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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걱정보단 설렘의 3D 장르영화 <방 안의 코끼리>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3. 8.

걱정보단 설렘의 3D 장르영화  <방 안의 코끼리>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3월 5일(토) 오후 5 상영 후

참석: <치킨게임> 박수영, <세컨 어카운트> 권칠인, <자각몽> 권호영 감독 | <치킨게임> 김준배 배우, <세컨 어카운트> 미람 배우 

진행: 허남웅 영화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영 님의 글입니다.


장르영화와 3D 기술을 접목시킨 시도만으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 <방 안의 코끼리>의 인디토크가 지난 5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있었다. 각 영화의 감독과 배우의 참여로 게스트가 양적으로 많고 질적으로 풍부한 이야기를 나눴던 인디토크를 다시 살펴보자.



허남웅 영화평론가: 일단 감독님들께 공통적인 질문 드릴게요. 영화를 처음 시작하실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고 소재는 어떻게 정하셨는지 한 분씩 설명 부탁드립니다. 

<치킨게임> 박수영 감독: <방 안의 코끼리>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한 영화입니다. 3D영화가 많이 활성화 됐으면 하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그래서 공모를 통해 3D영화에 적합한 소재들이 선발돼 만들어졌습니다. 감독님들 각자 어떤 이야기를 할지 정해져 있었기에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하진 않았어요.

<세컨 어카운트> 권칠인 감독: 저는 3D 옴니버스 영화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다음에 소재를 찾았어요. 3D 멜로영화가 아직 없기에 그 제안을 받고 시작하게 됐어요.

<자각몽> 권호영 감독: 저는 이전에 단편 3D영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어요. 제가 생각했던 3D영화가 실제와 다른 지점이 있다는 것을 영화를 찍으며 깨달았죠. 그래서 한 번 더 시도해보자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듣고 지원하게 됐습니다. 3D 효과를 어떤 소재에서 잘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했을 때 판타지가 잘 구현해 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판타지 액션을 소재 삼아 영화를 제작했고요.

허남웅 영화평론가: 미람 배우님과 김준배 배우님은 시나리오를 받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캐릭터를 위해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세컨 어카운트> 미람 배우: 요즘 영화시장에선 여성 중심의 영화, 여성이 이끌어나가는 이야기가 많이 없잖아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반가웠어요. SNS를 통해 일회성 만남을 하던 인물이 ‘사랑’이란 낯설고 서툰 감정을 느낀다는 소재가 현실과 잘 맞을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관객 분들이 처음엔 낯선 사람의 이야기로 느끼시더라도 마지막엔 ‘나의 이야기와 많이 다르지 않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인경’에게서 저랑 비슷한 부분을 찾아 감정적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했었죠.

<치킨게임> 김준배 배우: <치킨게임> 속 인물들이 모두 이면이 있고 속에 욕망들을 품고 있어요. 그런데 그 욕망들이 사실은 지질하고 비루하죠. 모두 루저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이 캐릭터들이 섞여서 어떤 관계를 맺고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심리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상대 배우들과 고민을 많이 했어요. 현장에서 배우들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이런 것들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할 수 있었어요.


허남웅 영화평론가: 작품들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소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배경과 어떻게 이야기를 구상하셨는지 말씀 부탁드릴게요.

