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영화 인디돌잔치 <오늘영화> 인디토크(GV) 기록
일시: 2016년 8월 30일(화) 오후 8시 상영 후
참석: 구교환, 이옥섭, 강경태 감독
진행: 김태용 감독 (<거인>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다영 님의 글입니다. (사진 제공: 김은혜 님)
지난해 8월 20일 개봉한 <오늘영화>는 ‘영화로 시작된 너와 나의 로맨스’라는 카피를 걸고 윤성호 감독의 <백역사>, 강경태 감독의 <뇌물>, 구교환, 이옥섭 감독의 <연애다큐>까지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독립영화제와 정동진독립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에서 사랑을 받아왔고, 1년이 지난 후 ‘인디돌잔치’를 통해 또 한번 관객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 인디토크는 <거인>을 연출한 김태용 감독이 진행을 맡았고 <연애다큐>를 연출한 구교환, 이옥섭 감독과 <뇌물>을 연출한 강경태 감독이 함께했다.
김태용 감독(이하 김): 저는 오늘 인디돌잔치 진행을 맡은 김태용이라고 합니다. 다들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구교환 감독(이하 구): <오늘영화>에서 <연애다큐>에 출연하고 연출한 구교환이라고 합니다.
이옥섭 감독(이하 이): <오늘영화>에서 <연애다큐>를 공동연출한 이옥섭이라고 합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조금 놀랐습니다.
강경태 감독(이하 강): <오늘영화>에서 2번째 에피소드 <뇌물>을 연출한 강경태라고 합니다.
김: <오늘영화>가 개봉한지 1년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 저희는 작년과 똑같이 장편 시나리오를 같이 쓰고 있습니다.
김: 구교환 감독님과 이옥섭 감독님 두 분이 같이 공동연출을 맡은 것이 <연애다큐>가 처음이었나요?
구: 전에 이옥섭 감독이 연출 혹은 편집을 하고 저는 배우로 작업을 했던 적은 꽤 있지만, 공동연출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장편 시나리오를 같이 작업하면서 또 다른 공동연출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김: 단편을 공동연출한다는 점이 참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작업의 분배는 보통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구: 시나리오 같은 경우는 함께 작업합니다. 보시다시피 제가 출연을 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이옥섭 감독님의 역할이 어쩔 수 없이 크게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카메라의 위치나 사용 같은 부분들은 사전에 이야기를 나누고 약속을 한 후 촬영을 합니다. 물론 그 약속이라는 것은 꽤나 유동적이긴 하지만요. 그리고 후반작업은 함께 합니다. 현장에서 생각처럼 되지 않은 부분이나 실패한 부분들을 함께 수정을 해나가는 작업입니다.
김: 실패하셨던 부분들을 같이 극복해간다고 하셨는데, 그 실패라는 것이 어떤 부분인가요?
이: 공동연출이기 때문에 둘이 하는 이야기가 달라서 극 중 ‘하나’역으로 나온 임성미 배우님과 촬영감독님도 어려워하실 때가 있었습니다. 함께 맞추고 이야기 하지만, 확실히 찍기 시작하면 생각하는 그림이 다르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그 부분을 조율해나가는 부분에 있어서 조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김: 극 중 임성미 배우님의 연기, 캐릭터가 참 재미있었는데 임성미 배우님의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구: <검은 사제들>(2015)의 원작이었던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2014)를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보았는데, 임성미 배우님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후 뒤풀이 자리에서 뵈었고 카메라 밖에서의 또 다른 모습을 보고는 굉장히 매력적인 배우이자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연이 되어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런 임성미 배우님의 모습이 <연애다큐>라는 영화에서 많이 반영이 되었어요. 여러 방면으로 영감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김: <연애다큐>를 보면서 시나리오는 어디까지고 즉흥적인 부분은 어디까지인가의 경계가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예를 들면 정향춘 여사님(구교환 감독님의 어머니)의 캐스팅이랄까요? 어느 정도 즉흥성이 반영되었나요?
구: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화면의 질감이 종종 바뀝니다. 오프닝과 중간중간에 굉장히 거친 캠코더 장면들이 있어요. 캠코더와 카메라를 세 대를 들고 촬영을 했습니다. 대화가 있는 장면은 애드리브처럼 할 때도 있었고 날마다 달랐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나오는 장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어머니는 개인적으로 정말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전 작품들에서도 어머니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데, 그 때마다 디렉팅을 천재처럼 잘 맞춰주시고 또 가끔 피드백을 주시거나 지적을 해주시기도 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항상 다큐멘터리처럼 모든 상황을 찍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소스들도 많았고요. 아버지 회갑잔치 장면은 실제 저의 외가가족들을 촬영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장 즉흥적으로 촬영이 진행된 장면은 그 장면인 것 같습니다.
