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숨> 한줄 관람평
상효정 | 바다가 빚어내는 풍경들 속에서 그려지는 해녀들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숨 쉬는 삶
최미선 | 숨 쉬기 위해 숨을 참는 사람들과 그들은 품은 놀라운 영상미
홍수지 | 물과 숨, 생명과 죽음, 자연으로부터 허락된 것에 대해
전세리 | 삶의 터전에 대한 경외
<물숨> 리뷰: 물과 숨, 생명과 죽음, 자연으로부터 허락된 것에 대해
*관객기자단 [인디즈] 홍수지 님의 글입니다.
<물숨>이라는 영화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어느 독립영화관에서 우연히 <물숨>의 포스터가 인쇄된 엽서가 비치된 것을 발견했을 때였다. 해녀가 숨을 쉬기 위해 맑고 푸른 바다 아래에서 헤엄쳐 올라가고 있는 순간을 담은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고 그 청량한 이미지는 이상하게 고독하면서도 경이로운 느낌을 주었다. 그로부터 두어 달 뒤 <물숨>을 관람하게 되었고 영화를 보고 나서야 그 이유 모를 경이로움에 대해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고희영 감독은 2008년부터 <물숨>을 찍기 시작해 7년 만에 영화 촬영을 마칠 수 있었고 후반 작업에 2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촬영을 시작하고 처음 2년간은 해녀들의 경계심 때문에 제대로 된 촬영도 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해녀들이 마음을 열고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담기까지 얼마나 끈기 있는 마음으로 기다렸을까. 그렇기 때문에 해녀들이 <물숨>에서 보여준 모습이 얼마나 진실할지 짐작해볼 만하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작가 송지나의 대본과 피아니스트 양방언의 음악이 덧대어져 더욱 완성도가 높아졌다.
해녀들은 숨을 연장할 수 있는 어떤 장비도 없이 잠수를 하므로 그들이 숨을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는 직업적인 능력과 직결된다. 이 능력에 따라 해녀들은 가장 깊이 잠수할 수 있는 상군, 그다음 중군, 하군으로 분리해 계급이 나뉜다. 자연이 정해준 인간의 계급이다. 숨의 길이는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계급에 따라 수입의 차이가 상당함에도 불만을 가질 수도 없다. 허락된 숨만큼을 다 쓰고 욕심을 비우지 못하면 해녀들은 죽음의 숨, ‘물숨’을 먹게 된다.
“해녀로 산다는 것은 살기 위해 들어간 바다가 무덤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물숨은 숨이 다했는데도 물 밖으로 나가지 못한 해녀들이 물속에서 들이마시게 되는 숨이다. 해녀들의 숨을 마지막까지 붙잡는 것은 욕망이다. 바다 속 수많은 욕망을 뒤로하고 올라온 해녀들은 물 위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숨비소리를 낸다. 해녀들은 숨을 비우며 욕망을 비우게 되는지도 모른다. 해녀들은 물속에서 숨을 붙잡고 삶과 죽음을 넘나든다. 생명이 될 수도 있고 죽음이 될 수도 있는 바다라는 공간 속에서 해녀들의 물질은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쟁취처럼 보이기도, 죽은 이들을 위한 위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녀들은 죽어서 바다로 돌아간다. 친구, 딸, 어머니가 죽은 바다에 또다시 살기 위해 들어가는 것을 보면 해녀들은 이미 바다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물숨>은 물이 허락한 만큼만 숨을 쉴 줄 아는 삶들을 다룬 영화다. 허락된 만큼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생각해본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삶이 지니게 된 경이로움 역시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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