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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 두만강, 그 아득한 강이여
*관객기자단 [인디즈] 추병진 님의 글입니다.
이 영화는 <필름시대사랑>을 연출한 장률 감독의 6번째 장편영화이며, 그가 마지막으로 찍은 필름 영화이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필름에 대한 장률 감독의 사랑을 한번 느껴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기를 권한다. 2009년 2월부터 약 한 달 동안 (장률 감독의 고향인) 두만강 인근의 마을에서 촬영한 이 영화는 우리에게 낯선 풍경들을 보여준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맞닿아 있는 연변의 땅,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산골 마을. <두만강>은 이 공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연변의 어느 마을. 할아버지와 말을 못하는 누이와 함께 사는 열두 살 창호.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연변을 떠나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창호와 친구들은 배를 굶주리며 마을을 배회하는 소년 정진과 아이들을 만난다. 먹을 것을 주는 대가로 축구 시합에 함께할 것을 약속하면서 창호와 정진은 점점 가까워진다. 한편, 마을에서는 북한에서 도망쳐온 사람들을 경찰 몰래 중국 본토로 보내주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마을 촌장의 늙은 어머니는 고향의 땅을 그리워하며 두만강을 건너려고 한다. 창호의 할아버지는 자신이 죽으면 두만강이 보이는 산에 묻어달라고 말한다. 이후 마을에는 꽁꽁 얼어붙은 두만강을 배경으로 하나 둘씩 사건들이 벌어진다.
장률 감독은 훈련된 배우들을 캐스팅하지 않았다. 대부분 실제 연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각 배역을 맡았다. 그는 이들에게 실생활에 가까운 모습으로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실생활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인물들의 표정을 보게 된다. 즉, 이 영화에서는 얼굴에 감정이 물씬 풍기는 연기보다, 사실상 인위적인 연기를 배제한 맨 얼굴과 몸짓이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연기 스타일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이유는 이 영화의 촬영 스타일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주로 롱숏과 롱테이크로 구성된 이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정적이고 느린 호흡을 유지한다. 그러나 정적인 연기와 촬영의 조합은 의외로 깊고 내밀한 감정을 전달해준다. 이것이야말로 <두만강>의 가장 큰 매력이다.
사실상 ‘관찰’에 가까운 카메라의 시점은 뜻하지 않은 사건들과 맞닥뜨리게 될 때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준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이 공간,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하나 둘씩 눈앞에 벌어지기 시작할 때, 우리는 도리 없이 절망하게 된다. 그야말로 생존과 죽음의 문제가 일상적인 곳. 그러나 이미 말한 것처럼 이 영화는 그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자신의 고향을 물끄러미 보듯 관객에게 보여주는 장률 감독은 이 이야기 속에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담는다. 그는 뜻하지 않는 기적을 바라지도, 끝없는 추락을 예상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대로 살아갈 뿐이며, 그것을 영화에 솔직하게 담아낼 뿐이다.
장률 감독은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정직이라는 원칙을 저버리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아는 것만을 영화 속에 표현한다. 그리고 과장이나 인위적인 것도 담지 않는다. 그가 우리 시대의 시네아스트로 인정받는 이유는,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정직하고 솔직하게 담아내며 그것을 자신만의 호흡과 화법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두만강>은 정적이고 느린 호흡 안에서 이야기의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공간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경험하게 해준다. 여러분은 부디 두만강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그곳과 우리가 사는 이곳이 알고 보면 그렇게 멀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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