<치킨게임> 박수영 감독: 상황에 대한 아이디어가 먼저 떠올라서 시작한 영화에요. 절벽으로 추락한 자동차가 나무에 걸려있을 때 벌어지는 일들이 긴장관계를 유발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이런 상황만을 토대로 영화를 이끌 순 없으니까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고민을 했어요. 이야기를 구상할 때 ‘사연 없는 사람 없다’, ‘그렇게 티격태격 싸워봤자 대자연 앞에서는 의미 없다’라는 말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의견대립이 많은 우리나라 현실 때문에 무의식중에 그런 말들이 떠오른 건지는 모르겠어요.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일 일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세컨 어카운트> 권칠인 감독: 기본적인 소재는 JTBC [마녀사냥] 프로그램에 나온 고민에서 시작했어요. 고민의 요지는 세컨 어카운트(Second account)를 통한 만남으로 연인으로 발전한 커플의 남자가 여자 친구가 계속해서 세컨 어카운트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음을 알고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거였어요. 그 고민을 보고 세컨 어카운트로 도시의 삶을 버티는 한 여자의 변화와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3D로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각몽> 권호영 감독: 저와 함께 작업하는 작가들과 여러 이야기들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3D 옴니버스 영화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듣고 어떤 것이 3D에 적합한 소재일지 고민하다 ‘자각몽’을 선택했어요. 자각몽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음을 자각하는 꿈’을 뜻해요.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친구들이 많이 시도한다고 들었고요. 가령 만나고 싶은 배우를 꿈을 통해 만나는 것을 시도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죠. ‘현실이 얼마나 만족스럽지 못하면 자각몽을 시도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본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권율 배우와 미팅을 하며 대폭 수정됐어요. 촬영하기 전까지 권율 배우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고민하며 이야기들을 수정해 나갔거든요. 그렇지만 결국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다’로 합의가 이뤄져 지금과 같은 구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 미람 배우님의 상대 배우는 서준영 배우님이었는데 호흡을 맞추기 위해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는지 궁금해요.
 
<세컨 어카운트> 미람 배우: 감독님께서는 사실 서준영 배우님과 개인적으로 많이 안 친해져도 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낯선 남녀의 낯선 감정을 날 것으로 표현하길 원하셔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 서준영 배우님이 워낙 성격이 좋고 재치 있으셔서 분위기가 많이 풀어졌었어요. 

허남웅 영화평론가: 김준배 배우님께서는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상황들도 있었다고 하셨잖아요. 그게 어떤 부분이었는지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치킨게임> 김준배 배우: 시나리오에 비약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순간순간 감정들이 바뀌는 부분의 개연성을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배우들끼리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죠. 예를 들어 ‘동미씨가 진짜 사이코처럼 보여야 다른 배우들이 동력을 얻어 연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말을 건네곤 했었어요.


허남웅 영화평론가: 다른 팀은 감독님과 배우님이 나오셨는데 <자각몽> 팀만 감독님 혼자 나오셨어요. 현장에서의 권율 배우님은 어떠셨는지, 그리고 어떻게 보면 1인 2역인데 권율 배우님께 특별히 디렉팅 한 것이 있으시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각몽> 권호영 감독: 원래는 주인공을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생각했어요. 팀의 리더이니까요. 그런데 주인공의 나이를 낮추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말이 나왔을 때, 권율 배우가 괜찮을 것 같았어요. 권율 배우 같은 경우에는 영화 <평행이론>(2009)을 찍기 전에 간단하게 테스트 할 때 만났었던 인연도 있어서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권율 배우와는 촬영 전부터 ‘영화의 어떤 지점에서 어떤 감정 포인트를 잡아야 할지’와 같은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나눴었어요. 현장에서는 흐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것을 직접 저에게 이야기해주기도 했고요. 매번 작업을 할 때 마다 ‘어떻게 장르영화 속에서 딱딱하지 않은 연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배우가 그런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줄까’가 큰 고민이었어요. 배우가 직접 느끼면서 영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기를 바랐거든요. 그래서 웬만하면 권율 배우의 감정흐름이나 이야기를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허남웅 영화평론가: 권칠인 감독님 같은 경우에는 <싱글즈>(2003), <관능의 법칙>(2013)등의 영화와 같이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들을 계속 만들어 오셨는데요. 어떤 부분에서 ‘인경’역에 미람 배우님이 어울린다고 생각해 캐스팅 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세컨 어카운트> 권칠인 감독: 기본적으로 새로운 사람과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것이 이 영화와 맞다고 생각했어요. 고정된 틀을 갖고 있지 않은 새로운 배우가 이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고요. 과거에 한 단편영화를 통해서 미람 배우를 알게 되었고 그 때의 그 매력을 다시 한 번 끄집어내고 싶었어요. 다른 감독님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제가 발견한 배우의 느낌과 매력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허남웅 영화평론가: <치킨게임> 같은 경우에는 중요한 캐릭터 중 하나가 빨간 스포츠카잖아요. 저는 보면서 ‘수입차가 망가지면 수리비가 많이 나올 텐데’ 걱정했어요. 오히려 이런 불안함이 긴장감을 준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수입차는 혹시 구매한건가요?

