다.



고구려의 역사를 탐방하고 온 후에 뜻밖에 희망을 발견했다. 우리의 역사가 지금껏 갇혀 있었던 생각보다 훨씬 위대하다는 것, 저 멀리 만주 벌판을 뛰어다닌 피가 우리 몸속에 흐른다는 애잔한 증언들 역시도 그러하지만, 무엇보다 엉망진창인 지금의 국면마저도 혼돈과 무질서가 질서 있게 변해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 험난한 시국, 한민족에 대한 도올 선생의 무한한 긍정과 응원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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