관객: 영화를 두 번째 봤는데, 여전히 재밌고 새롭게 보이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뇌물>에서 오프닝과 엔딩 등, 전반적으로 순환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발상을 처음에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강: 형식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단편소설에서 내용을 착안했지만, 형식적으로 저런 구조를 떠올렸기 때문에 내용적으로도 가장 기본적인 스토리텔링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인물들은 이 구조 안에서 나갈 수 없는, 그런 갇힌 세계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김: 영화를 준비하면서 참고하셨던 부분들이나 작품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구: 배우로서 서울독립영화제의 인디트라이앵글 전작인 <서울연애>(2013)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촬영하는 동안 느낀 그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다음에는 연출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했고요. 그래서 <연애다큐>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서울연애>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또 저는 저를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당시 영화를 만들며 배우로서나 감독으로서 자아를 표현하고자하는 욕구가 참 많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강: 내용적으로는 영화 속의 인서트를 통해 드러나기도 하지만 보르헤스의 ‘뇌물’이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을 착안해 썼습니다. 자신이 잘보여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그 잘 보여야하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위선을 폭로하는 내용이에요. 통쾌함과 뒤틀림, 아이러니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 외에는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많이 보면서 좋은 기운을 받으려고 했습니다.
관객: <연애다큐>에서의 ‘하나’라는 캐릭터를 통해 이옥섭 감독님의 모습, 두 분의 관계가 반영이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 모든 관계들의 집합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구교환 감독님이 만났던 과거의 여자친구들의 캐릭터도 들어있고, 제가 과거의 남자친구를 대할 때의 스스로의 모습도 들어있고 지금 구교환 감독님과의 관계에서의 제 모습도 들어있어서 딱 하나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그 모든 연애 안에서의 우리의 모습들을 모아본 것입니다.
관객: 두 영화 다 새로운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애다큐>에서는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을 고른 이유를 알고싶고, <뇌물>에서는 왜 프레임 안에 프레임의 형식으로 찍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구: 다큐멘터리로 다가가면 관객들이 몰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 형식을 따왔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나온 것처럼 국제다큐페스티벌에서 상금을 준다는 말을 듣고 ‘우리 이거 해볼래?’식으로 구교환 감독님과 장난처럼 이야기했던 것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각났어요. 시나리오의 가닥이 그렇게 잡히게 된 것도 있습니다.
강: 영화를 만드는 내내 끝 장면을 설명하기 위해서 앞 장면에는 뭐가 있어야 될까, 하는 생각으로 구상을 했습니다. 처음 보르헤스의 단편소설에서 나오는 뒤틀린 비판의 자리를 ‘영화제’의 포커스에 맞춰 생각할 때 떠오른 이미지가, ‘자기들이 편집하고 있는 영화를 컴퓨터 모니터에 띄워놓고 그걸 보고 있는 두 사람을 찍고 있는 카메라’였기 때문에 저한테 그 이중프레임 구성은 아예 영화를 시작하면서부터 딱 고정된 구성이었어요. 그렇게 이중으로 삼중으로 연결된 것들이 자연스럽게 그 앞의 이야기들을 만들어가면서 전체가 구성이 된 것 같습니다.
김: <연애다큐>를 보면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두 남녀의 주변을 둘러싼 가족들이기도 했습니다. 감독님들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이고, 영화에는 그런 의미들이 반영되었는지가 궁금합니다.
구: 아버지 회갑잔치 장면에는 진짜 저희 외가가족들이 출연했고, 정말 그들의 모습이었습니다. 항상 모이면 시끄럽습니다. 저의 영화를 위해 다 모여주신 거에요. 다들 제 편이고 응원해줍니다. 촬영할 때 가족들과 의견을 함께 나누고 많이 존중하는 편입니다. 가족들은 저에게 있어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저도 그들에게 그렇게 되고 싶고요.
관객: 이옥섭 감독님이 보시는 구교환의 감독으로서의 장점, 배우로서의 장점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혼자 연출하실 때와 함께 연출하실 때의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이: 감독으로서의 장점은 재치와 순발력입니다. 같이 시나리오에 대해 얘기할 때 여러 상황을 제시하고 만들어내는 부분들이 있어요. 현장에서 드러나는 배우로서의 엄청난 장점이 있는데,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촬영현장 내 모두를 친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합니다. 그런 부분들이 제가 연출할 때 너무 큰 도움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또 텍스트를 읽어내는 능력이 정말 뛰어난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 인간관계에서의 읽기 어려운 부분들까지 빠르게 읽어내고 이해합니다.
공동작업에 대해 말씀 드리면, 혼자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것도 너무 힘든데, 둘이 그런 부분들을 맞추며 함께 작업하는 게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혼자 했다면 이렇게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김: 마지막으로 세 감독님들 앞으로의 계획,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구: 와주셔서 너무 감사 드립니다. 오늘의 시간을 통해서 제가 더 큰 힘을 받아 가는 것 같습니다.
이: 2년 전에 만든 영화인데, 이렇게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서 다시 만나보게 되었네요.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시나리오 빨리 써서 또 새로운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 귀한 시간 내서 보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를 통해서 오랜만에 제가 만든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설렘과 다시 영화 속 작품들을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져서 좋았습니다.
작년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접하게 된 <오늘영화>를 1년만에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은 마치 오랜 시간 못 보던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된 것처럼 무척이나 반가운 시간이었다. 그 이면에는 <오늘영화>를 처음 보게 된 정동진에서의 즐거웠던 기억이 영화와 함께 상기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 영화가 우리와 같은 관객에게 닿기까지, 또 그 영화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로 닿게 되고 어떠한 형태로 기억되는지의 과정을 담은 영화에 대한 세 편의 짧은 이야기 <오늘영화>. 모든 영화가 그렇듯 이 또한 그들의 이야기이며 동시의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마음가운데 오래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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