<치킨게임> 박수영 감독: 차를 망가뜨려야하니까 빌릴 수가 없었어요. 800만원으로 차를 구입해서 2,000만원주고 새로 꾸몄어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치킨게임>이 전체적으로 미스터리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이럴 줄 알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이런 사람이었구나’와 같이 이야기가 계속 뒤집혀져서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해가는 구조인거죠. 그런데 보시다시피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에요. 이 때문에 연출자 입장에서는 미스터리를 탄탄하게 쌓아올릴 것인가 아니면 코미디 요소를 부각시킬까 같은 고민이 있었어요. 배우 분들은 자연스러운 캐릭터 연기를 위해서 개연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잖아요. 미스터리에 대한 고민인거죠. 미스터리와 코미디 둘 다 잘 표현되면 좋겠지만 연출자 역량의 한계가 있다 보니 저는 현장에서 코미디에 각을 세웠어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코미디 요소에 있어서는 ‘의외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 분들께 잘하는 연기보다 예측하지 못한 연기를 해줄 것을 부탁했죠. 아마 배우 분들이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허남웅 영화평론가: <방 안의 코끼리>같은 경우는 3D 기술이 접목된 영화잖아요. 3D 촬영을 위한 특별한 세트장에서 배우 분들이 연기를 하셨을 텐데 평소에 하던 연기와 다른 태도와 자세를 요구하는 부분이 있었나요?

<치킨게임> 김준배 배우: 자동차를 고정시켜놓고 기계를 이용해 돌리는데 소음이 많이 발생해요. 배우들이 관계를 맺고 집중하려해도 소음이 발생하니까 배우들끼리의 집중력이 깨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걸 극복하기 위해 과장된 연기를 한 것 같아요.


허남웅 영화평론가: 미람 배우님께도 비슷한 질문인데요. 멜로영화를 3D로 한다는 것이 생소한데 배우님이 연기하는 입장에선 어떠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세컨 어카운트> 미람 배우: 감독님과 스태프 분들이 고생하신 것과 달리 저는 연기할 때 힘들진 않았어요. 오히려 순간과 감정 표현이 3D로 드라마틱하게 보이게 될 것에 대한 기대와 함께 촬영을 했어요.

관객: 3D작업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으신지, 그리고 3D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치킨게임> 박수영 감독: 대학로 코미디 연극을 실제로 보면 ‘바라본다’는 느낌이 강해서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고 활기차잖아요. 그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바라보는 느낌이 들게 촬영에 임했어요.

<세컨 어카운트> 권칠인 감독: 제가 좋아했던 영화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접속>(1997)같은 것을 3D로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훨씬 재미있고 인물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리고 3D는 공감각, 깊이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에 시점을 강화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 같았죠. 보통 이야기에서 시점들이 3인칭에서 1인칭으로 변화하잖아요. 주관과 객관을 넘나드는데 주관적인 부분에 3D가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죠. 초반에 정보차원으로 제공되는 객관적인 이야기들이 후반으로 갈수록 주관적인 이야기로 변하면서 정서를 고양시켜 동일시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데 그 부분에 해당하는 것들이 3D를 통한 공감각, 깊이감과 연동돼 사용되어지면 효과가 증폭되지 않을까란 고민을 했어요.

<자각몽> 권호영 감독: 2주 동안 교육을 받아보니 일반적인 느낌들 말고 3D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효과들이 있었어요. 이런 효과들을 ‘꿈’이란 초현실적인 세상 속에서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면 먼 거리를 촬영할 때는 장난감 세상처럼 보이게 만드는 미니어처 효과를 이용하고 싶었고 리얼 3D로 영화 안에서 구현되는 이미지들을 제대로 만들어 보여 주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엔딩장면에서 입체감과 깊이감을 어떻게 살릴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장르영화와 3D 기술의 결합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새로운 시도를 하고 남들과는 다르게 이야기를 표현한 <방 안의 코끼리>. 새로운 도전에는 위험과 설렘이 따르기 마련인데 위험에 대한 걱정 보단 설렘을 가지고 작업에 임한 감독과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이번 시도를 통해 다양한 설렘을 펼치는 영화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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