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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 리뷰: 탐욕의 도시에서 그녀가 살아간다는 것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영 님의 글입니다.
수많은 고층빌딩,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히는 간판의 네온사인. 지방에서 올라온 내가 본 서울의 첫 모습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무채색 옷들을 비집고 탄 지하철에서 내리면 형형색색의 도시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저 좋아보였다. 도시가 감싸고 있는 탐욕을 알기 전까지는. 그리고 도시가 그녀를 어떻게 잠식시키는지를 알기 전까지는.
‘그녀’는 도시에 살고 있지만, 그녀가 사는 동네는 온통 가난하다. 가난한 아줌마, 가난한 강아지, 가난한 슈퍼, 그리고 그녀는 가난한 사랑을 했다. ‘그’와 함께 사랑을 지새우던 집은 재개발로 철거 예정이었지만, 철거회사의 파업으로 철거 도중에 중지됐다. 그 결과 그녀의 집은 크레인에 매달린 채 공중에 떠 있다. 철거로 동네 사람들은 도시의 곳곳으로 흘러들어갔고 도시에서 고개만 배꼼 내미는 고양이가 되었다. 동네에 남은 사람은 그녀뿐이다. 그런 그녀를 유일하게 찾아오는 사람은 그녀를 떠나 고양이가 돼버린 그이다. 하지만 어쩐지 그는 그녀의 집에서 파이(Pie)만 축내는 뚱보 고양이일 뿐이다. 그리고 뚱보 고양이는 그녀의 몸을 탐해서 자꾸 그녀에게 다가가지만,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가 쉽지만은 않다. 집이 크레인에 걸려 있어 그가 그녀에게 가면 집의 균형이 기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간간이 찾아와 “요즘엔 생선 요리를 해주는 여자가 좋아. 그런데 생선 요리를 해주는 여자와 있으면 파이를 만들어주던 네가 생각나”라며 파이를 더 만들어 둘 것을 요구한다. 이별의 종간에서 3년을 그런 식으로 보내던 중에 더욱 살이 쪄서 돌아온 그는 결국엔 그녀를 잡아먹는다. 그리고 그녀는 성욕 가득한 그의 뱃속에서 만난 여자들과 커피를 나눈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성별의 구분 없이 감내해야할 것도, 감수해야할 것도 많다. 그렇지만 화려함으로 감춰진 이면 속에선 ‘여자’이기에 더욱 피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녀는 부동산에 중개를 의뢰하지만 공인중개사 할아버지는 처음에 거절한다.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자신의 가슴을 보여주는 시늉을 하자 할아버지는 못이기는 척 중개 의뢰를 받아준다. 돈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선 가차 없이 거절하는 도시가 여성에게 ‘성적 어필’로 난관을 극복하라고 넌지시 제시하는 대목이라 생각한다. 욕망이 넘쳐대는 도시가 해법이랍시고 건네준 방법이다. 또한 가난한 사랑을 함께 나누던 그는 도시의 고양이가 되어 그녀를 찾아오지만, 그녀는 성욕 해소의 대상일 뿐이다. 도시에서 피할 수 없는 수많은 탐욕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고층빌딩과 네온사인. 처음 상경한 내 눈을 사로잡던 것들의 내면엔 ‘욕망이 켜켜이 쌓여 올라간 빌딩 높이’와 ‘어떻게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자 화려함을 분출하는 빛’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내면 깊숙한 곳엔 탐욕으로 더럽혀진 것들로 도사려져 있었다. 겉과 속이 다른 도시의 삶. 이런 도시에서 그녀와 그녀들이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삶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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